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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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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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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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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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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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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통수

DUMMY




위기를 감지한 일곱 병기가 즉각 반응하였다.


{위험하니 저희들의 진 안쪽에 머무르시죠.}


이미 라이텔바흐에 의해 투척된 그것들은 네 명의 동료를 에워두르는 형태로 바위에 박힌 뒤 특수 방어 모드를 가동한 상태였다.

그것들은 안티-게이팅 파워를 배리어로 환산하여 헌터들을 보호하였다.

라이텔바흐가 잠시 그것들을 쥐었을 때 흘러들어간 안티-게이팅 에너지가 워낙에 많았기에 보호 용도의 배리어를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배리어 너머로 처참한 파멸적 장관이 확산되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헌터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이렇게 보호되지 않았더라면 그들도 소멸되었겠지.

헌터는 안티-게이팅 파워에는 피해를 입지 않는다지만, 저 정도 규모와 위력이면 간접적인 충격파만으로도 치명적일 테니까.


한편.


“굉장하군.”


맨 바깥 층에서 대기하던 헬리오투스.

그는 재빨리 웨폰박스들과 함께 봉인진 밖으로 몸을 내빼었다.

덕분에 그에게 닿는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직접 침식 권역 밖에서는 헬게이트의 힘도, 라이텔바흐의 힘도 감쇠되니까.


문제는 헬리오투스 본인이 아니라 봉인진 쪽이었다.

라이텔바흐의 힘만 흘러나왔다면 봉인진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봉인진도 근본적으로 같은 안티-게이팅 파워를 연료로 쓰는 장치이니까.

그러나 미약하게 헬게이트의 여파까지 일부 충격파에 섞여 나온 것이 문제였다.

그 바람에 그나마 남은 1%의 내구도가 소진되어 장렬히 파열하고 말았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힘의 대부분이 백색파동이나 안티-게이팅 에너지다.’


이것은 좋은 징조라고 봐도 된다.

적어도 어느 쪽이 이겼는지는 명확해졌으니까.


산산조각난 채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진 봉인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접 침식 영역은 생성되지 않았다.

되려 던전 곧 직접 침식 영역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우리 잘난 길드장님께서 무사히 토벌에 성공하셨군.”


그 순간, 라이텔바흐의 손이 그대로 헬게이트의 심장을 관통했다.

메인인 SSS 랭크도, 찌꺼기가 되고 남은 SS 랭크들 다섯까지도 동시에.


-끄아아아악!


박살난 악의 덩어리는 부스러져 가루가 되었고 곧 재가 되어 흐드러졌다.

그 직후 라이텔바흐가 만들어낸 힘의 진동은 던전 전체를 먹어치웠다.

어비쓰론, 흑파, 다크포스, 심연독의 대부분이 정화의 파동에 휘말렸다.

주인을 잃은 사악(邪惡)의 원소들은 찰나에 99.999% 이상 소거되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감쇠하리라.


침식 권역은 기둥을 잃은 건물처럼 질서를 잃고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헬게이트의 권능으로 형태를 유지하던 6개 층의 잔여물들도 마찬가지.

그것들은 심연독으로서의 속성을 대부분 잃고 통상 물질로 회귀하였다.

모래로 변한 던전의 구각들은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와르르 쏟아져내렸다.


“헉! 헉!”


무방비한 상태로 무력히 노출된 라이텔바흐.

다행히도 그를 위협하던 모든 존재는 파괴되었고 그는 살아남았다.


침식 권역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하자 곧 편안감이 되돌아왔다.

어두컴컴하여 빛 한 점 안 들어던 공간으로 따스한 태양빛이 비쳤다.

질식될 것만 같았던 고통스러운 진공 상태가 해제되면서 신선한 공기가 그의 살갗과 콧구멍으로 스며들었다.

극한의 열기와 냉기로 인해 벌겋게 익었던 피부도 색을 되찾았다.

나노봇 덕에 빠르게 회복된 그의 피부와 내장 상피는 안정된 상태로 돌아왔다.


물론 몸의 안과 밖으로 적잖은 손상과 상처가 남긴 했다.

아무리 괴물 같은 체력의 라이텔바흐라도 회복에 며칠은 걸릴 것이다.


‘손으로 부순 건 무리였나?’


자신만만한 라이텔바흐도 헬게이트 본체를 파괴할 때는 웬만하면 무기를 써왔다.

헬게이트 영향권에 존재하는 다른 ‘생성물’들과 본체는 오염도의 밀도가 차원이 다르니까.

비유컨대 어비씨언들을 처치하는 것이 항문 주위에 묻은 변을 닦는 것이라면,

헬게이트를 직접 가격하는 행위는 항문 구멍으로 손가락을 직접 넣는 행위다.

그런고로 지금껏 헬게이트를 직접 부수는 데 썼던 무기는 오랜 정화를 거친 뒤에야 재활용이 가능했고 그마저도 수지타산이 안 맞으면 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런 위험물 중에서도 특히나 위험한 SSS급과 다수의 SS급이 결합된 희대의 오염물을 인간의 몸으로 찔러 파괴한다?

그것도 최대 응집도의 최후 발악 공격을 직접 맞받아치면서?


덕분에 그의 몸은 현재 헬게이트 오염물로 잔뜩 오염된 상태였다.

아무리 대안책이 없어도 그렇지 대단히 고역스러운 희생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먼 거리에서 안전하게 가격했었다지?’


이전 공략 때는 저 헬게이트를 향해 모종의 폭탄들을 투척하였다고 한다.

인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원수(怨讎)인 정부와 협력하면서까지 만들어낸 폭탄들.

원거리 병기였으나 헬게이트의 위압감 때문에 그 최소한의 거리에마저 접근하기 쉽지 않은 탓에 끝내 델타 수장이 직접 던져야 했다지.


그래도 나름 효과는 있었고 실제로 메인 주 헬게이트는 활성도가 축소되었다.

최근 와서 예전 전성기의 백 배 이상으로 강화되었지만, 어쨌건 몇 년의 시간을 벌어 전 세계의 안전을 지켜낸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라면 그 폭탄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한 ‘원료’가 무엇이냐 였다.

그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라이텔바흐는 치가 떨렸다.


‘예나 지금이나 이 몸은 손해보는 역할이로군.’


하지만 억울해도 어쩌겠는가.

유일무이한 비대칭 병기의 운명이란 결국 이런 식으로 귀결되는 법이다.




*


수 년의 세월에 걸쳐 메인 주 전역을 뒤덮었던 악의 장막이 마침내 거둬졌다.

직경 300km에 달하는 거대한 구역이 흉악의 결박으로부터 풀려났다.

이미 생명체라고는, 아니 생명의 기운이라고는 전혀 남지 않은 황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은 해방의 즐거움을 달가이 반겼다.


큰 거물의 허무한 몰락은 도미노처럼 다른 곳에도 여파를 미쳤다.

마치 암의 근원지가 제거될 때 전이된 다른 부위의 암들도 약화되듯,

아메리카 대륙 전역의 헬게이트들의 세력이 즉각적으로 퇴보를 보였다.

존재하던 헬게이트들은 그 크기가 줄어들거나 등급이 낮아졌다.

헌터들의 예보 장비에 탐지되는 장래 발생 건수 역시 급격히 감소했다.


그 여파는 아메리카를 넘어 나비 효과를 통해 타 대륙들에까지 닿았다.

이것으로 인류는 추후 10년 간 헬게이트로 받을 고통을 반 이상 덜게 되었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임박한 멸망을 막아낸 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으리라.


여섯 층의 구각을 이루던 물질들, 곧 원래 메인 주의 지하 20km 가량의 지층을 이루었던 물질들은 균형을 잃고 부스러졌다.

절반 가량은 오랜 세월에 걸쳐 너무 심하게 변질된 탓에 라이텔바흐의 충격파에 휘말렸던 순간 연기처럼 사라졌다.

나머지 절반은 헬게이트 침식에서 벗어나 물질로 회귀했다.

그것들은 방대한 분량의 모래가 되어 하늘에서 쏟아져내렸다.

질량은 원래의 10% 미만으로 줄긴 했지만 그럼에도 막대한 양이었다.


헌터들은 자신들을 덮치는 모래 더미를 피해 고지대로 달아났다.


“가까스로 매몰은 피했군.”


에커먼 플루타르크 중장이 한숨을 돌렸다.

악시오스 준장과 메넬라오스 준장, 테무친 대령도 그와 동행 중이었다.


일곱 기의 특수 병기와 웨폰박스, 샘플박스들은 모래 저편에 파묻힌 상태였다.

박스들의 자동 운행 기능이 정지된 탓에 따로 끌고 오지는 못했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까지는 파괴되지 않고 멀쩡했었다.

나중에 적당히 잘 회수하면 되니 염려할 필요는 없으리라.


정작 문제는 가장 중요한 전력인 라이텔바흐였다.

네 명의 헌터와 라이텔바흐의 위치가 너무 떨어져 있었다.

일행이 그가 마지막에 만들어낸 충격파에 휘말려 밀려난 탓이었다.

던전 자체가 꽤 거대한 구역을 아우르다보니 너무 멀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관측용 보조 장구도 거의 다 훼손되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설령 라이텔바흐가 어디에 있는지를 안다고 해도 당장 달려갈 수가 없었다.

신발의 추진 장치들도 충격파의 영향으로 기능이 다운된 채였다.

이런 상태로는 무거운 아머들을 입은 채로 드넓은 모래밭을 달릴 수 없다.


더욱이 헌터들의 체력도 현재 거의 다 고갈되었다.

잡졸들과의 싸움이라지만 꽤 오랫동안 중노동에 시달린 데다가 마지막에 충격파를 막아내느라 힘을 대부분 써버렸다.

라이텔바흐만큼 만신창이이지는 않겠지만 체력을 당장 끌어내긴 무리였다.


“설마 모래에 사장되지는 않았겠지?”


테무친은 걱정스레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았다.

정말로 흙더미 속에 묻혔다면 곤란하다.

헌터들이 무적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던전 내부 한정이다.

이제 헬게이트가 파괴되었으니 그 메리트는 홀연히 사라졌다.

아무리 최강의 헌터라고 해도 괜찮을까?



“크윽.”


불행 중 다행으로 동료들의 우려와 달리 그는 완전히 매몰되지는 않았다.

상대적으로 모래가 적게 쏟아진 위치에 착륙한 덕이었다.

그럼에도 몸의 절반 가량이 모래에 묻히긴 했으나 숨은 쉴 수 있었다.


체력이 완전히 방전되고 몸이 엉망진창인 탓에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못했다.

모래에 발이 묶인 상태로는 더더욱 옴싹달싹할 수 없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가까스로 몸을 틀어 하반신을 모래더미에서 끌어올렸다.

빠져나오자마자 그는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여전히 발은 모래에 가라앉은 채였고 자유로운 거동은 불가능했다.


몇 분의 휴식 후 힘겹게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던 차에.


타아앙.


날카로운 관통음이 울렸다.

전신에서 식은땀을 흘리던 라이텔바흐는 익숙한 고통에 자조의 웃음을 머금었다.


“하여간 개버릇은 남 못 주는군.”


타앙.

피슝.

촤아악.


사방에서 수많은 작은 발사체들이 날아들었다.

그것들은 피할 기운도 없는 그의 몸에 그대로 꽂혔다.


바늘보다는 조금 굵고 총탄보다는 가는, 길쭉한 형태의 물질이었다.

그 자체로 생명에 치명적 영향을 줄 만한 물리적 물체는 아니었다.

하지만 찔린 부위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헬게이트의 침식이 완전히 소멸하는 순간을 잘도 놓치지 않았군.”


조금이라도 침식의 흔적이 남아있었더라면 발사체들은 허공에서 부스러졌으리라.

또 설령 무사히 닿았더라도 라이텔바흐의 육체를 뚫지는 못했겠지.

하지만 그의 마지막 일격이 너무 강력하고 완벽하고 깔끔한 탓이었을까?

헬게이트의 영향력은 조금도 남지 않고 소멸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헌터에게는 자충수가 되었다.


“으윽.”


전사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어지는 ‘굵은 바늘 같은 물체’들의 향연.

살상용이 아닌 제압용의 유사 총탄들이 그의 육체를 유린했다.

순식간에 고슴도치 같은 몰골이 되어버린 그는 고통을 견디고 꿋꿋이 섰다.


“내 예상대로 되지는 않는건가. 아머가 10%만큼이라도 남았으면 좋았을텐데.”


불행히도 마지막 결전이 너무 격했던 탓에 아머는 상실되었다.

현재 그는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완전한 무방비 상태였다.

아무리 근육이 단단하더라도 물리적인 탄환을 막을 수는 없었다.


“죽을 것 같군.”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가장 약하고 민감한 살점에까지 파고든 잔인한 바늘들.


문제는 바늘 그 자체가 아닌, 그것을 구성하는 물질과 속성이었다.


{전격 가동합니다.}


위성들, 전투기들, 모함들, 드론들, 그리고 그것을 연결하는 원격 시스템.

오로지 전쟁 기술 한정으로 정상적 발전 곡선을 초월하여 특이점을 맞아버린 현 인류의 기술력이라면 멀리서도 요격 시스템으로 작은 사냥감을 요리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와도 같았다.


지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악!”


위성과 드론들이 방출한 전류가 원격으로 전송되었다.

맨몸을 타고 파고드는 전류가 그의 몸을 처참히 유린하였다.

전기 고문으로 인해 달아오른 그는 근육을 부르르 떨며 고통스레 경련하였다.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그는 극한의 고통 가운데서도 쓰러지지 않고 선 채로 기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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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대와 불안 NEW 15시간 전 1 0 14쪽
56 제안 24.09.03 4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5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6 0 13쪽
53 조우 24.08.25 7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8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8 0 11쪽
49 이변 (2) 24.08.12 7 0 13쪽
48 이변 (1) 24.08.10 7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8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9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2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1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2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3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1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3 0 13쪽
» 뒷통수 24.06.24 11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0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1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1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11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12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1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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