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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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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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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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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0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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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화

DUMMY

어린 황제 주문원은 옥좌에 앉지 못하고 그 앞에서 긴장한 듯 서성이고 있었다. 좌군도독 여량. 그가 황궁에 입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조만간 자신에게 온다고 생각하자 벌써부터 손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황제는 얼마 전 진무혼이 보여준 흑오대 대원의 보고서를 떠올렸다.


- 장군 우양명. 장군 곽명. 문정군주를 지키지 못하고 복면인들에 사망. -


- 복면인들 문정군주를 마차에 태워 절강성으로 이동 중. -


황제는 자신의 선택에 후회했다.


‘처음부터 고모님을 여량 그자에게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힘이 없어 고모님 까지 불행하게 만드는구나.’


황제는 후회스러움에 눈을 감고 땀이 흥건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런 황제의 심정을 읽은 진무혼은 어린황제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며 말했다.


“폐하. 너무 자책하지 마옵소서.”


황제는 진무혼의 음성에 눈을 뜨고 진무혼을 내려 보았다.


“폐하. 이제 곧 좌군도독이 올 터인데 그 앞에서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시면 아니 되옵니다.”


“무혼. 나는.....황제인 나는 그자가 두렵다. 그자는 이미 고모님을 빼돌리려 한 게 내가 지시한 것임을 알 것이다.”


진무혼은 우선 황제를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어린 황제가 두려움에 사로잡혀 여량과 다른 대신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황제의 권위는 그야말로 땅에 처박힐 것이다.


“폐하. 여량은 근시일 내에 죽을 겁니다. 그러니 곧 죽을 자에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진무혼의 말에 황제는 놀란 잉어마냥 눈과 입을 크게 벌릴 수밖에 없었다.


황제는 자신의 어전시위인 진무혼이 허언을 하는 자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거기다가 지금까지 진무혼의 입에서 내뱉은 말은 항상 그대로 이루어졌다.

그랬기에 이 어리고 심약한 황제는 누구보다 진무혼을 믿고 의지했다.


“그...그것이 정말이야?”


황제의 입에서 아직도 어린소년이 할 법한 어투가 나오자 진무혼은 한숨을 내쉬었다.


“폐하. 말이 너무 가볍습니다.”


황제는 진무혼이 대답을 얼른 듣고 싶어 다시 물었다.


“그것이 정말인가?”


진무혼은 친우인 현천을 생각했다. 현천이 무당으로 돌아간 이후 무당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아직 자신의 계획이 시작조차 안 되었지만 진무혼은 확신했다. 현천은 분명 자신이 말한 오왕을 찾으러 북경 천향루에 올 것이고, 자신의 계획대로 여량을 죽일 것이다.


“문정군주님이 여량에게 사로잡히기 전에 강호에서 만난 연인이 있습니다.”


‘후우. 이러다가 연인이 아니라면 좀 곤란하군.’


진무혼은 지금까지의 보고로 문정군주와 현천 사이에 남녀 간의 정이 있다고 판단되었지만 이것만큼은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다.


황제는 진무혼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은 하지 않고 다른 말을 하자 속이 탓지만 진무혼의 입에서 나온 말이 흥미로워 얼른 자세히 말해보라며 재촉했다.


“고모님의 연인? 얼른 자세히 말해봐. 아니 말해보게.”


진무혼은 자신의 어투를 빠르게 바꾸는 황제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문정군주님과 그는 호북에서....”


진무혼이 입을 열 때 밖에서 여량과 대신들이 왔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폐하.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황제의 위엄만 지키십시오. 부디 제 말을 명심하십시오. 문정군주님은 무사하실 거고 여량은 곧 죽을 자라는걸.”



진무혼은 빠르게 말을 마치고 황제를 옥좌에 앉힌 후 옆으로 물러섰다.


황제 주문원은 진무혼의 말대로 최대한 황제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옥좌에 편히 등을 기대고 양팔을 걸쳐 최대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려했다.


하지만 막상 여량과 다른 대신들이 들어오자 옥좌에 걸쳐놓은 양쪽 팔이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


“황제 폐하를 뵈옵니다.”


여량과 대신들이 황제에게 예를 올리며 부복하였다. 마치 예를 다하는 것같이 정중한 몸가짐이었지만 고개가 들리는 여량의 눈빛은 맹수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반짝였다.


그 눈빛에 황제는 기가 죽어 목이 움츠러들었지만 진무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래 여량은 곧 죽는다고 진무혼이 말했다. 곧 죽을 자에게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


황제는 움츠러들었던 목을 꼿꼿이 세우고 어깨를 최대한 피었다. 그리고 최대한 여유 있는 모습으로 여량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절강에서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으셨소. 좌군도독.”


대신들은 항상 여량의 앞에서 맹수 앞에 토끼마냥 움츠러들던 황제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속으로 놀라워했다.


여량 역시 황제의 여유 있는 모습에 잠시 놀랐지만 곧 비웃음을 머금었다.


‘큭. 이 애송이 황제가 감히 내 앞에서 위엄을 부려?’


여량은 황제를 향해 이를 갈다 황제의 옆에 서있는 진무혼을 쳐다보았다. 진무혼은 그런 여량을 마주보며 한쪽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여량은 순간적으로 흥분해 당장이라도 진무혼에게 뛰쳐나가고 싶었으나 간신히 화를 누그러트리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저 빌어먹을 애송이 녀석의 입김이 들어간 게 분명하렷다.’


여량은 진무혼을 애송이라 하긴 했지만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약관(弱冠)도 되지 않은 나이에 무려 황제의 어전시위다. 거기다 그 위세가 대단한 동창의 한 개 대대의 대주를 맡고 있다.


다른 대신들은 진무혼이 단순히 제독동창(提督東廠)을 등에 업고 능력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은 걸로 보는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량의 생각은 달랐다. 제독동창(提督東廠) 유굉. 그 자는 아무리 자신의 제자라 한들 능력 없는 이에게 맞지 않는 자리를 주지는 않는다.


‘분명 그만한 역량이 있기에 저 자리에 있겠지.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놈이다.’


여량은 잠시 진무혼을 생각하다 다시 황제에게 눈을 돌려 웃음을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폐하. 제가 폐하를 뵈러온 이유는 이미 아시고 계실지 모르지만....”


여량은 황제를 떠보듯 말을 하다 잠시 숨을 골랐다.


“문정군주를 납치한 자들로부터 되찾았습니다. 물론 감히 황실의 군주를 납치하려한 자들은 모두 이 여량의 군사에 목은 물론 사지가 다 절단되어 산짐승의 먹이로 주었습니다.”


“고모님을 되찾았다니 정말 다행이오. 짐이 호위를 너무 안일하게 보낸 것 같아 그동안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오. 다행히 좌군도독이 고모님을 되찾아 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구려.”


“하지만 아직 사주한 자를 잡지 못했으니 큰일이군요. 감히 황실의 군주를 납치하려 하다니 이건 역모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이 여량. 사주한 자를 알게 된다면 능지처사(凌遲處死)하여 그 토막 난 머리. 몸. 팔. 다리를 절강성 성문 앞에 매달아 까마귀 떼들의 먹이로 주겠나이다.”


여량은 그렇게 말하며 황제의 흔들리는 눈빛을 매섭게 쳐다보았다. 황제는 그런 여량의 눈빛이 마치 사나운 맹수의 그것과도 같아 보여 흠칫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능지처사(凌遲處死)하여 그 토막 난 머리. 몸. 팔. 다리를 절강성 성문 앞에 매달아 까마귀 떼들의 먹이로 주겠다는 여량의 그 말과 지금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마치 당장이라도 자신을 그리 만들 것 같았다.


함께 자리한 대신들 역시 여량의 말과 황제를 쳐다보는 눈빛에 흠칫 놀랄 정도이니 직접 그 눈빛을 받고 있는 심약한 황제는 어떨지 짐작도 못하였다.


스윽.


그때 진무혼이 발걸음을 옮겨 황제의 앞을 가리고 섰다.


그 모습에 놀란 대신들이 진무혼에게 역정을 내었다.


“아니 진 시위. 아무리 폐하의 어전시위라 하나, 폐하의 앞을 그리 가로막다니, 무슨 무례인가.”


하지만 진무혼은 그런 대신들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눈앞의 여량만을 쳐다보았다.


“좌군도독 여량.”


여량과 대신들은 진무혼의 말에 놀랐다. 명나라 최고의 군정기관인 오호도독부 그중에 가장 세가 강한 좌군도독부의 수장을 저리 가볍게 부르다니. 마치 죄인을 부르듯.


단순 품계로만 보아도 각 도독(都督)은 정 1품의 관직이었다. 여량과 대신들 입장에서 이건 크나큰 하극상(下剋上)이었다.


이쯤 되자 여량역시 진무혼을 가만 놔둘 수가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여량은 진무혼에게 일갈했다.


“감히 폐하의 어전시위 따위가 좌군도독의 수장인 이 여량을 함부로 부르다니 당장이라도 목이 떨어져 그 잘난 까마귀 대장이란 감투를 뒤집어 쓴 채 까마귀밥이 되어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여량의 일갈에 오히려 대신들과 진무혼의 등 뒤에 가려진 황제가 부들부들 떨었다.


진무혼은 그런 여량을 비웃듯 여량 앞으로 한 발 내딛으며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폐하를 그런 불경한 눈으로 쳐다본 죄, 그리고 폐하의 어전시위 따위라.....”


그제야 여량은 자신이 너무 흥분하여 말실수했음을 알아챘다. 누가 들어도 황제를 무시한다고 생각할 법만 어투였다. 하지만 이지 엎질러진 물 여기서 진무혼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


‘잘 되었다. 그동안 마음에 들지 않아 언제고 손봐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지금이렷다.’


“네 이놈. 감히 하극상을 벌이고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여봐라.”


여량의 부름에 밖에 있던 여량의 호위장수들 다섯이 검을 빼들고 어전으로 들어왔다.


그 모습에 진무혼은 눈을 찌푸렸다.


“당장 저놈을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라. 목은 친히 내가 칠 것이니.”


검을 빼들은 장수 다섯이 대신들을 가로질러 진무혼을 향했다. 대신들은 이 급박한 상황에 놀라 한쪽에 몰려 그저 휘말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좌군도독. 그만하시게. 진 시위가 짐을 생각하는 마음이 매우 커 우를 범했네. 짐을 봐서 진 시위를 용서해주게.”


갑작스런 황제의 말에 진무혼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 어린 황제가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전해지자 진무혼은 더욱이 참을 수 없었다.


“폐하. 물러서서 눈을 감고 계십시오. 지금은 그저 저를 믿어주시기만 하시면 됩니다.”


진무혼이 앞으로 나서며 기파를 쏟아내었다. 진무혼이 기파를 쏟아내자 마치 어전이 흔들리는 듯 했다.


“폐하가 계시는 어전에 함부로 검을 빼 들고 들어오다니 살아 돌아가려면 목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이다.”


진무혼의 스산한 말에 여량이 흠칫했다.


“뭐 하느냐. 굳이 살려서 내 앞에 무릎 꿇릴 필요는 없다. 당장 목을 베어도 좋다.”


여량의 명에 다섯의 장수들이 진무혼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달려들려고 하였다.


진무혼은 자신의 기파를 다섯 명의 장수를 한정해서 쏘아내자 그대로 달려들던 장수들은 진무혼의 압도적인 기파에 눌려 주저앉았다.


쿨럭.


큭.


장수들이 하나둘 기파를 버티지 못하고 피를 토하였다. 그럼에도 진무혼은 그들을 더욱 압박했다.


커억. 컥.


입은 물론 눈. 코. 귀. 에서까지 피가 쏟아져 나와 장수들이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온몸의 피를 쏟아낸 듯 더 피가 흐르지 않자 이미 정신이 없는 그들의 목을 단 칼에 베어 넘겼다.


그 잔인하면서 압도적인 무력에 대신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었다. 그중에 심약한 대신들은 오줌을 지리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건 바로 눈앞에서 지켜본 여량이었다.


‘이...이럴수가...이 자를 잘못 평가하고 있었구나. 고작 약관도 안된 나이에 이런 괴물이라니.’


여량은 아무리 제독동창의 제자라 하나 이정도의 무력을 갖추고 있을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진무혼을 과소평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은 다른 이들보다 진무혼을 높게 평가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자신의 호위장수 두 명이면 진무혼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많아야 세 명이면 쉽게 제압하리라 생각했다.


‘그자들이 아니면 장수들로는 어림도 없겠구나.’


“좌군도독 여량. 지금 당장 폐하께 자신의 죄를 고하라.”


으극. 으극.


여량은 진무혼의 말에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놈. 이번만큼은, 이번만큼만은 내가 고개를 숙여주지. 하지만 네놈은 절대 쉽게 죽지 못할 것이다.’


“폐하. 신 좌군도독 여량. 폐하께 불손함을 보였다면 이리 깊이 사죄드립니다. 부디 이 신하의 불손함을 용서하시옵소서.”

진무혼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 자극하지 말고 놔줘야 한다는 생각에 황제의 옆으로 물러섰다.


눈을 뜬 황제는 눈앞의 참상에 놀라 간신히 입을 떼었다.


“용...용서하오. 짐이 피곤하니 이만 다들 물러가시오.”


황제의 말이 끝나자 여량은 물론 대신들까지 잠시라도 이곳에 머물기 싫다는 듯이 빠르게 예를 올리고 어전을 나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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