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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놈, 잃을게 없는 놈, 그저 그런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중·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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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EO
작품등록일 :
2024.01.19 09:05
최근연재일 :
2024.05.14 11:13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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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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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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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4. 체육대회 D - 12

DUMMY

피구를 연습 하고 난 그날의 저녁이었다.

나는 눈 앞의 노트에 1시간 동안 연습을

시키면서 정리한 것들을 보고 있었다.


"후우..."


정리된 결론은 생각 했던 것 보다

실망이 크다, 였다.


물론 반 애들이 자신이 좋아서 나온 게 아니라,

아니라, 반에서 잘 나가는 한 여자애의 강요를

받고 나온 것이었기에.

애정을 가지고 열정적인 모습을 바라는 것은

좀 과한 욕심이라고 생각하긴 하나.

너무 열정이 없었다.


"우리 반 애들이 운동을 싫어하는 애들인가?"


스스로 저런 생각이 들 정도로 애들이

1시간 동안의 연습 동안 보여준 모습은

마치 길가는 사람을 아무나 붙잡아다

대본을 주고 그 자리에서 연기를 시키는 걸

보는 느낌이었다.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참가자의 80% 이상은 딱딱한 말투로 국어책

읽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애들이 가만히 있었다는

사실이 정리된 수첩을 정독하고 있던 나는 한숨과 함께,

손에 들린 수첩을 닫았다.


"아니...이런 식으로... 애들 한 명을 붙잡고...

협박해서... 반 애들을 전원 불러드리는 건

의미가 없을 거 같은데...?"


그런 고민을 품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제는 집안에 있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는

여전히 이름은 모르지만,

앞으로의 일을 대가로 나를 도와주고 있는

그녀가 과자를 까 놓은 상태로 먹으며 태블릿 PC로

영화를 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너... 원래는 이 시간 쯤에 돌아가지 않냐?"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갈 건데?"


한 3일에 한 번 꼴로 듣는 말이었기에,

이제는 별 감흥도 없어졌다.

심지어 본인이 내 집에서 쓸 매트리스와

이불과 베개를 사와서 저 짓을 하고 있는

것이었기에, 크게 불편 하지 않았다.


"이제는.... 여기가 좀 편한 가봐?"

"음... 아무리 그래도 남의 집인데,

편하진 않지."

"그럼, 왜 이렇게 자주 오는 건데?"

"우리 집 산 속에 있어서 가는 길 엄청 귀찮고,

게다가 부모님이 집에서는 일에서 자유롭고 싶다면서

인터넷을 설치 안 하셨단 말이야... 나한테 있어서

일종의 일탈을 즐기는 장소지."


그녀는 내 말에 대답하는 동시에

키득거리면서, 까놓은 과자 봉지에서

하나를 꺼내서 입 속으로 집어 넣었다.


"음... 그럼 뭐... 잘 즐겨둬."

"잠깐 너... 오늘 또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좀.... 뭐, 예상에서 벗어난 일이 생겨서,

좀 귀찮은 일이 생긴 거 뿐이야..."

"무슨 귀찮은 일? 울 정도의 귀찮은 일은

아니 였으면 좋겠는데?"


그 말에 스스로가 운 모습이 떠오르며

얼굴이 붉어지며 크게 소리를 내며 짜증을 냈다.


"이니... 야!! 그건 좀... 예외적인 거고...

나 원래 그렇게 눈물 많은 성격 아니거든!?"

"그러시겠지... 그래서 무슨 일이 인지 말해봐.

딱 봐도 체육대회랑 관련된 문제인 거 같은데,

그럼 내가 도와줘야 하는 거잖아."


그녀에게 내가 해낸 일과, 그렇게 알아낸

결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흐음...뭐 이런 문제가 결론으로

나올 거 같긴 했는데, 진짜 생길 줄이야."

"뭐... 이 일을 예측하고 있었던 거야...?"

"2가지 가능성에 대해서 염두 해두고 있었어,

나는 민아라는 애를 직접적으로 보지 못했으니까."

"가능성?"

"그 애가 활발하고, 노는 거 좋아하는 애라고 했잖아.

그럼 첫 번째 가능성은 모두에게 인기 많고,

어쩌다 보니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연예인.

그리고 두 번째는 애들 사이에서

얼굴이 꽤 알려져 있긴 한데, 근데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사람을 끌어당기는 재주는 없는 애매한 일진."


그녀의 말과 민아의 이미지를 비교해보니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걔는... 두 번째 부류의 사람이긴 하네."

"아무튼 그 애가 첫 번째 였다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아. 그 애한테 반한 남자애들은 어떻게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열정을 가지고

했을 텐데..."

"애초에 그 연예인 부류는 꽤 찾기 힘들지 않나?"

"응, 맞아, 그런 부류 잘 없어."


그녀의 말에 내가 벽에 몸을 기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그 애가 애매한 일진에 분류된 순간부터

문제가 발생해, 애들의 입장에서는

관심도 없는 애한테 반 협박 식으로 불려 나왔으니,

굳이 열정을 쏟을 필요가 없다는 거지."


곧바로 납득이 가는 그녀의 지적을 듣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괴로워하면서 생각했다.


"음... 그러면, 일단 지금까지 세웠던

계획은 뒤엎어야 하나...?"

"계획을 뒤엎다니?"

"아니... 지금까지 애들을 하나 하나 만나면서

걔네 들이 가진 약점으로... 연습 시킬 생각이었는데.

네 말을 생각 해보면 아무리 내가 연습을 시킨다고 해도.

그 애들이 의욕을 가지지 않는다면,

의미 없는 연습을 계속 반복하는 거잖아."


내 말을 들은 그녀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차분하게 나에게 질문했다.


"그걸 다른 식으로 이용해보는 게 어때?"

"다른 식으로... 라는 건 어떻게 하라는 소리야?"

"지금의 문제는 애들이 열정이 부족하다는 거잖아?"

"그렇지...?"


그녀는 사악한 미소와 함께 나에게 말했다.


"그럼 해결 방법이라는 건 애들이 열정을

가지게 하면 되는 거잖아."

"아니... 뭐 이론 상으로는 그렇지?

생각보다... 그게 어렵다는 게 문제긴 한데..."


그녀는 키득거리더니, 미소와 함께

나에게 말했다.


"나한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뭔데?"

"애들을 화나게 하는 거야."

"화나게 만들라고? 갑자기?"


내가 이해하지 못한 눈치를 보였으나,

그녀는 내 반응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애들이 가지고 있는 자존심을 건드려서,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오르게 해서 스스로가

대회에 참여하게 만드는 거지. 그게 열정이 되는 거고."

"내가... 알고 있는 약점으로 애들 전체를

긁으라는 거야?"


내 말에 그녀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차분하게 말했다.


"물론... 분노도 적당히 시켜야지.

너만 알고 있을 법한 그리고 되도록이면

체육 대회랑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쪽으로

애들의 신경을 긁어야 해."

"그걸... 이제 내가 그 애들한테 말하는 거야?"


내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재빠르게

도리 도리 저으면서 말했다.


"넌 하면 안 되지, 네 이미지는 지금 열정은

가득해서 반 애들을 어떻게든

이끌려고 하지만... 반 애들이 따라주지 않아서

고생하는 사람으로서 계속해서 기억 되야해."


여전히 상황이 마냥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던

나는 그에게 차분히 질문 했다.


"그럼 누가 그 말을 해야 하는 건데?"

"누가 하던 상관 없어, 네 반이 아닌 다른 사람이

반을 지나가면서 그 말을 하게 만들어."

"이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네가 먼저

애들한테 다가가서 제안을 한 번 했다가

거절을 당해야 한다는 거야."


나는 그녀의 말을 차분히 듣다가

적당히 대답했다.


"타이밍이... 생명이라는 거구나?"

"그치? 그게 성공하면 아마 네 반에 있는

자존심이 있는 애들이 날뛰면서 미친 듯이

연습을 하기 시작 할 거야."


***

그녀로부터 조언을 듣고 난 직후 나는

그나마 학교에서 친한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에게 연락을 했다.


[음... 갑자기 연기를 해달라고?]

[해 줄 수는 있는데, 이유는 설명해줘.]



그리고 다음날이 찾아오고, 반에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을 때,

나는 우리 반에서 가장 운동 신경이 좋은

남자애한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세진아, 너 이번 주에 방과후쯤 1시간 정도

시간 낼 수 있어?"

"...왜?"

"아니 체육대회도 이제 곧이고, 좀 연습도

좀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내 말에 그는 기지개를 피면서, 크게 한번 하품을

하고 내 질문에 대답했다.


"미안, 시간은 있지만... 딱히 하고 싶지는 않네."

"응?"

"체육 대회가... 뭐 애도 아니고... 그런 거에

연연해 할 만한 나이는 지났거든..."


그 뒤로도 나는 다른 학생들에게 일부로

말을 걸고, 제안을 하고 거절을 당하고.

또 다시 말을 걸어서 제안하고 거절을 당하는 걸

계속해서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정확히는 반 애들 전원이 보는 앞에서 그렇게

온갖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이유는 정말이지 놀랄 정도로 다양했다.


'단순 바쁨' , ' 시간은 있지만 거기에 쓸 시간은 없다.'

'체육 대회는 원래 부터 연습하고 다니는 그런 대회가

아니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연습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하기 싫다는

걸 여러가지 문장과 단어를 조합해셔 표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한 참을 거절을 당하고, 직후의 밖에서는

종 소리가 울려퍼졌다.


복도에는 조용한 침묵의 상태가 유지 되고 있을 때였다.

발 걸음 소리와 함께 한 쌍의 남녀가 대화하는 소리가

우리 반으로 들려왔다.


"야... 근데 우리 진짜 체육 대회 연습 안해도

괜찮은 거 맞아?"

"아이... 괜찮다고 해도, 어차피 꼴등할 놈들은

우리가 아니거든."

"연습을 안 하는데... 꼴등을 안 한다고?"


남성이 의문을 표하자 여성은 웃으면서 말했다.


"진짜야, 지금은... 몇 반인지는 모르는데,

작년에 중등부에 있던 반 중 하나가 한 번도

못 이기고 대차게 깨졌거든?"

"그게 왜?"

"걔네 반 애들이 진짜 역량이 하나씩

나사가 빠졌거든."


그녀의 말에 남성은 이상하다는 듯이 반응했다.


"아니 내가 알기로는 그 중등부 때랑 반 비슷하게

배정된 곳에 꽤 운동 잘하는 애들 있던 걸로

아는데?"

"에이... 그 애들도 뭐 초등학생 기준에서 잘하는 거지.

따지고 보면 별 볼일 없어. 그러지 않고 서야.


축구 잘한다고 한다는 애가 팀원들이 힘들게

슈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는데.

8번이나 실패하고.


농구 잘한 다는 놈이 적한테 계속 기회를 주고.


계주는 뭐... 할 말이 뭐가 있냐... 모두들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혼자 힘들다고,

속도 늦추면서 페이스 조절하려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있던 남성은 피식 웃으면서 질문했다.


"아니 줄다리기에서도 진 거야?"

"나온 애들이 다 운동 신경은 꽝인데 자존심만

드럽게 쌘 애들이 있어서... 진짜 개판이었어."


그렇게 반의 아이들을 잔뜩 조롱하는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 선생님이 들어오고, 수업이

시작되었고, 반 애들은 아까전에 들었던

말 들에 상당히 심하게 긁혔는지


실제로 보이지는 않지만, 마치 금방이라도

타오를 것 마냥 연기가 스멀 스멀 올라오는 듯 했다.

그렇게 수업 시간이 끝나고 나자 마자,


처음으로 내 제안을 무시했던 학생이

나에게 왔다.


"야... 너 학교 운동장 대여 신청 해놓은 거야?"

"응... 당연히 해 놨지."

"그거.. 좀 더 길게 신청 해줄 수 있을까?"

"응... 갑자기 왜?"


그는 내 질문에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연습을 좀

하긴 해야 할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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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친선전 24.04.18 1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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