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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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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최근연재일 :
2024.09.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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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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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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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극강 장벽

DUMMY


“당신들은 숨 쉬기 불편하지도 않습니까?”


베르나르도 중사가 리더 격으로 보이는 단신의 남자에게 질문했다.


“일단은 탁하다는 느낌은 받습니다만.”


플레먼이 의아해하며 짧게 답하였다.


“이상하군요. 당신이 헌터가 아니라면 이런 환경에서 다섯 시간이나 견디고도 이렇게 멀쩡한 모습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고보니 거대 감옥에 갇힌 다른 시민들은 현재 반쯤 취기에 잠긴 상태였다.

어떤 이는 깊이 잠들었고 어떤 이들은 몽롱한 상태로 겨우 몸만 가누고 있었다.

심지어는 기절하거나 기면 상태에 빠지거나 혼수 상태에 빠진 이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겨우 숨만 붙어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플레먼과 어니스트, 쥬오디아와 신티는 달랐다.

배가 고프고 숨이 좀 답답하고 어지러운 감이 있는 것만 빼면 정신이 온전했다.


‘일반인 중 안티-게이팅 파워를 다룰 수 있는 이는 없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한 가지.

콘스탄틴 중사의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한 가지 가설이 스쳤다.

사실 그도 고위 레벨의 헌터가 아닌지라 자세히 아는 내용은 아니었다.

다만, 헌터들이 몰래 관리하는 협력자 민간인 중 ‘면역자’라는 부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이 어떤 특성을 어떤 형태로 지녔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들에게도 특이성이 있다고 했었다.

혹 저 넷이 그 부류에 속한다면 지금의 멀쩡함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대놓고 물어본다고 알 것 같지는 않군.’


상부의 정보에 의하면 면역자들 대부분은 자신이 면역자임을 모른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주변으로는 헬게이트 사태가 웬만해서 일어나지 않으니까.

대부분의 면역자는 평생을 헬게이트를 보지도 못한다고 했다.


‘저들에게 당신이 면역자냐고 물어봐도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듣겠지.’


그렇다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자니 두 헌터의 이터널 셀 레벨이 너무 낮아 검증할 방도가 없었다.

맨 눈으로 감찰안을 발동해 면역자를 식별할 수 있으려면 최소 S 랭크 이상 헌터는 되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까지 발견된 대부분의 면역자들이 검색에서부터 관리까지 주로 협회장 차원에서 다뤄지는 이유였다.

일개 중급 헌터들 따위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었다.


‘설마 저들은 자신의 몸 속으로 받아들인 공기나 물 입자를 심연독 상태에서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건가?’


그런 일이 가능하던가?

다크포스의 작용에 대한 역작용을 일으킨다고?

애초에 헬게이트의 영향권 안으로 면역자가 들어온 일이 드무니 알 길이 있나?


많은 의문들이 베르나르도와 콘스탄틴의 뇌리에서 맴돌았다.



“이곳이 헬게이트 권역 내부입니까?”


플레먼이 먼저 용기를 내어 헌터들에게 질의를 던졌다.


“아닙니다.”


콘스탄틴이 간략하게 잘라 요약해주었다.


“던전, 즉 헬게이트 침식 권역은 이런 상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던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오로지 외곽을 둘러싸는 저 단단한 벽들의 내부 뿐입니다. 그러니까, 에워싸인 빈 공간 말고 벽 그 자체의 단단한 부분 속 말입니다.”


“과연.”


플레먼이 뭔가를 짐작했다는 투로 말하자 베르나르도가 반문했다.


“던전 상태를 이해한다고? 설마 당신은 이전에도 던전 속에 떨어졌던 적이 있었습니까? 그게 아닌 한 ‘던전 특유의 느낌’을 이해할 리는 없을텐데?”


날카롭게 정곡을 찔린 플레먼은 흠칫하였다.


“숨겨도 소용이 없겠군요. 맞습니다.”


“최근 발생한 소형 던전들이었습니까?”


“아뇨, 몇 달 전에 생겼던 뉴질랜드 쪽 헬게이트였습니다.”


그러자 콘스탄틴이 크게 놀라며 갸우뚱거렸다.


“헌터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만.”


“설마 그 뉴질랜드 던전 안에서?”


“네.”


“그분과 개인적으로 만났었습니까?”


헌터들이 놀라는 기색을 보이자 플레먼은 영문을 몰라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텔바흐 벤 키르헤른스트 대령님 말씀이신지요?”


“이런, 당신은 보기 드문 행운아로군요.”


아니, 면역자이면서도 헬게이트에 두 번씩이나 휘말렸으니 불운아라 해야 하나.

적어도 눈앞의 상대가 예사롭지 않은 운의 사나이인 것은 확실했다.


“그때 저 셋도 같이 있었습니까?”


“아뇨, 저와 저 친구, 어니스트 마이런군만 동행했습니다.”


그때부터 묘하게 두 헌터의 태도가 달라졌다.

공손해졌다고 해야 하려나.

적어도 보통의 일반인을 대하는 투는 아니었다.


“지금 우리를 감싼 저 거대한 벽, 말하자면 재질 자체가 수백 개의 던전을 얇게 압축해놓은 융합본이라고 보면 되는 겁니까?”


도련님과 헌터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어니스트가 끼여들었다.


“대강 비슷하게 이해했군요.”


“메커니즘을 설명하려면 더 복잡한데, 그 정도만 이해해둬도 됩니다.”


베르나르도와 콘스탄틴이 끄덕였다.


“헌터님들의 무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가요?”


신티도 한 마디 질문을 덧붙였다.


“적어도 지금 장비로는 그렇죠.”


“헌터 웨폰의 레벨이 더 높았으면 흠집을 낼 수도 있었겠지만.”


두 사람은 창 형태의 헌터 웨폰을 잠시 보여주었다.

쥬오디아와 신티는 그 근사한 모양새에 잠시 넋을 놓고 주시하였다.


“저 헬게이트 집단, 보통의 헬게이트들과는 조금 행동 양상이 다른 듯합니다.”


콘스탄틴이 플레먼에게 말했다.


“어떤 식으로요?”


“일반적으로 헬게이트는 권역을 만들고 그 안에 다량의 입자와 파동을 투사하여 침식을 일으킵니다. 다양한 입자가 존재하는데 통상 통틀어서 어비쓰론이라고 부르죠. 파동의 경우에도 물리계에 존재하는 파동 종류보다 다양한 것들이 있는데 통칭해서 ‘흑파’라고 분류하고요.”


“그 부분은 저도 헌터들의 논문에서 몇 번 언뜻 읽은 적 있습니다.”


“어쨌건 보통은 어비쓰론과 흑파가 물질과 인간의 내부를 자율적으로 침투하여 피해를 일으키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들 ‘이변체’들은 거의 아무런 오염 요소를 흘리고 있지 않습니다. 침식이라는 전략 자체를 포기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다른 방법이 있다는 뜻인지요?”


“저희도 이런 경우는 보지 못했지만······.”


베르나르도는 하늘 위로 고개를 들어 돔 형태의 감옥 장벽을 바라보았다.

그의 불완전한 감찰안이 벽 내부의 구성 성분 스펙트럼을 읽어내었다.


“어비쓰론들과 흑파들이 저들끼리 조직체를 이루어 직물을 형성한 뒤, 그 내부 결속력을 고도로 강화시킨 것 같군요. 이를 통해 일종의 ‘유사물질’을 생성하여 강도와 경도를 높인 것 같습니다.”


침식은 포기하고 순수하게 ‘물리적 강도’만을 극도로 높인 특이 질료.

아무래도 헬게이트들의 연합은 그것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벽을 이루는 물질이 바로 그것이겠군요.”


“물질이라, 그걸 물질이라 정의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헌터들도 깨부수지 못하는 단단함이니 오죽했으랴.

헬게이트들도 나름대로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한 모양이다.


만약 그 단단한 유사물질이 시민들을 가두는 벽의 용도로만 쓰인다면 다행이다.

벽을 깨트릴 수 있는 강력한 헌터만 도착하면 사태가 해결되니까.


하지만 헌터들은 촉이 상당히 발달했기에 일이 그리 간단히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일반인치고 예민한 플레먼도 어렴풋하게 그 부분에 대해 위화감을 느꼈다.

그는 두 헌터에게 정말 유의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베르나르도는 경직된 표정으로 상공 어느 한 좌표를 가리켰다.


“저쪽을 보시죠.”


일시에 네 일반인 모두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뭐지?”


“저건?”


영 모양새가 좋지 않은 어떤 현상이 스멀스멀 조용히 진행되는 중이었다.


‘융합?’


거미줄처럼 얽힌 수백 개의 헬게이트 중 약 20% 가량이 은밀히 한 지점으로 몰려들더니 끈적끈적한 무언가를 서로를 향해 내뱉는 것이 아닌가.

마치 서로를 옭아매는 것 같았다.

그 접착제 같은 유사물질이 헬게이트 여럿을 잇더니 천천히 그들 간 거리를 좁혀갔다.

이미 수십 개의 헬게이트들이 포도송이의 포도알들처럼 엮여 한 몸체를 이룬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점점 더 많은 흑색 구체들이 그 연맹에 동참하고 있었다.


“뭘 만들어내는 거죠?”


어니스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것은 모르죠. 전례 없던 일이니까요.”


메인 헬게이트가 서브 헬게이트를 생산하는 일은 종종 있어 왔다.

헬게이트가 자신이 만든 어비씨언 유닛과 융합하는 일도.

하지만 독립적인 헬게이트끼리 복합체를 만든다?

대체 그 결과물이 무엇일지 몰라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저것이 완성되기 이전에 해결사가 오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어니스트는 식은땀을 흘리며 마른침을 꿀꺽 넘겼다.


‘다시는 이런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는데.’


하긴 이런 위험천만한 세상에서 살면서 혼자서 면제 받기를 바라는 건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지.

다른 대륙의 주민들은 이런 재난을 피부로 느끼며 살아왔다지.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어.’


몇 달 전에 만났던 그 잘생긴 대령님이 몹시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



회갈색 곱슬머리의 백인 중년 남성이 크레이터로 가득한 도시에 발을 내디뎠다.

그가 도착한 시점에 이미 상황은 깔끔하게 정리된 뒤였다.

전투원이 하필 그 사람이니 당연히 이럴 것이라 예상은 했었다.


사실 표면상의 헬게이트 전력은 S급 헌터로도 충분한 토벌 가능한 전장이었다.

문제는 얼마나 뒤탈 없이 깔끔하게 정리하느냐였다.

만약 자신이 직접 나섰다고 해도 오차 없이 완벽하게 일을 정리했을까?

도리어 사태의 규모가 더 커지지는 않았을까?


“이미 알고 있던 특성이었나?”


“예. 최근의 그 SSS 랭크 헬게이트, 그것과 결합했던 SS 랭크 헬게이트 중 하나에 관련 전략 플레이북이 내장되어 있더군요.”


토벌을 다 마친 라이텔바흐는 샘플박스 속에 생포된 헬게이트 잔해들을 넣으며 말했다.


“그것 말고도 백 가지 정도의 변칙 전략을 내포하고 있었는데 유출된 건 증식법 하나로 보입니다. 만약 완벽하게 정보와 전술을 계승했다면 이 정도로 그치지 않고 프랑스 지역 전체를 먹었을 겁니다. 난이도 S 랭크에 불과한데 피해 규모는 그 곱절로 늘어나는 셈이죠.”


“끔찍하군.”


토벌된 헬게이트들의 알고리즘을 모두 해독한 라이텔바흐는 필요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에 탑재한 뒤 곧장 다음 장소로의 이동 채비를 하였다.


“헌터 전력을 동원해 이 근방을 잘 감시해주시길 바랍니다, 마르코 총회장님.”


“아직 해결되지 않은 잔당이 있는 건가?”


“그럴리가요. 다만, 불확정성 요인의 근원지를 알아내어 처치하기 전에는 이변이 재발될 가능성이 미연에 존재합니다. 이 헬게이트가 부활하는 방식일지 아니면 다른 것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면밀히 감시해야 합니다. 위성 자산도 최대한 동원하여 살펴주세요.”


드론들이 샘플박스들을 전투기에 실자 라이텔바흐는 신속히 조종석에 앉았다.


“마지막 좌표에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궁금하군.”


몸이 욱신거렸다.

다 낫지도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다섯 개 도시 넓이를 뛰어다녔다.

싸우거나 토벌하는 일보다 움직이는 것이 더 부담이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프로답게 라이텔바흐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태연함을 유지했다.

그의 자존심 상 약한 몰골을 보이는 것은 죽느니만도 못한 치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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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진급 24.09.13 7 0 12쪽
57 기대와 불안 24.09.07 9 0 14쪽
56 제안 24.09.03 9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9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8 0 13쪽
53 조우 24.08.25 8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9 0 11쪽
» 극강 장벽 24.08.15 10 0 11쪽
49 이변 (2) 24.08.12 8 0 13쪽
48 이변 (1) 24.08.10 9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9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10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4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1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3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3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2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3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2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2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2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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