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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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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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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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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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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카타콤 암호 체계

DUMMY



*



고대 로마.

카타콤의 시대.

그 시절 가혹했던 세상의 냉대를 피해 연약한 무리는 희망만을 붙들었다.

모두가 그들을 잡아먹으려 했기에 그들은 숨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같은 희망을 가진 동지들을 굳게 의지하며 서로를 지탱해야 했다.


그 일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알아보는 것.

누가 누구인지, 누가 배신자이고 누가 첩자이며 누가 진짜인지를 알아야만 했다.

그러지 못한다면 밀고될 것이고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는 비극에 휘말릴 테니까.


그래서 그들은 세상이 이해하지 못하는 암호를 사용하였다.


물고기 기호.


아무도 그것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지만 그들만은 그 깊은 뜻을 이해했다.

그리고 깨닫는 자들은 한 마음으로 믿고 뭉쳐 서로를 신뢰하였다.



그런데 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일들이 오늘날도 벌어지고 있었다.

암호와 기호를 통한 연약한 자들의 통신 방법.

자유라는 가치가 무너져버린 이 세상에서는,

특히나 기술력마저도 지배층의 손에 잠식된 이 시대에는,

오직 그 방법만이 중요한 소식을 ‘지도층 몰래’ 서민들이 유통하는 통로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원리를 통달한 헌터들은 기꺼이 그것들을 자신들의 도구로 포섭했다.


“피해의 영향권에서 많이 벗어난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야기지만, 세계 단일화의 시대가 시작된 이래로 사람들 사이에서는 ‘암호법’이 발달하기 시작했어.”


플레먼은 누군가가 들을까 조심하며 신중한 어휘를 골라가며 설명했다.

그는 근현대사의 개론을 차근차근 어린 아우뻘 친구들에게 가르쳐주었다.


“다양한 사회 계층, 각종 이데올로기 집단, 각양 이익 집단, 온갖 범죄 집단, 갖가지 혁명군과 반정부 집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무리가 저마다의 수단을 독특하게 발달시켰지.”


그들은 카타콤의 도피자들이 과거 취했던 전략을 도용하여 자신들만의 생존법을 창작해냈다.

정부가 이해하지 못하는 암호 유통 및 전달 체계를 확립했다.

주로 아날로그적인 방법들이 사용되었다.

전통적이고 원시적인 수단이 도입되었지만 그런대로 창의성이 잘 개입된 덕분에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헌터들은 이미 그렇게 민간 세계에서 민중들과 집단들이 확립해놓은 비밀 의사소통 시스템을 요긴하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지.”


“무슨 목적으로요? 반 정부 행위라도 할 생각이었대요?”


“그럴 리가, 어니스트. 헌터들 스스로 세계 정부를 견제할 만한 실력과 시장가치를 소유하고 있는데 굳이 그런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할 필요는 없지.”


플레먼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오답을 지적하였다.


“사람들을 도피시키는 일에 그 방법을 썼지.”


“설마!”


“그래, 헬게이트 발생 패턴 예측 말야. 오로지 그들만이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는데 그 귀한 정보를 이기적인 정부를 경유해서 전달하자니 그들로서는 꺼림칙했겠지? 그래서 민중의 그 암호 체계를 일기예보 수단 대용으로 취한거야.”


사실 플레먼도 구체적으로 현실 세계에서 그 정보 전달 방법이 어떻게 운용되는 지는 다 이해하지 못했다.

지역마다, 대륙마다 방법이 다르다고 들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북아프리카 어느 도시의 이야기를 들 수 있다.

그곳에서는 헬게이트가 발생하기 이전 일주일 쯤부터 정체 불명의 기호가 적힌 쪽지나 쓰레기가 길바닥 곳곳에 보통의 휴지처럼 버려졌다고 한다.

사실 그 도시는 이전부터 모종의 기호가 적힌 쪽지가 버려지는 일이 자주 일어났던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헬게이트 발생 며칠 전부터는 그 버려진 쪽지들이 담은 기호 패턴이 미묘하게 달라졌다고 했다.

어떤 식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뭔가 낌새가 이상한 징조가 느껴진다’라고 느낄만한 패턴 변화는 존재했던 모양이다.


도대체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사전에 암호를 짜고 맞췄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이 그 낌새가 시사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챘다고 한다.

더 나아가 그들은 ‘정확히 어느 좌표에서 어느 시각에’ 재앙이 발생할지도 일정 부분은 알아차렸다.

그것도 한둘이 아닌 도시 시민의 40% 이상이.

물리적이고 원시적이면서도 대단히 치밀하고 체계적인 ‘민간 구전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했다.


“아마도 헌터들은 정부를 피해 비밀스러운 대중 커뮤니케이션을 행하는 부류들을 자신의 편으로 포섭하거나 했을 거야.”


“어쩌면 자신들의 인기를 활용했을 수도 있겠고요.”


쥬오디아가 상상력을 동원해서 추측해보았다.


“그러겠네요. 세계 정부보다 헌터들을 더 추앙하는 무리가 분명 있을 테니까요.”


“일종의 팬클럽에서만 통용되는 은어가 있다고 보면 되려나요.”


여대생들의 풍부한 창의력에 아저씨 플레먼은 허허 웃었다.


“뭐, 그런 맥락의 흐름도 일부는 있을 수 있겠네. 하지만 아무도 모르지. 헌터들이 어떻게 대중과 소통하는지는.”


분명한 것은 지역마다 조금씩은 달라도 그런 ‘민간 정보 전달 체계’가 실존한다는 것.

그리고 헌터 집단은 그 비공식적이고 정부에 비협조적인 정보 흐름의 중추를 확실하게 제어하고 있으며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그 제어력을 사용하여 모종의 ‘카타콤 언어’들을 창조했고 이를 통해 수많은 도시들과 시민들을 위기로부터 구해내었다.


“이건 번외의 이야기인데.”


플레먼은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그들의 암호 전달 시스템 영향권 안에 있던 사람들은 주로 자유의 세상을 추구하는 시민들, 혹은 헌터들과 사상적 공통 분모가 조금이라도 있던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

반대로 말하면 헌터들과 대척점에 설 수 밖에 없던 사람들, 쉽게 말해서 그들을 신뢰하지 않거나 그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무리는 카타콤 언어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하더군.”


“세계 정부의 압제를 주동적으로 돕는 사람들처럼요?”


“말하자면 그런 부류지. 그들만 있는 건 아니지만.”


어니스트는 아주 조금 꺼림칙한 기분을 느꼈다.

플레먼은 그 마음에 공감했는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내 생각에도 헌터들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이야깃속의 히어로들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어. 필요악에 더 가까워보이지. 하지만 난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최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야 그렇겠지만······.”


“그들에게도 사회선(社會善)을 이루려는 욕구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목줄에 묶이고 싶지 않은 갈망과 프라이드가 더 강렬했던 셈이지.

그들로서는 호구가 되지 않은 길을 택했을 뿐이야.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게 아니라, 입장에 이입해본다면 그렇다는 말이지.”


“최대한 절충해서 얻어낸, 차악(次惡)의 전략의 지금의 방식이라 이거군요.”


씁쓸한 기분은 들었지만 어니스트도 플레먼의 말에 동감했다.

신이 아닌 인간에게 너무 큰 도덕심을 요구하기란 무리이다.

엄격한 기준이란 자기 자신에게 적용해야지 타인에게 무리한 잣대를 갖다 대어서는 곤란하다.


“없는 것보다는 뭐라도 수단이 있는 편이 낫지.”


플레먼은 어깨를 으쓱였다.

헌터들의 일은 헌터들의 일이고, 이제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가 중요하리라.


“헌터들이 닦아놓은 그 차선책을 우리도 수입해서 활용해보자구.”


“우리가요?”


놀란 어니스트, 쥬오디아, 신티가 동시에 외쳤다.


“구체적인 암호 구축법이나 구전 원리도 모른다면서요?”


“방법론이 지역마다 다르다잖니. 그럼 우리도 우리 식대로 창작하면 되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대하듯 말하는 플레먼.


“마침 잘 됐어. 호주 지역에는 이런 체계가 전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창작해서 전통으로 만들어보자구.”


어니스트는 혀를 내둘렀다.

그의 친구인 도련님은 창조성이 넘치고 영특한 사람이었다.

우직하고 단순하며 성실하기만 한 자신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암호를 가르칠 수단은요?”


“소설이나 시를 활용할 생각이야. 물론 극작품도. 음악도 좋은 도구가 되겠지.”


작가로서의 영향력을 최대한 요긴히 이용하려는 계획이었다.

이래봬도 플레먼은 스테디셀러 제작자인데다 호주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작가이다.

그의 책들과 저널들과 곡들은 지난 몇 년 간 출판 업계를 통해 제법 많은 이에게 전달된 상태였다.


그런 그가 자신의 책들에 모종의 암호나 사인을 심어 사람들을 가르친다면?

아니면 음악에 어떤 패턴이나 신호를 이식하여 사람들이 알아듣도록 꾸준히 조건화를 시켜 파블로프의 개 현상을 만들어낸다면?

그리고 오로지 그의 저서나 곡을 진지하게 즐기고 감상하여 충분히 많은 부분을 접촉한 사람들만이 그런 비밀 사인들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둔다면?


“하지만 사람들을 움직일만큼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요?”


“뭐, 내가 좀 더 노력해서 베스트셀러들을 많이 내도록 해야겠지.”


“도련님의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암호를 가르치죠?”


“내 독자들이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면 되지. 그들이 그 암호를 비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취할 다른 방도를 알아서 창의적으로 생각해낼 거야.”


“의사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생길 가능성은요?”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가장 좋은 방책을 찾아가야겠지.”


“뭐, 암호 체계를 가르친다고 칩시다.

그러면 헬게이트가 발생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암호를 공시하는 방법은요?

열 풍선을 써서 공중에서 쪽지를 투척하건, 공공장소에 큰 그림을 그려두건,

뭐, 그런 모험을 취해야 하는 데,

죄송하지만 도련님은 그런 몸 쓰는 행동력에는 서투르시잖아요.”


사실 어니스트는 그 이유보다는 다른 부분이 걱정되었다.

혹 당국에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다 꼬리를 밟혀 도련님이 곤경에 처하는 상황.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아무리 호주가 세계 정부의 힘이 가장 적게 미치는 곳이라지만, 함부로 경솔한 행동을 펼칠 만한 자유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음, 그러네.”


플레먼은 정말 거기까지는 생각이 안 닿았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허당 같은 그의 허술한 면모에 어니스트는 한숨을 쉬었다.

영리하시면서도 꼭 저런 데서 구멍을 보이신단 말이지.


다행히도 이 고민을 덜어줄 도움의 손길은 있었다.


“저희가 도와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이거 참 재밌겠는걸요.”


의욕으로 충만해진 두 여장부.

둘은 플레먼의 계획이 무엇이건, 기꺼이 행동대장이 되어주겠노라고 선언하였다.

어니스트는 안도하며 마음속으로 흡족해했다.

쥬오디아와 신티의 과감한 행동력과 영민한 임기응변 능력, 그리고 현장 작전에 최적화된 무골 성향은 모두가 알아주는 수준이었다.


“고맙지만, 너무 무리하진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


“천만에요. 저희야말로 어서 동참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한걸요.”


“언제든 머슴으로 부려주세요. 남정네 열 명 몫은 거뜬히 해드릴게요, 아저씨.”


플레먼은 피식 웃었다.


“보수는 넉넉하게 챙겨줄게.”



그렇게 역할 분담이 어느 정도 정해졌다.

물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기획해야 할지는 앞으로 토론이 필요했다.

다른 지역들은 수십 년에 걸쳐 위험을 무릅쓰고 신중히 쌓아온 시스템인데 그것을 단숨에 모방하여 정착시키기란 쉽지 않겠지.

여러모로 모두의 역할이 중요했고 잘 조화될 필요가 있었다.

두뇌 격인 플레먼의 풍부한 창조성, 두 여장부의 손과 발, 실행력과 과감함,

그리고 꼼꼼하고 성실한 조수이자 듬직한 조력자인 어니스트의 섬김까지도.


“잠깐만요. 뭐, 나머지는 차차 완성해간다고 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요?”


신티는 대화 중 자신이 뭔가 한 가지를 빼먹은 것을 깨닫고 질문을 던졌다.


“정보원은요? 아저씨에게 정보를 제공해줄 사람요. 어떻게 구하셨나요?”


플레먼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느긋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어니스트도 그 질문의 정답을 알았기에 묵묵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물론이지.”


당당히 자신만만한 투를 내비치는 플레먼.

그의 옷 속에는 우정의 표시로 선물 받은 작은 기구 하나가 들어 있었다.

외부의 간섭자들이 알지 못하는 선에서 비밀스럽게 새 친구와 소통할 수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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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퇴각 24.07.05 6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7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6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6 0 13쪽
35 뒷통수 24.06.24 6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8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8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7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8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8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6 0 16쪽
28 지하 던전 4층 (3) 24.06.12 9 0 12쪽
27 지하 던전 4층 (2) 24.06.11 6 0 13쪽
26 지하 던전 4층 (1) 24.06.10 5 0 14쪽
25 지하 던전 3층 24.06.07 7 0 13쪽
24 파올로 할아버지 24.06.06 9 0 12쪽
23 지하 던전 2층 (2) 24.06.05 7 0 15쪽
22 지하 던전 2층 (1) 24.06.04 5 0 12쪽
21 지하 던전 1층 24.06.03 7 0 14쪽
20 SSS 랭크 던전 24.05.31 8 0 12쪽
19 고난이도 미션 24.05.30 7 0 12쪽
» 카타콤 암호 체계 24.05.29 8 0 12쪽
17 안전 교육 24.05.27 6 0 12쪽
16 만능형 전략가 24.05.24 12 0 13쪽
15 친구 삼아도 될 이유 24.05.23 16 0 14쪽
14 티폰 학살자 24.05.22 22 0 13쪽
13 민간인 친구 24.05.21 2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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