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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최근연재일 :
2021.05.01 10:16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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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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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6,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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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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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1화

DUMMY

하남성(河南省) 정주(鄭州)


호북 무당산으로 향하던 현천은 하남의 성도인 정주의 한 객잔에서 소면을 먹고 있었다.


‘옥선 사숙이나 장문사형이라면 선녀강림지체에 대해서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녀강림지체에 대해 고민하며 소면을 먹던 현천은 객잔으로 들어오는 네 사람에게 눈길이 갔다.


두 쌍의 남녀.


준수한 외모의 사내 두 명과 아름다운 용모의 여인 두 명.


절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다. 현천뿐만 아니라 객잔의 대부분의 사람이 지금 들어온 인영들에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현천이 그들에게 눈길이 간 건 그들의 남다른 기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귀티 나는 외모.


화려하고 값나가는 비단 재질의 옷.


남다른 기도.


아마도 이름 있는 무림세가의 자제들이라고 생각한 현천은 그들을 빤히 쳐다보다 괜한 오해를 살 것 같아 시선을 거두고 다시 소면을 먹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객잔에 자리하고 음식을 시킨 이후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 현천은 다시 시선을 그들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정천맹(正天盟) 회합에 무당파의 장문인께서 오신다는 게 사실이에요?”


적의를 입은 여인의 물음에 청의를 입은 한 사내가 대답했다.


“듣기로는 그렇다더군.”


“무슨 일로 정천맹 회합에 참여하시는지는 알고 있나?”


적의를 입은 여인과 마찬가지로 적의를 입은 사내가 물었다. 둘의 생김새가 닮은 구석이 있어 아마도 남매지간인 듯 보였다.



“글쎄 나 역시 그것까지는 모르겠군.”


청의를 입은 사내의 말에 조용히 차를 마시던 녹의를 입은 여인이 말했다.


“단순히 제 추측이지만, 아마 남궁세가의 가주께서 직접 청하지 않았나 싶어요. 제가 알기로는 무당파의 장문인과 친분이 두터운 거로 알고 있거든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이야기를 엿듣던 현천은 장문사형이 남궁세가를 방문한다는 사실에 고민하기 시작했다.


원래대로 호북의 무당산으로 향하느냐, 아니면 안휘의 남궁세가를 가느냐 고민하던 현천은 안휘의 남궁세가로 향하기로 했다.


무당산에 가더라도 자신의 사숙인 옥선진인을 만난다는 보장이 없었다.


‘한번 정신수양을 위해 외부와 차단하시고 계신다면 얼마나 기다려야할지 모른다. 그리고 장문사형은 옥선사숙의 대제자. 사숙께서 선녀강림지체를 알고 계신다면 장문사형 역시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현천은 남은 소면을 그릇째 잡고 들이킨 이후 두 쌍의 남녀가 앉아있는 탁자로 걸음을 옮겼다.


현천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걸 느낀 두 쌍의 남녀는 고개를 돌려 현천을 쳐다보았다.


“우리에게 볼일이 있나?”


청의를 입은 사내가 물었다.


“우연히 네 분이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듣게 돼서 말이오. 실례가 안 된다면 정천맹의 회합이 언제인지 알 수 있겠소?”


“보아하니 정천맹의 사람이 아닌 듯한데 어째서 그걸 알고 싶은 거지? 더군다나 남의 이야기를 엿듣다니 심히 불쾌하군.”


현천은 평소 자신의 말투는 생각지 못하고 자신을 낮춰보는 청의사내의 말투에 기분이 언짢았다. 하지만 당장 아쉬운 건 자신이기에 본인의 신분을 밝히기로 했다.


‘어차피 장문사형을 만나러 남궁세가에 간다면 다 밝혀질 것이니 미리 밝힌다 해도 상관없겠지.’



“지금 행색이 이러하지만 전 무당파의 사람이오. 좀 전 당신들 이야기에서 장문사형이 정천맹의 회합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소. 안 그래도 장문사형을 뵈러 무당산으로 가던 중이었기에 장문사형과 길이 엇갈릴까 싶어 실례를 무릅쓰고 묻게 되었소.”


현천은 자신 나름대로 정중하게 물었지만, 청의 사내는 더욱 냉소하며 현천을 비웃었다.


“어이가 없군. 도포를 입지 않는 무당파의 도사라. 거기에 자신의 장문인의 행적 또한 모르다니. 더욱 믿지 못할 말은 무당파의 장문인을 사형이라 부르다니. 반로환동한 현자 배의 무당파 도사라도 되나?”


청의 사내가 하는 말은 하나같이 타당했다.


“어디 족보도 없는 낭인 무사 따위가 사기를 치려고 하느냐. 네놈의 팔을 베어 앞으로 검을 잡지 못하도록 만들 수도 있으니 어서 꺼져라.”


하지만 오만함이 하늘을 찔렀다.


현천 역시 겸손보다는 자신감을, 그리고 자신감보다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 같은 모욕에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당장, 청의 사내를 어떻게 혼내줄까 생각하던 그때, 녹의 여인이 입을 열었다.


“모용 공자. 말씀이 과한듯하군요. 저분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땐 어찌 감당하려고 그런 모욕을 주죠?”


모용 공자라 불린 청의 사내가 녹의 여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제갈 소저는 저 자의 말을 믿는다는 말이오?”


자신의 말이 아닌 고작 낭인 무사 따위의 말을 신뢰하는 듯한 말에 청의 사내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제갈 소저라 불린 녹의 여인이 일행에게 자신의 말을 들어보면 납득할 것이라는 얘기와 함께 현천에게 질문하였다.


“혹시, 옥허진인의 유일제자(唯一弟子)인 풍류 도사가 아니신가요?”


녹의 여인의 말에 현천은 당황했고, 청의 사내를 포함해 일행들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놀라워했다.


‘하. 예전 망나니짓을 하며 지내던 때의 과오(過誤)가 이렇게 되돌아오는구나.’


풍류 도사라 불린 자신의 별호 같지 않은 별호를 세간의 소문 또는 사형들과 사질들에게 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부끄러움이 몰려와 어색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던 현천에게 적의 여인이 귀엽게 웃으며 물어왔다.


“정말 옥허진인의 제자인 풍류도사가 맞나요?”


“하하. 그거 소문이 잘못난 겁니다. 제 사부님이 옥허진인은 맞으나 풍류도사라 불리는 건 다소 과장된 겁니다.”


현천의 말에 녹의 여인이 말했다.


“과장이라....호북에서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풍류도사라는 이름이. 매일같이 기루에 방문해 무당파의 풍류도사는 술과 기녀가 없으면 못산다는 이야기가 돌았죠.”


현천은 저 녹의 여인이 자신에게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나 싶었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자신의 치부를 자꾸만 드러내기에.


“어린 시절 잠깐의 일탈이라고 할 수 있죠.”


현천이 무당파의 사람인 걸 다들 믿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청의 사내가 자꾸 의심을 하려하자 현천은 할 수없이 허리에 찬 송문고검을 빼들어 청의 사내에게 보여주었다.


무당파의 송문고검은 워낙 유명해 청의 사내는 상대가 송문고검까지 보이자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 청의 사내는 현천에게 저지른 무례를 끝내 사과하지는 않았다.





* * *





객잔에서의 만남으로 이들과 함께 남궁세가를 가게 된 현천은 이들의 신분이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정천맹 소속의 세가 사람이었다.


정천맹에 속한 여러 세가와 문파. 그 중에서도 천하오대세가에 속한 모용세가. 제갈세가. 사천당가의 자제들이었다.


녹의 여인은 제갈세가의 제갈화란.


청의 사내는 모용세가의 모용휘.


적의 사내와 여인은 사천당가의 당청보와 당소소.


현천은 이들과 남궁세가로 향하면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번 정천맹 회합은 원래 예정되어있던 모임인건가요?”


현천의 물음에 제갈화란이 답했다.


“아니에요. 정천맹의 회합은 딱히 정해진 날이 없지만, 그래도 회합을 하기 전 주요 세가들이 회의를 거쳐서 여유 있게 통보를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작스럽게 모이게 되었죠.”


현천은 제갈화란의 말을 들으며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정천맹의 회합이라는 큰 모임을 이렇게 갑작스럽게 하는 것도 그렇고, 같은 정파라고는 하지만 정천맹이라는 울타리와 구파라는 울타리에 묶여있는 무당파. 그런데 정천맹의 회합에 무당파가 초대받아 참가하는 것. 남궁세가의 가주와 장문사형의 친분만으로 정천맹의 회합에 초대받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내 짐작이 맞는다면 구파에게 알릴 적임자로 무당파를 고른 것 같군. 정말 그렇다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고민하던 현천에게 당소소가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풍류도사께선....어멋. 죄송해요.”


서로의 소개를 다 마치고도 실수로 풍류도사라 부른 당소소가 미안한 얼굴로 사죄했다. 아직은 여인이라기보다는 소녀라고 불릴 나이인 당소소를 보며 현천은 만약 여동생이 있다면 저렇지 않을까 싶었다.


당소소의 오라버니인 당청보가 정중하게 사과하였다.


“동생이 아직 철이 없어서 현천진인께 무례를 보였군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해주시길.”


현천이 웃어 보이며 오히려 당청보에게 당소소를 칭찬하였다.


“아닙니다. 당 공자는 좋으시겠습니다. 저런 귀여운 여동생을 두시고 말입니다.”


현천의 칭찬에 당소소의 얼굴이 붉어지고, 당청보는 현천이 자신의 동생인 당소소의 무례를 이런 식으로 넘어가주자 마주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하하. 아닙니다. 당가에서는 얼마나 말괄량이인지 모릅니다. 윽.”


말을 하던 당청보의 옆구리를 당소소가 꼬집었다.


남매의 사이좋은 모습에 현천뿐 아니라 제갈화란과 모용휘 역시 웃어보였다.


“그런데 당 소저. 저한테 묻고 싶은 게 뭐죠?”


당소소는 그제야 자신이 물어보려던 게 있던 걸 생각하고는 현천에게 묻기 시작했다.


“현천진인께서는 어째서 하남에 있던 거지요?”


당소소가 그런 걸 물을지 몰랐던 현천은 무슨 대답을 할까 고민을 하다 적당히 사실을 말하기로 했다.


‘어차피 진무혼이 일을 벌이면 강호 전체가 알게 될 것이다.’


“하북에서 정인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죠. 덕분에 조금 오랜 시간 무당파에 가지 않아 정천맹의 회합에 장문사형이 초대받은 지도 몰랐지만요.”


현천의 익살스런 대답에 일행 모두가 놀라워했다. 일행은 처음 현천이 옥허진인의 유일제자인 풍류도사라 했을 때보다 더 놀란 듯 했다.


특히 항상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제갈화란 조차 놀란 표정을 지으니 현천이 오히려 당황했다.


“그게 그렇게 놀랄만한 일인가?”


현천의 대수롭지 않은 말에 당소소가 입을 열었다.


“화산파가 아닌 무당파의 도사가 정인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봤어요.”


당소소의 입에서 화산파가 나오자 현천의 얼굴이 구겨졌다.


“화산파는 말로만 도사이지 아주 사이비 도사입니다. 그들과 무당파를 같은 선상에 보면 안 됩니다.”


화산파에 대한 욕을 하던 현천이 이번에는 무당파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


“그리고 강호에서 무당파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무당파는 남녀의 정. 육식. 술을 금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무당파의 도사들도 혼인을 할 수 있고, 육식과 술도 할 수 있죠. 다만 육식과 술을 함에 있어서 과함이 있어서는 안 될 뿐이죠.”


“그런 분이 풍류도사라는 별호까지 얻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제갈화란이 무표정한 얼굴로 촌철살인을 날렸다.


“하...하하..”


현천이 어색한 웃음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근데 화산파는 왜 싫어하는 것이오? 같은 구파가 아니오?”


현천은 고개를 돌려 질문을 한 모용휘를 쳐다보았다. 처음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행으로서 느낀 모용휘는 그리 나쁜 녀석은 아니었다. 다만 천하오대세가의 한곳인 모용세가라는 자부심과 오만함이 있는 게 좀 흠이었다.


“화산파는 도가 문파를 자처하지만, 그 행보는 절대 도가 문파라 할 수가 없소. 단지 그것뿐이오.”


현천은 화산파가 도가 문파로써 행보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세를 불리는 데 혈안이 된 세가 문파의 행보를 따르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세가의 사람들이었기에. 이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커다란 모욕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그렇다고 천하오대세가나 다른 세가들처럼 자신들의 세를 불리는데 주력하는 것이 나쁜 건 아니었다. 다만 도교의 가르침을 전하는 도가 문파인 화산파가 그리 한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모용휘와 제갈화란 그리고 당가남매는 머리가 나쁜 자들이 아니었다. 그들 역시 현천이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고 자신들을 배려해 짧게 대답한 것을 느꼈다.



그 이후로도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하며 이동하던 일행들은 남궁세가가 있는 합비(合肥)에 도착하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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