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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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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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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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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1)

DUMMY


베르나르도 카를로스 중사.

콘스탄틴 피에트로 중사.


중급 헌터로 두 사람 모두 랭크는 C- ~ C.


이번에 호주로 파견된 둘은 느긋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임무를 즐기는 중이었다.

호주 자체가 원체 헬게이트 발생률이 낮은 지역이기도 했고, 이번에 이례적으로 연발했다던 헬게이트들도 대부분 초소형에 하급인지라 중급 헌터들로도 널럴했다.


물론 사람들의 구출과 연관된 일이니만큼 긴급하게 대응할 필요성은 있었다.

하지만 하급 헬게이트는 어비씨언이라도 생성하지 않는 한 사람을 천천히 고통스럽게 할뿐 단숨에 죽이지는 않는다.

수 일간 던전에 방치된 경우가 아니라면 건강한 사람은 웬만해서 죽지 않는다.

게다가 소방대원처럼 일일이 사람들을 업고 나올 필요도 없었다.

그저 헬게이트를 파괴하는 것이 훨씬 더 빠른 구조책이니까.

그러니 아등바등 몸을 부단히 혹사시보다는 적절한 페이스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신속히 헬게이트들을 제거하는 편이 오히려 확실한 전략이었다.


“이쪽 지역도 슬슬 정리되었군.”


“오늘치 남은 분량은 두세 지역 정도가 전부인가?”


“내일부터는 헬게이트 발생률이 급감한다는 추가 공지가 들어왔다.”


“예보 변동인가? 아무래도 최근에 토벌되었다던 그 거물급의 소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모양이군.”


지상에 착륙한 베르나르도와 콘스탄틴은 여유로이 대화를 주고 받았다.

마침 중요한 일은 다 정리된지라 이제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사망자는?”


“근방 지역들을 모두 합해서 다섯 명 정도. 부상자의 수는 세 자리, 오염에 피폭된 사람은 네 자리 정도다.”


“하급 헬게이트들밖에 발생하지 않은 것치고는 피해량이 제법 되는군.”


“이곳은 일을 겪은 경험이 적으니 대응 인프라가 미흡할 수밖에.”


“하긴 당국 쪽은 거의 손 놓고 있던 걸 우리가 정리하다시피 했었지.”


두 사람은 양산형 엘릭서를 탄 음료를 나눠마시며 체력을 회복시켰다.

오염 농도가 워낙 낮은 덕에 여러 위치의 헬게이트를 연달아 토벌하고도 피폭량이 적었다.

덕분에 한두 모금의 섭취만으로도 대부분의 오염물이 제거되었다.


“권역 근방 500m 이내에 휘말렸던 사람들은 하루 이상 격리가 필요하겠군.”


베르나르도가 대략적인 흑파와 어비쓰론의 반감기를 계산해 추리를 이끌어냈다.


“관리국들 측에 지시문은 넣어주어야겠어. 또 아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엄한 식으로 사람들을 잡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그래, 우리 말을 귀담아 들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거야 그쪽이 알아서 할 일이지. 우리가 신경 쓸 바는 아니야.”


두 사람은 자신들의 헌터웨폰들을 케이스에 담아 등에 매었다.


그렇게 둘이 파괴 현장을 막 떠나려 하던 참.

느닷없이 냉기와 위화감이 두 헌터의 예민한 감각 기관을 간질였다.

둘은 정체를 가늠하기 힘든 기묘한 이질감에 걸음을 멈췄다.

여유로웠던 둘의 포커페이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더는 입이 시끄럽게 담화를 떠들어대지 않고 침묵으로 멈춰졌다.

상관인 상급 헌터들 휘하에서 자신 이상의 위협적인 존재와의 대면을 체험해봤던 그들이기에 곧 다가올 잠정적인 치명적 향기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낌새의 이상함을 느낀 것은 헌터들만이 아니었다.

그들로부터 수십 km 이상의 거리에 있던 플레먼 에이비슨.

그는 헌터들과는 달리 ‘감각’을 통해서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통해 위기의 낌새를 느꼈다.

그의 왜소한 체구의 몸은 극한의 냉기 속에 내던져진 듯 파르르 떨었다.


“도련님?”


어니스트가 당황하여 걱정스레 그의 어깨를 붙들었다.

플레먼의 표정은 미지의 신비에 대한 두려움으로 질려 있었다.

아니, 안면근육이 경직되어 굳었다는 표현이 옳으려나.

어니스트도 대번 무언가가 잘못 되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위험해. 그들이 오고 있어.”


“그들이라뇨? 정부 요원들? 군대? 아니면 헌터들? 무얼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플레먼의 얼굴을 점점 더 파랗게 질렸다.


어니스트, 쥬오디아, 신티는 그제야 자신들의 속에서도 무언가 불쾌감을 감지하고서 반응하는 꿈틀거림이 솟구치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들은 플레먼처럼 확실하게 감지하는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일반인들과는 달랐다.

마치 배가 침몰하기 전에 재앙을 느끼는 선채 내의 쥐들이 된 듯한 감각이었다.


‘소름끼치는 기분이다.’


‘뭐지?’


네 사람은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도 순간 자각하지 못했다.

아니, 그보다는 도망치는 행위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쉬이이이이잉.


예고 없이 하늘 전체가 시커멓게 물들었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얼어붙더니 새하얀 재가 되어 땅 위로 떨어졌다.

정상적인 화학 반응대로라면 눈이 만들어져야 하거늘.

상식을 넘어서는 초상적 현상이 지금 마주친 현실의 비논리성을 증명해주었다.


“그들이 몰려오는 중이야.”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는 플레먼.

어니스트는 도련님이 말한 존재들이 혹 어비씨언들인가 싶어 두려웠다.


그의 예측은 틀렸다.


플레먼이 느낀 그 존재들은 무형의 실체들, 곧 ‘재앙의 확률’들이었다.

유령처럼 형체없는 상태로 존재하다가 마침내 현실 위에 현현된 응결핵들.

곧 헬게이트라는 ‘재앙의 현현체’를 만들어내는 씨앗들이었다.



위이이이이잉.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권역이 한 순간에 흑백 영화처럼 검게 물들었다.

이윽고 맨눈으로 식별하기도 어려울만큼 세계 전체의 해상도가 감소하였다.

모자이크 처리된 영화 속으로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잠시 후, 허공에 여러 기의 검은 연기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구형의 형체를 띤 것으로 보아 헬게이트 같았으나 완벽하게 응집되어 육체를 입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것들의 수효는 얼핏 눈에 들어오는 것만 최소 백 개 이상이었다.



우우우우웅.


사악한 악령마냥 도시를 배회하던 수백 기의 괴이체들이 마침내 각자의 좌표 위에 고정되었다.

그제서야 그것들은 진정한 형체를 입었다.

블랙홀처럼 주변의 빛과 공기와 열기를 빨아들이는 타르 재질의 검은 구체.

순수한 흑체인 그것들은 원근법을 무시한 채 빛의 질서를 붕괴시켰다.


구체들은 세 개의 도시를 빙 에워두르며 거대한 원형 진을 이루어 포위하였다.

보통의 헬게이트들이 자신을 중심점으로 큰 구형의 권역을 생성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하학적 패턴이었다.

도리어 여러 개의 헬게이트들이 하나의 권역의 가장자리들을 둘러싸는 그물망으로 화한 듯했다.


“위급 상황이군.”


베르나르도 중사가 이를 악물었다.

그의 뇌리 속 이터널 셀이 빠른 시뮬레이션 후 계산 결과를 제시했다.


{관측되는 위험도 레벨, 최소 A- ~ 최대 AA로 추정.}


“완성되기 전에 벽을 부순다.”


“오케이.”


베르나르도와 콘스탄틴은 황금빛 창을 뽑아 들고 재빨리 헬게이트들이 만들어낸 진의 가장 약한 부위를 강습했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은 기묘한 암흑의 막에 의해 물리적으로 차단되었다.


피칭.


그들이 찌른 위치가 단숨에 경화되어 미지의 물질로 채워지더니 공격을 가볍게 튕겨내었다.

반사된 충격파에 휘말린 두 사람은 재빨리 후방으로 퇴각하였다.


“설마.”


이어서 펼쳐진 기괴한 풍경은 헌터들의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각각의 헬게이트들로부터 어두침침한 색채의 권역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것들은 구형으로 균등하게 뻗어나가지 않았다.

되려 둥근 풍선을 길쭉한 풍선으로 길게 늘여뜨리듯, 권역은 선형으로 뻗어갔다.

가늘게 압축된 권역들은 서로 서로 만나 헬게이트들을 하나로 엮기 시작했다.

점과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자 흡사 거미줄처럼 생긴 돔이 하늘을 에워둘렀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그물 속에 갇힌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늘만 바라보았다.

보통의 헬게이트 재난 때와는 다른 확연한 미지의 두려움.

코즈믹호러가 그들을 대면하고 있었다.


“여기서 벗어나요, 아저씨.”


은근 유약한 플레먼과 달리 이 상황에서도 강인한 정신력을 유지하는 쥬오디아.

그녀와 그녀의 절친은 리더를 일깨워 냉정한 현실 속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정신을 차린 플레먼. 하지만 뾰족한 타개책이 생긴 건 아니었다.


“소용 없을 거야.”


플레먼은 어떻게든 방벽의 약점을 찾으려 분투하는 헌터들 쪽을 바라보았다.

수십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벽의 분쇄는 이뤄지지 않았다.


“헌터들마저도 갇혔어. 우리 힘으로 탈출 가능한 권역이 아니야. 아니.”


그는 말 한 마디를 정정했다.


“이곳은 권역과는 달라. 권역이라면 저 벽 부분만이 권역이겠지.”


“그게 무슨 말씀이죠?”


어니스트의 질문에 플레먼은 잠시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머뭇거렸다.


“그래, 이건 그보다는 감옥이라는 표현이 맞겟어.”


가느다란 실의 형태로 압축되어 감옥 외곽을 거미줄처럼 에워싼 던전들.

그것들은 이제 줄넘기를 하듯 빠르게 회전하면서 면 전체를 휘감았다.

실과 실들이 중첩되어 공명하더니 이상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윽고 더는 실들이 구분되어 보이지 않게 되었고 거대한 구면이 자리하였다.


“틀려 먹었군.”


상황 파악이 빠른 헌터들은 신속히 단념하였다.

그들은 자신들과 세 도시 전체를 지하와 상공을 가로질러 에워두른 이 구형 장벽이 중급 헌터 수준에서는 깨트릴 수 없는 것임을 파악했다.


“최소한 B+ ~ A랭크의 상급 헌터는 되어야 벽을 뚫을 수 있다.”


콘스탄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하지는 않았다.

생각해보지도 못한 이변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불행 중 다행이 하나 있었다.

헬게이트 수백 기가 만들어낸 권역들은 오로지 저 두터운 구형 벽에만 국한되어 있을뿐, 정작 그것이 두르는 내부에는 권역 침식이 없었다.

즉 빈 공간 내부에서는 어비쓰론의 농도도, 흑파의 밀도도 극히 낮았다.

헬게이트의 모든 생산물과 힘들은 오로지 저 벽들 안에만 밀집되어 있었다.


‘즉, 비록 갇힌 처지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이 당장 몰살될 염려는 적다.’


물론 다크포스의 간접적 영향은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이 감옥 안의 물질들은 서서히 ‘심연독’의 속성을 띠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다.

물도, 흙도, 공기도.

사람의 몸을 제외한 모든 물질이 천천히 그 방향으로 변화하리라.

원래 헬게이트 던전 안에서 사람이 장기간 버티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다.

흑파와 어비쓰론의 영향이 배제되니 던전보다야 낫긴 하겠지만, 갇힌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사흘 안에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다.


‘사흘인가?’


베르나르도는 머릿속으로 외부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그 시간 안에 헌터 협회에서 A급 이상의 헌터를 파견할 것인가?


하지만 벽을 뚫을 수 있는 것과 저 헬게이트들의 연합이 만든 기묘한 진을 소멸시킬 수 있는 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였다.

부분적으로는 부술 수 있더라도 확실하게 퇴치할 수 있겠는가?

헌터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변인지라 고등급 헌터들조차도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해 되려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모든 것을 해결해내는 무적의 헌터라면 모를까.’


문제는 과연 현재 세계 전역에 이 같은 이변이 한 곳에만 국한되었는지였다

유달리 헬게이트 발생력이 낮은 호주에서 느닷없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

과연 유라시아 대륙이나 아프리카 대륙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다려보자.”


평소의 침착함을 되찾은 플레먼이 친구들에게 제안했다.


“우리가 미리 공부해둔 생존 전략, 기억하지? 일단은 어비씨언도 없는 것 같으니 패닉에 빠지지 말고 매뉴얼대로 해보자. 헌터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플레먼은 생각에 잠겼다.

이 이변의 괴이성을 고려했을 때 최소 S 랭크 헌터는 투입되어야 완벽하게 뒤탈이 없는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날 것은 분명하다.

과연 이 한지로 헌터 협회들이 S 랭크 헌터를 파견해줄까?

뉴질랜드 때에는 매우 운 좋게 이례적인 규격외 헌터가 그 자리를 지나갔다.

이번에도 그런 요행을 바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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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8 0 13쪽
53 조우 24.08.25 8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8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9 0 11쪽
49 이변 (2) 24.08.12 8 0 13쪽
» 이변 (1) 24.08.10 9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9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10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4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1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3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3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2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3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2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2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2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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