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최근연재일 :
2021.05.01 10:16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21,086
추천수 :
1,637
글자수 :
236,475

작성
21.04.21 05:05
조회
2,179
추천
35
글자
13쪽

30화

DUMMY

현천은 문정군주에게 부탁해 이른 아침부터 진무혼을 모란궁으로 오게 했다. 문정군주의 명을 받고 모란궁에 들어온 진무혼은 현천이 있는 것을 보았지만 별다른 놀라움은 없었다. 이미 어젯밤 천향루를 통해 황궁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았기에.


진무혼은 문정군주에게 예를 취하고 문정군주가 권하는 의자에 앉았다. 곧이어 시비인 매랑이 따뜻한 차를 내오고 세 사람은 한동안 별다른 말이 없이 차를 마셨다.


그렇게 일다경이 지나고 차를 다 마신 현천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 너를 이 자리에 부른 건 그자들이 문정군주를 원하는 이유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가 미약해. 그래서 그 실마리를 알지도 모르는 문정군주에게 묻고 너의 의견을 듣고 싶다.”


진지한 표정의 현천을 보며 진무혼 역시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현천이 문정군주를 쳐다보았다. 문정군주 역시 자신의 문제이기에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현천을 마주 보았다.


“선녀강림지체.”


문정군주는 현천의 입에서 ‘선녀강림지체’라는 말이 나오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어떻게....”


“그들이 찾는 것이 선녀강림지체를 타고난 여인이라더군. 그리고 그게 당신이라고 들었어. 이 선녀강림지체가 정확히 뭐지?”


문정군주는 옛 기억을 떠올리는 듯 잠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보았다. 현천은 그런 문정군주를 보며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기억해보라는 듯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사 년 전. 그러니까 제가 당신 나이일 때네요.”


연상이라는 걸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문정군주는 부끄러운지 잠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시에 저는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듯 온몸이 아파왔죠. 마치 신병이 들린 듯 온몸의 떨림과 알 수 없는 추위를 느끼며,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지나 달이 지나도록 차도가 없이 고통이 계속 이어졌죠.”


현천은 문정군주의 얘기를 가만히 경청했다.


“선황(先皇)께서는 황실 의원들조차 아무런 원인을 찾을 수 없자 황실이 아닌 밖에서 용하다는 의원을 찾으려 했죠. 하지만 그마저도 소용이 없어 저는 물론 선황께서도 포기하려 할 때, 한 노도사께서 황실을 찾아왔어요.”


사 년 전 일이기에 진무혼 역시 알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노도사는 황궁에 오기 전부터 짐작을 했던 건지, 저를 보자마자 ‘선녀강림지체’라 하더군요. 그러더니 선황께 모든 사람을 물려 달라 청한 뒤 제게 술법을 전개 했죠. 술법이 끝나자 오랜 기간 고통에 몸부림치던 제 몸이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해지자 노도사께서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문정군주는 계속된 이야기에 숨이 찬지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 내뱉었다.


“급할 거 없어. 천천히 얘기해도 괜찮아.”


현천의 부드러운 말에 문정군주가 미소 지으며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녀강림지체란 선계에서 죄를 짓고 인간계로 추방당한 선녀의 분신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선녀의 분신은 한 사람일수도 있고 여러 사람으로 나뉠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며, 저 같은 증상과 아..아름다운...얼굴을 지적하시며, 분신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라 온전한 환생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우연히 자신의 외모를 자화자찬(自畵自讚)하게 되어버린 문정군주는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현천의 앞에서만이 아니라 진 시위까지 있기에 부끄러움은 배가 되었다.


“죄를 짓고 추방당한 선계의 선녀라.......”


현천이 가만히 중얼거렸다.


“노도사께서 문정군주님께 말씀하신 건 그게 끝이신 겁니까?”


지금까지 이야기로는 아무런 단서를 찾을 수 없는 진무혼이 문정군주에게 물었다. 진무혼의 물음에 문정군주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 가지 더 말씀하신 게 있어요. 선녀강림지체를 악신(惡神)의 분신을 타고난 자가 발견하게 된다면 그 힘을 일깨울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되면 선녀강림지체를 타고난 이는 선계로 올라갈 힘을 얻게 되며 악신의 분신 역시 그 힘을 이용해 선계로 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문정군주의 긴 이야기가 끝이 났다.


문정군주의 이야기가 끝이 나자 현천과 진무혼은 눈을 감고 자신들의 머릿속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었다.


잠시 후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했는지 현천과 진무혼이 동시에 눈을 뜨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현천과 진무혼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이제야 앞뒤가 맞아들어 가는군.”


씨익.


같은 생각을 한 현천과 진무혼이 마주 웃었다.


“우선 천향루에 가서 다시 얘기해보지. 친구.”


현천의 말에 진무혼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정군주에게 예를 취하며 나갔다. 현천 역시 문정군주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미소를 보이며 진무혼을 따라 나가기 시작했다.


문정군주는 그런 현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노도사가 해줬던 이야기 중 말하지 않은 이야기 하나를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선녀강림지체를 온전히 군주 혼자서 타고났기에 악신의 무리에게 쉽게 노출될 것이오. 아마 평탄한 삶을 살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천랑성(天狼星)을 타고난 자가 군주를 위해 싸울 것이오. 대대로 천랑성을 타고난 이는 인간계로 추방당한 선녀의 정인이기에 분명 운명적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타고난 운명을 바꿀 수 없는 게 아쉽구려.’


문정군주는 현천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자신의 고뇌를 읊을 수밖에 없었다.


“현천 당신이 만약 천랑성을 타고난 이라면. 저는 아마 선녀가 아니라 악녀일 것입니다. 항상 당신을 사지로 내모는 제가 어찌 선녀를 타고났겠습니까.”


문정군주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그래도 믿고 싶군요. 당신이 제 운명의 상대라는걸....”




* * *




현천은 진무혼과 모란궁을 빠져나와 천향루를 향하다 황실 정원인 이화원(颐和园)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진무혼은 그런 현천의 발걸음을 따라 같이 움직여 주었다.


“머리가 복잡한가 보군.”


“모란궁에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네 녀석 앞에서만큼은 솔직해도 되겠지. 그래 머리가 복잡하다 못해 터질 것 같군.”


이화원 내에서 가장 긴 다리인 십칠공교(十七孔桥)의 중앙에서 멈춰선 현천이 난간에 몸을 기대었다.


시원한 바람이 현천과 진무혼의 심정을 안다는 듯 그 둘을 한번 훑고 지나갔다.


자신의 머리칼을 시원하게 휘날리며 지나가 준 바람을 느낀 현천이 감탄했다.


“이화원이라. 정말 좋은 곳이군. 머리가 좀 맑아지는 것 같아.”


“나 역시 가끔 이곳에서 산책을 하곤 하지.”


“네 녀석 궁에 들어가더니 아주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황제를 만나보고 짧은 시간 궁에서 지내면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접한 현천은 진무혼이 얼마나 힘들게 황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주는지 알고 있었다.


진무혼 역시 현천의 그런 마음을 알기에 가벼운 미소만 지었다.


그때 십칠공교를 지나가는 궁녀들이 현천과 진무혼을 바라보곤 예를 취하였다. 진무혼이 그런 궁녀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받아주자 궁녀들은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하며 현천과 진무혼을 지나쳐갔다.


“진 시위께서는 어쩜 저리 잘생겼을까.”


“잘생기기만 한 게 아니라 능력도 출중하시잖아.”


“난 그 반역자 여량을 혼냈다는 소리를 듣고 반해버렸잖아.”


궁녀들은 자신들의 대화가 내공이 뛰어난 현천과 진무혼에게 들릴 거라는 생각은 못한 채 재잘거렸다.

“그런데 말이야 진 시위 옆에 계신 분이 문정군주님의 부마도위시라며?”


“응. 맞아. 거기다가 진 시위님의 죽마고우라 하시던데.”


“근데. 문정군주님이 너무 아깝다. 문정군주님 미모는 그 옛날 전설로 내려오는 미인들과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우신데 말이야.”


“그런데도 문정군주님이 반하신 거 보면 능력이 얼마나 좋은 걸까? 들리는 소문으로는 무공이 엄청나게 뛰어나다는데? 저분이 홀로 여량의 저택에 들어가 병사 수천과 여량을 베고 문정군주를 구출해왔다는 소리가 있어.”


“설마. 실제로는 동창에서 한 거라며?”


“이러다 누가 듣겠다. 동창을 함부로 입에 올리다간 정말 위험할지 몰라.”


그 위세가 대단한 동창을 함부로 입에 올렸다가 화를 입은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난 궁녀들은 얼른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하지만 궁녀들의 대화내용을 다 들은 진무혼은 옆에 있는 현천의 표정을 보고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웃음을 보였다가는 현천에게 무슨 꼴을 당할지 몰랐기에.


현천은 똥 씹은 표정처럼 얼굴을 구기며 궁녀들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얼굴을 돌려 진무혼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내 얼굴이 그렇게 구리냐?”


“설마. 문정군주님의 미모가 워낙 특출하니 궁녀들이 그리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는 진무혼의 표정이 현천의 눈에 들어왔다.


“얼씨구. 좋으시겠어. 그리 잘난 얼굴로 태어나서 아주 세상살이 편하게 사는구먼. 자고로 진정 멋진 사내란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마음. 네놈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음침한 놈이란 걸 안다면 여인들이 싫어한다?”


현천이 진무혼을 비꼬았지만 진무혼 역시 지지 않았다.


“얼굴이 잘생기니 음침한 모습도 사내답다고 하더군. 여인들이.”


현천은 진무혼의 반격에 결국 본전도 찾지 못하고 얼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식힐 겸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오히려 기분만 상한 현천이 진무혼을 지나쳐 천향루를 향해 먼저 걸음을 옮겼다.


천향루 최상층에 있는 진무혼의 집무실에 도착한 현천은 자리에 앉자 무언가 생각난 듯 진무혼에게 물었다.


“백윤. 위호. 그 두 명은 어떻게 잘하고 있냐?”


“아직은 동창의 훈련을 잘 따라오고 있다. 둘 다 강해지겠다는 열망이 크더군.”


“그렇군. 그럼 이제 문정군주 얘기를 해보자. 너는 어떻게 생각 하냐? 문정군주가 한 이야기.”


현천의 물음에 진무혼은 머릿속에 정리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선녀강림지체란 이야기는 나도 이번에 처음 듣는군. 하지만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도사는 황실 의원을 포함해 그 누구도 고치지 못한 문정군주의 병을 단번에 고쳤지. 그러니 신빙성이 있는 얘기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 이야기에 나온 악신(惡神). 우리가 쫓는 악(惡)을 자신들의 무기에 새긴 녀석들과 분명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된다.”


진무혼의 얘기를 들은 현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진무혼과 같은 생각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들을 찾을 단서는 하나도 없군.”


현천이 답답한지 마른세수를 하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런 친우의 모습을 지켜보던 진무혼이 현천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 시선을 느낀 현천이 할 말 있냐는 듯 마주 쳐다보며 턱짓을 하였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 하지만 내 하나뿐인 친우인 너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서 현천의 대답이 무엇일지 알면서도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


“문정군주님에 대한 네 마음이 어느 정도인 거냐? 단순히 남녀 간의 정으로 사랑한다느니 그런 마음이라면....”


현천이 진무혼의 말을 끊었다.


“단순한 게 아니야.”



현천은 자신의 검에 죽어간 현수사형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날 이후로 자신의 삶 역시 죽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자신의 삶을 되 살려준 것이 바로 문정군주였다.


“너 역시 이번에 나와 현수사형의 이야기를 들어서 알겠지.”


진무혼은 강호에 소문난 것처럼 단순히 현수진인이 지병을 앓다가 죽은 거로 알고 있었지만 이번 현천과 문정군주의 일로 무당파 장문인에게 들어 진상을 알게 되었다.


“그때 현수사형과 함께 내 삶 역시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게 해주더군. 그녀가. 그래서 지금 내 삶의 목표는 그녀의 곁에서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다.”


현천의 진심이 진무혼에게도 느껴졌다.


진지했던 현천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 현수사형의 무덤 앞에서 현수사형에게 약속한 천하제일의 검객이 되겠다는 것도 이뤄야지. 너 역시 내 발 아래 두고 말이야.”


피식.


진무혼 역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앞의 이야기는 가능성 있는 이야기지만 그 이후의 이야기는 불가능하겠군. 내가 있어서 말이야.”


“좋아. 네 녀석의 마음을 확인했으니 말해주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말 위험할 거다. 그 악(惡)이란 집단. 처음 들어 보지만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현천도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들을 찾을 수 없다면 그들이 너를 찾게 하는 거다.”


자세히 말해보라는 듯 진무혼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문정군주님을 원하지. 그렇다면 강호에 소문을 내는 거다. 무당파의 현천이 그 문정군주의 부마도위가 되었다고 말이야. 그들은 분명 자신들의 수하인 복면인들을 죽인 것이 너라는 걸 알게 되고 네 앞에 모습을 드러낼 거다.”





* *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당천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을 무당파의 망나니 도사 에서 무당천검으로 변경했습니다. +1 21.04.09 2,999 0 -
41 41화 +2 21.05.01 2,083 30 12쪽
40 40화 +2 21.04.29 1,572 30 12쪽
39 39화 +2 21.04.28 1,695 31 13쪽
38 38화 +5 21.04.27 1,772 31 13쪽
37 37화 +2 21.04.26 2,492 34 12쪽
36 36화 +3 21.04.26 1,831 36 12쪽
35 35화 +3 21.04.25 1,863 29 12쪽
34 34화 +4 21.04.24 1,801 31 13쪽
33 33화 +3 21.04.23 1,917 36 13쪽
32 32화 +2 21.04.23 1,926 32 14쪽
31 31화 +2 21.04.22 2,009 31 12쪽
» 30화 +2 21.04.21 2,180 35 13쪽
29 29화 +2 21.04.20 2,111 34 13쪽
28 28화 +1 21.04.19 2,251 37 12쪽
27 27화 +1 21.04.18 2,254 32 13쪽
26 26화 +4 21.04.18 2,371 36 13쪽
25 25화 +3 21.04.17 2,518 36 13쪽
24 24화 +1 21.04.16 2,676 37 13쪽
23 23화 +2 21.04.15 2,750 41 12쪽
22 22화 +1 21.04.14 2,758 39 13쪽
21 21화 +1 21.04.14 2,779 40 13쪽
20 20화 +1 21.04.13 2,947 42 12쪽
19 19화 +1 21.04.12 2,975 39 12쪽
18 18화 +2 21.04.11 3,016 47 12쪽
17 17화 +1 21.04.11 3,081 48 13쪽
16 16화 +3 21.04.10 3,047 44 15쪽
15 15화 +1 21.04.10 3,110 44 13쪽
14 14화 +1 21.04.09 3,111 44 13쪽
13 13화 +1 21.04.08 3,181 4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