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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망상서재에 오신걸 환영하고, 감사드립니다

돈 많은 놈, 잃을게 없는 놈, 그저 그런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중·단편

새글

LADEO
작품등록일 :
2024.01.19 09:05
최근연재일 :
2024.05.14 11:13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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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270,934

작성
24.01.1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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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 모든 게 끝나버린 날.

DUMMY

날짜로서는

추운 겨울이 끝나가고

서서히 봄이 찾아오는 시기였다.


그날은 여느 때와 다름 없는

극히 평범한 주말 밤이었다.

학원이 끝나고, 나는 동갑의 여자애와 함께

바깥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올려 달을 보며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말했다.


"참... 시간도 빠르다... 초등학교

졸업한지 얼마 안된 거 같은 데

벌써 중 3이냐..."

"그러게..."

"네가 처음 만났을 때, 효은이라고 편하게

한 번 불렀던 거 가지고, 엄청 짜증 냈던 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네..."


내 말에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면서 나에게 물었다.


"지금도 날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너 밖에 없어.."

"왜?"

"아무도 그렇게 날 편하게 대하지

못하니까."


효은이는 목의 절반 정도 내려오는

검은색의 깔끔한 단발 머리에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웃는 상에 부드러운 인상에


본인 말로는 170이 조금 넘는 신장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었다.


"그럼 널 어떻게 부르는데?"

"이름 뒤에 씨를 붙이거나,

아가씨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지."

"원하면 그렇게 불러줄게."

"...아니 너한테 그러면 껄끄러울 거 같아."


그녀는 정색하며 코를 훌쩍거리더니,

이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투덜거렸다.


"...아니 이제 봄 아니었어? 왜 이렇게 추운 거지?"

"원래 봄 초반까지는 추워."

"...날씨가 좀 따듯했으면 좋을텐데."

"그렇게 추우면, 카페 안이라도 들어가 있을래?"


내 제안에 그녀는 잠시 고민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걸을래."

"음... 그럼 나 핫 팩 하나 있는데, 쓸래?"

"옷을 그렇게 입었으면서 핫 팩을 챙겼네...?"

"내가 쓸려고 챙긴 거 아니야, 너 주려고 챙겼지."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보았고,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물었다.


"넌 더위도 많이 타고, 추위도 많이 타잖아?

그래서 평소에 몇 개 가지고 다니는 편이야."


효은이는 나로부터 핫팩을 받아서

꼭 쥐더니, 이내 어딘가 쓸쓸한

표정으로 나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진짜, 하나도 안 변했구나..."

"갑자기?"

"혼잣말이었어 신경 쓰지마.

근처 카페에서 따듯한 거 사서

마실 생각인데, 너도 마실래?"

"난... 딱히?"

"내가 살게."

"왠일이야?"


그녀는 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오늘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안에서 마시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그녀는

양손에 음료를 들고 나에게 왔다.


"어... 마시고 가는 거 아니 였어?"

"응."


어떻게든 더 안 서있으려고

애를 쓰던 그녀가 보이는 색다른

반응에 묘한 느낌을 받았으나,

크게 의심을 하지는 않았다.


"뭐... 내가 네가 나한테

사주는 걸 보는 날이 올 줄이야."

"사준 적 꽤 많지 않아?"

"별로 없는데? 대부분 내 돈으로 샀어."


살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묻는

그녀에게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 그랬나?"

"정확히 딱 한 번 있긴 한데

밥이나 먹자 하고,

좋아하는 식당이라고 데려갔는데

고급 레스토랑 가서 음식 맛 괜찮다면서,

제일 비싼 정식 시켜서, 그때는 네가 어쩔 수 없이

돈을 내주긴 했었어."

"그거 별로 비싼 것도 아니었는데."


그녀의 반응에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짜증을 내듯이 말했다.


"나 같은 평민 입장에서는

그게 비싼 거에요, 귀족 아가씨."

"나름... 저렴한 거였는데..."


그 말을 들으며 그녀가 사다 준 음료를

조심스레 마시던 나는 문득 의문이

들어서 그녀에게 질문했다.


"잠시만... 나랑 같은 걸로 한 거야...?

넌 쓴 거 안 좋아하잖아?"

"널... 좀 이해해보고 싶었어."

"그래서, 어떤 거 같아?"


그녀는 내 질문에 녹차를 한 모금 마셔보더니,

상당히 맛이 없었는지 얼굴을 크게 찌푸렸다.


"나랑... 안 맞아."

"그 쓴 맛을 즐기는 사람이 그걸 마시는 거야."

"어른스러운 척하기는..."

"어른스러운 척이 아니라,

난 어른스럽거든?"


내 말에 그녀는 잠시 녹차를 바라보다 다시

한 모금 마시더니 괴로운 듯 얼굴을

일그러지더니, 나에게 질문했다.


"좀 걸을래?"

"걷자고? 슬슬... 갈 시간 아니야?

거의 9시인데..."

"가만히 서있으면 춥단 말이야,"


오늘 따라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자주 하는 그녀의 모습에 이 상황이 불안했다.


"너... 혹시 뭐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

"...으으 춥다, 계속 서있으면 감기 걸리겠다."


앞으로 가는 그녀를 따라가다 보니

어쩌다 도착하게 된 곳은

강이 보이는 빙 돌려 있는 산책로였다.

익숙한 강의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와... 여기를 밤에 다시 오는 날이 오다니..."

"밤에 처음 오지... 아..."

"기억 났어?"


내가 입꼬리를 슬쩍 올리고,

사악한 미소로 질문하자, 그녀는

괴로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건... 좀 잊어주면 안돼?"

"에이... 잊으려고 해도 머리 속에서

안 없어지는 걸~"

"...핸드폰만 방전 되지 않았어도,

그런 일 따위는 없었을 텐데."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였고,

나는 옛날 생각이 나와서 키득 거리며 웃었다.


"아니... 나도 놀랐어, 이 공원에서 집가는

길을 몰라서, 밤 될 때까지 강 보면서

멍하니 앉아있는 바보가 있을 줄이야."

"소...솔직히 난 선생님 잘못도 있다고 생각해!

아니 초등학생 애들이 어떻게 알아서

집을 찾아서 돌아가...!"


그렇게 옛날 이야기를 하면서 추억에

대해서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대부분 여기 사는 애들이니까,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하셨나봐."

"흠... 뭐 아무튼... 그때

네가 날 찾아줘서 고마웠어."

"뭐 사람으로서 해야 할일을 했던 거 뿐이야."


그 말에 그녀가 비웃듯이 나를 보면서

질문했다.


"되게 아저씨 같은 사람이 할 말이네."

"아저씨 같은 게 아니라... 어른스러운 거야."


내 말에 그녀가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네가 그 소리 하는 게 아니라,

너도 웃긴 이야기 하나 떠올랐다."

"뭔데?"


그녀는 입꼬리를 귀에 건 상태로

차분하게 이야기 했다.


"그... 반 애들이 나 놀리면서, 싸우니까,

중재한다고 가더니 애들을 다 엄청 때려주고

왔잖아?"

"아니 그거는... 웃긴 이야기가 아니잖아..."

"코피 흘리면서 해결하고 왔다고 할 때

진짜... 웃겼었는데..."


그렇게 옛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는 그녀를 데리고

강의 한가운데에 위치해있는

정자의 앞에 도착 해 있었다.


"진짜... 딱 여기였는데... 너 도대체 왜

숨어 있었던 거야?"

"무...무서웠으니까, 옛날 부모님이 그랬단 말이야...

위험해지는 상황이 생긴다면 무조건 숨으라고."


효은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서

어이가 없었는지 웃었고, 나는 강가를 보다가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았을 때였다.


"어...?"


효은이의 얼굴에는 눈물이 쏟아지듯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너 괜찮아?"


그리고는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효은이가 나를 꼭 껴안은 상태로

울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터질 거라고는 예사은 했지만,

실제로 무슨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자

나는 멍한 표정으로 시간이 멈춘 것 마냥

정지해 있었다.


"...!?"


그렇게 당황해 있을 때, 눈물이

잔뜩 섞여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떠나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너한테는

얘기 해야겠어..."

"...뭐를?"

"작별 인사..."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말에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며

더 이상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


"솔직히 어떻게든 부모님을 설득해서,

남아 보려고 했는데... 적어도 부모님이

중학교가 끝나기 전에 무조건 왕립 학교로

넘어가서 입학해야 한다고..."

"아... 전학 가는 거구나?"

"그냥 전학이 아니야...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너랑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라고!"


믿기도 힘들고 머리 어지러워지는 답답한 상황에,

이 상황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수백가지의

질문들이 머리 속에서 떠올라서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다만 아직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넌 내 삶에 있어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이게... 다 뭔 소리지?'


솔직히 더 묻고 싶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기에, 그녀가 어떤 비밀을

간직한 것인지 모르던 나는 그녀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싶었다.


나를 안고 있던 그녀는 품에서 나와

내 양손을 꼭 붙잡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뭔데...?"

"네가 잘하는 거 있잖아.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침착하게

받아들이는 거.

어른스럽게... 이 상황을 받아들여 줘."


그 말에 내 얼굴에 씌워져 있었던

가면이 무너져 내리며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라는 사람과 보냈던 추억들을

모두 잊어줘, 아니 나라는 사람을 네 기억 속에서

잊어주지 않을래?"


그 말에 내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계속 눈물을 흘러 나왔다.

가득 맺히고, 볼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내 옷깃에 떨어지는 게 느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달아나듯이 떠나갔고, 나는 괴로움에

휩싸여서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바닥에 주저 앉았다.


***

그렇게 효은이가 떠나고 나서 한 1주일 정도

사라졌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평소에 안 하는 게임도 해보고,

비싸서 관심도 물건도 사보았다.


그러나 마음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구멍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아무리 즐거운 일을 해도

하나의 수식어가 머리 속에 들어왔다.


'그때... 뭔가 말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또 다시 시간이 흐르고 나서

나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그녀와 다시 만나서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해주고 싶다.'


물론 만날 방법 같은 건 하나도 몰랐던

나는 어떠한 답도 얻지 못했다.

중학교 3학년 진로 상담 시간이 왔을 때였다.

선생님이 질문했다.


"음... 뭐 넌 딱히 할 말이 없구나,

잘 하고 있고.. 잘 할 거 같아서..

뭐 나한테 궁금한 거 있니?"

"...딱히 없어요."


내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상태로

우울한 기운을 뿜으면서 대답하자

선생님이 질문했다.


"효은이 때문에 그러니?"

"그 애랑은... 관련 없어요."


그녀의 말에 내 표정이 침울해지자,

담임 선생님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게 그 애가 보고 싶으면,

그 애가 있는 학교로 가는 게 어떠니??"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올려서 그녀를

보면서 질문햇다.


"제... 제가 갈 수 있어요??"

"힘들겠지만...불가능이라고는 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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