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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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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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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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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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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부군 대 헌터군 (2)

DUMMY


*



열 명의 길드장, 그리고 그들의 크루 멤버까지 포함하여 총 사십 명.

하나같이 일류 헌터들로 구성된 군단이 각자의 무장을 갖춘 채 대열을 이뤘다.


“일개 사병 따위가 감히!”


일부 장교들이 분개하였으나 진짜 거물급들은 도리어 긴장하였다.


“제압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것은 좀 어렵겠군.”


부관들은 지휘관들이 갑자기 과도하게 신중함을 보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수적으로는 압도하는 상황 아닌가?


더욱이 저들의 무기는 어디까지나 헌터 웨폰이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무기 중 가장 정교하고 고차원적인 기술력을 요하는 진품들이라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모든 부품과 기전이 안티-게이팅 에너지와 연계되어 작동하는 물건 말이다.


던전 안에서는 헬게이트의 침식 작용으로 인해 모든 종류의 첨단 기술의 산물이 기능을 잃는다.

그러므로 헌터들이 그 안에서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장비, 아머나 헌터 웨폰은 물론이고 보조 장비, 드론, 통신 시설, 생명 유지 장치, 웨폰박스도 필시 안티-게이팅 에너지 기반 기계로 설계되어야 한다.

아주 미세한 전선이나 부품 하나까지도 일일이 그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

블랙스미스들이 헌터 전력 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달리 말하면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게 만들어진 헌터 웨폰은 그 특성 상 안티-게이팅 에너지와의 연계에 모든 저력이 집중되어 있는 물건이다.

아무리 고성능의 진품이라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상대적으로 타 기능의 투입은 덜 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일반 무기로서의 능력은 그 생산 비용과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일반이다.

다시 말해서 헬게이트의 영향력이 존재하지 않으며 안티-게이팅 파워의 유용성이 사실상 없는 일반 물리계 안에서는 기능의 상당 부분이 무익해지거나 효과 크기가 반감된다.


무기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안티-게이팅 파워가 물리계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지 헬게이트 밖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기동 또한 일정 부분 가능하다.

그럼에도 헬게이트의 산물들과 작용 및 반작용을 통해 파괴 효과를 일으키는 헌터 웨폰의 특성상 비용에 비하면 애물단지로 바뀌는 신세는 면하지 못한다.

예컨대 던전 안에서는 수천의 어비씨언들을 단 칼에 베어내는 명검이 바깥 세계에서는 그저 일반 레이저 기반 블레이드와 다를 바가 없어진다.


이러한 배경 지식을 알기에 군인들은 헌터의 무기를 그리 두려워하지 않았다.

개개의 헌터야 특수병들보다 강하다지만, 숫자와 물량 앞에 장사 없다지 않은가.

더욱이 상성면에서 우위에 있다면 더더욱 무서울 것 없었다.


이것이 바로 기존 상식.

그러나 시세에 영민한 지휘관들은 작금 상황이 그리 단순한 논리로 돌아가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헌터들이 어디 보통 영악한 자들이던가.

고작 이십 년 조금 넘는 짧은 시간 안에 큰 세력으로 불어날 만큼 교활하고 치밀한 정치꾼들이 바로 헌터들이다.

유사 군인인 동시에 자경단이며 정계, 재계, 산업계, 문화계, 학계까지 장악해버린 괴물들,

그런 그들이 그간 ‘인류를 헬게이트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라는 명목 아래 정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권한과 유익들을 뜯어갔던가.

그 탈취를 바탕으로 자기들만의 세력을 불린 후 독자적인 민간 산업 체계까지도 확립하여 키워나갔지.

현재는 군수 산업은 물론이고 그것을 출발점으로 각종 다른 민간 산업에까지 손을 뻗쳐 거대한 복합 재벌들로 불어난 자들이 바로 헌터들이었다.


이미 그들은 그 이점을 활용하여 자신들의 무력과 사병 세력을 강화했다.

법적으로는 헌터가 소유할 수 있는 무기는 오로지 헌터 웨폰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줄은 이미 유명무실한 허울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대체 어느 누가 ‘헌터 웨폰’과 ‘비 헌터웨폰’의 경계선을 정의할 수 있겠는가.

예컨대 적당히 물리적인 기능에 더불어 헬게이트 제압력을 복합해넣는다면 쉽게 헌터웨폰의 카테고리 안에 집어넣을 수 있겠지.

이런 저런 이유로 규제를 하려고 시도하더라도 헌터들은 헬게이트 관련 지식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정보 우위에 있으므로 소용이 없다.

그들이 ‘이러한 무기 설계가 반드시 이번 헬게이트 공략을 위해 필수적이다’ 라고 주장해버리면 정부나 민간 세계 입장에서는 반론할 방도가 없었다.


최근 헌터 가운데 ‘헌터 웨폰’이라는 명목만 달고 있는, 사실상의 일반 군대 대적용 병기들을 생산해내는 자들이 부지기수로 늘었다.

근래에 얻은 재력, 인맥, 정보력, 기술력에 더해 헌터 특유의 탁월한 두뇌가 더해지자 이 무기들은 놀라우리만큼 위협적인 도구가 되었다.

물량으로는 밀릴 지언정 소수의 ‘렐릭 병기’로서는 성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였고 일개 세계 정부군의 기술력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었다.



상대 측의 주춤함을 알아차린 헌터들은 선제로 공격에 나섰다.

길드장들은 드론에 내장된 소형 단말기 형태의 병기들을 가동하였다.

먼저는 정보전과 해킹전이었다.

세계 정부 측 드론들은 곧바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기능 일부를 봉인당했다.

전자전(電子戰)이야말로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고도화된 지금은 전쟁의 꽃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온갖 프로그램들과 컴퓨터 바이러스들이 양방을 향해 투사되었다.

복잡다단한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응용한 간섭 프로세스도 이뤄졌다.

전자 세계와 양자 세계의 충돌은 사방으로 마수를 뻗쳤고 이내 로봇, 드론, 전투기, 모함, 공중 비행선은 물론 사병들의 무전기와 블래스터 등도 침식하였다.

섬세한 기술력에서 밀리는 이상, 장기적인 기계 전자전은 세계 정부군 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 자명했다.


“단일 유닛들이 군단의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킨다고?”


항공모함과 전투기들과 비행선들에서 대기 중이던 군대는 크게 당황하였다.

뛰어난 해커 만 명을 투입한다고 해도 저렇게 정교하게 파고들진 못할 터인데.

이것은 해킹용 장비의 기술력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운용자의 실력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저곳에 있는 대령급 헌터들이 전부 최상위 해커 이상의 실력을 지녔단 말인가.

저들의 주 전공이 다른 분야라는 점을 생각할 때 공포스러움이 느껴졌다.


이어서 길드장들은 몇몇 무기를 동원하여 사거리 내에 라이텔바흐를 둘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및 원격 공격 유닛들을 격추하였다.

강력한 EMP 공격 및 전자기장 공격이 상당수의 위험 유닛을 무력화하였다.


그 다음으로는 정교한 사격이 따랐다.

라이텔바흐를 포위했던 보병들의 상당수가 그 공격에 휘말렸다.

탄환은 그들의 몸은 해하지 않은 채 슈트만을 가격했다.

일반 물리 탄환이 아닌 마비용 전자기장 발생 진동탄이었다.

그것에서 발생한 강력한 전기장이 일순간 군인들의 팔을 마비시켜 무기를 떨어트리게 하였다.


이후로는 겁주기 용도의 플라즈마 캐논 발사가 시전되었다.

역시 직접적 인명 피해를 주지는 않았으나 적과 아군 사이에 거대한 크레이트를 만들어냄으로써 공포감을 유발하였다.

한 길드장은 일대 다수 공격에 특화된 빔으로 무인 드론 다수를 일거에 파괴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전력이 충분히 위협적임을 알려 경고하였다.



“보스, 괜찮으십니까?”


잠시 군대가 전열을 잃고 혼란에 빠진 틈에 다수의 헌터 무리가 합류했다.

일부는 에어바이트를 타고, 일부는 에어바이크에 연결된 긴 줄을 붙잡고 왔다.

모래 크레이트 안에 들어온 그들은 재빨리 다툼의 각축장 한복판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라이텔바흐 근처를 빙 둘러 원형진을 이룸으로써 우두머리를 엄호했다.


“늦지 않게 와줬군.”


이들 백여 명은 라이텔바흐가 지휘하는 ‘기디오닉 토르치’ 길드의 대원들이었다.

원칙적으로 길드장급이 다스리는 헌터들의 숫자는 약 300명을 약간 초과한다.

라이텔바흐의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그중 백 명씩이나 한꺼번에 호출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려 길드장이 위기에 빠졌으니 어쩌겠는가.


“상처가 심하군요. 어서 응급 치료를!”


“가까이 다가오지 마라.”


라이텔바흐는 일부러 거리를 둔 채 자신의 길드원들에게 간격을 벌릴 것을 부탁했다.


“지금 내 몸에 박힌 이 이상한 물질로 된 침형 탄환들, 헌터 제압에 특화된 병기야. 과학자들이 내 몸을 오랜 기간 실험하는 과정에서 창작해냈지. 안티-게이팅 파워를 소유한 인간들에게 치명적이야. 능력의 생산력과 재생력을 크게 낮추는 것은 물론 몸 자체에도 지속적인 독성 효과를 준다.”


어찌나 강한지 라이텔바흐가 아닌 다른 헌터라면 이 물질을 손에 대는 것만으로도 안티-게이팅 파워의 대부분을 잃을 수 있다나.

심지어 장갑과 같은 타 매체를 경유해서 간접적으로 만져도 그렇다.


“일단 너희는 근처에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이니 거리를 벌려라.”


“하지만 보스께서 부상 당했는데······.”


“아직은 견딜 만해. 지금 사태가 좀 정리되면 내가 직접 탄환들을 뽑아내지. 다른 사람이 손대면 피해도 피해지만, 자칫 부러질 위험이 있어. 나의 초정밀 감각을 통해서만 부러져 몸 내부에 박히는 부위 없이 제거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라이텔바흐는 모포를 덮는 것도 일단은 거절했다.

부러지기 쉬운 침들이 박힌 상태로 다른 물체가 닿으면 영구적으로 몸에 침들의 파편이 남게 될테니까.

고통스러운 일곱 개의 총상에서 피를 흘리면서 벌거벗은 채로 전신에 수백 개의 침을 찔린 몰골로 이 수욕을 감내해야 하는 게 곤혹스럽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어쨌건 기디오닉 토르치 길드원 헌터들은 두목과 5m 정도 간격을 두고 진을 촘촘히 유지한 뒤 사방을 감시하며 경계하였다.

그들의 눈은 하나 같이 맹렬한 증오심과 혐오감으로 불타고 있었다.



이윽고 물밑에서 피 흘림만 없이 치열하게 진행되던 전투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헌터들과 군대 사이에서 심리전이 오갔다.


물량과 무력의 총량으로는 군대 쪽이 압도하므로 다소간의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무식하게 밀어붙힌다면 헌터들을 전멸시키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허나 정작 문제는 헌터들의 네임밸류에 있었다.


‘저 대령급 헌터들은 가장 활발하게 사회 침입을 행하는 세대다.’


강하나 성장의 한계가 뚜렷한 1세대에서 3세대까지의 헌터들과는 달리, 4세대의 헌터들은 유독 잠재력이 뛰어났다.

헬게이트를 다루는 재능뿐 아니라 다재다능함에 있어서도.

그랬기에 그들 가운데는 사회 각계각층에 침투하여 정상급의 지위를 얻은 자들이 많았다.


당장 이 자리에서 대치 중인 열 명의 길드장만 해도 그랬다.


네 명은 각기 다른 대륙에서 정계에 뛰어들어 주류 당들은 물론 무소속 정치인들에게까지 인맥과 마수(魔手)를 심어둔 거물들이었다.

아직은 한창 성장 중이었으나 탁월한 정치적 감각과 인기에 힘입어 곧 정치계의 큰 손으로 자라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들이었다.


세 명은 재계의 거물들이었는데, 뛰어난 경제 감각과 경영 센스, 창조적인 아이템 생산 능력에 힘입어 이미 각 분야의 시장 상당량을 장악한 상태였다.


둘은 학계에 종사하는 학자로 그중 하나는 물리학계를 필두로 기초과학계를, 하나는 공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최고 석학으로 이름을 떨치는 자들이었다.


나머지 하나도 군대 내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인물이었다.


저들을 이 자리에서 소리소문없이 깔끔하게 죽이기란 불가능하다.

죽이더라도 대단한 소문과 골치아픈 나비효과들이 일어나겠지.

군대를 향해 직접적인 인명 피해를 내지도 않았기에 법으로 올가미 씌우기도 애매했다.

더욱이 저자들은 극도로 교활하니 자신이 죽임 당하는 상황까지 대비하여 모종의 안전 장치와 함정들을 준비해뒀겠지.

아마 세계 정부의 명성과 명분에 크나큰 타격을 입힐 정도는 되리라.


“자, 어떻게 하실지 지혜롭게 판단하시죠.”


조세피나 당회장이 칼리스토 중장에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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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대와 불안 NEW 15시간 전 1 0 14쪽
56 제안 24.09.03 4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5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6 0 13쪽
53 조우 24.08.25 7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8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8 0 11쪽
49 이변 (2) 24.08.12 7 0 13쪽
48 이변 (1) 24.08.10 7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8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9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2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1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2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2 0 15쪽
»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1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3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0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0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1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1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11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12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1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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