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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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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최근연재일 :
2024.09.07 17:34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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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5,588

작성
24.05.2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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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교육

DUMMY


플레먼은 어니스트, 쥬오디아, 신티와 더불어 종종 토론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저번에 겪은 일을 계기로 헌터와 그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이 늘긴 했다.

허나 어디까지나 팬심 혹은 흥미의 차원에서의 탐구였다.

정작 그가 진지하게 각성해야 할 현실적 차원의 마음의 준비는 다른 분야였다.

그것은 바로 헬게이트에 대한 것.


현실적으로 지금의 40대 이하 호주 사람들은 헬게이트에 대해 무감각했다.

30년 전의 사태 이후로 초반 10년 정도만 폐해를 조금 겪었고 그마저도 당시 기준 성인 이외의 피해자가 거의 없었던 이유였다.

게다가 그 피해자 중 생존자나 목격자가 거주하는 지역도 플레먼의 도시와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지인이나 친지 중에서도 딱히 헬게이트 사태를 밀접히 접한 이는 드물었다.


세계 정부의 독재적, 자유 침탈적 행태야 간접적으로나마 일상에서 영향을 받기는 했으니 문제 의식을 느낄 수는 있었으나 헬게이트는 전설처럼, 남의 세계의 일로만 느껴졌었다.

직접 고통스러운 추억을 얻기 전까지는.


이제는 화재나 교통사고가 늘 인식해야 할 현실의 안전 문제이듯 헬게이트도 안보 의식 속으로 깊이 가져올 타이밍이었다.


“아저씨 말씀이 옳아요.”


쥬오디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결의를 불태웠다.


“우리도 우리 안전을 지킬 줄 알아야 해요.”


못 말리는 두 건장한 여인의 패기에 어니스트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넌 또 왜 비웃는 투인데?”


“우왁! 말로 하자구, 말로!”


장난스럽게 헤드락을 거는 신티에게 어니스트가 민첩히 항복 선언을 했다.


“하지만 민간인에게 별 다른 수단이 있을까요?”


곧장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울 기세였던 신티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냉정한 현실로 돌아왔다.


“헬게이트는 뭐랄까, 저도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약간 불가항력적인 느낌 아니었어요?”


“그랬지.”


플레먼은 차분히 자신이 조사해온 문헌 자료들을 펼쳐 보았다.


“그 안에서는 기본적으로 무기나 화기가 무력화 돼. 모든 물리 작용이 붕괴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제한적으로나마 물리 현상에 대한 모종의 간섭이 일어난다더라. 내가 겪어본 바도 그랬고.”


부식되는 느낌, 혹은 문드러지는 느낌이랄까?

모르긴 해도 오래 버티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위기를 과장할 필요는 없으리라.

헬게이트의 침식권 안에 들어간다고 모든 물질이 즉각 분해되지는 않는다.

극히 드물게 그 정도로 강력한 헬게이트, 등급으로는 SSS 랭크 이상 되는 헬게이트가 등장한 바가 있었다는 기록은 있다.

그런 류는 SS 랭크 이상의 헌터만이 그 안에서 생존이 가능하다나.

하지만 어디까지나 30년 역사를 통틀어 두 번밖에 없던 일이었다.


‘라이텔바흐 씨도 SSS 랭크 헬게이트를 공략한 적이 있으려나?’


문득 그에게 궁금함이 뻗쳤다.


“어쨌건, 전반적으로 일반인에게는 위험한 게 사실이지. 하지만 생존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야. 정말 문제는 정신 간섭 쪽인데.”


플레먼은 잠시 말을 멈췄다.

돌이켜보니 그때 자신과 어니스트가 어떠했더라?

정신적으로는 그리 크게 패닉에 빠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른 생존자들과는 떨어져 있었기에 그들의 상태가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문헌에 의하면 신체보다는 오히려 정신적 붕괴 현상이 더 심각한 이슈라는데?’


일차적으로 던전 내에서 심리가 위태로워지는 원인은 흑파로 인함이라고 한단다.

어비쓰론이라는 입자나 심연독도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보통은 흡입이나 신체 누적 과정에서 발생하는 후유증이라 증상이 나타나는 데는 시간차가 있다더라.

반면에 흑파는 직접적으로, 즉각적으로 뇌에 닿아 영향을 미친다나.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럴 듯도 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실 학계에서도 그것들만이 원인의 전부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지는 확실히 모른다고 한다.


‘우리는 행운아였던 모양이네.’


왜 정신 간섭의 영향을 덜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제쳐두었다.



“요약하자면 핵심은 생존에 있어. 후유증이니 오염이니 하는 건 나중 문제야. 그런 건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도 있지만 일단 목숨은 수습이 안 되니까.”


“원론적인 이야기네요.”


“그렇지. 그런데 우리는 민간인이야. 군인처럼 화기를 지닌 경우에는 헬게이트의 자체적인 영향력, 이를테면 흑파와 어비쓰론의 붕괴 작용을 직접적으로 받을 위험이 있어. 하지만 우리는 아니지. 그러므로······.”


유일하게 생존을 위협할 요인이라면.


“어비씨언들, 몬스터들만 주의하면 되지.”



헌터들이 진입하여 어비씨언들을 처치하고 헬게이트를 부술 때까지 살아남는다.

그때까지 숨어서 어비씨언들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엄폐물들을 활용해서 숨박꼭질을 벌여야 한다.

어비씨언들이라고 해서 결코 만능의 완전생물은 아니니, 추적이나 탐색에 한계를 지닐 수 있다.

그 약점을 신속히 파악해서 최대한 틈을 파고들어야 한다.


“말은 쉽네요.”


어니스트는 의외로 별 특별한 비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단순하지만 원칙을 어기지 않는 게 중요해, 어니스트. 절대로 어비씨언과 맞서서 싸워서는 안 돼. 그것들은 물리 공격에 면역을 지녔어. 일반인이든 군인이든, 직접 싸우면 백전백패라는 뜻이야.

독이나 입자의 영향이야 후유증을 앓든 병으로 사망하든 회복되든 나중에 생각할 문제지만, 어비씨언에 대한 판단만은 결코 순간적인 두려움이나 호기에 빠져 오판을 범해서는 안 돼.”


쥬오디아나 신티를 염두에 두고 하는 강조의 말이었다.

두 사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는 뜻하지 않게 헬게이트 침식권 안이나 그 주변에 휘말린 경우의 이야기야. 사실 이 지경까지 왔으면 애초에 상황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 뜻이겠지. 그러니 좀 더 본질적인 예방법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플레먼이 오늘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나누고픈 이야기의 본론은 이것이었다.


“헬게이트의 예방법요? 화재처럼 예방이 가능한가요? 이미 천재지변이잖아요.”


“아니, 헬게이트 안에 들어가지 않을 예방법.”


“사고를 예측이라도 할 수 있대요? 아니면 평소에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하나?”


신티의 우문에 플레먼은 최대한 현답을 돌려주고자 노력하였다.


“예측 쪽에 방점을 둬야겠지.”


쥬오디아와 신티, 어니스트의 귀가 그의 입을 향해 쫑긋 세워졌다.


“헬게이트 초기 출현 때의 세계적 패닉은 그것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 탓이 상당했어. 전염되는 경로와 패턴을 도무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지.”


이제는 헬게이트 발생 및 전염을 ‘일기예보’ 이상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플랫폼, 공식, 이론, 알고리즘, 분석 장비가 만들어졌다.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면.


“오로지 헌터들만이 그 기술을 운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말야.”


“말도 안 돼!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이론이고 기술이고 장비고, 전부 다 인간의 통상적인 머리로 배우기 힘든 것들뿐이거든. 이론의 경우 그 전설적인 아인슈타인도 이해하지 못할 수준이고, 기술도 현존 최고의 ‘비 헌터 공학자’가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이라고 해. 여럿이 머리를 맞댄다고 달라질 일도 없지.”


사실 더 큰 이유는 그 기술들 중 상당수가 ‘안티-게이팅’ 에너지를 이용하는 점이었지만, 이 부분까지 거론하지는 않았다.


“요약하면 예측 관련 기술 보유자는 전적으로 헌터들의 무리, 그 중에서도 상위 그룹이 더 알짜배기 고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


“다시 말하면 헌터들 중 수뇌부는 사실상 ‘예언’에 가까운 정확도의 미래 헬게이트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로군요.”


쥬오디아도 이제는 꽤 흥미진진해하는 투였다.


“예언이라, 어느 정도의 정확도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어쩌면 현재까지 공개된 기술의 정확도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그들을 직접 만나 확인해보기 전에는 누구도 모를 거야.”


지금 플레먼이 공유하는 정보에는 그가 직접 문헌 조사를 한 내용도 있었고 일전에 라이텔바흐와 대화하며 알게 된 것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예측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죠?”


신티는 이해가 잘 안 된다며 반문하였다.


“헌터들만 정보의 우위를 갖는다면, 민간인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되지 않나요?”


그들이 아는 바로는 공식적인 헬게이트에 대한 예보 시스템은 없었다.

만일 그런 체계적인 예측 시스템이 실존한다면 왜 그것은 여태껏 아무런 가시적인 형태로도 나타나지 않았단 말인가.


“헌터들에게는 언론의 힘이 아직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오늘날의 세상은 언론이라는 개념이 모두 중앙 정권에 종속된 상태다.

한 개인이나 집단이 정부의 일방적인 나팔수 이외에 다른 식으로 타인에게 정보나 소식을 전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책 출판마저도 검열을 거치는 세상.

최근 들어 약간은 느슨해져서 피할 틈이 생겼다고는 하나 여전히 공식적 언론에 대한 장악력만은 세계 정부의 손아귀에 있었다.

예보를 하려거든 반드시 그들과 그들의 나팔수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불행히도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연대를 맺어야 하며 여기에는 독소 조항이 포함되기 마련이다.

헌터들이 설령 인류애적인 마음으로 자신들의 정보를 세상과 공유하려 해도 먼저는 정부에게 그 정보를 먼저 상납해야 한다.

그들은 마음대로 그 정보를 자기 유리한대로 사용한 뒤 남는 찌꺼기들만을 민중에게 흘려보낼 것이다.

가뜩이나 정부와 대립을 세우는 헌터 무리로서는 그런 실용성도 없고 자존심 상하는 밀월에는 발조차 들이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아주 손을 놓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헌터들도 아예 자신들만의 비공식적 통지 방법을 개발했다더라고.”


이 정보는 라이텔바흐와 대화하며 얼핏 듣게 된 내용이었다.

어니스트도 곁에서 듣기는 했지만 심도가 깊게 들어간 화제였기에 아마 놓치거나 흘려듣거나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플레먼은 라이텔바흐가 슬쩍 흘린 단서를 놓치지 않았고 머릿속에 기억해두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틈일 날 때마다 해당 자료를 힘 닿는대로 조사하기를 히작했다.


“네트워크도, 언론도, 기술의 이기도 중앙 정권이 장악한 탓에 그들로서는 원시적인 수단 밖에 남지 않은 모양이야. 그런데 머리들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그 미봉책조차도 나름 요긴하게 사용해서 길을 뚫었냈다네.”


플레먼은 미리 모아놓은 사건 기록들과 증언담들의 요약본을 꺼냈다.

그 기록들을 찬찬히 돌려보며 읽는 세 사람.

처음에는 내용이 두서없이 나열되어 있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반복되는 패턴을 충분히 인지하고 난 뒤, 그들도 전반적인 문맥과 내용을 곧 이해하였다.

의문감과 더불어 놀라움의 감정의 그들 표정 위로 부상했다.


“현실적으로 이런 방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요?”


“이게 정말로 헌터들과 연루된 시스템이 맞나요? 겉보기에는 아무런 낌새를 찾아내기 어려워보이는데.”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실행한거죠?”


플레먼으로서도 상세한 부분까지 알지는 못했기에 더 깊게 파 주지는 못했다.

다만, 이것으로 그들이 취할 안전 방침의 큰 방향성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자, 어때. 세계 정부와 헌터 집단, 둘 다 신뢰할 수는 없는 무리지만, 그래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이용해먹기에는 이쪽이 더 수월하지 않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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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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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기대와 불안 NEW 15시간 전 1 0 14쪽
56 제안 24.09.03 4 0 15쪽
55 교활한 광전사 (2) 24.08.30 5 0 13쪽
54 교활한 광전사 (1) 24.08.29 6 0 13쪽
53 조우 24.08.25 7 0 17쪽
52 레기온 24.08.22 8 0 16쪽
51 다중심연융합체 24.08.17 8 0 11쪽
50 극강 장벽 24.08.15 8 0 11쪽
49 이변 (2) 24.08.12 7 0 13쪽
48 이변 (1) 24.08.10 7 0 12쪽
47 마무리 단계 24.08.07 9 0 12쪽
46 독립운동가 24.08.04 8 1 12쪽
45 예측력의 한계 24.07.31 10 0 12쪽
44 에일린 (2) 24.07.28 9 0 13쪽
43 에일린 (1) 24.07.25 11 0 11쪽
42 재난 예보 작전 (3) 24.07.22 11 0 13쪽
41 재난 예보 작전 (2) 24.07.17 10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24.07.17 12 0 12쪽
39 퇴각 24.07.05 15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12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10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12 0 13쪽
35 뒷통수 24.06.24 10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10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11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11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11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12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1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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