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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k 님의 서재입니다.

특성으로 다시 사는 용병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Badak
작품등록일 :
2022.05.18 23:19
최근연재일 :
2022.07.27 22:34
연재수 :
9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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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78
추천수 :
4,978
글자수 :
645,824

작성
22.07.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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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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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1쪽

그란 상단 쟁탈전 (10)

DUMMY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았다. 보켄 분수까지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시간이 기껏해야 10여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제국 부흥단 측은 아마 일부러 시간을 이렇게 촉박하게 주지 않았을까. 내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즉각적인 판단으로 그들의 제안에 응하는 것을 바랐을 지도 모른다.


여튼 간에 나의 선택은 만남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이 내게 우호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기로 한 것은 내 스스로 몸을 피할 자신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그들이 이번 작전에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보켄 분수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거의 자정쯤 된 것 같았다. 원래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지구의 분수대였지만, 오늘 따라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었다. 마치 누가 통제라도 한 것처럼.


그래도 서머스 도시 안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본격적으로 나섰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가도 부흥단이라면 못할 것도 없다는 판단에 다시 경계심을 곤두세웠다. 백 번 조심해도 한 번 삐끗하면 위험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


“생각보다 담대하군.”


누군가가 다가온다는 기척을 느끼자마자 몸을 돌렸는데,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내는 내가 몸을 채 완전히 돌리기도 전에 말을 걸어왔다.


“누구십니까.”


“편지에 찍힌 인장을 보고 온 것 아니던가?”


“부흥단?”


“참 신기하단 말이야. 나름대로 조심히 움직였는데, 일개 용병의 정보망에 포착될 수준은 아니었다고 자부하거든.”


“그래서 그 일개 용병을 만나러 오신 것 아닙니까?”


“뭐, 그건 그렇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목적이 있어 나를 만나러 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호의보다는 적의가 가득한 것 같았다. 나는 슬그머니 손을 허리춤에 걸려있는 검으로 가져갔다.


“이래서 내가 눈치가 빠른 꼬맹이는 싫다니까.”


그 말과 동시에 허공에서 수십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서머스 도시 내에서 이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기에 검을 빼드는 것은 빨랐다.


채채채챙-!


날아드는 화살들을 모두 쳐냈다. 화살 촉 끝이 초록색으로 물들어있는 것을 보니, 보통 화살은 아닌 것 같았다.


“최후의 발악인가. 뭐, 좋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까.”


그와 동시에 그림자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내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단검. 겨우 피해냈다. 기척도 전혀 잡아내지 못했는데,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면서 내 몸을 노리는 공격이 빗발쳤다.


챙-!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고, 도저히 피하지 못할 것 같은 공격만 쳐냈다. 하지만 날아드는 공격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부흥단이 아니군.”


“무슨 소리지?”


내 앞에서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는 사내. 하지만 공격의 수법이 너무 부흥단스럽지 않았다. 마치, 사막의 암살자들이나 사용할 법 한 독을 이용한 공격들과 은밀한 암수들.


“나단 왕국이냐.”


“왜 그렇게 설쳤어. 가만히 있었으면 우리와 마찰을 빚을 일도 없었을텐데.”


“하는 짓이 참 좀스럽군 그래.”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 서로 간에 악감정은 없었으면 좋겠네.”


연쇄적으로 공격들이 날아들었다. 연계 공격을 전문적으로 배운 이들의 솜씨인 듯, 목젖을 노리면서 정수리, 뒷 목, 심장어름, 오금까지 동시에 노려오는 공격속에서 빈틈을 찾기란 꽤 어려운 일이었다.


오러를 씌운 검으로 검을 든 사람채로 갈라내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암살자들의 숫자가 몇이나 되는 지 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


눈을 크게 뜨고, 하나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하나라도 허용하게 된다면, 무기 끝에 발라져있는 독이 그 순간부터 내 목을 옥죄어 올 것이 분명했으니까.


하나를 베고, 둘을 벴다. 하지만 숙련된 암살자들은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자신의 안전을 도외시한채 내게 한 방을 먹이려고 끝까지 단검을 휘둘렀고, 죽는 그 순간까지 비명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 본 적들 중 가장 독종이었다.


“제기랄!”


욕짓거리를 내뱉으면서 몸을 뒤로 뺐다. 점점 더 큰 길과 멀어지면서,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몰리고 있었다.


치안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나단왕국의 행사라면 맥시로스의 휘하에 있는 치안대가 움직일 리가 없었다. 현재 우리 용병대원들은 모두 외부로 나가있는 상황. 모로스를 제외하면 나를 도우러 이곳까지 달려와 줄 사람도 없었다.


하다 못해 별의 도시의 인원들이라도 바깥으로 돌리지 않았더라면, 여기서 벌어지는 일을 포착했을 지도 모르는데.


나는 후회를 곱씹으면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입술을 물었는지, 피가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만큼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었다. 암살자들을 되는 대로 베어내고 있기는 했지만 기껏해야 죽인 숫자는 열 남짓. 몇이나 더 남아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결국, 나는 골목길로 몰리는 와중에 녀석들이 파놓은 함정을 밟고 말았다.


“어이구야. 아프겠는데?”


먼 거리에서 나를 지켜보던 사내가 비꼬듯이 말했다. 뒤로 물러나던 와중에 발치에 놓인 함정을 발견하지 못했고, 내가 함정을 밟자마자 독연을 피워내는 함정은 순식간에 내 몸을 좀먹었다.


몸이 천천히 마비되는 것이 느껴졌다. 내부 오러 회로를 통해 오러를 돌려 마비독을 막아보려 애썼지만, 진전을 늦출 수 있을 뿐,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하고 나니, 적들의 공격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졌다. 어깻죽지에 화살 한 발, 팔뚝을 스치는 단검 공격 한 번. 공격이 축적될수록 독이 더 진득하게 내 몸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나는 끝을 직감해야 했다.


“경솔했나..“


제국 부흥단의 징표를 함부로 사용하는 자들은 없다고 알고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제국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나는 그 집단은, 자신들의 상징을 함부로 도용하는 이들에게 처절할 정도의 복수를 감행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착각한 것은, 제국 부흥단의 등장 초창기에는 그런 일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 지금은 제국 부흥단의 등장 초창기에 해당하는 시기지.


전생의 기억과 현생의 기억이 뒤섞여 잘못된 판단을 만들어낸 것이다.


털썩.


무릎이 꺾였다. 내 의지와 전혀 반하는 행동이었지만, 다시 일으킬 수가 없었다. 후들거리는 팔은 당장이라도 잡은 검을 놓아버릴 것만 같이 흔들렸다.


“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이런 끝은 바란 적이 없었었는데. 이를 악물고 주변을 노려보았지만, 암살자들은 눈 하나 껌뻑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면서 내 몸에 상처를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촤아악-!


콰직!


정면으로 달려드는 암살자를 향해 검을 휘두르면서, 동시에 옆구리를 찌르기 위해 측면에서 나타난 암살자까지 한 번에 베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에 한 발의 화살이 더 꼽히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쿨럭.


피가 흘러나왔다. 통상적인 피의 색깔보다 조금 더 탁한, 검은 색에 가까운 피였다. 지금이라도 당장 해독제를 먹고, 오러를 운용해 독기를 모두 밖으로 쫓아낸다면 살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늦으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진행이 이루어질 것 같았다.


“솔직히 놀랐다. 우리가 짜놓은 판에 들어왔는데도 이렇게까지 발악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 하긴, 너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으니까 여기까지 걸어들어왔겠지. 거품은 아니었네.”


내 앞에서 어쩌고 저쩌고 재잘대는 저 녀석의 아가리에 주먹 한 방만 꽂아넣었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아마 그 소원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온 몸의 오러를 폭주시켰다.


콰아아아아-


치솟아 오르는 오러. 그리고 발동되는 기묘한 감각. 발로란 일족의 핏줄은 일생일대의 위기에서, 내가 마지막 불꽃을 불태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았다.


이제야 암살자들의 위치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하, 참. 어떻게든 죽이려고 작정을 했군.”


무슨 짓을 했어도 도망갈 수 없었을 것 같았다. 지금 내 주변에 모여있는 암살자들의 숫자만 해도 200가량. 정면 승부로 붙었어도 지금과 같은 꼴이 됐었으리라.


“뭐지?”


사내는 갑자기 내가 일어나 멀쩡한 듯 행동하자 조금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럼 지금 이 순간, 내가 바라 마지 않던 소원을 이루면 되는건가?


나는 땅을 박차고, 사내에게 나는 듯이 달려들었다. 사내에게 가는 길에 은신하고 있는 암살자들이 열을 넘었지만,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되자 큰 걸림돌은 아니었다.


검을 휘둘러 미리미리 적의 공격을 차단하고 베어내면서, 사내에게 접근했다. 그는 당황하면서도 역수로 단검 두 자루를 쥐었지만.


“뭐?”


내가 검을 놓고, 등에 메여있던 창을 빼들어 그의 면상을 향해 던지자 당황한 듯 급하게 그 공격을 막아야만 했다. 꽤 힘을 많이 준 공격이라, 얼핏 보니 그의 가드를 뚫고 얼굴에 박힌 것 같았다. 죽었거나, 죽지 않았더라도 최소 오랜 기간 동안 요양을 해야겠지.


나는 다시 검을 주워들고, 날아들 공격에 대비했다. 화살들을 쳐내고, 땅에 떨어진 죽은자들의 단검을 주어 암살자들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던지고. 그렇게 한참을 싸웠다. 마침내.


쿨럭, 쿨럭.


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 몸이 허물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적어도 오십은 넘게 베어버린 것 같은데. 지금까지 내가 죽인 적들의 세 배의 적이 남아있었다. 무리라는 소리지.


대자로 뻗어버린 나는 숨을 헐떡거렸다. 암살자들은 경계심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 내게 다가오지 않고 있어서 아직까지 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 나는 그 사이에 떨리는 손으로 품에 손을 집어넣어 톰의 특제 해독제를 몇 개나 입에 집어넣었다. 물론 이 해독제가 몸을 온전히 고쳐줄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발악은 해봐야지.


오러는 단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모두 소진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


끅, 윽. 억.


소리 죽인 비명소리들이 하나씩 들려왔다. 마치 환청처럼 먼 곳에서, 때로는 지근거리에서 속삭이듯이 들려오는 비명소리들은 끊기지 않고 한동안 계속됐다. 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줄만 알았다.


“제국의 이름을 사칭한 버러지 녀석들 치고는 어중이 떠중이는 아니군. 그래, 그 정도 배짱이 있으니까 감히 제국의 상징을 도용했겠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켄 분수에 와서 내가 들었던 악의나 비꼼이 가득찼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아무런 감정도 깃들지 않은 무뚝뚝한 목소리였다.


“켄델, 이 자를 살려라. 무슨 일이 있었는 지를 들어야겠다.”


“예, 단장님.”


그리고 나는 또 기절을 했다. 좀 강해졌다 싶었는데, 무슨 주기가 돌아오는 것 마냥 기절을 하는 것 같다는 우스꽝스러운 생각을 뒤로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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