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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최근연재일 :
2021.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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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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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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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7화

DUMMY

현천의 등 뒤로 몸을 숨긴 서유곤이 현천에게 부탁했다.


“당신 무당파의 도사가 맞죠? 제발 저들을 막아주세요.”


서유곤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이전과는 다르게 가늘고 높았다.


‘완전히 속았군.’


현천은 한숨을 쉬며 눈앞의 살수들을 보았다.


“들었겠지? 살문이 십 년 만에 다시 일어난 모양인데 다시 주저앉고 싶지 않다면 이만 물러갔으면 좋겠군.”


“무당파라....하지만 네놈이 여기서 죽는다면 무당파에서 어찌 알 수 있을까.”


“살인멸구(殺人滅口) 할 생각인가 보군.”


현천의 말에 서유곤의 얼굴이 더더욱 굳어졌다. 서유곤은 살수들이 무당파라는 이름을 듣는다면 자신을 어쩌지 못하고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살수들이 무당파의 사람까지 살인멸구할 생각으로 다가오니 서유곤은 빠져나갈 방법이 전혀 없어 보였다.


더군다나 이 이름 모를 무당파의 도사가 아무리 무당파의 사람이라지만 약관도 되어 보이지 않는 나이에 살문의 살수들 열 명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때, 지금까지 장난스럽게 웃던 현천의 눈이 매섭게 바뀌며 서유곤에게 경고했다.


“내가 등 뒤로 놓치는 자가 있다면 어떻게든 최대한 버텨보라고.”


현천이 허리에 매어진 검집에서 송문고검을 꺼내 들며 살수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당신들 나를 너무 만만히 보는 거 아닌가? 그래도 무당파의 사람인데 말이야. 아무리 당신들의 숫자가 많다지만 전면전을 하다니.”


현천의 도발에도 살수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다만 조용히 현천과 서유곤을 포위하듯 넓게 둘러쌓을 뿐이었다.


서로가 눈치를 보듯 대치하고 있던 그때 살문의 살수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살수들의 검을 받아치며 서유곤을 보호하던 현천이 수세에서 공세로 바꾸었다.


태청검법의 초식을 펼치며 쾌검으로 살수들을 압박해 들어가는 현천. 살수들의 열 개의 검이 오히려 태청검법의 쾌검식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상대가 태청검법에 의해 검 놀림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하자 현천은 한 명씩 제압하기 시작했다.


척.


태청검법으로 상대의 어깨. 팔. 허벅지. 다리. 등을 깊지 않게 베어버리자 살문의 살수들이 뒤로 물러났다.


“이쯤에서 그만 물러나지? 안 그럼 진심이 될지도 모를 테니.”


현천의 말에 살수들도 현천이 전력을 내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 듯 눈짓을 주고받더니 물러나기 시작했다.


살수들이 물러나자 현천은 서유곤을 노려보았다.


“나에게 접근한 이유가 이거인가?”


“당신 진짜 무당파였군요.”


이제는 원래의 목소리를 내는 듯 완연한 여인의 목소리를 내는 서유곤이었다.


현천은 동문서답을 하는 서유곤이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대체 당신 정체가 뭐지? 그리고 나에게 접근한 이유는 뭐고.”


다시 한번 묻는 현천의 물음에도 서유곤이 계속 딴청을 부리자 현천은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봐요. 같이 가요.”


그런 현천을 서유곤이 끈질기게 따라붙으려 하자 현천이 검을 들어 서유곤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헉.”


검이 서유곤의 목에 닿기 직전에 멈추었다.


서유곤은 현천의 검이 멈추자 천천히 몸을 뒤로 빼내었다.


“그런 식으로 남을 속여먹으면 재밌나 봐? 내가 만약 그들보다 약했다면 어쩔 거지? 생판 모르는 당신 하나 때문에 죽임을 당해야 하나?”


현천의 날카로운 말에 서유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런 서유곤을 노려보던 현천이 검을 회수하며 돌아섰다.


“속인 건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함부로 저에 대해 발설할 수 없었어요. 보셨듯이 쫓기는 몸이거든요.”


서유곤의 처연한 말에 현천이 다시 뒤를 돌아 서유곤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설명 가능한가?”


현천은 서유곤의 일이 궁금하기보다는 살문이 다시 나온 것에 흥미가 있었다.


“만약 모든 것을 설명한다면 저를 도와줄 수 있나요?”


“그건 들어보고 결정하지.”


현천의 말에 서유곤이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는 사실 귀주(貴州) 천지문(天地門)의 문주인 서대곤의 딸 서유선이에요.”


‘천지문이라....’


현천은 서유선이 천지문 문주의 딸이란 것에 조금은 놀라워했다.


귀주의 천지문이라면 정사 중간의 문파로 이름 알려진 곳이다. 특히 귀주에서는 천지문의 영향력이 대단했다.


“천지문의 사람이면서 왜 살문의 살수들에게 쫓기고 있는 거지? 더군다나 문주의 딸이라는 신분으로 이리 홀로 떨어져서 쫓기다니 말이야.”


현천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서유선에게 물었다. 귀주와 절강은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남장을 한 채 혼자서 살문의 살수들의 추격을 피하며 도망 오다니 말이다. 특히나 예전 명성의 살문이 아닌 지금의 살문이라면 천지문 입장에서 껄끄럽긴 하나 맞부딪치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배신당했어요.”


“뭐?”


서유선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한때는 제가 숙부라고 따르던 아버지의 의제이자 천지문의 부문주인 장각에게 말이죠.”


“그 개자식은 천지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동안 치밀하게 움직였죠. 아버지에게 산공독을 먹이고 살문의 살수들을 고용해 사로잡아 지하 감옥에 가둬놓았죠. 당장 아버지를 죽이지 않은 것은, 분명 천지문의 문주만이 익힐 수 있는 천지신공을 얻기 위함 일 거에요. 하지만 아버지가 모진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자 저를 인질로 잡아 얻어내려 함이죠."


“당신은 어떻게 도망칠 수 있었지?”


“아버지에게 변이 생긴 것을 알게 된 총관이 저를 밖으로 빼돌렸죠. 우선은 함께 도망가 우릴 도울 사람을 찾아보자 했지만, 총관은 어떡하든 장각의 곁에서 아버지를 구출할 방법을 모색할 테니 우선은 저만 빠져나가라 하더군요.”


“그 이후로는 뭐 보시던 대로죠. 그들의 추격을 피하고자 남장을 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대로 도망만 치다가는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다는 걸 느꼈을 때 당신이 눈에 들어왔죠.”


“무당파인 것을 어찌 알았지? 단순히 도포만 보고?”


현천의 물음에 서유선이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무당파라고 믿고 싶었던 거지 무당파라고 확신을 한건 아니었어요. 도포에 검을 차고 있으니 도가계열 문파라고 짐작만 했을 뿐이죠. 더군다나 이곳 절강과 가장 가까운 것이 호북이니 말이에요.”


“그래서 나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접근을 했다?”


서유선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때 많이 지쳐있었어요. 이대로 언제까지 도망 다닐 수 있을까. 그리고 나를 도와줄 곳이 있을까. 여러 부정적인 생각들이 저를 힘들게 했죠. 그래서 저 나름대로 도박을 걸었죠.”


“도박?”



“예. 도박이요. 당신이 정말로 무당파인가. 그리고 살문의 살수들이 무당파라는 소리에 물러날 것인가에 대한 도박이요. 당신이 무당파가 맞고 그들이 그냥 물러난다면 무당파에 부탁하려 했죠. 아버지를 구해달라고 말이에요.”


현천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나한테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무당파에?”


“당신이 살문의 살수들보다 강할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제 도박이 반만 성공했을 때는 정말 아찔했죠. 무당파는 맞았으나 그들이 무당파라는 소리에 물러서지 않았으니까요.”


“요즘 들어 만나는 자마다 왜 이리 나를 가볍게 보는지 모르겠군.”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죠? 아니면 제 입으로....”


현천은 서유선의 말에 그만 말하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럼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서유선의 도움을 요청하는 말에 현천은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행적을 알리려면 여러 사건들에 개입되어 활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들이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마음을 정한 현천은 서유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천이 도움을 준다 하자 서유선은 너무 기쁜 나머지 현천을 껴안으며 눈물을 흘리었다.


서유선을 떼어내려던 현천은 서유선의 눈물이 자신의 도포 상의를 적셔가자 그저 서유선이 눈물을 그치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눈물 흘리던 서유선이 얼굴을 들고는 현천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여인이 안겨서 울 때는 같이 마주 안아주고 위로해 주는 것도 몰라요?”


“응. 모르겠군.”


“그러다가는 여인과 손 한번 잡아 보지도 못하고 죽을 때까지 혼자일걸요?”


현천은 저번 곽소미도 그렇고 서유선도 그렇고 왜 자기한테 여자를 못 만난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가 물었다.


“도대체 나의 무엇을 보고 그리 생각하는지 모르겠군.”


“정말 몰라요? 당신 얼굴은 뭐 솔직히 말하면 뛰어나게 미남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여인을. 그것도 아주 미인을 만나려면 다정함은 필수라고요. 요즘 여인들은 얼굴도 얼굴이지만 다정한 사내에게 끌리거든요.”


서유선의 말에 현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지금까지 나한테 그렇게나 훈수 두던 여인들은 모두 나한테 반하더군. 그쪽도 나한테 반하지나 말았으면 좋겠군.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니.”


사실 곽소미 하나뿐이었지만 괜한 자존심에 ‘여인들’을 강조한 현천이었다.


“뭐라고요? 제가 그쪽한테 반하긴 왜 반해요. 그쪽은 제 이상향이랑 전혀 다르니 그런 걱정하지 마시라고요.”


현천은 서유선의 말을 무시하면서 걸어 나갔다.


“말하다 말고 어디 가요?”


“객잔. 내일 귀주로 떠나야 할 것 아냐?”


그제야 천천히 객잔을 찾아 걸어가는 현천을 서유선이 뒤따랐다.






* * *





진무혼은 현천이 떠난 이후로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황제의 어전시위이지만 또한 동창 흑오대의 대주로써의 임무가 그를 바쁘게 만들었다.


흑오대 대원들이 건네준 정보들을 취합하던 진무혼에게 흑오대 대원이 말했다.


“요즘 영성왕의 궁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인들이 자주 드나든다 합니다.”



흑오대 대원의 말에 진무혼이 물었다.


“그자들에게 접근은 시도해 보았나?”


흑오대 대원이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면 우리의 위치를 단번에 파악하는 실력이라 쉽게 접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력으로 부딪친다고 하더라도 힘들 거란 판단에 우선은 물러나 영성왕의 궁에 외부인의 출입 정도만 파악하고 있습니다.”


진무혼은 흑오대 대원의 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탁자위에 내려놓고 턱을 괴었다. 잠시간 생각하던 진무혼이 입을 열었다.


“좋아. 우선은 그 정도로만 해둬. 당장은 너희들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다급한건 아니니 우선은 대원들의 안전을 우선시해라. 그리고 영성왕과 결탁하려는 황실 내부의 사람들을 빠르게 파악해야한다. 당장 우리 동창의 무력이 뒤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황실 내부에서 뒤통수를 맞는다면 무력이고 뭐고 소용없게 될 테니.”


‘영성왕. 무림인들을 이용할 테면 얼마든지 해봐라. 그 무력조차 박살내 줄 테니.’


단순히 황실 고수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사부님이신 제독동창 유굉. 대장군 고숭무. 거기에 진무혼 본인까지. 영성왕이 꺼내든 패가 어떤 자들인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밀린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현천 그 녀석까지 있으니 안심이군.’


평소라면 힘이 돼 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결국에 현천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마도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정군주를 위해서도 황제의 편에 서 싸워야 할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진무혼은 수하인 흑오대 대원들에게 명했다.


“좋아. 그럼 영성왕 쪽은 지금의 인력에서 오 할은 빠진다. 그 빠진 오 할의 인력은 당장 황궁으로 복귀해 황실 내부 감찰을 할 것이다.”


“예. 명받겠습니다.”


흑오대 대원들이 진무혼의 명이 떨어지자 예를 올리고 나가려던 그때 밖에서 문정군주의 방문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 시위님 지금 문정군주님이 이곳으로 행차하고 있으시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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