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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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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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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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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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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던전 5층 (3)

DUMMY

*



포화(砲火)의 난무.

잔인무도한 여왕의 발톱.

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순수하게 과장 빼놓고 헌터 전력 백억을 투입해도 감당하기 힘든 섬뜩한 칼춤이 시시각각 라이텔바흐의 목을 조여왔다.


“혁명적인 발상이군, 헬게이트 십만 기의 초전자 합체란 건.”


덧셈이 아닌 곱셈을 넘어 지수승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합체였다.


그나마 이 제한된 영역에서만 사용 가능한 전술이라는 점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구동 방식을 감찰해본 결과, 저 융합 상태를 안정화시키려면 반드시 다른 헬게이트들이 펼친 권역이 필요하다.’


무려 십만 개를 화합시키려면 최소한 SSS 랭크 헬게이트가 펼친 필드는 되어야 겨우 유지가 가능하리라.

어쩌면 그걸로도 부족하기에 SS급 헬게이트를 다섯이나 더한 것인지도 모르지.


‘하지만 저 녀석들이 확립해놓은 저 전술이 일부라도 데이터화되어 바깥으로 유출되면 모방 범죄를 시도하는 헬게이트들이 출현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라 해도 아마 다른 곳에서는 기껏 열 개 미만의 중급 헬게이트가 합쳐지는 것이 전부이리라.

그 이상은 불안정성을 견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정도의 소수 결합만으로도 길드장 레벨 미만의 헌터에게는 위험하다.

이 자리에서 반드시 모조리 소거하여 데이터를 박멸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두미아, 타이레, 바블로니아 셋 모두 상급 이상의 헬게이트를 무려 열 개 이상 장착하고 있다.’


십만 개 중 열 개 정도만이 상급이라고 안심할 계재가 아니었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였다.


보통 헬게이트의 규모를 대형, 중형, 소형으로 분류한다면, 헬게이트의 종합적인 난이도를 나눌 때는 크게 상급, 중급, 하급으로 나눈다.

상급이란 알파벳으로 환산하면 S 랭크부터 A- 까지를 말한다.

그리고 중급은 B+ 랭크부터 D- 랭크까지를 지칭한다.

하급은 E 랭크와 F 랭크 이하를 포함한다.

S+ 이상은 넓은 의미에서는 상급에 포함되기는 하나 보통은 상급에 뭉뚱그러 넣지는 않고 따로 집어내어 알파벳으로 난이도를 표현한다.


문제는 B+ 랭크부터는 등급이 오를 때마다 헬게이트의 에너지가 잠재력, 발현량, 질적 수준 모두에 있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위험물이 열이나 더해진다는 것은 중급 백만 개가 합쳐지는 것 이상으로 치명적이다.


‘본 실력을 사용해야겠군.’


라이텔바흐는 간헐적으로만 썼던 힘을 수면 위로 꺼냈다.

곧 흑파를 뒤집어냄으로써 자신이 생성해낸 ‘역 주파수의 파동’.

그와 그의 동료들이 ‘백색파동(白色波動)’이라 칭하는 권능이었다.


이제까지는 아주 가끔씩만, 그것도 미량만 꺼내어 다른 힘에 섞어 사용했다.

그것만으로도 모든 종류의 흑파 계열 공격을 무력화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백색파동을 대량으로, 초고밀도로 방출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그리고 그 단계를 넘어서 백색파동의 ‘프리즘 분해’까지 시행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악시오스 협회장님, 메넬라오스 협회장님, 헬리오투스 협회장님, 테무친 길드장, 에커먼 플루타르크 총회장님, 모두 알아서들 잘 몸을 사리시길.”


어떤 분이 아래로 내려오셨고 어떤 분이 대기하셨는지는 보지 못했다.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항이다.

어차피 이제 곧 1층부터 5층까지 전체가 휘말리게 될테니까.


-어리석구나, 네 능력으로는 우리를 이길 수 없다.


라이텔바흐 주변에 다량의 유사 포탈이 생성되었다.

심지어 어떤 것은 그의 몸과 아머 사이에, 그의 맨살 위에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예 그의 위장관과 비뇨계와 호흡기 상피 위에 생성된 포탈들도 있었다.

목숨을 도마 위에 올려놓은 상태.

즉각 그를 향해 무수한 흑파-어비쓰론 압축빔과 악의 손길이 난무했다.


지이이이이이잉.


그러나 다음 순간 라이텔바흐는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의 몸 속은 물론이거니와 피부도, 솜털 하나도, 상피 세포 하나도, 그의 옷조차도 훼손되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옷은 일부 훼손이 일어났다.

세 여왕의 공격에 의해서가 아니라 라이텔바흐 자기 자신의 힘에 의해서.


“유희는 이만 종료하지.”


백색파동이 그의 몸에서 분출되었다.

소량으로도 흑파의 흐름을 어지럽혀 권역 전체를 위협하는 것이 가능한 힘.

그런 위협적인 기괴한 힘이 폭포수처럼 흘렀다.

그리고 마치 불이 바람을 삼키듯 흑파들을 먹어치우며 엄청나게 양이 불어났다.


-이 힘은?


-위험하다.


그 직후 백색파동은 무지개처럼 찬란한 빛으로 나뉘어져 원심분리되었다.

나뉜 색채 하나하나는 각기 다른 무게중심에 수렴하여 압축되었다.

순수하게 정제된 빛의 압축체는 점점 그 채도와 농도를 높여나갔다.

아울러 흑파들까지 빨려들어가 불을 더욱 거세게 피우는 연료 노릇을 하였다.


“어차피 너희도, 이곳의 다른 모든 헬게이트들도 소멸시켜야 하는 마당이니 아낄 필요는 없겠지.”


극한의 두려움을 느낀 데 대한 반응일까?

다시 한 번 무수한 개수의 팔들이 그를 허공에서 직격했다.

그러나 그 팔들은 라이텔바흐의 몸에 닿는 순간 녹아내렸다.

그의 몸은 물론 털끝마저 단 1cm만큼도 밀려나게 하지 못한 채로.


“에너지의 양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상성이 절대적이거든.”


라이텔바흐는 냉정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허공 위에 그었다.

몇 초 후 5층 구각을 반으로 나누는 거대한 선이 그어졌다.

엄청난 양의 섬광이 선에서 피어나더니 그대로 구각이 양단되었다.

수만 개의 헬게이트가 일격에 태워져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그리고 흑파를 잡아먹는 속성을 지닌 한 에너지량마저도 이쪽이 우위이지.”


당황한 여왕들은 에너지를 최대로 높여 지옥의 포격을 쏟아내었다.

이제는 헤아리기도 힘든 개수의 포탈들이 5층 공간을 메웠다.

각각의 포탈은 고도로 압축된 빔을 난사하였다.

모든 빔의 위력이 이제껏 쏟은 공격을 상회하는 강도였다.

효력 발생 범위가 이곳 5층으로 제한되지 않았다면 던전 전체를 무너뜨릴 위력.

만약에 그 범위가 무제한으로 늘어났다면 행성 멸망도 충분히 가능했으리라.


하지만 백색파동을 프리즘 분해하여 생성한 힘이 그 모두를 상쇄시켰다.

힘으로 짓누르거나 맞받아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소멸시키는 식이었다.


“너희로는 내게 해를 끼치지 못해.”


그의 주먹이 허공을 강타했다.

일순간 공간 전체가 한꺼번에 타격을 맞은 듯 백색 섬광에 휘말렸다.

이두미아가 만들어놓은 포탈들을 역이용하여 타격을 편재하게 전파한 것이었다.

다시금 수백만의 헬게이트들이 무력하게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때마다 타이레의 결계로 인해 타격이 몸에 흘러들어갔으나 개의치 않았다.

이 정도의 데미지 쯤은 그에게 하루밤 간식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게 충분한 고통을 주지도 못하지.”


라이텔바흐의 손날이 다시 한 번 허공을 직격했다.

이번에도 굳이 여왕들을 맞추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저들이 만들어놓은 편재의 질서를 역이용하면 그만이었다.


-끄아아아아악!


세 여왕의 몸통이 사분(四分)되었다.

그들은 즉각 재생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라이텔바흐는 그러건 말건 팔분(八分)하고 십육등분하였다.

그 다음에는 128등분, 1024등분, 마치 세포를 이분법으로 나누듯 거듭 쪼갰다.


“나는 태어나서부터 서른살까지 매일, 매 시간, 매초마다 인체실험과 고문을 당하면서 살아왔다. 네놈들이 주는 가찮은 고통은 우스운 애들 장난일 뿐이야.”


잘게 나눠진 끝에 마침내 십만 개 헬게이트가 모두 해체된 상태가 된 여왕들.

그들은 발악하며 집요한 악의를 이끌어내어 다시금 몸을 재생시켰다.

훼손된 헬게이트들을 대체하기 위해 주변의 다른 헬게이트들도 끌어들였다.

조잡하게나마 다시 재생해내자 훨씬 더 흉악하고 기괴한 기형체가 되었다.


“참 추하군. 하지만 역시나 그자들 마음의 추악함에는 미치지 못해. 확실하게 악마가 되지도 못한 어설프고 비련한 미물들.”


헌터들의 왕.

모든 헌터들의 기원이자 정점.


난세의 천재인 사내는 자신이 학습한 무술을 총동원하여 난타극을 선사했다.


-끼아아아아악!

-끄에에에에엑!

-꺄아아아악!


그리고 힘들이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 압축되자 이변이 벌어졌다.

프리즘으로 분리된 모든 백색파동이 다중 공명을 유발하며 중첩되었다.

분리 단계에서 위력이 늘었는데 질서 정연한 공명을 통해 더욱 위력이 늘었다.

엔트로피가 충분히 감소한 덕에 그 파괴력은 곱절이 되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촤아아아아악.


대파멸의 폭풍이 5층 전체를 집어삼켰다.

그 어떤 것도 파괴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여진(餘震)은 상공으로 상승하여 4층을 침식하였다.


“위험하네.”


“다들 안전 태세를!”


“웨폰박스와 샘플박스를 배리어로 보호하게.”


함몰의 현장 속에서 네 명의 최상위 헌터들은 방어구와 안티-게이팅 파워를 동원하여 스스로를 방어해내었다.

다행히도 라이텔바흐가 만들어낸 힘의 원천은 안티-게이팅 파워이기에 헌터들의 몸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만 무기들이나 귀중한 박스들이 손상을 입을 위험은 있기에 따로 보호할 필요가 있었다.


“이게 바로 백색파동인가?”


“라이텔바흐 길드장을 제외하고는 시현에 성공하지 못한 힘.”


“대량 생산도 모자라 원심분리와 재공명이라고?”


협회장들은 경탄과 황홀감에 찬 눈으로 절경을 목도하였다.


그 와중에도 공명되어 강력해진 백색파동의 힘은 360도 사방을 에워두르며 상부를 향해 치솟았다.

3층도, 2층도 집어삼킨 뒤, 끝으로는 1층에까지 닿았다.

거리로 인해 1층은 부서지기만 했을 뿐 일부는 형태가 남았지만 나머지 층은 사실상 분해되어 바위들의 잔해가 되었다.

4층도 테무친과 협회장들이 안티-게이팅 파워로 에워두른 박스 쪽을 제외하고는 원형의 모양도 남지 않고 박살나다시피 했다.

당연히 재생력은 영구적으로 상실되었다.


“5층은?”


“허허, 정리된 것 같군.”


에커먼 중장이 혀를 끌끌 차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저쪽은 아예 소멸을 넘어 흑파와 다크포스까지 공멸되다시피 했군.”


격하게 타오르는 흰 화염만이 보이는 현장.

6층을 에워두르던 검은 색 구 껍질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오롯이 백염의 고리만이 존재했다.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총 1억기의 독립형 헬게이트들도, 그 편린이나 씨앗도, 물질도, 세 여왕도.


“헉! 헉!”


모든 독립형 헬게이트의 결계들을 지체없이 부숴버린 라이텔바흐.

그로 인하여 상당한 충격이 그의 몸에 축적된 상태였다.

더욱이 능력을 지나치게 쥐어짜낸 탓에 피로도 또한 상당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쉴 수 없었다.


‘체력과 저장 에너지를 반 이상 소진했다.

이제부터는 메인 헬게이트들을 부수어야 하니 힘을 아껴야 해.’


그의 아머는 70% 이상 소멸되었다.

헬게이트의 힘으로 인한 손상은 0.000001% 미만, 나머지는 본인의 힘 때문.

두터웠던 갑주는 어느 덧 상당히 얇아진 상태였다.

매우 드문 드문하게 얼굴이나 팔 쪽에는 맨살 또한 드러났다.


‘다행히 6층 공간의 어비쓰론, 흑파 농도는 방금 공격으로 감소시켜뒀다. 그러니 당장 맨살에 닿는 것들이 있다고 해도 위해는 적겠지.’


문제는 6층을 뚫고 난 이후이리라.

직전에 3층에서 4층으로 내려갈 때에도 농도 증량이 상당했었지만, 아마 6층에서 최심부로 들어갈 때의 변화율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할 것이다.

조금 전 공격으로 농도를 줄여놓기 이전의 6층의 암흑 농도의 적어도 백만 배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되었고 이마저도 희망적인 수치였다.


‘내 힘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겠지만, 동시에 신체적 위해도 증가하겠지. 아머가 온존된 상태라면 모를까, 지금은 꽤 위험해. 게다가 이미 몸에 데미지와 피로도 잔뜩 쌓인 이 상태로는 싸워서 이겨도 후유증이 남는다.’


다행히 일차적인 위협 요소였던 독립 헬게이트들은 모두 제거했다.

그러나 라이텔바흐는 애매한 성과 정도로 만족할 사나이가 아니었다.

원흉인 심장부의 헬게이트를 송두리째 삭제하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앙.


그대로 고속 강하한 그는 정권을 내질렀다.

강하로 인한 중력, 안티-게이팅 파워, 백색파동을 손 끝에 압축한 채로.

흑재규어의 진노의 주먹이 공간을 가르고 6층 구각에 정면으로 내리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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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대와 불안 NEW 15시간 전 1 0 14쪽
56 제안 24.09.03 4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5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6 0 13쪽
53 조우 24.08.25 7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8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8 0 11쪽
49 이변 (2) 24.08.12 7 0 13쪽
48 이변 (1) 24.08.10 7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8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9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1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0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2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2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0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2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0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0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1 0 13쪽
»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1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11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12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1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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