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pe********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새글

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최근연재일 :
2024.09.07 17:34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884
추천수 :
15
글자수 :
325,588

작성
24.05.31 19:16
조회
13
추천
0
글자
12쪽

SSS 랭크 던전

DUMMY




20년 전, 한 악몽이 세상에 나타났다.


진원지는 메인(Maine), 온 세상을 강제로 통일시킨 그 세계 대전에 패하여 주권을 잃고 패망한 구 미국의 대서양 연안 주(州).

악몽은 그 일대 전체를 뒤덮으며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기존의 헬게이트와는 궤를 달리하는 괴수급 심연(深淵).

당시에는 그것을 평가할 만한 마땅한 점수 체계가 없었다.

후대의 헌터들이 확립할 헬게이트 평가 시스템에 대입한다면 최소 SSS 랭크, 경우에 따라 그 이상으로 책정될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보통 S 랭크 헬게이트란 개입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중규모 이상의 국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레벨의 심연을 의미한다.

그리고 SS 랭크란 방치해두면 대륙 하나를 황폐화할 정도의 위험을 뜻한다.


그리고 SSS 랭크의 헬게이트는 놔두면 단기간에 세계 멸망을 일으킬 수준의 것.

단순하게 인류만 멸종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멸종을 유발할 수준 말이다.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다.


물론 현 세상에는 헌터라는 강력한 변수가 있기에 실제로 그 같은 잠재적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메인 주에 나타난 최초의 SSS 랭크 헬게이트도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개화하지는 못했다.

그 전에 그것의 등장을 감지한 헌터들이 단합하여 빠르게 행동한 덕분이었다.

그들은 세계 멸망을 막아야한다는 명분으로 정부의 막대한 경제적 지원을 뜯어낸 뒤 그것을 바탕으로 힘을 정비해 본격적인 개입에 나섰다.


당시에는 아직 블랙스미스들의 기술이 체계화되지 못했던 때였다.

물론 원시적이게나마 헌터 병기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수량도, 질도 한정적이었으며 후대에 임할 ‘헌터 웨폰 산업혁명’의 경지에는 한참 이르지 못했다.

엘릭서의 생산력도 제한적이었고 그 생산 과정에서 정부 측의 원조에 많이 의지해야만 했다.

여러모로 헌터들로서는 SSS 랭크 헬게이트를 상대하기에 힘이 부족했다.


게다가 그 헬게이트 안으로 직접 쳐들어갈 수 있는 헌터는 몇 되지 않았다.

그 내부의 어비쓰론 농도가 얼마나 짙었는지, 흑파의 진동수가 얼마나 높았는지 웬만한 물질은 그 권역 안에 들어가기만 해도 분해될 지경이었다.


헌터들은 그럼에도 악착 같이 이를 악물고 공략법을 찾아냈다.


전 세계 헌터의 80% 이상이 힘을 모아서 헬게이트 외부에 봉인진을 만들었다.

그것은 유한한 양의 안티-게이팅 에너지를 편법을 통해 무한 순환을 일으켜 사실상 반영구적으로 유효성을 발하도록 만든 기법의 산물이었다.

헬게이트를 최초로 탄생시켰던 원흉인 CEARN을 제작하는 데 쓰였던 기술과 물리 이론이 여기에 접목되었고 헌터들의 독자적인 공학과 지식도 더해졌다.

참고로 이 봉인진 제작에 성공을 거둔 이후로 헌터들은 기존 인류의 기술력 대부분을 흡수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그 기반 위에 자신들만의 기술력을 쌓았다.


그러나 봉인진을 만든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권역 내부로 쳐들어가 헬게이트 본체를 잡거나 최소한 약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 임무에 후일 4대 수장 중 하나가 될 코드네임 델타가 선두로 나섰다.

아울러 일곱 명의 위대한 영웅과 40인의 준걸들까지 그 뒤를 따랐다.

결과적으로 헌터들은 헬게이트를 제거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 위력을 90% 이상 봉인하여 출력을 크게 낮추는 데는 성공했다.

이후 헬게이트는 동면 상태로 접어들었고 해당 권역은 봉인진에 갇힌 채 폐쇄되어 접근 금지 무인 지대로 관리되었다.




*


헌터 협회장.

일반인들에게는 ‘준장(准將)’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헌터.

수효는 약 300인 이상.


이들은 당회장이나 총회장처럼 전투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정계, 재계, 학계 등에서 영향력을 잠식해가는 이들이나, 길드장이나 부길드장처럼 활발히 전투에 참여하는 이들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역할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위치는 참으로 애매했다.

사회적으로나 던전에서나 생산력과 활동력은 최절정기에 달한 상태였다.

그러나 4세대 위주로 구성된 길드장들에게 잠재력 측면에서는 뒤떨어졌다.

그리고 초기 세대들이나 당회장 이상 급에게는 절대적 능력치와 경험의 양에서 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가운데에도 이례적인 랭커 급 실력자는 몇 있었다.

그것도 과거의 그 7영웅과 필적 내지는 뛰어넘을 정도의 강자였다.


물론 그런 이례적인 위상을 가진 자는 합쳐봐야 셋에 불과하긴 했다.


악시오스 R. 로젠베르크 준장.

헬리오투스 라비린스 준장.

메넬라오스 아크레이넌 준장.


오늘 이들 셋 모두가 델타 수장의 특별 명령으로 특수 토벌 팀에 합류했다.

수장의 명령을 통해 휘두르기에 딱 적당한 위치인데다가 실력 또한 대부분의 총회장 및 당회장 이상인지라 라이텔바흐를 돕기에는 최적이었다.


이들 모두는 턱걸이로나마 SSS 랭크에 드는 헌터들이었다.


여기에 더해 또 한 명의 SSS 랭크 헌터가 합류했다.

길드장들 중 라이텔바흐를 제외하면 1위 자리를 다투는 자들 중 하나.

테무친 바야르마 에르데네트.


이 넷에 더해 헌터 총회장 중 하나이자 델타 수장의 오른팔 중 하나.

7영웅의 일원인 SSS 랭크의 에커먼 플루타르크까지.


다섯 명 모두 전투력 순위, 안티-게이팅 능력 순위, 신체 능력 순위, 지능 순위, 심지어 사회적 능력 순위까지, 각각에 대해 랭킹 30위 안에 드는 실력자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협력까지 능수능란히 잘 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도리어 제 잘난 맛에 살던 걸출한 자들을 모아놓았으니 분열을 염려해야 할 판이었다.

헌터들이 조직력이 좋고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잘 뭉치는 자들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존심이나 오만한 마음이 없는 자들은 아니니까.


더욱이 이들을 이끌 지도자가 대장급도, 중장급도, 소장급도, 준장급도 아닌, 일개 대령급에 불과하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실제 군대만큼의 수직성을 지닌 건 아니지만, 어쨌건 위계질서가 없진 않으니까.


허나 ‘규격 외의 존재감’을 지닌 ‘규격 외의 인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사드립니다.”


라이텔바흐는 다른 넷은 일단 놔두고 에커먼 중장에게 경례하였다.

일단 이 한 사람만 잘 컨트롤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테니까.


“반갑네, 라이텔바흐 길드장. 하지만 이번 작전은 자네가 핵심이니 이 자리에서는 예를 지킬 필요가 없네.”


“헬게이트 내부에서는 제한적으로 그렇게 하겠지만, 그 이외의 나머지 부분은 총회장님의 판단을 따를 생각입니다.”


“뭐, 나야 수습이나 뒷정리에 대해서만 간섭할 생각이네. 전투 중에는 자네 명령이 최우선이니 너무 낡은 사고방식에 얽매이진 말게.”


“존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라이텔바흐는 테무친과도 간단하게 악수를 나눴다.


“오랜만이다.”


“나도.”


원래부터 나름의 친분이 있었고 공동 계획을 자주 논의했었던 두 사람.

이 자리를 빌려 둘은 임무에 나서기 전에 기타 사무적인 토론을 주고받았다.

친구라기보다는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아, 잠시 협회장님들께도 묻고 싶은 부분이 있군요.”


테무친과의 대화 중 라이텔바흐는 느닷없이 세 명의 준장을 불렀다.


“면역자들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그의 기습적인 화제 전환에 악시오스, 헬리오투스, 메넬라오스는 멈칫하였다.


“현재까지 발견된 세계 전역의 면역자들, 전부 다 헌터 협회 측의 관리 아래 있는 것이 맞습니까?”


그의 질문에 세 명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길드장. 직접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희와 친분을 맺음으로써 동맹 관계에 두었죠. 그들 모두는 우리에게 협조적입니다.”


보랏빛 머리카락의 남자, 악시오스가 말했다.


“당신의 제안 또한 잘 응용되는 중입니다. 그들의 ‘활용’은 문제나 차질 없이 이뤄지는 중이죠.”


거구의 레게머리 흑인 남자, 메넬라오스도 첨언하였다.


‘활용이라.’


라이텔바흐는 홀로 복잡다단한 심경의 상념에 잠겼다.


그렇다. 이미 지난 1년 전부터 헌터들은 협회 단위로 세계 전역의 면역자를 수색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식별할 수 있는 기발한 알고리즘과 비책을 개발해낸 장본인이 바로 라이텔바흐였다.

아울러 그는 그들을 ‘효과적으로 포섭’하여 헌터들의 프락시로 집어넣을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과 책략까지도 확립해두었다.

목적은 하나, 그들을 ‘헬게이트 발생 패턴 제어’에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소 냉혹하고 냉정한 전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작동하게끔 설계해낸 작자가 자신임을 기억하자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토록 무뎌졌으면서 왜 갑자기 쓸데없는 양심이 드는 것일까.


“그 면역자들 가운데 지금까지 ‘예외 사항’이 발생한 케이스는 없었던 것이 확실하겠죠?”


그가 말한 ‘예외 사항’이란 면역자의 기본 특성에 어긋나는 경우를 말한다.


그 기본 특성은 요약하면 세 가지.

첫째는 다크포스를 몸이나 정신 속에 일절 흡수하지 않는 특성.

둘째는 헬게이트 속으로 끌려들어가지 않으며 반발되는 특성.

마지막 셋째는 자신 주변으로 헬게이트를 끌어들이지 않으며 발생 확률 또한 감소시키는 특성.


헌터들은 지금껏 이런 특성들을 큰 대국적 판을 구성하는 용도로 활용해 왔다.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악시오스의 대답에 라이텔바흐는 쓴웃음과 함께 씁쓸히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로군요, 변수가 발생하지 않아서.”


그는 일부러 자신의 생각 속에 담긴 무언가를 치밀히 감추었다.


“당분간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염려는 없겠습니다.”


준장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참으로 냉철한 모략가라고 여겼다.

냉혈한처럼 보이긴 해도 그런 철저하고 이성적인 성정 때문에 라이텔바흐를 신뢰하는 것이기도 했다.


“길드장 당신도 불필요한 기우를 품는 때가 다 있군요.”


“뭐, 생각보다 자주 강박적인 고민에 시달리곤 합니다.”


“너무 각박하고 바쁘게 살지 말고 정신적인 환기를 좀 하시는 편이 좋겠군요.”


“충고 감사드립니다, 협회장님.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라이텔바흐는 헬리오투스 준장의 가식적인 권면에 영혼 없이 응답했다.




*



여섯 명의 최상위 헌터를 실은 전천후 특수 전투기가 메인 주 근방에 당도했다.


광활한 대지와 바다, 그리고 상공에 이르기까지,

최소 400km 직경의 일대가 거대한 흑암의 구체에 뒤덮여 있었다.

대서양의 일부와 구 캐나다 지역의 일부도 이미 그 속에 삼켜져 있었다.


그나마 봉인진이 있었기에 저 정도로 억제된 것.

그러나 오래 전에 세워진 뒤 끝없이 보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봉인진의 미약한 힘은 탄성력을 잃은 고무줄마냥 그 수명이 다해가는 중이었다.

저 아슬아슬한 힘의 균형이 깨지고 봉인진의 안티-게이팅 에너지가 소실되는 순간, 저 괴수는 약진하여 수 일 안에 대륙 전역으로 자신의 권역을 넓히리라.

그 뒤에 행성 전체가 삼켜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헌터들로도 막는 것도 불가능하리라.


“이번에는 뿌리를 뽑도록 합시다.”


계급 상으로는 가장 낮음에도 현재 가장 주목받는 주역은 단연 라이텔바흐

그는 지배하기 위해 태어난 알파급 맹수마냥 자연스럽게 팀원들을 이끌었다.

패기에 짓눌린 다섯은 평소의 감정과 상관없이 반 자발적으로, 아니 본능적으로 복종의 자세를 취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그러려면 전열부터 확실히 해야겠죠. 전투 중에는 반드시 제 지시에 절대 복종하시길.”


꼭 라이텔바흐의 패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SSS 랭크 헬게이트의 압도적인 살기와 위협.

저러한 극한 전장 속에서는 압도적으로 강력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단단히 결속된 여섯 헌터는 헬게이트가 침식한 공간 속으로 투신하였다.

그들 뒤로 드론에 의해 발사된 수천 개의 지원용 웨폰 박스가 뒤따랐다.

라이텔바흐의 참격에 의해 갈라진 틈으로 어둠이 걷히고 길이 열렸다.

여섯 줄기의 섬광은 흑암을 가르고 심연 속으로 진격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작합니다! 24.05.08 117 0 -
57 기대와 불안 NEW 15시간 전 1 0 14쪽
56 제안 24.09.03 4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5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6 0 13쪽
53 조우 24.08.25 7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8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8 0 11쪽
49 이변 (2) 24.08.12 7 0 13쪽
48 이변 (1) 24.08.10 7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8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9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0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1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0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2 0 12쪽
39 퇴각 24.07.05 14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2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0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2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0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0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1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0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11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11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10 0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