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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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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최근연재일 :
2024.09.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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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588

작성
24.07.2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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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린 (1)

DUMMY



유진성 소장(少將).

헌터 사회 내에서의 직위는 당회장(黨會長).

정부로부터 헌터들을 보호하는 아지트인 시더우드(Cedar-wood)의 관리자.


유진성과 그의 아내인 로라 프렌시스는 시더우드 요새를 학문, 연구, 창작, 아이디어, 정권 재창출과 경제 개혁을 위한 요람 겸 기저로써 운영하는 중이었다.


부부는 세계 정세의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대신 막대한 부를 기반으로 터를 만듦으로써 미래의 새싹들을 양육하고 유력 인사들을 서로 연결해주었다.


시더우드는 미래 혁신을 위한 연구의 장 노릇을 해주었다.

대신 그 결실들은 민간 세계와 헌터들 및 주요 개혁자들 손에 보호되고 세계 정부가 탈취하지 못하도록 보호의 역할도 하였다.

또한 시더우드에서는 오대양 육대주 출신의 여러 청장년 정치인들의 모임과 주기적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유명한 싱크탱크들과 유력 기업들의 상당수가 이곳에 연을 대고 서로의 능력과 기회와 비전을 공유하곤 했다.

아울러 현직 헌터 중 준장급 이상의 직위자들은 최소 한 번 이상은 이곳에 발을 들였다.

그들은 이곳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어갔으며 미래를 계획하였고 동지를 만들었다.

말하자면 헌터들과 그 동조자들이 준비하는, 독재 유산 청산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염두에 둔, 일종의 임시정부(臨時政府)라고 해도 좋은 곳이었다.


최근 진성과 로라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하나 떠맡았다.

부부와 헌터계의 비전 성취를 위해 어떻게든 세계 정부의 시선을 따돌려야 하거늘, 상당한 부담이 하나 더 얹혀지는 바람에 그 일이 간단치 않게 되었다.

그 짐이란 바로 헌터들의 차기 지도자이자 개혁의 핵심 열쇠가 될 사내였다.

그는 부부와도 깊은 친분이 있는 인물로 사실상 진성 부부가 친아들처럼 여기는 청년이었다.


과거에 델타 수장이 실험실에서 탈출한 그 청년을 거두어 먹이고 입히고 신분을 만들어주었을 때, 진성은 의사로서 그 청년의 몸을 회복시키는 일에 동참했었다.

진성은 모든 분야의 의술에 능통한 세계 넘버원의 의학자 겸 의사.

그리고 헌터의 몸을 관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전문가.

그렇기에 그 일을 맡기기에는 가장 적임자였다.


진성은 1세대 헌터 출신이다.

그는 인간 병기인 헌터로서 완성되고 안정화된 이후에는 따로 전투에 나서는 대신에 정부 휘하에서 일하였다.

주로 의사 겸 연구원으로서 헌터들의 몸을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헌터들의 세력이 단단해진 뒤로는 이중스파이가 되어 헌터계에 충성을 다했다.

이후에는 정부와 결별하여 현재는 별개의 거처를 마련한 상태였다.


과거 정부 휘하에 있을 시절, 그는 거의 모든 실험체에 접촉 권한을 지녔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던 ‘핵심 실험체’가 바로 그 청년이었고 그도 치료 과정에서 진성의 손을 여러번 거쳤다.

이미 연구원으로서 몸을 관리한 적이 있기에 청년이 탈출한 이후로도 그에게 적절한 도움을 베풀 수 있었다.

과거에 청년에게 고통 주는 일에 동참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진성은 더욱 열의를 다하여 정성껏 보살폈다.

그런 마음이 잘 통한 덕인지 청년은 진성 부부를 자신의 울타리 안에 두고 자기 사람으로 인식하였다.


사실 독립하기 전, 그 청년은 진성에게서 헌터 의학 또한 배워갔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제 스스로 몸도 줄곧 잘 치료하곤 했다.

즉 최근까지는 진성에게 손을 벌려야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얼마 전에 전투에서 부상을 당하더니 이곳으로 호송되었다.

사실 호송되었다는 표현을 쓰기도 애매한 것이, 누워서 온 것도 아니고 직접 자기 발로 걸어서 오다시피 했다.

그런 몸 상태로 무리해서 강한 척 했으니 도착하자마자 기절하듯 풀썩 쓰러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청년은 헬게이트 오염 상태가 심했기에 일단 특수실로 이송되었고 곧장 진성에게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오염의 대부분이 제거된 상태였으나 나노봇의 비활성화 상태가 회복되지 않아서 내상 치유는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게다가 몸이 다 정화되고 특수 교란 물질이 모두 배출되거나 중화되기 전까지는 안티-게이팅 에너지의 생산력도 회복되기 어려울 듯했다.

더욱이 체내에 누적된 불확정성이 너무 과량인 데다가 교란 물질의 영향으로 인해 엘릭서의 적용도 쉽지 않았다.

넉넉잡아 완전한 회복, 정화, 불확정성 청산까지 두 달 이상은 걸릴 듯했다.


“그 아이는 좀 괜찮던가요?”


아내인 로라 여사가 염려를 드러내었다.


“글쎄요.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완전한 회복은 가능할 거예요.”


“다행이네요. 하긴 당신 의술이야 자타가 공인하는 경지죠.”


“그저 불완전한 솜씨일 뿐이에요. 그보다는 그 친구가 워낙에 신체적으로도 강하고 회복력도 기적적인 덕분이죠. 만약 다른 헌터였더라면 그 교란 물질에 스치기만 하더라도 힘을 영구적으로 상실했을 거예요. 물론 그 뒤에 총상까지 입는다면 목숨을 잃겠죠.”


“잔인무도하기도 하지. 그 작자들은 여전하네요.”


로라 본인도 1세대 헌터였기에 그 수난을 잘 알았다.

그녀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덜 겪고 헌터로 완성된 케이스였지만 주변 동기들이 겪은 일들을 듣다 보면 저절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 가여운 청년, 라이텔바흐는 그보다 더한 삶을 살아왔다.

그는 장시간 실험체로 감금된 채 살아왔기에 수난의 여정이 더 길고 농밀했다.

그랬던 그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고 다시 망가뜨리려 하는 작자들을 어찌 증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신의 엘릭서의 효력이 좋은지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요.”


진성이 아내의 실력을 칭찬해주었다.


“당신이 없었더라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막막하네요.”


“별 말씀을요.”


로라의 얼굴 위로 홍조가 물들었다.


두 부부는 모두 의술과 약학의 대가, 특히나 헌터 의학에 능통했다.

그리고 그들의 ‘헌터로서의 클래스’ 또한 이에 적합하게 맞춰져 있었다.

진성의 경우에는 순수 블랙스미스 직종, 그리고 로라는 순수한 알케미스트였다.

보통의 헌터처럼 워리어로서 싸우지는 못했으나 대신 블랙스미스와 알케미스트로서의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손가락 안에 드는 순위였다.

특히나 로라의 경우 직접 온갖 탁월한 엘릭서를 제작하여 치유술과 의술에도 접목하곤 했다.

덕분에 남편도 헌터들을 치료할 때 그녀의 도움을 자주 받았다.

특히나 라이텔바흐 같은 VVIP 육체를 치료할 때는 더욱 그 도움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덕분에 라이의 신체 오염률이 꽤 낮아졌어요. 오늘 저녁 정도면 보호용 장막을 거두어도 될 것 같아요.”


“어머, 그러면 이제 타인과도 접촉할 수 있겠네요. 잘 됐어요. 독방 생활을 지겹도록 한 아이이니 너무 오래 홀로 내버려두는 건 정신에도 좋지 않겠죠.


“뭐, 당장은 어려워도 정결천(淨潔川) 안에서는 가능할 거예요. 그래도 당분간은 그곳 근처로 고위 헌터 이외의 사람은 왕래하지 못하도록 관리합시다.”


“그래요. 부담 없이 마음껏 요양하다 가게 해주려면 그 편이 낫겠네요.”


산책길을 거니는 진성과 로라의 얼굴에 화기애애한 미소가 걸렸다.




*


특수소재 상자의 사방을 에워두르던 불투명한 막이 해체되며 빛이 들어왔다.

갑갑했던 산소 공급 겸 오염체 제거용 마스크가 떨어져 나갔다.

캡슐의 뚜껑 부분이 열리더니 맑은 바깥 공기가 섞여 들었다.

몸 전체를 잠기게 하던 엘릭서 액체의 수위가 낮아졌다.

덕분에 코와 눈을 바깥으로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조금 편해졌군.”


손발을 묶던 말랑한 투명 반고체 형태의 끈이 녹아내리자 라이텔바흐는 자유로이 손을 위쪽으로 뻗어보았다.

그러나 도중에 그물 같이 생긴 어떤 투명한 물체에 손이 가로막혀 일정 이상 거리로는 뻗지 못했다.

그래도 그 그물은 고무줄처럼 탄성력이 있었기에 갑갑한 느낌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이렇게 몸을 물에 담근 상태로 계속 있어야 할 듯했다.


다행히 이제 체내 근육 제어력도 많이 돌아왔다.

안티-게이팅 파워도 소량이지만 제어를 되찾았다.


‘코나 입을 통해서 분출되는 어비쓰론은 능동적으로 막을 수 있겠군.’


즉 지금부터는 타인과의 안전한 대면도 얼추 가능하긴 할 것이다.

단, 전신이 상시 완전하게 엘릭서에 적셔진 상태에서만.

그리고 최소 1미터 이상의 간격을 유지한 상태로만.


쏴아아아아.


천장 쪽에서는 샤워기처럼 생긴 기계가 그를 향해 무향무취의 맑은 엘릭서를 분출하였다.

보통의 샤워기와 달리 방출 부위의 면적은 넓었고 물줄기는 직선 방향으로 떨어졌기에 오로지 캡슐의 안으로만 액체가 떨어졌다.

수압이 강하지 않았기에 맞으면서 말하거나 숨쉬는 일도 가능했다.


‘내상 회복은 아직인가.’


그는 몸 구석구석을 흘깃 살펴보았다.

공간이 좁은 탓인지 누운 상태에서 앉은 자세로 바꾸기가 어려웠다.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부위는 손으로 만져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그래도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거의 아물었군.’


어쨌건 간만에 푹 단잠을 누렸다.

삼십년 간 수면과 고문을 동시에 당하다시피 해왔던 그에게는 안락한 사치였다.



“몸 상태는 좀 괜찮으신지요?”


그때 낯선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나긋나긋한 무게의 부드러운 고음이었다.

젊은 여성의 감미롭고 차분한 목소리.

라이텔바흐는 순간적으로 흠칫하였다.


“누구십니까?”


그는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하였다.

액체도, 캡슐도 투명했기에 바깥의 모습을 굴곡 없이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요양 중인 특수 회복 병실의 익숙한 풍경.

평소와 차이가 있다면 햇빛이 창문 너머에서 스며들어 훨씬 더 푸근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전에 보지 못했던 작은 예쁜 소품들도 몇몇 보였다.

화초와 화분이라던가, 도자기 컵과 음식 그릇이라던가, 과일들까지.

흡사 실험실이 아니라 병문안을 맞는 장소로 분위기가 반전된 느낌이었다.


“직접 뵙게 되어 반가워요, 라이텔바흐 벤 키르헤른스트 길드장님.”


라이텔바흐의 눈에 의자에 앉아 햇빛을 받고 있는 한 여인이 들어왔다.

검보랏빛 머리카락에 옅은 녹색 동공을 소유한 여성이었다.

액면가는 많이 잡아도 이십대 초반으로 보였다.

다만, 자세나 표정 등은 대단히 어른스러워보이는 분위기를 풍겼다.


라이텔바흐의 민첩한 기억력은 곧바로 그 여인에 대한 단서 편린을 발굴해냈다.

웬만한 주요 헌터들의 가족들과 지인에 대해서는 모조리 암기하고 있던 그였다.

저 여인의 어린 시절 모습을 딱 한 번 사진에서 본 일이 있었다.

사진 속 모습에 담긴 특색과 개성이 온전하게 잘 보전되어 더욱 아름다운 꽃봉오리로 개화된 듯한 느낌이었다.


“에일린 프랜시스 씨? 아니, 유아름 양?”


모계명으로 불러야 할지 부계명으로 불러야 할지 순간 헷갈린 라이텔바흐.

어쨌건 흐릿한 기억에 의존했다지만 제대로 찍어 맞추긴 했다.


“편하신대로 불러주세요, 길드장님.”


아름답고 영민한 외양의 여인이 포근한 눈웃음으로 대답하였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 청년은 낯설고 어색한 상황에 저도 모르게 당황하였다.

그는 움직이는 것도 깜빡 잊어버린 채 정지된 상태로 말없이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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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대와 불안 NEW 15시간 전 1 0 14쪽
56 제안 24.09.03 4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5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6 0 13쪽
53 조우 24.08.25 7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8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8 0 11쪽
49 이변 (2) 24.08.12 7 0 13쪽
48 이변 (1) 24.08.10 7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8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9 0 13쪽
»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1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0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2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2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0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2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0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0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1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0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11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11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1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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