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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최근연재일 :
2021.05.01 10:16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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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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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6,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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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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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2쪽

36화

DUMMY

회의가 끝난 이후 현천은 장문인 현청진인과 함께 현청진인이 묵던 방으로 돌아왔다.


현청진인이 자리에 앉자 현천은 현청진인의 맞은편에 마주보며 자리에 앉았다.


“장문 사형.”


“되었다.”


현천이 힘겹게 입을 떼자 장문인인 현청진인이 자애롭게 미소 지으며 현천의 말을 막았다.


“나에게 미안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


자신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하는 장문 사형을 보며 현천 역시 미소 지었다.


“그래. 이제 어찌할 셈이더냐?”


“사실 개방에 문정군주와 저의 사이를 알린 것이 진무혼입니다.”


“어째서냐?”


“그들을 찾을만한 정보가 너무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들이 저를 찾아오게 만들려 함입니다.”


현천의 말을 듣고 가만 생각하던 현청진인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위험한 선택을 하였구나. 그래 자신은 있는 것이냐?”


“장문사형에게 전진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감이 사라졌지 뭡니까?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합니다. 기대감으로.”


현청진인은 이 막내 사제의 끝없는 자신감에 오히려 탄복하였다. 말로는 자신 없다지만 지금 현천이 짓고 있는 저 표정이 어디 자신감이 없는 자에게서 나올 수 있는 표정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곧 떠나겠구나.”


“예. 지금 바로 떠나려 합니다. 그들에게 저라는 미끼를 빨리 보여야 물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너에게 이번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를 빨리 해줘야겠구나.”



현청진인은 현천에게 이번 회의가 어떠한 내용이었는지 상세하면서도 빠르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온전히 내 생각이지만 문정군주를 쫓는 그 자들과 무림에서 일어나는 이 사건의 집단이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 심장이랑 피를 뽑아가는 미친놈들과 말입니까?”


현천의 과격한 언변에 현청진인이 표정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금세 표정을 풀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알 수 없는 집단이 일으키는 사건들이다. 단순히 나의 노파심일수도 있겠지만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드는구나.”


“그러니 너 역시 강호를 돌아다니다 혹여라도 그런 자들의 단서를 발견한다면 기꺼이 너의 검으로 처단하도록 해라.”


현청진인의 도력은 현천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높다. 그런 자신의 장문 사형이 하신 말씀인 만큼 현천은 자신의 장문 사형을 믿었다.


‘사형 정도의 도력이라면 천리안(千里眼)과 같은 능력을 능히 보일 분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장문 사형.”


“그래, 항상 몸조심하거라. 그리고 현천 네 뒤에는 우리 무당파의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라.”


항상 자신의 안위부터 걱정해주는 장문 사형에게 현천은 정중하게 예를 갖춰 큰절을 올리고 남궁세가를 떠나기 시작했다.


남궁세가를 떠난 현천은 막상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졌다.


‘눈에 잘 띌만한 곳이....’


잠시 고민하던 현천은 어딘가 떠오른 듯 제운종을 펼치며 빠르게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 *




현천이 향한 곳은 절강 항주였다.


예전부터 현천은 절강 항주를 돌아다녀 보고 싶어 했다. 물론 여량에게서 문정군주를 구출할 때 오긴 했지만 문정군주 생각만으로 머리가 복잡하던 시기라 항주의 도시가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항주의 번화가를 돌아다니는 현천에게 주위에 여러 시선이 힐끔거렸다. 아마 현천의 복장 때문인 듯하다. 현천은 남궁세가에서 청운에게 도포 하나를 얻어 입었다. 현천 본인의 도포보다는 좀 작았지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이래서 항주. 항주. 하는구나.”


현천은 항주의 밤거리를 걸으면서 감탄이 쉼 없이 나왔다. 화려하고 멋스럽게 지어진 건물들과 밤에도 화려하게 비추는 등불들.


확실히 이곳 항주의 밤거리는 다른 도시의 밤거리와는 다르게 활기가 넘쳤다.


현천은 화려한 등불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주점에 들어갔다. 주점이 크지는 않았지만 화려함이 다른 곳보다 떨어지지는 않았다. 주점 안에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한 쌍의 연인들로 보였다.


‘오호. 연인들을 주 고객층으로 하는 주점인가 보군.’


자리에 앉은 현천은 주위에 탁자를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젊은 연인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미소 짓는 모습들이 보이자 현천의 입 꼬리도 올라갔다.


‘언젠가 같이 웃으며 강호유람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행복한 웃음을 짓는 연인들을 보자 자신 역시 문정군주와 저런 모습으로 여행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현천은 문정군주 생각에 문정군주와 함께 마셨던 백화주를 주문했다.


얼마나 마셨을까.


현천이 앉은 탁자에 빈 백화주 병이 여러 병 쌓였을 때 한 사내가 현천의 탁자에 다가와 현천의 맞은편에 앉았다.


취기가 올라 붉어진 얼굴로 현천이 그 사내를 쳐다보았다. 현천이 바라본 사내는 깔끔한 백의를 입고 매끈하게 생긴 얼굴에 영웅건을 두르고 있었다.



한 손에는 하얀 섭선을 펼쳐 입매를 가리고 있었다.


‘전형적인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군.’


그의 잘생긴 얼굴에 현천이 속으로 욕을 했다.


“누구신데 남이 술 먹는 자리에 마음대로 앉지? 주점이 작다 하나 빈자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상대의 얼굴이 잘생겨서인지 아니면 취기가 올라서인지 현천이 톡 쏘아댔다.


‘지가 백의공자야 뭐야.’


하지만 현천의 말에도 사내는 불쾌한 표정은커녕 오히려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하. 주점이 마음에 들어 들어왔더니 연인들만 있지 않겠습니까? 주위를 둘러보니 마침 저와 같은 처지인 듯하여 외로운 사람끼리 같이 마시면 어떨까 싶은 마음에 앉았습니다.”


사내는 주점의 주인에게 술잔을 하나 더 내오라 하더니 탁자에 있는 백화주를 자신의 잔에 따랐다.


“오호. 백화주라. 이런 술은 보통 연인들과 먹지 않습니까? 이런 향기로운 술을 연인과 마시면 분위기 잡기에 아주 좋죠.”


그러면서 백화주를 시원하게 들이키는 백의 사내를 본 현천은 너무 기가 막혀 화를 내지도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았다.


백의 사내 역시 현천이 술을 마시지 않고 자신을 쳐다보자 현천을 마주 쳐다보았다.


“아 이런. 제가 예의가 없었군요. 술잔이 비어있는 지도 모르고.”


정말 현천이 자신의 술잔에 술을 안 따라줘서 저런다고 생각하는 건지 현천의 술잔과 자신의 술잔에 술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봐. 행색을 보니 돈이 없어 보이지도 않는데 나에게 접근한 이유가 뭐지?”


“말했지 않습니까? 외로워 보이는 처지끼리 한잔하고 싶은 마음에 앉았다니까요?”


“난 외롭지 않으니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군.”



단호한 현천의 태도에도 백의 사내는 주위를 둘러본 후 섭선으로 입매를 가리며 웃었다.


“하하.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다 연인들뿐이라 외로워 보이는 사람이 댁밖에 안 보이는군요. 이것도 인연인데 같이 주도를 걷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떠한 말을 해도 떨어져 나갈 것 같지 않자 현천은 그냥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술잔을 들었다. 현천이 술잔을 들자 백의 사내는 현천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치며 현천에게 눈웃음을 보였다. 백의 사내의 눈이 반달모양을 그리며 곱게 휘어졌다 풀어졌다.


‘역시 기생오라비 같은 놈이군.’


그렇게 현천과 백의 사내는 백화주를 서로에게 주고받으며 탁자에는 눈으로 세기 힘들만큼 많은 백화주의 빈 병이 쌓여갔다.


그때 백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술도 마셨겠다. 서호(西湖)에 가보는 게 어떻겠나?”


백의 사내는 현천과 술을 주고받고 하더니 이제는 말까지 놓고 있었다.


“가더라도 나 혼자 간다. 모르는 놈이랑 무슨 서호를 간다고.”


“하하. 그럼 모르는 사람이랑 술은 마셔도 되는 건가?”


백의 사내의 물음에 현천은 할 말이 없어졌다.


“서유곤. 그게 내 이름이오. 이제 누군지 알았으니 어서 일어납시다.”


현천은 어쩔 수 없이 백의 사내에게 이끌려 서호를 향하기 시작했다.


서호에 도착한 현천은 눈앞에 보이는 서호의 절경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가? 와보길 잘하지 않았나? 술에 취해서 밤에 보는 서호의 절경은 그 어느 것에도 비할 게 못되지.”


현천은 서유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지금 바라보는 서호의 절경은 그 어느 것에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자네. 서호의 이름이 왜 서호인지 아나?”



서유곤이 현천을 보며 물었지만 현천은 고개를 가만히 가로저었다.


“춘추시대 말기의 대표적인 미인 서시(西施)의 아름다움에 비견해 서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얘기가 있지. 그래서 서호는 서시의 또 다른 이름인 서자(西子)의 이름을 따서 서자호(西子湖)라 불리기도 한다더군.”


“이런 아름다운 호수의 이름을 따올 정도의 미인이라....”


서유곤은 서호의 절경을 바라보며 서호의 유래를 말하고 서시의 아름다움에 감탄한 듯하였다.


현천 역시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르고 이런 절경을 바라보자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는지 서유곤을 보며 말했다.


“다른 여인이 서시와 동시대를 살았다면 이 호수의 이름은 서호가 아니었겠지.”


“서시와 함께 전설로 내려오는 사대 미인 중 나머지 세 명을 말함인가?”


서시와 함께 내려오는 중국의 전설적인 미인들.


왕소군(王昭君)


양귀비(楊貴妃)


우미인(虞美人)


하지만 현천은 서유곤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유곤은 현천의 입을 계속해 쳐다보았지만 가만히 고개를 저은 현천은 다른 생각을 하는지 여인의 이름은 말하지 않았다.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서호의 절경에 빠져있던 현천은 자신의 기감에 잡히는 열 개의 기운을 느꼈다.


옆의 서유곤을 바라보자 서유곤은 눈치채지 못한 듯 턱을 괴고 서호의 절경에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상대의 기척이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느낀 현천이 서호를 바라본 채로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나오는 게 어때? 쥐새끼들처럼 훔쳐보지 말고.”


크지 않은 현천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열 명의 사내들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검은 복면에 야행 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현천은 그들을 보면서 문정군주를 노리던 녀석들인가 싶었지만 느껴지는 기운이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일반적인 검이었다.


‘허리춤에 비도가 있긴 하지만 들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검이다. 비도는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검에는 악(惡)이란 글자도 없는 듯하다.’


현천은 안력을 높여서 검을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신경 쓰지 않았던 그들의 복장에서 정체를 알게 되었다.


살(殺)


그들의 오른쪽 가슴팍에 새겨진 ‘살’이란 글자.


현천이 그들을 도발했다.


“내가 알기로는 살문이 쫄딱 망해버렸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지 살아있네?”


살문(殺門).


한때는 중원 최고의 암살자들이 모였다는 살수 단체.


하지만 십 년 전 의문의 단체에 습격당해 살문의 문주 오태상을 포함해 정예 삼십 명이 괴멸당해 살문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은 강호에 큰 충격이었다.


현천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살수들은 현천의 옆에 있는 서유곤을 쳐다보며 눈빛을 주고받은 후 서유곤에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살수 아저씨들 오랜만에 강호에 나와서 가슴팍에 그렇게 티 내고 다니다가는 또다시 살문의 문이 닫힐 수도 있다는 걸 생각 못 하는 건가?”


다시 한 번 살수들을 도발하자 드디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여인을 조용히 넘겨준다면 고통 없는 죽음을 선사해주지.”


피식.


현천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오랜만에 강호에 나와서 눈이 어두침침하신가? 여기 여인이 어디 있다고 그러시나?”


말을 하며 현천이 서유곤을 쳐다보았다. 서유곤의 굳은 얼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현천의 시선을 느꼈는지 현천을 쳐다보며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동안 웃음을 보일 때마다 섭선으로 가리던 입매를 보이게 되자 현천의 눈이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너...네 녀석....여자?”


현천의 놀란 물음에 서유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천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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