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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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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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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0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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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9화

DUMMY

“크윽. 컥.”



고통 속에서 현천의 손목만을 붙잡고 있던 임영은 제발 놔달라는 듯이 현천의 손목을 툭툭 건드렸다.


‘이 정도면 좀 고분고분하려나.’


현천이 임영의 목을 움켜쥔 손을 놓으면서, 동시에 임영의 허리에 매달린 검을 뽑았다.


척.


검을 뽑은 현천은 임영의 어깨에 검날을 올려놓으며 물었다.


“이제 내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이 나올 것 같나?”


“하악. 하악.”


임영은 현천의 물음에 대답도 못하고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군.”


현천은 임영의 어깨에 올려놓은 검날을 목에 가까이 대었다. 그러자 숨을 몰아쉬는 임영의 목젖이 꿀렁이며 날카로운 검날에 베여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악. 잠시만....알겠으니 잠시만....”


임영의 말에 현천이 검날을 목에서 다시 어깨로 떨어트려 놓았다.


그 모습을 멀찍이 떨어져서 보고 있던 곽소미가 달려왔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아무리 우리가 하오문 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정보를 얻으려 하다니.”


“뭐가 문제지? 난 빙빙 돌려서 서로 원하는 걸 재면서 말장난하기 싫을 뿐이다. 거기다가 지금 이 상황은 내가 만든 게 아니라 문주 쪽이지.”


현천은 다시 임영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좀 괜찮아 진거 같은데 말할 준비는 됐겠지?”


“도대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이오?”


“좋아. 이제야 고분고분해진 말투군. 그럼 질문을 해볼까?”


임영의 고개가 해보라는 듯 작게 끄덕였다.


“일 년 전 너희 하오문에 들어와 난리 친 그 복면인들. 그 복면인들이 누구인지 아나?”


“그들은 정체를 밝히지도 않았고 우리 역시 그들이 누구인지 짐작 가는 곳도 없소.”


“그럼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나?”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지를 말하지 않았소. 그러니 당연히 모르오.”


“그럼 마지막 질문이 되겠군. 그들이 너에게서 얻어간 정보. 그게 뭐지?”


지금까지 현천의 물음에 막힘없이 빠르게 대답하던 임영의 말문이 처음으로 막혔다.


“이제부터 대답이 늦는다면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도록 하지.”


살벌한 현천의 말에 임영이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차라리 목을 베시오. 이것만은 도저히 말할 수 없으니.”


정말로 목을 베라는 듯 임영이 목을 길게 내밀고 엎드렸다.


“진심인가?”


“진심이오.”


“그럼 다르게 질문해보지. 복면인들에게는 알려주고 나에게는 말 못 할 이유는?”


“당신이 알게 되면 하오문은 멸문을 당할 수밖에 없소.”


임영의 말에 현천의 고개가 갸웃했다. 임영의 말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알면 멸문이라....내가 하오문을 멸문시킬 거라는 건가? 아니면 내가 알게 되면 다른 누군가가 하오문을 멸문시킨다는 건가?”


“둘 다요. 그러니 난 절대 말할 수 없소.”


“하하.”


현천은 임영의 생각을 간파했다.


“이거 내가 너무 하오문의 문주를 얕봤군. 지금 나한테 약을 파는 건가?”


“.......”


“나보고 약속부터 하라는 소리군. 네 녀석 목숨과 하오문의 생존을.”


“.......”


“끝까지 모른 채 하는 건가? 지금이라도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을 다 베어버리고 하오문의 분타를 하나씩 찾아서 없앨 수도 있단 걸 생각 못하는군.”


“그렇다면 그자들이 내 입에서 무엇을 들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오.”


임영의 말에 현천은 손익계산을 해보았다.


‘지금 여기 있는 자들은 그냥 베어버린다 해도, 모든 하오문 분타를 찾아 베어버리는 건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군다나 지금 자신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생각을 마친 현천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좋아. 내가졌군. 약속하지 네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든 이 일로는 하오문을 건들지 않겠다고.”


“부족하오. 네 입에서 나오는 말이 끝난 후 그 말이 지켜질지 확신할 수 없소.”


임영의 말에 현천의 아미가 찌푸려졌다.


“그럼?”


“당신의 소중한 사람을 걸고 맹세하시오.”


임영의 말이 끝나자 현천이 다시 한번 목에 검을 갖다 대었다.


“네 녀석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말을 하는 현천의 눈빛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기가 넘쳐흘렀다. 하지만 임영은 그런 현천을 보면서도 자신에게 남은 확실한 패가 있다는 걸 알고 여유가 넘쳤다.


현천이 절대로 자신을 벨 수 없다는 듯 살기 넘치는 현천의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


“맹세하실 수 있으시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임영을 보자 현천은 당장이라도 목을 베어 버리고 싶은 충동에 검을 잡은 손이 떨려왔지만 문정군주를 생각하며 애써 참아내었다.


“맹세하지. 다만 나에게 해줄 말이 더 많을 것이다.”


임영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봐. 그들이 네 놈 입에서 무엇을 들었는지. 네 놈이 나를 어찌 아는지.”


“그들이 원하는 정보는 선녀강림지체(仙女降臨肢體)를 타고난 사람을 알기 원했소.”


“선녀강림지체? 그게 무엇이지?”


“말 그대로요. 선녀의 몸을 타고난 자. 선녀강림지체를 타고난 여인을 보통 선계의 선녀가 인간의 여인으로 환생했다고도 부른다 들었소.”


“그래서 그 ‘선녀강림지체’인지를 타고난 여인을 그들에게 알려줬다?”


현천은 처음 들어보는 선녀강림지체를 강조해 말했다.


그리고 다음에 들려오는 임영의 공손한 어투로 대답하는 말에 현천은 몸속의 피가 차갑게 식어감을 느꼈다.


“예. 선녀강림지체인 여인은 바로 황실의 군주이신 문정군주님입니다. 부마도위시여.”


현천은 임영의 입에서 처음 소중한 사람을 걸고 맹세할 수 있냐는 말에 자신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방 안에 있는 많은 하오문의 문도들과 곽소미의 놀라움은 컸다. 특히나 곽소미는 개봉에서 여기 기련산까지 같이 온 청년이 부마도위라는 것에 충격을 받은듯했다.


“그렇군. 결국에는 네놈이 일 년 전 복면인들이 찾는 선녀강림지체가 문정군주라 알려줬기에 그들이 문정군주를 원하는 거였군.”



말을 하는 현천의 음성은 의외로 차분하였다.


“좋아. 그렇다면 네놈은 문정군주가 선녀강림지체를 타고난 것과 나에 대해서는 어찌 알았지? 반응을 보니 이건 하오문의 사람 중에서 네놈만 알고 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저만 알고 있는 건 아니지요.”


임영의 말을 알아들은 현천이 말했다.


“하하. 내가 하오문을 얕봐도 너무 얕봤구나. 황실에까지 하오문의 문도를 잠입시키다니.”


“마지막으로 묻지. 그들이 선녀강림지체를 원하는 이유가 뭐지? 아니면 선녀강림지체를 타고나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나?”


“그들이 원하는 이유는 저도 모르지요. 다만 저 역시 선녀강림지체를 타고난다면 선계에 올라갈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요. 그것이 우화등선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임영의 말을 듣고 선녀강림지체에 대해 생각하던 현천은 차라리 문정군주에게 돌아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전에....’


현천이 검을 들어 임영의 왼쪽 어깻죽지를 그대로 내리치며 왼쪽 팔을 잘라버렸다.


“끄악....약...약속이...”


제대로 입을 열지 못하는 임영을 바라보며 현천이 싸늘하게 말했다.


“목숨은 살려준다고 했지. 그리고 넌 지금 살아있고 말이야. 억울한가?”


“아..아닙니다. 선처에 감사를....”


임영은 검을 잡는 자신의 오른팔이 아닌 왼 팔을 자른 거에 감사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현천이 뒤를 돌아 하오문의 문도들 사이를 지나가며 한마디 하였다.


“황궁에 있는 하오문의 문도를 당장 불러들여야 할 거다. 내 사람을 훔쳐보고 훔쳐듣고 하는 건 용납 못하니 말이야.”


임영은 현천의 말에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현천은 동굴에서 빠져나와 다시 궁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때 등 뒤에 기척에 돌아보니 곽소미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봐요. 당신 정말....그러니까....”


우물쭈물하는 곽소미에게 현천이 물었다.


“뭐지?”


“정말 부마도위에요?”


현천은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싶었다. 물론 사실을 얘기하자면 부마도위가 아니었기에.


“후우. 사실을 얘기하자면 아니라고 할 수 있겠군.”


그 말에 곽소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현천의 다음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하지만 곧 그리 되겠지.”


현천의 바램이자 문정군주 역시 같은 생각일 거라 믿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멍한 표정의 곽소미를 놔두고 현천이 다시 길을 떠나려 할 때 곽소미가 등 뒤에서 현천을 안았다.


“그거. 부마도위 안하면 안돼요?”


“....”


현천이 대답이 없자 곽소미가 자신의 마음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좋아해요. 처음에는 어머님의 말씀대로 유혹해볼까? 싶은 호기심이었어요. 근데 갑자기 그렇게 돼버렸어요. 그러니....”


곽소미의 말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현천은 자신을 안은 곽소미의 팔을 풀고 그대로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난 문정군주를 사랑한다. 지금 내 삶의 의미는 단 하나. 그녀뿐이다.”


* * *




늦은 밤 잠이 오지 않은 문정군주는 창문을 열고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잠이 오지 않는구나. 자꾸만 그이가 당장이라도 내 눈앞에 나타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구나.’


사실 문정군주는 현천이 떠난 이후로 한 번도 제시간에 잠자리에 든 적이 없었다. 항상 현천이 다칠까 싶은 불안한 마음에 밤새 걱정을 하다 잠이 들기 일쑤였다.


‘오늘은 정말 이상하구나.’


자꾸만 현천이 자신 앞에 나타날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차라도 마신다음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야겠구나.’


문정군주는 매랑을 불러 용정차를 한잔 가져다 달라고 하였다. 그러고 자신의 침상에 엉덩이를 걸터앉는 그때.


별 구경을 위해 열어뒀던 창문 사이로 한 사람이 들어왔다.


문정군주는 갑작스레 자신의 침실에 침입한 인영으로 인해 놀라 소리치려다 침입한 인영의 얼굴을 보곤 달려가 품에 안기었다.


“보고 싶었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창문으로 들어 온 인영은 현천이었다.


현천은 자신의 품에 안긴 문정군주를 꽉 안았다가 떼어내며 문정군주의 입술에 입맞춤 하였다.


“군주님. 말씀하신 용정차를....어맛!”


매랑은 문정군주가 말한 용정차를 가지고 침실로 들어갔다가 문정군주와 현천의 입맞춤을 보고 깜짝 놀라 차를 떨어트렸다.



쨍그랑.



황실의 장인이 만든 고급스런 찻잔이 바닥에 떨어지며 커다란 소리가 났다. 매랑의 비명소리 이후 찻잔이 깨지는 소리까지.


모란궁의 호위병들이 단숨에 문정군주의 침실로 들어왔다.


“군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군주님. 괜찮으십니까?”


호위병들이 문정군주의 안위를 챙기다 옆에 있는 현천을 발견하였다.


“헉. 부마도위님을 뵙습니다.”


매랑의 갑작스런 출현에 현천 역시 당황하였다가 정신을 수습한 후 호위병들에게 명했다.


“아무 일도 아니다. 연락도 없이 갑작스럽게 들어 온 나를 보고 매랑이 놀란 것뿐이다.”


“그럼 저희는 다시 나가보겠습니다.”


호위병들이 허리를 깊게 숙이며 나가려 할 때 현천이 잠시 불러 세웠다.


“지난번 내가 내렸던 명을 기억하나?”


지난번 모란궁의 호위를 물리게 한 현천의 명이 기억이 생각났다.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부탁하지.”


“예! 명을 받겠습니다.”


현천의 말에 크게 소리친 호위병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호위병들이 나가고 방안에는 문정군주와 현천 그리고 매랑만이 남아있자 매랑이 현천에게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민망해진 현천이 매랑에게 부탁했다.


“하하. 매랑아. 이번에도 부탁하도록 하지.”


매랑은 현천의 말에 조용히 나가면서 한마디 하였다.


“좋은 밤 되십시오.”


호위병과 매랑 그리고 나머지 시비들까지 모두 모란궁을 나가자 현천의 기감에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하면.


현천은 문정군주를 이끌고 침상으로 향하며 물었다.


“그런데 이 밤에 자지 않고 차라니?”


문정군주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당신 생각에 잠이 안 와서요.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에 잠이 안 왔어요.”


“훗. 다행이군. 안 그래도 오늘밤은 재울생각이 없었는데 말이야.”


현천의 말에 문정군주의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며 자신의 궁장이 흘러내림을 느꼈다.


그리고 현천이 손을 한번 휘젓자 방안을 환히 비추는 등불의 불이 하나둘 꺼져나가기 시작했다.


열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작은 별빛 많이 하나 된 현천과 문정군주를 작게 비추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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