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최근연재일 :
2021.05.01 10:1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21,070
추천수 :
1,637
글자수 :
236,475

작성
20.11.27 12:20
조회
8,780
추천
62
글자
12쪽

1화

DUMMY

서(序)



호북(湖北) 무당산(武當山) 무당파(武當派)



화려한 산세를 자랑하고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는 무당산

그 위에 지어진 무당파는 도가의 성지라 불리고 있다.


정확히 언제 지어진 지 모를 낡은 도관들과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청아한 기운이 무당산과 조화를 이루어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기품과 위엄이 서려져 있다.



* * *



눈이 반쯤 풀린 청년, 어쩌면 소년에 더 가까울 것 같은 맑은 얼굴의 한 사내가,

화려하지만 얇고 속이 비치는 옷차림의 여인의 무릎에 누우며 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아 세상살이 이렇게만 살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면서 한 손은 슬그머니 앞섬으로 가 가슴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한다.


“아이, 공자님도 참”


여인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 손을 떼어놓지는 않고 오히려 유혹적인 눈빛으로

청년을 쳐다보면서 더 많은 걸 요구하는 신음을 토해냈다.


“아아”



* * *



상청궁


무당파 장문인 이 기거하는 상청궁은 무당파의 다른 낡은 도관들과 다르지 않게

낡은 도관이었다. 단지 다른 낡은 도관보다 조금 더 넓을 뿐이었다.


무당파의 장문인. 현청진인.


현청진인은 상청궁의 낡은 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막내사제는 아직 인가?”


“저...그것이 어젯밤에 나가 아직 안 들어온 것 같습니다. 장문인”


대답하는 현양진인의 얼굴이 난처한 듯 찡그려졌다.


“아니, 막내사제는 아직도 저런단 말이오?”

“허허, 막내사제 나이가 이제 열여덟이요. 더 이상 어린 나이가 아니란 말이외다!”




“이제는 도저히 막내사제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정 안된다면 강제로라도 십 년간 폐관에 들게 해야 합니다.”


현진진인. 현우진인. 현오진인.


세 명의 사제들의 말을 들은 현청진인은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허허...이보게 사제들, 막내사제가 아직 어리니 조금만 더 지켜보세. 아직 여러 가지 경험해볼 나이가 아닌가?”


“아니 장문인은 언제까지 막내사제를 감싸줄 요량이요? 장문인, 이 아니 대사형이 이러니 막내가사제가 더 그러는 것이 아니요?”


“맞소. 제자들을 꼬드겨 무당산의 산짐승들을 잡아 육식을 즐기고, 몰래 술을 들여와 자신은 물론 제자들까지 인사불성 취하게 만들고, 그것뿐이오? 허구한 날 산을 내려가 기루에 다니며 술에 취해 기녀들 치마폭에 쌓여 지내기 일쑤요. 물론 무당파에 육식을 즐기지 말란 규율은 없소, 술 역시 마찬가지요, 또 한 혼인을 금하지 않으니 여자를 안는 게 잘못은 아니요. 하지만 무당파는 엄연히 도교이며 우리는 도사요. 막내는 그 행동이 도를 지나쳤소. 이번에야말로 막내의 버릇을 고쳐야 합니다.”


현청진인은 사제들의 격한 반응에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허어...이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겠구나! 막내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할 시기인가..’



* * *



무당파 산문.


청운은 무당파의 산문 어귀에서 무척이나 초조한 듯 이리저리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막내사숙인 현천사숙이 이번에도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막내사숙이라 종종 산문에서 그를 기다리던 일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장문인과 장로님들의 화가 무척이나 크게 난듯하여 청운 자신까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하아 현천사숙은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시기에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으시는 거야? 정말 사고뭉치가 따로 없다니까”


“청운 이 녀석, 사숙에게 하는 말버릇이 무어냐? 기사멸조의 죄가 얼마나 큰지 모른단 말이냐?”


“헉, 사숙..그게 아니라...”


초조함과 불안감에 이리저리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던 청운은 현천사숙이 산문을 올라오는 기척도 못 느끼고 그만 말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변명을 하려던 청운은 현천사숙의 몰골을 보고 기겁을 했다.


“아니 사숙, 도포는 어쩌고 지금 그게 무엇입니까? 거기다가 이 술 냄새들과 분내는 무엇입니까? 설마 밤새도록 기루에 있다가 온 것입니까?”


청운은 지금 보고 있는 모습이 정말 맞는지 두 눈을 여러 번 깜박이더니 다시 한 번 눈앞의 사숙을 쳐다보았다. 백의의 문사복과 문사건을 두르고 몸에서는 술 냄새와 함께 여인의 분내. 이런 몰골의 사숙을 어떻게 장문인과 장로님들 앞에 데려갈지 눈앞이 캄캄해질 뿐이었다. 지금까지 사숙의 기행에 휘말려 좋은 꼴을 한 번도 보진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숙이 해오던 기행이라고 해봐야 사제들과 산 짐승을 잡아서 술판을 벌이고 그 술판으로 인해 다음 날까지 사제들과 숙취에 시달리며 장로님들에게 꾸중을 듣고 일주일간 면벽수행 등을 받기는 했지만 대체로 가벼운 벌들만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달랐다. 장문인과 장로님들이 현천사숙이 오는 대로 상청궁으로 데려와라 명할 때 그 느낌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떠한 단호함이 느껴졌었다.


“현천사숙 지금 큰일입니다. 도포는 어찌하셨습니까? 이 꼴을 하시고서 어떻게 장문인 을 뵐 수 있습니까?”


“오늘따라 웬 호들갑이냐? 내가 이러는 적이 어디 한두 번이냐? 하긴 이번에는 내가 좀 심하긴 했구나, 하하”


현천은 아무렇지 않게 웃고만 있었지만 청운은 얼굴에 근심만 늘어날 뿐이었다.


“어찌됐든 얼른 상청궁으로 가야합니다. 사숙”


“알겠다. 그러니 당장 죽을 것 같은 그 얼굴표정부터 풀어라.”



* * *



산문을 타고 올라가 몇 개의 도관과 전각을 지나쳐 상청궁 앞에 다다른 청운은 깊게 심호흡을 하였다.


“장문인. 제자 청운, 현천사숙을 모셔왔습니다.”


“수고했다. 청운 너는 이만 물러가고 현천은 이리 들어오너라.


안에서 장문인의 명이 들리자 청운은 현천을 바라보며 간곡한 표정으로 말했다.


“현천사숙 들어가시면 잘못했다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비십시요”


“걱정 말거라, 평소와 같이 꾸중에다 면벽수행으로 끝나실 게다”


웃으며 상청궁 안으로 들어가는 현천을 청운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뒤 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헉”


“아니 저저 저 차림새가 무엇이냐?”


“술 냄새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동을 하는구나!


상청궁 안으로 들어간 현천은 장문인과 사형들의 기함을 들었지만 평소 자신이 사고를 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


“현천!! 그 차림새는 무엇이고 밤새 어디에 갔다가 이제야 들어오는 것이냐!!”

불같은 성정의 현오진인이 일갈을 내뱉었다. 현천은 현오사형의 불같은 성정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처럼 화를 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에 얼굴에 당황함이 묻어 나오려 했다.


“현오사제 진정하게나. 우선 현천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세”


장문인 현청진인은 현오진인을 달래고 현천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 현천아 그 차림새는 왜 그런 거며 지금까지 무얼 하다 왔는지 말해 보거라”


‘후우.. 다행이다. 사형들은 아직 노기 가득한 표정들이지만 장문인은 그래도 화가 많이 나시진 않은 거 같으니 크게 벌을 받진 않겠구나.’


이리 생각되자 현천은 얼굴이 풀어지며 능청스런 표정으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하하..장문인 간밤에 이 막내사제가 불현듯이 술이 마시고 싶어 산을 내려가게 되었지 뭡니까? 근데 산을 내려가려고 하니 이미 한밤중이라 기루에 가지 않고서는 술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아니하여 이 차림새로 내려갔지 뭡니까? 그래도 제가 무당파의 제자인데 도포를 입고 기루에 들어갈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능청스럽게 차림새와 기루에 있다온걸 말하며 장문인의 표정을 살폈다. 좌우로 앉아있는 다른 사형들의 서슬 퍼런 표정이 눈에 들어왔지만, 이번에도 장문인은 나를 감싸줄 거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장문인은 내 예상과는 달리 서글픈 표정을 지으실 뿐이었다.


“허허 현천아, 언제까지 그리 살 것이냐? 삼년 전. 그날 이후로 항상 생각했었다. 언젠가 언젠가는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잊고 괜찮아 질 것이라고. 그건 단지 사고였기에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렸지만 이제는 안 되겠구나.”


장문인께서 삼년 전 그 날의 얘기를 하실 줄 몰랐던 현천은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좌우로 앉아있던 현천의 사형이자 장로들 역시 삼년 전 그날의 얘기를 장문인이 현천의 앞에서 꺼낼 줄 몰랐기에 다들 당혹스런 표정이이 되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삼년 전 그 날 의 사건을 마치 금기처럼 현천의 앞에서 꺼낸 이가 없었다. 심지어 현천의 사부이자 무당파의 가장 큰 어른이신 옥허진인 역시 현천의 앞에서는 그 날의 얘기는 꺼내지 않았었다. 그날의 사건이 현천에게는 평생 짊어져야할 상처였기에. 그 사건 이후로 현천이 저렇게 바뀌었기에.


굳어진 현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장문인의 말이 이어졌다.


“강호에서는 무당파에 망나니가 하나 나왔다고 호사가들이 말한다. 무공은 이류에 술과 기루를 즐기는 풍류도사라는 별호까지 있더구나. 현천아 마지막으로 묻겠다. 지금 이대로 이처럼 살아갈 것이냐? 아니면 네 몸의 금제를 풀고 다시 예전 너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냐?”


현천은 장문인의 말이 비수가 되어 폐 깊숙이 찌르듯이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강호에서의 평판이나 나에 대해 떠도는 소문들에 대해서가 아니라 삼년 전 그 사건이 다시금 떠오르면서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 안에 있는 것들을 다 쏟아내고 싶을 지경이다.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고 입을 떼었다.


“저 다운 것이 무언인지요? 저는 지금 이 모습 역시도 저 다운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제 몸의 금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더 이상 검을 쥘 생각이 없으며, 공부보다는 그저 취하고 싶을 뿐입니다.”


장문인 현청진인은 현천의 말을 들으며 이제는 어쩔 수 없음을 느끼고 최후의 수단을 생각하였다.



“스스로 몸에 금제를 걸고 수련조차 하지 않으며, 도가의 공부 역시 하지 않으니 무당파의 제자라 할 수 없다. 내 당장 너를 파문시키고 싶지만 본파의 계시지 않은 옥허사숙의 대한 예가 아님을 알기에 파문은 잠시 보류하겠다. 다만, 현천 너는 지금 이 순간부터 무당파에 기거 할 수가 없다. 산을 내려가거라. 현천 네가 다시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을 때 그때가 되서야 본산에 올라올 수 있을 것이다.”


현천은 장문인이 저렇게까지 나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삼년 전 그날의 얘기를 나에게 직접 꺼냈을 때부터 이리 될 줄 알았듯이 흥분되어 뜨겁게 타올랐던 심장은 오히려 차갑게 식어졌다.


“네 녀석이 다시 본산에 오르리라 마음먹기 전에는 무당파의 제자가 아니다. 산을 내려가서는 현천이 아닌 용진용으로 살아야한다.”


현천이 아닌 용진용으로 살아가라는 말. 그 말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 무겁게 내려앉았다. 용진용은 무당파에 입문 하기전 속세명. 장문인의 명은 파문은 아니지만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파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문인..아니 장문사형 정녕 이리 하셔야합니까? 차라리 천주봉에 올라가 일 년, 아니 십 년이든 이십 년이든 살겠습니다. 본산을 아예 내려가 오지 말라하시면 전 어찌합니까? 본산은 저에게 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천주봉은 무당산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 천주봉에 있는 것이라곤 천연 암굴 몇 개가 끝이다. 그렇기에 천주봉에서 일 년 만 지내는 것도 무당파 내에서는 아주 큰 징계라고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현천에게는 그런 천주봉에서 홀로 지내는 것 보다 무당산을 내려가기는 더욱 싫었다. 지금 내려간다면 다시 올라올 수 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현천의 바람과는 달리 장문인은 단호하게 말할 뿐이었다.


“해가 지기 전까지 내려가거라. 그 정도 시간이면 여장을 꾸리고 다른 제자들과 작별 인사할 시간은 될 것이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이만 물러가거라.”


이 말을 끝으로 장문인은 축객령을 내리듯 돌아앉아 눈을 내리 감을 뿐이었다.



*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당천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을 무당파의 망나니 도사 에서 무당천검으로 변경했습니다. +1 21.04.09 2,999 0 -
41 41화 +2 21.05.01 2,083 30 12쪽
40 40화 +2 21.04.29 1,572 30 12쪽
39 39화 +2 21.04.28 1,694 31 13쪽
38 38화 +5 21.04.27 1,772 31 13쪽
37 37화 +2 21.04.26 2,491 34 12쪽
36 36화 +3 21.04.26 1,830 36 12쪽
35 35화 +3 21.04.25 1,862 29 12쪽
34 34화 +4 21.04.24 1,800 31 13쪽
33 33화 +3 21.04.23 1,916 36 13쪽
32 32화 +2 21.04.23 1,925 32 14쪽
31 31화 +2 21.04.22 2,009 31 12쪽
30 30화 +2 21.04.21 2,179 35 13쪽
29 29화 +2 21.04.20 2,111 34 13쪽
28 28화 +1 21.04.19 2,250 37 12쪽
27 27화 +1 21.04.18 2,253 32 13쪽
26 26화 +4 21.04.18 2,370 36 13쪽
25 25화 +3 21.04.17 2,518 36 13쪽
24 24화 +1 21.04.16 2,675 37 13쪽
23 23화 +2 21.04.15 2,750 41 12쪽
22 22화 +1 21.04.14 2,758 39 13쪽
21 21화 +1 21.04.14 2,779 40 13쪽
20 20화 +1 21.04.13 2,947 42 12쪽
19 19화 +1 21.04.12 2,975 39 12쪽
18 18화 +2 21.04.11 3,016 47 12쪽
17 17화 +1 21.04.11 3,081 48 13쪽
16 16화 +3 21.04.10 3,047 44 15쪽
15 15화 +1 21.04.10 3,109 44 13쪽
14 14화 +1 21.04.09 3,110 44 13쪽
13 13화 +1 21.04.08 3,180 4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