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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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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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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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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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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이도 미션

DUMMY




개인 소유 첨단 공방에서 휘파람을 불며 작업에 전념하는 라이텔바흐.


오늘에서야 완성된 최첨단 헌터용 병기 여럿이 공방에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 SSS급 병기들은 10개 이상, SS급들은 50개 이상이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헌터가 생산 가능한 상한치는 S급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비공식 전력인 라이텔바흐를 제외한 이야기다.


SSS급은 그 혼자만의 개인 소유물이 될 것이다.

SS급은 동료 길드장들이나 총회장, 당회장, 협회장들에게 선물될 예정이다.

친분으로 확실하게 구속해두는 편이 좋으니까.


그리고 100기 이상의 S급 병기들은 거래 및 수출용.

상위급 헌터들에게 판매하면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수익을 받아낼 수 있다.

세계 정부 측에 수출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그들의 목줄과 통제 아래 있는 번견 헌터들의 전력을 강화해서 헌터 협회들과의 밸런스를 맞추려면 그들도 제공할 무기가 필요할 테니까.


‘우리를 대체할 헬게이트에 대한 통제력을 얻고 싶어서 안달이겠지.’


뭐, 저들이 알량한 수를 쓰며 날뛰어봐야 손바닥 안.

판매의 대가로 천문학적인 금액에 더해 제도적 법적 유익을 확실히 뜯어내리라.


한편, 라이텔바흐는 작업실에 진열된 흑백 사진들로 눈을 돌렸다.

새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해 만든 수제 사진들.

바쁜 일정 때문에 작업은 단순 작업용 로봇들에게 시키긴 했다.

그래도 그런 것치고는 그런대로 정성과 손맛이 훌륭히 깃들었다.

삭막한 인생길의 갈증을 축여주는 오아시스와 같은,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재미를 하나 발견한 기분이었다.


최근 라이텔바흐는 친구가 오래 전 출간한 수필집과 시, 소설책 등을 중고로 구매한 뒤 이 사진들을 적절한 위치에 오려붙여 일종의 수동 일러스트를 만드는 일을 취미로 즐기는 중이었다.


‘작가라더니 확실히 사진을 포착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는 듯하군, 그 친구.’


단순하게 보기 좋아보이는 풍경만 담은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염두에 두고 최적의 순간들만을 포착해둔 것 같았다.

극작품도 몇 개 만들었다더니, 과연 영화 감독을 해도 손색없을 듯한 재주였다.


‘교양이라는 요소도 삶의 일부로서 끼워넣기에 불편하지는 않군.’


싸움과 전투, 실용적 지식, 경영, 거래, 정치, 연구와 공학에만 함몰되었던 자신.

매일 보고 듣는 것이 헬게이트, 정치판, 차가운 공방뿐이었던 눈과 귀.

사막과도 같았던 그 메마른 인생에 생명력 강한 들꽃 하나가 심긴 기분이었다.


‘사진도, 글도, 심지어 음악까지, 나랑 달리 마음이 풍요로운 친구로군.’


작업실에 걸린 구식 오디오에서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친구가 작곡했다던 피아노 현악 합주곡이었다.

현대적 분위기와 고전적 감각이 잘 어우러져서인지 세련되면서도 고풍스러웠다.

그리 히트를 친 곡은 아니라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혼자서만 그 맛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때였다.


“라이텔바흐 벤 키르헤른스트 길드장.”


비밀 통신 장비를 통해 북아메리카 헌터 총회의 총회장 측에서 연락이 왔다.

보통은 길드장급에게 총회장 측에서 직접 연락해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 길드장이 이례적인 와일드카드이자 이레귤러인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지만.


“무슨 일이십니까, 레널드 총회장.”


“델타 수장님께서 자네에게 친히 부탁드리려는 임무가 있다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이들은 초기 헬게이트 사태를 진압하고 세계를 구해낸 4대 영웅이다.

현재는 50대 ~ 60대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은 젊고 강력한 육신과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SSS 랭크 헌터로 지금이나 그때나 헌터 세계의 최정상이다.

아울러 세계 정부와 헌터 세계의 연결점이요, 정상 회담의 핵심 주역들이었다.


“델타께서?”


“그래, 자네를 아들처럼 아끼시는 분이잖는가. 정중히 부탁에 응해주게.”


라이텔바흐는 잠시 침묵한 이후 응답했다.


“알겠습니다, 총회장님.”




*



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헌터들을 총괄하는 뉴욕 시의 커맨드 센터,

웅장한 건물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라이텔바흐.

그의 명성을 아는 모든 관리인들은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경례하였다.


‘직접 부르시는 건 오랜만이군.’


수장 집무실 앞에 당도한 라이텔바흐는 노크 후 문을 열었다.


“어서 오게나, 키르헤른스트 군.”


“무탈히 잘 지내셨습니까, 델타 수장님.”


라이텔바흐는 회색 머리의 사내 앞에서 목례로 군인답게 예를 표했다.


“자네 덕분에 일도 잘 풀리고 있네.”


“다행입니다.”


4대 수장 모두가 라이텔바흐를 인정하고 신임하는 것은 사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두가 감정적으로 호의적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가 차기 헌터계의 지도자임을 알기에 시기하거나 경계하는 이도 있었다.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그가 젊은 혈기에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활동한다고 우려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델타만은 예외였다.

올해로 실제 나이는 60세이지만 얼굴의 액면가와 육체적인 질은 30대 중후반에 해당하는 백전노장.

그는 라이텔바흐를 단순히 신임하는 정도를 넘어 친아들처럼 여겼다.

그랬기에 그가 내미는 제안과 의견은 웬만해서는 거의 받아주었고 지지해주었다.

실제로 그 지지는 지극히 옳은 결정이었음이 매번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라이텔바흐가 제안한 정치적 의견은 항상 헌터들의 승승장구와 세계 정부의 약체화를 성공적으로 가져다주었다.

경제적인 유익 창출과 헌터 업계의 전반적인 강화는 말할 것도 없었고.


“이번에 제가 드린 제안서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네. 자네가 제시한 열 개의 거래안, 모없이 훌륭했다네.”


“하지만 그것을 끝내 세계 정부가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넣어주신 것은 수장님의 공로였습니다.”


“우리 같은 늙은이는 젊은이의 비전을 지원하고 후원하기라도 해야지.”


훈훈한 대화와 악수가 오갔다.


“그 거래에 성공한 덕분에 세계 정부의 통신 네트워크 장악과 개인 감시 시스템이 많이 약화되었습니다. 이제 더 시민들은 자유로이, 편리하게 사상과 행동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에게도, 헌터들에게도 선한 방향의 결과를 낳겠지.”


무소불위의 세계 정부로 하여금 이같이 억지로 손해보는 거래를 울며겨자먹기로 받아들이게끔 강제할 수 있는 영향력.

헌터 총회 연합의 권력, 정치력, 자금력, 정보력이 뛰어난 덕도 있지만, 그보다는 헌터라는 집단의 특수성이 가진 이점 덕이 컸다.

그들이 손을 놓으면 헬게이트를 막아낼 방법이 없다시피 한다.

더욱이 그들은 선택적으로 헬게이트를 솎아내는 영악한 집단.

헌터들이 작정하고 은밀하게 합법적인 계략을 획책하면 세계 정부로서는 자칫하면 손발을 결박당한 채 눈, 코, 귀를 베임 당하는 격이 될 수도 있었다.

이미 지난 23년 간 이러한 반격과 골탕먹임을 몇 번 당해봤기에 정부.

그래서 지금은 웬만해서는 협상에서 꼬리를 내려주는 추세였다.



“자네 보고서에 있는 남은 미해결 프로젝트들도 곧 실행으로 옮길 생각이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저를 오늘 부르신 이유는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만.”


델타는 너털웃음과 함께 라이텔바흐의 넓은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최근에 바쁜 일들은 없나?”


“급한 일들을 거의 정리되었습니다. 개인 연구 프로젝트들과 사업적 거래가 몇몇 있긴 합니다만, 일사천리로 흐르고 있으니 여유롭게 진행되어도 됩니다.”


“잘 됐군. 어려운 일들 있으면 내가 지원해주겠네. 대신 임무 하나만 좀 맡겨도 되겠나?”


“헬게이트 공략입니까?”


“그렇다네.”


보통 헬게이트 공략과 관련해서 라이텔바흐의 역할은 구원 투수.

귀중하여 손실되어서는 안 될 헌터 전력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또는 시민들의 피해와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신속하게 공략하기 위해,

혹은 단 시간에 해당 배치 전력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투입되는 존재가 바로 그이다.


일반적으로는 협회장 차원에서 서면으로 그에게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수장이 직접 불러낸다?

그것도 다른 복잡한 정치, 경영, 산업 관련 논의도 아니고, 일개 헬게이트 공략 관련 임무를 논한다?

일반적인 경우의 수는 아니었다.


“SSS급 헬게이트입니까?”


“정답일세.”


“제 계측과 예보에 의하면 최근에 새로이 발생할 것으로 추측되던 요인은 없었으니, 기존에 봉인되었던 것이겠군요. 구(舊) 메인(Maine) 주(州)의 던전입니까?”


“그렇네.”


“최근 동향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부활했군요.”


메인 주의 던전.

세계 전체를 통틀어 지금까지 등장한 전례가 단 둘뿐인 SSS급 던전 중 하나.

그 중 하나는 3년 전에 라이텔바흐를 필두로 최상위 헌터들의 공략으로 인해 완전히 제거되었다.

반면에, 20년 전에 나타나던 메인 주의 헬게이트는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채 지하에 봉인되었다.

너무도 강력한 탓에 뿌리 뽑지 못했던 것이다.

해당 헬게이트는 꾸준히 힘을 회복하며 권역을 넓혀 나갔고 끝내는 메인 주 전체의 지하와 지상을 침식하기에 이르렀다.

봉인이 거의 깨어질 지경에 다다랐기에 더는 좌시할 수 없게 되었다.


“20년 전 그날, 내가 직접 지금의 총회장인 7인의 최상위 헌터들 일곱과 지금의 당회장인 헌터 40명을 대동하여 그 헬게이트를 공략했지. 그 이하 헌터들은 안에서 생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에 데려가지도 못했다네.”


“그런 전력을 쏟아붓고도 끝내 없애지 못했군요.”


“인세지옥(人世地獄)이었지. 그때 못 막았으면 아마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침식했을 걸세. 그러면 태평양과 대서양 전체가 어비쓰론으로 오염되었을 테고 인류 멸종도 과장이 아니었겠지.”


옛날 영웅담이나 늘여놓으려는 의도가 결코 아니었다.

라이텔바흐를 아끼는 마음에서 주는 충고와 권고.


“한 달 전 시점, 그것이 90% 이상의 기능을 회복했다네. 지금은 그 이상이겠지. 게다가 SS급 헬게이트 다섯이 추가로 출현하여 메인 주의 헬게이트와 권역을 통합하였네.”


“헬게이트 간의 권역 통합이야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지만, 무려 SSS 랭크 하나에 SS 다섯이라, 이례적이군요. 시너지를 고려하면 난이도는 과거의 열 배 이상이라 봐도 무방하겠습니다.”


“다행히 우리의 전력 또한 증강되었지. 자네 같은 히든카드도 있고 말야.”


천하의 라이텔바흐도 긴장이 들긴 한 것인지 표정이 굳었다.


“미안하지만, 그 던전만은 세계 정부와의 거래 수단이 될 수 없네. 이건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지. 즉 어떤 대가와도 상관없이 우리 스스로 자발적으로 해결해야 하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리고 아까운 헌터 전력을 잃을 수도 없다네. SS 랭크 미만은 그 던전 안에서 생존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해. 어비씨언이 아니라 고농도 흑파와 어비쓰론, 그리고 사상 유례없는 고품질의 다크포스 때문에 말일세.”


다시 말해서 전력을 아끼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최강의 카드를 써야 한다.


“자네가 선두에 나서게.”


“그럴 수밖에 없겠군요. 헌터 전력을 잃지 않으려면.”


“내 자네에게만은 항상 부드럽게 부탁하고 싶지만, 이번 만은 예외로 삼겠네. 명령이네. 메인 주 헬게이트를 원천적으로 박멸하게나.”


라이텔바흐의 결연한 표정에는 긴장은 담겼으나 두려움은 들어있지 않았다.


“최소 보조 인력 5인만 마련해주시죠. SSS 랭크들로만요. 이왕이면 제가 지목한 전력들을 부탁드립니다. 저보다 상급자를 배치해주셔도 괜찮지만 대신 던전 공략 한정으로 지휘 계통을 확실히 하여 제게 지휘권을 위임하셨으면 합니다.”


“물론이지. 내 공식 권한을 사용하여 확실하게 해두겠네.”


그러자 곧 젊은 헌터의 잘생긴 얼굴 위로 자신감과 자긍심이 드러났다.


“사흘. 내일부터 작전 개시하여 사흘 안에 정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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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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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대와 불안 NEW 15시간 전 1 0 14쪽
56 제안 24.09.03 4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5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6 0 13쪽
53 조우 24.08.25 7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8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8 0 11쪽
49 이변 (2) 24.08.12 7 0 13쪽
48 이변 (1) 24.08.10 7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8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9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2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1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2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3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1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3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1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0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1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1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11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12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1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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