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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산

강전투 강제전쟁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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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필산
작품등록일 :
2023.05.10 11:08
최근연재일 :
2023.08.27 21:43
연재수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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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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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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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황량한 벌판에는 시체들만 가득했다.

날씨는 흐릿해서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했다.

해가 진 을씨년스러운 전장의 한 복판에 흑녹색의 망토를 입은 사내가 작은 모닥불을 켜고 앉아있었다.



-타닥 타다닥


모닥불에 나뭇가지가 타는 소리가 들렸다.

흑녹색의 망토를 걸친 사내는 작은 돌에 걸터앉아 타는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꽃이 흔들릴 때마다 보이는 사내의 얼굴은 약간의 피곤함이 보였다.


짙은 눈썹.

다물어진 입술.

녹색과 검은색 눈동자.

공허하게 불꽃을 바라보는 시선.


사내의 왼편에는 하얀 털뭉치가 놓여 있었다.


-따각 따각

-차락 차라락


말이 천천히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3미터 높이의 커다란 전투마를 탄 거구의 기사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전투마의 눈에서는 나오는 하얀 빛이 주변의 어둠을 밝혔다.

기사는 말 길이의 두 배 정도로 긴 장창을 들고 있었고 전투마는 천천히 모닥불 앞의 사내 뒤편에서 다가왔다.



-따각 따각

-차락 차라락



하얀 털뭉치가 살짝 움직였고 흑녹색 망토의 사내는 가볍게 하얀 털뭉치를 토닥거렸다.


말과 기사는 온통 검은 갑옷으로 무장을 했으며 말에는 활과 검이 달려있었다.

전투마가 망토를 입은 사내의 근처에 다가올수록 차라락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작은 금속을 여러 겹 덧대어 마나를 미세한 가닥으로 이어붙인 갑옷이었다.

전투마의 눈에서 밝은 빛이 사내의 모닥불 옆을 비추었다.

검은 갑옷의 기사가 긴 창을 말의 옆구리의 고리에 걸고 안장에서 등자를 밟고 내려왔다.

기사가 내리자 말의 눈에서는 빛이 사라지며 어둠속은 모닥불의 불꽃만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한 명... 아니 두 명이군. 잠시 불 좀 쬘 수 있겠나?”

부드럽지만 강인함이 담긴 음성으로 목소리는 젊었으나 말투는 노인의 것이었다.


흑녹색 망토의 사내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검은 갑옷의 사내는 망토 사내의 맞은편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곳에 모닥불이라...”


검은 갑옷의 사내가 망토사내를 마주보며 모닥불 앞에 자리를 잡았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망토사내는 모닥불을 향해 손을 살짝 휘저었다.

모닥불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투명한 막에 부딪힌 듯 주변으로 튕겨나갔다.


검은 갑옷의 사내가 말했다.

“혹시 술 한 잔 얻을 수 있겠나?”


망토 사내는 왼손의 팔찌에서 작은 병 두개를 꺼내서 전투마를 타고 온 사내에게 던졌다.

술병은 허공을 천천히 날아가서 2미터가 넘는 거구의 기사의 가슴 앞쪽에서 멈추었다.

두 개의 똑같은 술병.

한병은 차갑고 한 병은 뜨거웠다.


거구의 기사는 차가운 술병을 잡았다.

뜨거운 술병은 기사의 앞 땅바닥에 살짝 내려앉았다.

기사는 아무렇지 않게 차가운 술을 단번에 마셨다.


“비오는 저녁에 모닥불과 술 한 잔이라...”

만족해하는 얼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하하하”

검은 갑옷의 사내는 갑자기 기분이 좋았는지 크게 웃었다.


거구의 사내가 투구의 얼굴 부분을 건드리자 면갑이 스르륵 목 뒤까지 젖혀지며 굳세 보이는 얼굴이 드러났다.

흑녹색 망토의 젊은 사내와 비스한 또래로 보였다.

체격에 비해 작은 얼굴의 미남형으로 눈매가 강인한 얼굴이였다.

턱선도 갸름하고 입술도 적당히 얄팍했다.



“통성명이나 합시다. 고산천이라 하오.”

“강전투.”


잠시 어색한 침묵이 모닥불 주위를 감쌌다.

불빛이 춤을 추지 않았다면 잠시 시간이 정지했을 것 같다고 느낄 것 같은 침묵.


잠시의 침묵이 끝나고 검은 갑옷의 기사가 말했다.

“예전에 같이 전장을 누비던 동료들이 생각나는군요. 생사를 같이 하기로 했던 친구들인데...”

“......”


“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더욱 그렇네요, 밤에 동료들과 마시던 술도 생각나고. 아주 오래전 일인데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볼 수가 없군요. 지금은 같이 술 마실 친구도 없고...”

“......”


“오늘 같은 밤에는 더욱 그들이 그립군요, 고향도 그립고.”

“......”


“타지에서 동향사람 만난 것 같은 느낌이라 그런지 더욱 고향 생각이 나는군요.”

“......”


고산천은 이야기인지 독백인지 모를 말을 이어갔고 강전투는 듣는지 마는지 모닥불에 나뭇가지를 넣다가 술을 마시다가 하며 앉아 있었다.


고산천의 짧은 이야기가 멈추자 주위가 조용해졌다.

두 사내는 말없이 한 참이나 모닥불의 흔들거리는 불꽃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강전투가 팔찌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침묵을 깼다.


-스릉


칼집에서 칼을 꺼내는 소리.


고산천은 모닥불을 바라보던 시선을 올려 강전투를 바라보았다.



강전투는 팔찌에서 무언가를 하나 더 꺼내서 칼끝에 꽂아 모닥불에 갖다 대었다.


“안주”

칼 끝에 꽂혀 살짝 익은 산양고기를 고산천에게 내밀며 말했다.


“하하하하”

고산천은 크게 웃었다.


둘은 술과 안주를 마시고 먹으며 대화를 했다.


한 참의 시간이 지나자 고산천이 말했다.

“아무튼,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나중에 성문 앞에서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무운을...”


고산천은 짧게 목례를 하고 일어나며 등을 돌렸다.



-따각 따각

-차락 차라락



멀어져가는 고산천을 바라보다 강전투는 왼손목의 팔찌에서 책을 한 권을 꺼내서 무언가를 적었다.



고향, 어머니, 동생.



강전투는 세 단어를 써 넣더니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세게 여러 번 두드렸다.


하얀 털뭉치가 들썩거리더니 한쪽이 움직이며 둥그런 강아지 얼굴이 나타났다.


하얀 털 공에 코와 입을 반짝이는 검은 점으로 찍은 것 같은 모습.

눈이 팔자 모양으로 순해 보이는 얼굴.


하얀 털 옷을 입은 어린아이가 하얀 강아지탈을 쓴 같은 수인족.



하얀털의 강아지가 어린 사내아이의 목소리로 긴장이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왕왕, 강전투. 이제 간거야? 엄청 쎄보였어. 저런 놈이 여기에 왜 왔데? 오늘밤에 죽는 줄 알았다니까.”

“......”

“왕왕, 또 정신을 잃어 버린거야?”

“......”

“왕왕, 강전투. 강전투!”

“......”

“에휴, 개팔자가 사나우려니... 이런 미친놈을 데리고 다니네, 내가.”



“아직 정신 말짱하다.”

강전투가 조용히 말했다.


하얀털 강아지 ‘비숑’이 놀라서 말했다.

“왕왕. 농담이다, 강전투. 농담. 그런데 강전투. 아까 걔는 왜 반말하다가 존댓말하고 그랬어?”


모닥불을 뒤적거리면서 강전투가 말했다.

“글쎄다.”


“그나저나 왜 우리를 살려뒀을까? 뭐, 고마운 일이기는 한데...”

“글세... 불쌍해서?”

“설마... 전장에서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네. 왕왕.”

“궁금하면 물어보고 와.”

“미쳤어. 솔직히 지금도 너무 무서워. 나, 살짝 지렸다구. 왕왕.”

“......”


공포를 잊기 위해서인지 급히 비숑은 다른 주제로 말을 돌렸다.

“그나저나 또 일기장에 뭘 적었어? 고향, 엄마, 동생. 적었어? 고향은 기억도 안 난다면서 왜 그리 고향에 대해 집작해?”


나지막이 강전투가 대답했다.

“살기 위해서란다. 살기 위해서 기억해야 하거든.”


비숑은 하얀 머리통을 갸웃거렸다.

비숑은 자신의 목걸이를 만져 작은 캡슐을 꺼냈다.

비가 조금씩 거세지자 비숑은 모닥불 옆에 캡슐을 던져 작은 군용 텐트를 쳤다.


“강전투, 나 잠깐 쉬고 뒤쪽에 갔다 올께.”

“그래.”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불구하고 모닥불은 더 밝게 타올랐다.

빗줄기는 모닥불의 주변의 한 뼘 되는 곳에서 튕겨나가 주변의 땅을 적셨다.



무서운 고수였다.

일대일이라면 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앞으로 9년 6개월 남았다.

10년을 다 채울 수 있을까?

희망사항일 뿐이다.

10년 동안 죽지 않고 살아난 기억이 없다.



그랬었나?



이번에는 운 좋게 4개월을 버티며 살아남았다.

저 수인족 ‘비숑’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언제 죽었을 지도 모르겠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아프게 했다.

하나만 생각하자.

일단은 살아서 항구까지 가는 걸로.

적어도 항구까지는 가야한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래야만 할 것 같다.


왼쪽 손목에 작은 실처럼 생긴 팔찌를 보았다.

천개의 공간이 있는 인벤토리 팔찌다.


오른쪽에는 아공간 팔찌.

내것이 맞는 듯 한데 아직은 사용할 수 없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숑이 많이 안타까워했다.


그나저나 한 동안은 편할 지도 모르겠다.

방금의 기마대가 지나온 자리를 다시 지나갈 예정인데 싹 다 죽어 있을 것이니.


그나저나 왜 나를 살려두었을까.

정말 불쌍해서일까 아니면 어떤 이유가 있어서일까.

머리가 많이 아프다.

생각하는 것은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작은 모닥불만이 이리저리 일렁거리고 있었다.




프롤로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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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1 23.05.28 9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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