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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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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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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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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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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화

DUMMY

가주들의 물음에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준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집무실의 문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이제 도착한 듯하니 보시면 아실 겁니다.”


남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문이 열리고 비쩍 마른 늙은 거지 한 명이 들어섰다. 몇 번이나 덧대어 기워 입은 옷의 허리춤에 메인 허리띠의 매듭이 자그마치 여섯 개였다.


“케케. 이미 표정들을 보아하니 한창 얘기 중이었구먼.”


남궁준이 일어나 방금 들어온 늙은 거지를 소개했다.


“개방에서 나오신 풍신개 장로시오.”


남궁준의 소개에 이미 안면이 있는 자들도 있었고 없는 자들도 있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돌아가며 인사를 나눈 개방의 장로 풍신개는 마지막으로 현청진인을 쳐다보았다.


“무당파의 장문인이신 현청진인께서는 참으로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려.”


“그렇습니다. 이전에 본 것이 사 년 전 소림에서였던가요?”


풍신개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봤다. 하지만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이 없는지 다시 현청진인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사 년 전 봤던 당돌한 꼬맹이. 그러니까 장문인의 막내사제는 어디 있소? 내 소식을 듣기로는 여기 남궁세가에 온 걸로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현청진인은 풍신개가 현천을 찾자 의아해했다. 그가 무엇 때문에 현천을 찾는다는 말인가. 혹 사 년 전 개방의 후개가 현천에게 패배한 것을 아직도 생각하는 건가.


“현천 그 아이는 지금 제 제자인 청운 그 아이와 함께 있소. 풍신개께서는 현천 그 아이를 찾는 이유라도 있는 것이오?”


현청진인의 말에 풍신개는 현청진인의 표정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다른 뜻은 없소. 아직 그 아이가 연소(年少)하다 하나 그래도 배분으로 따지자면 각 세가의 가주나 구파의 장로들과도 동배인 아이인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을까 싶어서였소.”


현청진인은 풍신개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며 말했다.


“허. 막내가 배분이나 무공이 뛰어나다 하나 이런 자리로 그 아이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굳이 참석을 권유하지 않았소. 또한 세가를 이끄는 분들과 개방의 풍신개 장로께서 참여하는 곳에 그 아이를 부르긴 한참 이르지 않나 싶소.”


현청진인이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이야기 하였다.


하지만 그걸 듣는 풍신개의 표정은 그다지 부드럽지 못했다.


“헹. 무당파의 현자 배라는 배분을 등에 업고 있는 자가 부족할 게 뭐가 있겠소? 거기다가 이번에는 무림과는 다른 커다란 뒷배를 또 가졌는데 말이오.”


풍신개의 비꼬는 듯한 말에 현청진인은 풍신개의 말뜻을 이해 못 한다는 듯 물었다.


“허허. 전 도저히 풍신개 장로께서 하시는 말씀을 모르겠군요.”


“끝까지 모른 척하시는 게요? 이미 개방에 그 소문이 들어왔는데 무당파의 장문인인 현청진인께서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될법한 소리인 게요? 자신의 막내 사제의 일인데 말이오.”


남궁준을 포함하여 다른 세가의 가주들은 개방의 풍신개 장로가 이일에 전혀 무관한 현청진인의 막내 사제 얘기만 하고 있기에 풍신개에게 사담은 나중에 하고 우선 이 일의 시급함을 알리려 했다.


“풍신개 장로께서는....”


남궁준이 풍신개에게 입을 열자 풍신개는 그 말을 듣지도 아니하고 현청진인에게 입을 열었다.


“장문인의 막내사제인 현천. 그 아이가 황실 문정군주의 부마도위가 되어 황실을 등에 업었는데 이걸 정말 모른다는 말이시오?”


남궁준은 자신의 말을 끊으며 자기 할 말만을 하는 풍신개를 보며 얼굴이 굳어졌지만 풍신개의 입에서 나온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준뿐만 아니라 다른 세가들의 가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한 그 이야기를 듣는 현청진인 역시 놀라는 표정이었다. 놀란 표정을 빠르게 수습한 현청진인이 말했다.


“막내 사제에게 아무런 말을 들은 게 없군요. 이 이야기는 나중에 막내 사제와 천천히 해보도록 하지요. 그러니 풍신개 장로께서도 현천 그 아이 보다는 이번 사건에 집중을 해주시지요. 무량수불.”


현청진인이 그렇게 말은 했지만 풍신개의 표정은 그다지 부드럽지 못했다. 거기다 현청진인이 바라본 다른 세가의 가주들 역시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허허. 큰일이로구나. 무림에 이런 해괴한 일이 일어났음에도 같은 정파인 무당파에게 황실과의 연이 생겼다고 이리 견제를 하려 하다니. 더군다나 그 시작이 개방이라는 것이....’


현천의 이야기는 일단락되고 다시 진행된 회의는 개방의 풍신개 장로가 참석했지만 그다지 알아낸 정보는 없었다. 다만 개방이 그동안 알아낸 정보중 하나는 그자들이 일반 백성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건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려. 무량수불.”


“그게 무엇이 다행이란 말입니까. 현청진인.”


현청진인의 말에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균이 말하였다. 황보균의 어투는 누가 들어도 거부감이 들 정도로 가시가 돋친 듯하였다.


이미 어젯밤 후기지수들의 연회에서 자신의 아들인 황보현의 굴욕을 들은 황보균이었다.


하지만 무당파에 따질 수 없는 그의 입장에서 자신의 아들에게 굴욕을 준 현천이 황실 군주의 부마도위가 되어 황실까지 등에 업었다 생각하니 속으로만 삭이던 자신의 감정을 막지 못하고 튀어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현청진인은 그런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균의 말에도 차분히 대답하였다.


“힘없는 민초들에게는 다행히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않겠습니까? 저희 같은 무부(武夫)들은 그나마 대항이라도 할 수 있지 그들은 그럴 힘조차 없으니 말입니다.”


“흥. 현청진인께서는 이미 황실의 일원인 듯 백성부터 생각하는 마음이 참으로 너그러우십니다.”


황보균의 선을 넘는 말에 정작 현청진인 보다는 다른 세가의 가주들이 놀라 했다.


“황보세가의 가주께서 하신 방금 말씀은 도가 지나친 듯하오. 현청진인께 이 무슨 무례란 말입니까. 더군다나 현청진인께서 이 자리에 함께하시는 이유는 저희 남궁세가의 초대를 받고 온 손님이신데 말이오.”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준의 말에 황보균은 아차 싶었다.


지금 본인이 한 말은 남궁세가의 입장에서는 현청진인을 초대한 남궁세가에게도 무례한 짓이었다. 황보균은 급히 현청진인에게 사과의 말을 올렸다


“제가 흥분하여 현청진인께 도가 지나친 듯하오.”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과에 현청진인은 그저 도호를 속삭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회의에서는 제대로 된 대책이 나지 않은 상태로 회의를 끝마치고, 모두가 일어서려 할 때 풍신개의 말이 이어졌다.


“회의도 끝났으니 이제는 장문인의 사제인 현천. 그 아이가 진정 부마도위인지 알아볼 차례 아니오?”


풍신개의 말에 자리에 일어나려던 세가의 가주들이 다시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는 모양새를 보니 현청진인은 고개를 절래 흔들며 어쩔 수 없이 현천을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허. 그게 그리도 궁금하시오? 그렇다면 그 아이를 지금 당장 불러주시오.”


현청진인이 남궁준에게 시선을 주자 남궁준은 어쩔 수 없이 밖에 무사를 시켜 현천을 이곳으로 데려오게 하였다.


잠시 후 회의실에 들어온 현천이 현청진인에게 예를 먼저 올린 후 다른 세가의 가주들에게 예를 올렸다. 마지막으로 풍신개를 본 현천은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그래도 예를 올리었다.


“저보고 회의에 참여하란 것은 아닐 테고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신지요?”


현천은 개방의 풍신개 장로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단숨에 상황을 파악했다.


‘진무혼이 개방에 흘린 정보로 인해 온 것이구나.’


하지만 현천은 모른 척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흥. 태도가 방자한 것이 참으로 건방지구나. 하긴 등에 커다란 배를 두 개나 두었는데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나.”


황보균의 말이었다.


“황보세가는 등에 무언가를 업는 것을 좋아하는군요. 만나는 황보가의 사람마다 묻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뭣이라?”


“근데 두 개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분명 하나는 무당파를 일컫는 것일진대 나머지 하나는 도통 모르겠으니 말이죠.”


현천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황보균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때 풍신개가 나섰다.


“자네가 황실을 등에 업었다는 소문이 있더군. 황실 문정군주의 부마도위가 되어서 말이야.”


풍신개의 말에 현천이 박수를 한 번 치며 말했다.


짝.


“아. 그게 벌써 소문이 났습니까? 근데 제가 황실 문정군주의 정인은 맞으나 아직 혼례도 올리지 않았는데 부마도위라니 소문이 좀 와전됐군요.”


현천의 입에서 긍정의 말이 나왔다. 아직 혼례를 올리지 않았다지만 황실의 군주를 상대로 정인이라 입 밖으로 냈다 함은 이미 기정사실이란 소리다. 그렇지 않고 거짓을 말한다면 황실의 화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현천의 말에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지 아니면 표정을 숨긴 건지, 동요가 없어 보이는 세가의 가주들이 있는가 하면 황보균처럼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자들 또한 있었다. 그것은 개방의 풍신개 장로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천은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비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너희 세가들이 우리 구파를 절대 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 상태로는 앞으로도 절대 구파를 아니 무당파를 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개방의 풍신개 장로께서는 제 소식에 대해서 엄청나게 빠르십니다. 이 얘기는 제 사형이신 장문인께도 아직 말씀 못 드린 얘기인데 말입니다. 어떻게 아신 건지요?”


현천의 날카로운 질문에 풍신개가 아무 말 못하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현천은 그런 풍신개를 보면서 사 년 전 일을 꺼내며 웃음을 보였다.



“혹시 사 년 전 그때, 소림에서 개방의 후개를 반쯤 죽여 놨다고 그때부터 뭐 꼬투리 잡을 게 없나 따라다니신 겁니까? 이거 구파와 같이 묶인 구파일방의 일방에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현천의 이 말에는 세가의 모든 가주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현천이 황실의 부마도위가 되었다는 말보다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 문정군주와 서로의 정이 통해 부마도위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무당파와 강호에 명망 높은 옥허진인의 유일 제자라는 뒷배는 충분히 가능케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현천의 나이 십팔 세. 사 년 전이란 십사 세를 말함이다. 지금 후개의 나이가 이립을 넘었다. 이미 일신의 무공은 십 년 전부터 후기지수란 말을 무색하게 넘어선지 오래다. 그렇기에 이미 십 년 전에 진정한 개방의 후계자로 거듭난 기재가 지금의 후개다.


그런 후개를, 사 년 전에 현천의 나이 십사 세에 후개를 꺾었다고 하니 세가의 가주들은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궁세가의 가주인 남궁준은 실로 놀라운 표정으로 현천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큰아들 역시 지금 후개에 비하면 한 수 접어줄 수밖에 없다. 물론 자신의 큰아들이 후개의 나이가 된다면 그때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당장의 현천은 자신의 큰아들보다 여섯 살은 어린 청년이었다.


“무..무슨 소리냐. 그때의 후개와 지금의 후개가 같은 줄 아느냐? 그 당시의 후개는 용두방주만이 익힐 수 있는 개방의 비전을 익히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 당시 현천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풍신개가 하는 말은 개방과 후개에게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는 말이었다.


그걸 느낀 풍신개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가듯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풍신개의 뒤를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균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렇게 정천맹의 회합은 끝이 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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