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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최근연재일 :
2021.05.01 10:16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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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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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6,475

작성
21.04.1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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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9화

DUMMY

복면인의 숨통을 끊은 그때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왔나보군.’


현천은 복면인들과 관련된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복면인들을 살펴보았다.


‘악(惡)’


복면인들이 쓰던 비도와 소검에는 모두 악(惡)이 새겨져 있었다.


‘이거라면 무언가 단서가 될 수도 있겠지.’


현천은 땅에 떨어진 비도 하나를 집어 들어 품속에 넣고 문정군주에게 향했다.


“이제 다 끝났어.”


“고마워요.”


현천은 멋쩍게 웃어 보이며 문정군주에게 둘러준 피풍의를 잘 여미어주었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거든.”


이 방안에서 자신이 알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던 현천이 예전처럼 가볍게 농을 던지자 문정군주도 미소 지었다.


사삭. 사사삭.


가벼운 발놀림.


“군주님을 뵙습니다.”


한 사내가 다가와 문정군주에게 예를 표했다. 사내의 검은 복장에는 한 마리의 까마귀가 수놓아져 있었다.


문정군주는 사내의 복장을 보고 동창 흑오대의 위사인걸 알았지만,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이 사람은....”


문정군주는 혹시나 동창에서 현천을 잡으려는 줄 알고 입을 열었지만 현천이 자신의 말을 끊고 동창위사에게 물었다.


“부탁한 건 어찌 됐지?”


동창의 위사는 이미 문정군주와 현천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짜 부마도위는 이자다. 절로 존대가 나왔다.


“저택의 후문으로 나가면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


“당신들은 이제부터 바쁠 테니 수고하게.”


현천은 그 말을 남기고 문정군주의 손을 잡고 후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현천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동창위사는 주위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과연 무당파. 왜 무림에서 무당파를 구파의 수위로 놓는지 이해가 가는구나. 저 나이에 저만한 무력이라니.’


현천은 걸어 나가는 동안 여러 방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현천은 무시했다.


‘아마도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이곳 종들이겠지.’


후문으로 나오자 거기에는 커다란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마부인지 병사인지 모를 사내가 문정군주에게 예를 표했다.


문정군주를 마차에 먼저 태우려했지만 웬일인지 문정군주는 마차에 타지 않고 저택을 돌아보았다. 그 모습에 의아함을 가진 현천이 물었다.


“뭐 찾는 거라도?”


“저를 챙겼던 아이가 있어요. 매랑이라는 시비인데.......괜찮다면 같이 가고 싶어요.”


그 말을 듣고 바로 옆에 사내에게 명했다.


“이봐. 들었으면 얼른 움직여.”


“예?”


어리바리한 모습의 사내를 보자 현천이 툴툴 거렸다.


“저택에 가서 매랑이라는 시비를 찾아서 데려오라고.”


그 말에 사내가 허겁지겁 저택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람을 보내도 저런 자를 보내다니 이거 영....”


진무혼에게 투덜거린 현천은 문정군주와 함께 마차에 올랐다.


마차 안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먼저 침묵을 깨고 입을 연 것은 문정군주였다.


“전.....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어떻게 당신이 동창위사들과 아는 거죠?”


“하하...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하나....”


잠시 생각을 하던 현천은 어떻게 설명을 할까 고민하다 처음부터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날.....”


처음 이별을 하던 그때부터. 무당산에서 자신이 금제를 풀은 이야기. 동창 흑오대 대주이자 황제의 어전시위인 진무혼의 도움.


짧지 않은 얘기였지만 최대한 문정군주가 알 수 있게 간추려 설명했다. 현천의 말을 들은 문정군주는 참으로 놀랍기도 하고 이런 우연이 있나 싶어 했다.


“당신이 진 시위와 어릴 적 친우였다니....”


“어릴 적에는 자주 만났었지. 마지막으로 본 게 삼 년 전이군. 그때 진무혼 그 녀석이 황궁에 들어갔으니 말이야.”


“용 공자. 절 찾으러 와줘서 다시 한 번 고마워요.”


고마움을 표하는 문정군주의 아름다운 얼굴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현천은 그 모습에 순간 넋을 잃고 문정군주의 아름다운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손은 붉게 상기된 뺨을 어루만지며 상처가난 입술에는 엄지를 갖다 대었다. 가만히 뺨과 엄지를 어루만지던 현천이 얼굴을 가까이 하자.


스르륵.


문정군주의 눈이 살포시 감겼다.


서로의 입술이 닿으려던 그때.


“매랑이라는 시비를 데려왔습니다.”



후다닥.


깜짝 놀란 문정군주와 현천이 멀찍이 떨어졌다.


‘하. 진짜 저걸 그냥.’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서 방해하는 어리바리한 사내 때문에 현천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마차에 태우거라.”


문정군주의 명에 사내는 마차의 문을 열고 매랑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마차에 오른 매랑은 문정군주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흑흑. 군주님.”


자신을 걱정하며 눈물 흘리는 매랑을 문정군주는 다독이며 매랑에게 물었다.


“매랑아. 혹시 같이 지내는 가족이 있느냐?”


“제가 어려서 다들 돌아가셨습니다.”


“그럼 이곳에 딱히 남아있지 않아도 되겠구나. 혹여 너만 괜찮다면 나를 따라가지 않겠느냐?”


“예?”


놀란 매랑이 되물었다.


“어째서 저 같은 것을 데려가려 하시는지요?”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너만이 내 외로움을 달래주었더구나. 네가 없었다면 난 이 사람이 오기 전에 나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구나. 나를 따라가겠느냐?”


“군주님. 감사합니다. 저 같은 것을 생각해주시고, 저 군주님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럼 얘기는 끝난 거군. 이봐, 어리바리 마부 출발해라.”


현천의 말이 끝나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산동성(山東省) 태안(泰安)의 관도를 한 대의 마차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마차 안에서는 여인들의 대화소리와 웃음소리로 넘쳐났다.


산동까지 오는 동안 매랑과는 많이 친해져서 조금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정말 혼자서 오신 거에요?”


문정군주와 매랑이 그 날의 일을 말하다가 매랑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현천에게 확인하듯이 물어봤다.


“좀 전에 들었잖아? 뭘 자꾸 물어.”


“와. 전 정말 감동했어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 수천 명의 병사들과 장수들을 뚫고 적의 목을 베는....마치 촉의 용장 조운 같아요.”


“이거 이야기가 너무 부풀어진 거 아니야? 난 수천 명의 병사들을 뚫은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말이야.”


너무 과하게 얘기하는 매랑 때문에 현천은 볼을 긁적이며 멋쩍어 했다.


“사실 처음 문정군주님한테 얘기를 들었을 때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했다고요. 사랑하는 여인을 남겨두고 떠난 무능력한 남자라고만 생각했거든요. 헤헤.”


마지막에 혀를 내밀고 웃는 매랑을 보자 현천은 기가 막혔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기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마차는 산동성의 성도인 제남(齊南)에 도착하고 있었다.



제남에 도착한 일행은 우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객잔을 찾았다. 이제는 이전처럼 사람 많은 곳을 피할 이유가 없기에 고급 객잔에 들어가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차가 화화객잔(華華客棧)의 앞에 서자 마차 안에 있던 문정군주와 현천 매랑이 차례로 내려섰다.


“들어가 보자.”


현천의 말에 마차를 몰던 사내가 머뭇거렸다. 그 모습을 본 현천이 또 한마디 하였다.


“이봐, 자꾸 어리바리할 거야? 거기 서서 뭐 마려운 강아지 마냥 뭐 하는 거야?”


“그게....”


사내는 자신이 어찌 문정군주님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겠냐며 안절부절 못했다. 그 말에 따라 들어가던 매랑까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매랑 역시 그동안 문정군주님이나 현천과 친해졌다지만 자신의 신분은 그들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기에.


문정군주는 사내와 매랑을 보고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하자 그제야 사내와 매랑이 쭈뼛대며 따라왔다.


객잔의 내부는 역시 성도의 고급객잔답게 넓고 깨끗했다. 하지만 일층에는 사람들이 너무 몰려 조용히 식사를 하기에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현천은 문정군주를 데리고 밖의 경치가 잘 보일만 한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저 손님. 이층으로 올라가시면 음식 값이 배로 나올 겁니다.”


객잔의 직원으로 보이는 자가 정중히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현천이 되물었다.


“또 그 위층으로 올라가면 음식 값이 배의 배로 나오겠지?”


현천의 말을 들은 객잔 직원은 살짝 허리를 숙이며 긍정을 표했다.


“그렇다면 경치가 가장 좋은 최상층으로 안내해라. 원하는 돈은 선불로 주겠다.”


현천에 말을 들은 직원은 바로 안내하겠다며 일행을 안내했다. 직원이 안내한 자리는 확실히 밖의 경치가 잘 보이는 자리였고 또 한 값이 나가다보니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불로 얼마를 주면 되지?”

자리를 안내받은 현천이 다시 한 번 묻자 객잔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선불이라뇨. 손님을 불신해서는 안 되죠. 그럼 여기 차림표가 있으니 보시고 원하시는 음식을 말씀하시지요.”


“초행이라 뭐가 맛있는지 모르니 여기서 잘하는 음식들로 네 명이 충분치 먹을 만큼 가져오시오.”


그러자 객잔 직원은 다시 한 번 허리를 굽히고는 뒤 돌아 내려갔다.


“고급 객잔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지, 확실히 손님을 대할 줄 아는군.”


확실히 화화객잔이 장사가 잘되는 이유였다. 고급 객잔이면서도 일 층에는 평민들이 크지 않은 부담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고, 그 위층으로는 제 값을 치루지 않는 손님들이 있다면 그 들의 뒤를 봐주는 곳이 처리해 제 값을 어떻게 해서든 받아내 주었다.


바로 화화객잔의 뒷배가 산동성의 그 유명한 황보세가였다.


황보세가가 비록 천하오대세가(天下五大世家)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에 필적할 만한 세가였다.


음식이 나오고 일행은 젓가락을 들어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문정군주도 답답한 피풍의에 머리덮개를 뒤로 젖히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매랑이 한 마디 하였다.


“군주님. 여기 제남에서 옷을 사오도록 할까요? 불편해 보이시는데 차라리 옷이랑 면사를 다시 사오겠습니다.”


매랑의 말에 문정군주가 아닌 현천이 대답했다.


“난 지금 저렇게 꽁꽁 싸매고 다니는 게 다른 사람들이 쳐다볼 일도 없고 좋은데 말이야.”


현천의 그 말에 어리바리 사내와 매랑이 문정군주와 현천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현천은 애써 시선을 무시하며 식사에 열중하는 척 했지만 문정군주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가만 보면 엄청 바람둥이 같은 거 아세요?”


매랑의 기습적인 질문에 현천이 입안에 음식을 쏟아낼 뻔했다.

“뭐? 내가?”


“하긴, 지학(志學)(열다섯 살)때부터 기루를 드나들었으니 얼마나 혀가 매끄러운지 모르겠구나. 어쩌면 나도 그 매끄러운 혀에 깜빡 속아 넘어간 지도 모르지.”


당황하는 현천을 보며 문정군주가 매랑의 말에 쐐기를 박듯 한마디 거들었다. 그 말에 이번에는 매랑과 어리바리 사내가 현천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니, 저 그게 그러니까....”


둘러댈 말을 생각하던 현천은 갑자기 어리바리 사내를 쳐다보며 역정을 냈다. 그 바람에 사내는 괜한 불똥이 자기한테 튄 격이 되어버렸다.


“어리바리 마부, 넌 왜 쳐다보는 거냐. 너 기루를 한 번도 안 가보았다고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


사내는 억울한 듯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저 어리바리도 아니고 마부도 아닙니다. 제 이름은 위호이고, 나름 동창의 예비 위사입니다.”


“동창위사면 위사지, 예비 위사는 뭐냐?”


현천의 물음에 문정군주가 대신 답하였다.


“동창은 황제폐하의 직속기관으로 아무나 들일 수 없기에, 확실한 신원조회와 그 실력을 검증 받아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동창 예비 위사를 선발하고 그 중에서 신원조회가 이상 없다면 그 중 실력이 출중한 예비 위사들을 동창위사로 뽑는 형태에요.”


“흐음. 그렇다면 아직 별 볼일 없다는 거잖아? 어이, 어리바리 그럼 마부랑 다를 것도 없잖아?”


현천의 말에 위호는 죽상이 될 뿐이었다. 현천 역시 그날 문정군주와의 입맞춤을 방해한 것을 생각하자 위호를 계속해서 놀리고 싶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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