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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최근연재일 :
2021.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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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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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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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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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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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2화

DUMMY

경공을 펼치며 마차를 따라오는 인물은 황보세가의 차남 황보윤이었다.


“잠시만, 잠시만 멈춰주십시오.”


무시하고 마차를 더 빨리 달리라고 시키려던 현천은 갑자기 생각을 바꿔서 위호에게 마차를 세우라 지시했다.


마차가 멈추자 황보윤이 마차에 가까이 다가섰다.


“우리한테 아직 볼일이 남았나? 이제는 볼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현천의 말에 황보윤이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대며 소리쳤다.


“저를 받아주십시오.”


“뭐?”


반문하자 현천에게는 전혀 궁금하지 않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황보윤의 어머니는 황보세가의 가주인 황보숭의 첩이었다. 본래 황보세가의 시비였던 어머니는 황보숭과의 하룻밤으로 황보윤을 가지게 되었다. 본디 황보윤을 잉태하지 않았다면 그 하룻밤으로 끝났을 인연이었지만 황보윤을 갖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황보숭의 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비록 첩으로 받아들였지만 황보숭은 단 한 번도 황보윤의 어머니를 찾지 않았다. 다만 아들로 태어난 황보윤에게는 나름 애정을 가져 정실부인의 장남인 황보현과도 별다른 차별을 두지 않고 키웠다.


정실부인은 그것이 불만이었는지 황보윤의 어머니를 황보세가의 종놈과 간음을 했다는 누명을 씌워 자결하게 만들었다.


어머니가 누명을 쓰고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자신.

어머니를 믿어주지 않은 아버지.

그리고 누가 누명을 씌웠는지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력감.


황보윤이 삐뚤어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황보현 그 자식은 제 앞에서 항상 어머니를 욕했지만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황보윤은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말했다.


“이제는 황보라는 성을 버리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욕보이는 일이 없도록 강해지고 싶습니다. 제발 절 거둬주십시오.”


한참을 고민해보던 현천이 입을 열었다.


“내가 무당파의 도사라는 건 알겠지?”


“예.”


“그렇다면 널 거둘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겠지?”


황보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일 뿐이었다.


뚝.


뚝.


푹 숙인 고개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물기가 떨어져 무릎 꿇은 황보윤의 무릎을 적셔갔다.


“하지만.”


현천의 목소리에 흐느끼던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네 녀석이 원하는 건 단지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강해지고 싶어서 나를 따라가고 싶은 거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황보윤을 보자 현천이 다시 말을 이었다.


“좋아.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묻지. 너는 분명 황보라는 성을 버리고 세가를 영영 나온 것이 맞느냐?”


황보윤의 고개가 강하게 끄덕였다.


“그렇다면 강해질 수 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마.”


황보윤은 그런 현천에게 감사인사를 몇 번이나 하며, 마차에 오르려했다.


“네 자리는 저기 마부석이다. 위호 옆에 앉아라.”




* * *





황보윤은 현천일행에 합류하면서 이름을 어머니의 성을 따서 백윤으로 지었다. 백윤이 현천의 일행으로 들어와서 가장 놀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희롱할 뻔했던 여인이 황실의 군주인 문정군주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가장 믿지 못할 이야기는 그 아름다운 문정군주와 저 무공만 강하고 싸가지 없어 보이는 무당파 도사인 현천과 연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문정군주와 현천 둘 모두 정인이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시비인 매랑과 위호가 둘을 정인인 것처럼 대하고 있었다.


‘헉, 그렇다면 저 싸가지가 부마도위가 되는 건가?’


“어허 백윤. 지금 내 귀가 간지러운 것 같은데 말이야. 내 욕하고 있는 건 아니지? 표정이 상당히 다양하게 변하던데 말이야.”


“하하하....무슨 소리십니까? 제가 은인에게 그런 생각을 하다니요.”


‘귀신같은 놈.’


뜨끔한 백윤은 소면 그릇에 얼굴을 묻으며 표정을 감추었다.




* * *




북경에 도착한 현천은 문정군주만 데리고 천향루에 갔다 오려고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을 바꾼 현천은 위호에게 마차를 천향루로 향하게 했다.


‘아니다. 이왕 결정한 거 다 데리고 한꺼번에 가서 빠르게 해결하자.’


현천이 천향루에 입구로 가자 연화가 마중 나와 있었다.


“올 거란 걸 알고 있었나?”


현천이 물었지만 연화는 대답도 하지 않고 피풍의의 머리덮개로 얼굴을 가려놓은 문정군주에게 다가가 예를 올렸다.


“군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저 밤하늘의 별을 이렇게 뵙다니 영광입니다.”


문정군주는 상대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였다.


“무슨 뜻이지?”


“어떤 청년에게 저희 아이들 중 마음에 드는 아이가 있냐고 물으니, 이미 밤하늘의 별을 알고 있는데 어찌 보석 따위의 빛에 눈이 멀겠냐고 하더군요.”


문정군주는 그제야 연화의 말을 이해했다. 양 볼에 홍조가 올랐지만 피풍의의 머리덮개로 인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갑자기 그 얘기를 꺼내어 멋쩍어하는 현천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얼른 까마귀 왕에게나 보내주지?”


흑오대 대주를 표현하는 오왕을 장난스럽게 부르는 현천을 보며 연화가 미소 지었다.


“안 그래도 오왕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내하겠습니다.”


일행은 현천을 선두로 루주인 연화의 안내를 받아 진무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현천을 기다리던 진무혼은 문정군주를 알아보고 먼저 예를 올리었다.


“문정군주님을 뵙습니다.”


문정군주 역시 예전 황궁에서 자주 안면이 있던 진무혼을 향해 화답했다.


“진 시위. 오랜만이군요. 그동안 폐하를 잘 보필하였다고 들었어요. 항상 그렇게 폐하를 보필해주길 바랄게요.”


“맡은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무혼의 성심을 다한 대답에,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모습을 보던 현천이 툴툴 거렸다.



“기생오라비 같은 얼굴을 하고선 그런 진지한 표정이라니. 그런 거는 너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인네들에게나 하시지.”


현천의 말을 들은 진무혼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


“문정군주님. 현천의 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다 받아주려고 하시면 상당히 피곤하실 겁니다. 저 혀는 한시도 가만있지 않을 터이니 적당히 한쪽귀로 흘려주시는 게 도움이 되실 겁니다.”


현천과 진무혼의 마주보는 눈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듯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문정군주가 웃음을 지었다.


“역시, 두 사람이 죽마고우라더니 사실이었나 보군요.”


“군주님 앞에서 현천의 험담을 하기는 조금 부담스럽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현천과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제가 대견스러워 지는군요.”


계속하게 되면 자신만 불리해질 것 같은 현천이 얼른 화제를 돌렸다.


“이제 일적인 얘기나 좀 하지?”


현천의 말에 진무혼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자 현천이 문정군주에게 황궁에 먼저 들어가라 일렀다.


“우선 매랑과 궁에 들어가서 편히 쉬고 있어. 나는 진무혼과 얘기가 끝나면 그때 찾아가도록 할게.”


문정군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진무혼은 흑오대 대원들 불러 궁과 연결된 천향루의 비밀통로를 이용해 문정군주를 모시도록 했다.


“백윤. 위호. 너희는 잠시 여기 남아있도록. 너희 문제는 얘기가 끝나는 대로 결정할 테니.”




* * *





“계획대로 잘 진행 되냐?”


진무혼과 단둘이 있자 현천이 물었다.


“그래. 네가 아주 잘해줘서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이미 조작된 문서에 여량의 인장을 가져와 표시를 남겼다. 의심할 여지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죽겠구나?”


현천의 물음에 진무혼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폐하의 반대파 인물들은 여량과 결탁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숙청을 당할 것이다. 삼족이 멸할 수도 있고.”


진무혼의 담담한 말에 현천은 그런 진무혼을 쳐다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진무혼에게 어쭙잖은 충고를 하기에는 자신이 묻힌 피의양도 적지 않았다.


“하하. 우리가 친우는 친우인가 보구나.”


진무혼도 현천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는 웃어보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 볼일을 말해볼까?”


그러면서 품 안에서 하나의 비도를 꺼내서 진무혼에게 넘겨주었다.


“여량을 돕던 그 복면인들이 쓰던 비도다. 그들이 쓰던 무기에 다 악(惡)이 새겨져 있더군. 여기에 대해서 조사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 자들 단순히 여량을 돕던 자들이 아니었어. 이들의 목표는 문정군주였다.”


현천은 진무혼에게 그 날 복면인들과 나눴던 대화를 알려주었다. 그걸 들은 진무혼 역시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백윤과 위호 저 두 명을 네가 받아줬으면 좋겠다.”


진무혼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쳐다보았다.


“후우. 네가 맡은 흑오대 대원으로 받아달라는 말이다. 어차피 위호 저 녀석은 동창 예비 위사라고 하더군. 백윤은 사실....”


현천은 진무혼에게 백윤을 만난 일까지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 네가 좀 맡아서 실력을 키워주고 흑오대 대원으로 받아줬으면 좋겠다.”


“그게 다가 아닌 것 같은데?”


진무혼의 날카로운 말에 현천은 뜨끔했다.


“그래. 실력이 괜찮아 졌다 싶으면 심부름이라도 시켜볼까 한다.”


“하하. 친우의 부탁인데 내가 한번 맡아보지.”


진무혼이 웃음을 보이며 흔쾌히 수락했다.




* * *





얘기를 마치고 나온 현천은 백윤과 위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 너네는 따로 다른 곳으로 갈 필요 없이 여기 천향루에서 당분간 머무르면 될 거다.”


말을 하며 둘의 반응을 살피던 현천은 백윤과 위호의 떨떠름한 표정을 보고 의아해했다.


“왜? 별로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이네?”


현천의 말에 위호가 먼저 대답했다.


“아닙니다. 예비 위사인 제가 드디어 동창위사가 된다니....더군다나 동창의 핵심 대대인 흑오대로 들어가게 된다고 생각하니 믿기지 않아서요.”


위호의 대답을 들은 현천은 이번에는 백윤을 쳐다보며 물었다.


“너는 어떤데? 강해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백윤은 잠시 생각하다 현천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주는 얼마나 강합니까?”


백윤의 말을 들은 현천은 피식 웃음이 날 수밖에 없었다.


‘고작 생각한 게 그거인가.’


“나와 비교한다면 서로의 전력을 본지 오래라 어떻게 판단할 수 없겠군. 들어내 놓은 전력만 본다면 백중세일거다.”


현천은 아직도 백윤이 고민한다고 생각되어 한마디 더 거들었다.


“더군다나 나는 누구를 가르치는 재능이 없지만 저 녀석은 타고났다고 말하고 싶군. 저 녀석을 대주로 모시고 있다 보면 분명 강해질 거다. 그건 내가 보증하지.”


그 말을 듣자 백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흑오대에 들어갈 것을 약속했다.


“너희들 이정도면 나한테 빚을 진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러니 빨리 강해져서 내 손발이 되어줘야 할거다.”


현천은 그 말을 남기고 다시 진무혼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어린 황제 주문원은 옥좌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고모인 문정군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무혼에게서 여량과 그 자식들이 숙청됐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던가. 더군다나 여량과 그 자식들을 숙청했다는 이가 고모님의 정인이라니.


‘정말 대단한 사내구나.’


단신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수많은 병사들과 장수들을 뚫고 들어가다니. 그렇게 감탄하던 황제는 문정군주가 들어온다는 환관의 말에 옥좌에서 일어나 문정군주를 맞이하러 나갔다.


문정군주는 그런 황제를 보고 황송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


“폐하. 어찌 이리 나오십니까. 소녀 황송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문정군주의 말에 어린 황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고모님. 이 힘없는 조카 때문에 고모님이 고생하셨다 생각하니 그동안 제대로 잠 못 이뤘습니다.”


황제는 문정군주를 편히 앉히고 황제 본인도 그 앞에 마주 앉았다. 놀란 문정군주가 황제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황제는 완강히 거절하였다.


“고모님. 어차피 보는 이도 없으니 괜찮습니다.”


문정군주는 어쩔 수 없이 황제가 원하는 대로 하게 놔두었다. 어린 황제는 그런 문정군주가 고마워 농을 던졌다.


“고모님의 얼굴이 고생을 한 거치곤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여인은 사랑 하면 아름다워진다고 하던데....그래서 고모님의 아름다운 얼굴이 더 아름다워졌나 봅니다.”


황제가 이런 농을 할 줄 몰랐던 문정군주는 얼굴이 붉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문정군주가 부끄러워할 때 진무혼과 현천을 들이겠다는 환관의 소리가 들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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