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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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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최근연재일 :
2024.09.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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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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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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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재난 예보 작전 (3)

DUMMY

*



본격적인 작전을 개시한지 스무 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내내 두 행동 대원은 매일 두 도시씩 순회하였다.

둘은 각 도시에서 교통 및 통근이 가장 활발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거쳐 가는 위치를 두 좌표 정도씩 선정한 뒤 좌표마다 두 시간씩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다행히 호응은 굉장히 좋았다.

덕분에 각 이벤트마다 수천 부 이상의 자료, 책자, 종이들을 배분하였다.

일손이 모자랄 줄 알았는데 그것도 기우였다.

플레먼이 사비로 고용한 도우미들이 쥬오디아와 신티를 능수능란히 보조했다.

도우미 고용 및 생산에 쓰인 비용도 이벤트에서 얻은 수익으로 넉넉히 충당되었기에 장기적으로 이어나가기에도 걸림돌이 없을 듯했다.


여기서부터는 플레먼 일행이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한 후일담의 일들이다.


과거 잠깐 떴다 사라진 정체불명의 혜성급 작가의 부활을 암시하는 소식.

몇몇 매니악한 팬들은 여기에 매우 들떠 호의적으로 반응하였다.

겉으로 드러내놓고 매니아 행위를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열의는 은밀하면서도 열정적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지인 및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동아리 멤버들 중 해당 작품들에 대한 공통적인 열정과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보배를 자랑하였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누고 전달하였다.

처음부터 이런 가능성을 상정하고 한 사람 당 여러 부수를 제공했기에 넉넉하게 공급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었다.


그리고 이벤트 활동 개시 후 20일째가 되던 날.

다소 떠들썩한 소식이 전 권역을 시끌벅적하게 흔들어놓았다.

호주 몇몇 소수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헬게이트가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그것들은 모두 소형 또는 초소형, 그리고 난이도로는 하급에 해당되었다.

그럼에도 대처 시스템이 원활하게 갖춰지지 못한 탓에 일부 인명 피해와 부상자가 발생하였다.


감사하게도 하급인 덕에 민간인들도 침식 권역 탈출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찰력과 치안 방위대는 충분히 유능한 대처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탓에 구할 수 있음에도 구하지 못한 케이스가 여럿 속출하였다.

또한 실종 또는 던전 감금 상태로 방치된 사람들이 여러 명 나타났다.

그리고 권역 밖으로 벗어난 사람들도 오염 문제에 직면했다.

이 오염 문제는 그 속에 들어갔던 이들뿐 아니라 근접한 위치에 있던 이들에게도 해당하는 문제였다.

올바른 지식이 부재한 탓에 방사능에 대한 공포와 비슷한 ‘불확실성 공포’가 확산되어 사람들의 집단 불안 심리를 자극하였다.


부랴부랴 당국은 타 대륙들의 기술 및 전략을 늑장대응으로 벤치마킹하였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 기술력과 인프라가 갖춰질 리는 만무했다.

사람들은 당국의 무능함과 헬게이트 재난의 이미지가 주는 특유의 공포로 인해 불안에 시달렸다.


그러나 그 시각, 플레먼은 되려 강한 확신에 차 용기를 얻었다.

헌터 협회들을 통해 생성된 뒤 라이텔바흐를 거쳐 그에게 전달된 자료.

그 정확도는 심히 놀라운 수준이었다.

시간에 대한 오차율은 0.1% 미만, 공간에 대한 오차율은 평균 0.01% 미만.

게다가 라이텔바흐가 집어준 좌표들은 거의 빠짐없이 사건에 휘말렸다.

민감도와 특이도 모두가 99% 이상으로 계산되었다.


‘다행이야. 제대로 먹혀서. 이제 부디 팬들이 잘 일해줘야 할텐데.’


그 시각, 의문에 잠긴 일련의 무리가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이벤트 때 소설 관련 소책자 및 외전책들을 받아간 자들이었다.


흥미로운 비밀 설정들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아보겠다고 비밀의 베일을 열었건만, 그 속에서 나온 수수께끼의 그림과 글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

그런데 놀랍게도 잘 대응해보니 그 수수께끼의 암호들이 오늘 일대에 벌어졌던 헬게이트 발생 패턴과 너무나도 유사한 것이 아닌가.

언뜻 보기에는 그것이 예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으나 일이 다 일어난 뒤에 맞춰보니 놀랍게도 그것들은 예언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더구나 해석하는 데에 그리 탁월한 추리력과 지혜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머리가 장식품만 아니면 누구나 집중해서 보면 알아차릴 수 있는 난이도였다.


‘뭐지?’


그들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때 그 이벤트에 등장한 도우미들은 대리인들이었다.

정작 작가 자신은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니 질문하려면 작가를 찾아가야 하거늘 그를 추적할 방법이 없었다.


‘에이, 설마! 우연의 일치겠지.’


그러나 다음 날도 어김없이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응?”


체계적이고 투명한 뉴스 공급 시스템이 대중에게 갖춰지지 않은 현 세상.

그런 탁한 세상이지만 최소한의 선은 지키기에 ‘재난에 대한 경보와 보고’만큼은 대중에게도 전달되었다.

즉, 최소한 자신이 거주하는 곳이나 일하는 직장, 혹은 주요 방문 지역에서는 그곳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의 도시들에서 어떠한 재난 사태가 있었는지,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플레먼이 만든 이벤트 자료들을 열어본 이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하루도 아니고 이틀 연속 분량의 재난에 대한 예언이 그 속에 담겨 있었음이 자명해졌다.


더욱이 약간만 머리를 쓰면 자료에 담긴 다음 암호들도 쉽게 해독할 수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추리하면 앞으로 근 며칠 간 있을 일들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떤 도시, 어떤 단지, 어떤 좌표, 어떤 건물에서 몇날 몇시 몇분 몇초 쯤에 헬게이트가 만들어질지,

그리고 그 헬게이트의 규모와 속성과 위험도는 어떠할지,

말 그대로 소상하게 미래를 알아볼 수 있는 청사진이 그려져 있었다.


언뜻 보고 넘어갔으면 하마터면 놓칠 뻔한, 정말로 잘 위장된 보배였다.


하지만 이 비밀을 받도록 선택받은 이들에게는 옵션이 그리 많지 않았다.


먼저, 작가의 정체는 여전히 알지 못했다.

도우미들도 이름을 알지 못했고 특히나 이벤트를 주도했던 그 눈에 띄었던 젊은 여자들도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마침 이벤트 기간 때 쥬오디아와 신티는 훌륭한 솜씨로 분장하여 나갔기에 그녀의 신분을 알아볼 만한 단서는 거의 부재했다.


그렇다면 작가 혹은 그 배후의 누군가에게 진실을 물어보지도 못한다.

그 정보들은 정말로 헬게이트에 대한 예언이 맞긴 한 것인지.

만약에 맞다면 어떠한 경로로 그 놀라운 예언을 해낸 것인지,

의문점은 산더미 같았으나 풀어낼 방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작가를 수상한 사람으로 여겨 당국에 신고하기에도 기분이 찝찝했다.

사람들은 정부 당국이 대단히 불의하고 불공정하다는 점을 은연 중 쉬쉬하면서도 다들 알았다.

그들에게 신고했다가 도리어 자신들이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고 별 다른 소득도 없으리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했다.


남는 옵션은 무엇인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 뿐이었다.

당국이 함부로 훼방하거나 꼬리를 밟아 귀찮게 하지 못하게끔 하는 선 내에서.


그 작가의 작품들을 아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어렵지 않았다.

비밀 예언을 제공 받은 이들은 그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을 자신들의 비밀 공모에 끌어들여 공범으로 포섭하였다.


“누가 개입되었는지는 몰라도 대단히 치밀한 건 분명해.”


각 사람에게 제공된 예측 자료는 그 사람이 행동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간적 범위 내의 재난 예보만을 담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처음에 이벤트를 벌였을 때부터 그 도우미들은 각 사람의 지역과 직장 등을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다른 자료를 나누어주었다는 뜻이다.


“어쩐지 불필요하게 지역 정보들을 물어보더니.”


“그때는 별 일 아니구나 하고 그냥 술술 불었지.”


“그걸 일일이 다 계산하고서 일을 짰던 건가?”


하지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일은 의문의 정보 공급자에 대한 추적이 아니었다.

당장 시급한 이슈는 내일부터 추가로 발생할 헬게이트들이다.

토론해봐서 답도 안 나올 문제에 골머리를 썩이느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플레먼의 치밀한 계획은 선택받은 사람들의 영웅 심리에 불을 붙였다.




*


하지만 의문의 세력에게 공급 받은 재난 예언 자료가 있다고 해서 일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더 골치아픈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하느냐였다.


치안 당국에 ‘어떤 장소에서 언제 일이 벌어절 것이다’ 라고 해봤자 소용 없다.

아무도 그런 허풍 같은 예언을 믿어줄 리도 없고 근거를 제시할 수도 없다.

어떤 사람에게서 신비한 예언의 기록을 받았다고 한다면 모두가 비웃으리라.


그 자료의 정확함을 알아차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더 복잡한 문제를 낳는다.

대체 어디서 누구와 내통하여 그런 것을 얻었냐고 추궁을 받을 테니까.

최악의 경우 끌려가 심문을 당할지도 모른다.

그런 피곤한 사태에 휘말리는 일은 사양이었다.


다행히 플레먼은 일탈하던 시절, 자신의 장르 소설들을 통해 독자들을 여러 방면으로 상상력과 창조성의 훈련을 시켜둔 바 있었다.

그의 작품들 내부에 대체로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많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는 법의 테두리나 사회 규범의 틀에 갇히지 않은, 독창적이면서도 문제 해결의 편리성과 지름길을 제공하는 해법들이 있었다.

독자들은 그런 내용들을 통해 감명받았던 기억들을 되살려내어 영감을 받았다.

곧 그 영감은 현실에 적용할 다양한 아이디어들로 형체화되었다.


어떤 날짜, 어떤 시간에 어떠한 좌표에서 어떤 크기의 헬게이트가 생길지 스포일러를 보고 미리 알게 된 사람들.

그들은 변장을 한 뒤 공간적으로 가장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을 지정한 뒤 그곳에 미리 가서 일들을 펼쳤다.


여기서부터는 플레먼의 원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익명의 공범들에게 오롯이 떠맡겨진 부분이었다.

곧 공범들의 창의성과 자유의지가 빛을 발할 만한 부분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사태가 터지기 몇 분 전, 거짓 경보를 울렸다.

화재가 발생했다는 경보, 일급 생화학 위험 물질이 유포되었다는 경보, 폭탄 제보가 들어와서 검사 중이라는 경보 등, 여러 레퍼토리가 동원되었다.

주로 건물 내에 침투하여 조작을 행할 권한이나 인맥을 지닌 자들이 이런 전략을 취하였다.

의외로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하였고 실제로 그들이 일정 범위 내에서 도망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재난이 발생하였다.

차이가 있다면 화재도 폭탄도 생화학 물질도 아닌, 헬게이트가 나타났다.

사람들로서는 영문 모를 아이러니였으나 진지하게 낌새를 눈치채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아무래도 헬게이트가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에 더 충격을 받아 신경을 빼앗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좀 더 인맥 면에서 조건이 유리한 사람들은 건물 전체를 임시로 안전 점검 과정에 들어가도록 유도하였다.

과격하고 모험심이 많은 사람들은 그럴 듯해 보이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드라이아이스 등을 동원하여 유사 테러 내지는 유사 재난 상황을 위조해냈다.

불법적인 요소가 포함되긴 했지만, 뭐, 사람 살리는 일이 급하지 않겠는가.


그런 복잡한 일은 제치고 지인들만이라도 빼내겠다고 집중한 경우도 있었다.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게 피신시킬 여력이 없다면 그것도 나쁜 전략은 아니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그 모든 전략이 100% 잘 먹혀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과와 열매는 적지 않았다.

재산 피해야 막을 길이 없지만, 인명 피해는 당초 예상보다 많이 줄였다.


살 가능성 있던 사람들이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라도 살게 되었다.

사태에 휘말리지 않아도 되었을 법한 사람이 휘말리는 일도 상당량 감소하였다.


이러한 작고 소소한 성공들이 반복되자 가담자들은 더욱 담력을 얻었다.

그들은 좀 더 치밀하고 현실적인 전략을 구상하였다.

기존의 전술들을 고치고 보완하였고 더 많은 동지들과 공유하였다.

또한 어떤 이들은 자신의 활동 범위에 닿는 지방들을 넘어 다른 곳으로도 이동하여 비밀 구출 전략에 뛰어들었다.

대부분 순수한 이타심보다는 의협심과 영웅심에 기인한 행동이었으나 어찌 되었건 사람들은 살려내었고 정부의 의심도 피했다.


플레먼이 획책한 대로 타 대륙들에서는 진작 시행되었던 카타콤 암호 전략이 미흡하게나마 호주 내에도 본격적으로, 그리고 독창적인 형태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어느 정도 성능은 입증했어. 조금만 더 창조성을 더해 잘 보완한다면, 관행으로 굳힐 수도 있겠는걸.”


재난 발생지들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 소식을 들은 그와 그의 세 친구는 수고에 대한 뿌듯함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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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대와 불안 NEW 15시간 전 1 0 14쪽
56 제안 24.09.03 4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5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6 0 13쪽
53 조우 24.08.25 7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8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8 0 11쪽
49 이변 (2) 24.08.12 7 0 13쪽
48 이변 (1) 24.08.10 7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8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9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2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1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2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2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0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3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0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0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1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1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11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12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1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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