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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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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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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6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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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DUMMY

하남성(河南省) 개봉(開封)


개봉에 도착한 현천은 궁을 나오기 전에 진무혼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우선 동창에서도 복면인들의 정체를 조사하겠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마라. 여량을 암살하면서 십오만 병권 중 십만을 대장군 쪽에 넘겼기에 한 시름 놓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영성왕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게 우리 동창의 가장 큰 임무다.”


“그렇다면 거지들을 찾아가야 하나?”


현천의 물음에 진무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개방은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해라.”


“이유는?”


진무혼은 친우인 현천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머리는 장식이냐?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거냐? 그 거지들 구걸만 할 줄 알지 자기들 것을 제대로 나눠주는 걸 본 적 있냐? 네 녀석이 정보를 얻으려 개방에 간다면 네 녀석 정보만 탈탈 털릴 거다. 거기다 구파일방을 상대로 네 녀석 성질대로 하다가는 무당파의 위신만 떨어질 거다. 그러니 우선 개방은 보류하도록 해.”


“그럼 당장 어디를 들쑤셔야 하는 거냐?”


“하오문.”


“하오문은 나도 생각은 해봤다. 하지만 워낙 점조직으로 되어있는 놈들이라서 찾다가 세월 보내는 거 아니냐? 강호에 있는 기루. 도박장 다 들쑤시고 다닐 수는 없잖아.”


“거기다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으려면 하오문 내에서 어느 정도 윗대가리를 찾아야 할 텐데 말이야.”


현천이 하오문을 찾을 생각에 벌써 지친다는 듯이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그런 현천을 보며 진무혼이 웃음 지어 보였다.


씨익.


“동창에서 하오문 분타 한 곳을 알고 있다. 더욱이 그곳 하오문 분타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



* * *


‘분명 그 분타가 개봉에 있다고 했지.’


하지만 진무혼 역시 개봉에 있다는 것만 알지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제길. 그래도 알려주려면 제대로 알려줄 것이지. 일단 되는대로 기루나 도박장부터 찾아봐야겠다.’


행인들에게 물어물어 도박장을 찾아갔다.


금은도방(金銀睹房) 금은기루(金銀妓樓)


현천이 찾아간 곳에는 금은도방과 금은기루라는 두 개의 현판이 걸려있었다. 아마도 주인이 도방과 기루를 같이 운영하는 듯 했다.


안으로 들어간 현천은 관리인으로 보이는 중년사내에게 물어 도박장을 안내받았다.


도박장은 현천의 생각과는 다르게 도시 변두리에 있지도 않았고 허름하고 퀴퀴하지도 않았다.


‘호북에서 다녔던 도박장이랑은 너무 다르군.’


자신이 생각했던 도박장과 다른 모습에 설마 이런 곳에 하오문의 분타가 있을까 싶었지만 이미 밤늦은 시간이라 오늘 밤은 여기에서 도박을 하며 살펴보리라 마음먹었다.


‘여기가 하오문 분타가 맞는다면, 그 윗대가리를 부르는 방법은 단 하나. 도박장이 거덜 나도록 돈을 따면 되는 것이다.’


현천은 걸음을 옮겨 도박장의 자리가 비어있는 곳을 찾다 한 도박사(賭博師)의 앞에 아무도 없을 것을 보고 그 앞에 앉았다.


염소수염의 도박사는 자리에 앉은 인영을 쳐다보았다. 피풍의를 두르고 피풍의에 달린 머리 덮개를 깊숙이 눌러써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인영이 자신의 머리 덮개를 뒤로 젖히며 얼굴이 들어났다.


도박사는 얼굴이 드러난 인영을 보더니 호구(虎口)가 왔구나 싶었다.


어수룩해 보이는 청년은 자신의 품속에서 은원보 하나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은원보 한 개가 은자 오십 냥의 가치이니 은자 오십 냥을 다 걸겠소.”


도박사는 회심의 미소를 보이며 주사위 세 개와 죽통을 하나 건네주었다.


주사위 세 개와 죽통을 건네받은 현천은 주사위 세 개 모두를 죽통에 넣었다.


“하는 모양새를 보니 젊은 친구가 도박판 좀 다닌 모양이오?”


“제가 살던 곳에서는 도박으로 돈을 잃어본 적이 없소.”


‘어린놈이 허세는....’


도박사는 그런 현천을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주사위 놀음을 하는 방법을 알 테니 간단히만 설명하겠소. 각자 세 개의 주사위를 통에 넣고 흔들다 다시 이 탁자 위에 통을 뒤집어서 놓았을 때 주사위 세 개의 합이 가장 높은 쪽이 이기는 거요. 다만 주사위가 깨지거나 훼손된다면 그 판은 무효가 되오.”


“좋소.”


도박사는 자신의 염소수염을 한번 매만지고 죽통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현천 역시 죽통을 흔들었다.


탁.


탁.


동시에 죽통을 탁자에 뒤집어 놓은 도박사와 현천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다.


도박사는 그런 현천을 보며 자신의 죽통을 먼저 들어보였다.


도박사의 주사위는 각기 육점. 사점. 사점. 총 십사 점의 꽤나 높은 점수가 나왔다.


염소수염의 도박사는 꽤나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현천에게 눈짓했다. 죽통을 들어보라는 것이었다.


현천은 도박사의 눈짓에 죽통을 바로 들어보였다.


오점. 사점. 육점. 총 십오 점으로 현천이 도박사의 점수보다 일 점 높게 나왔다.


현천의 점수를 확인한 도박사는 얼굴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젠장맞을. 초심자의 행운이군.’

염소수염의 도박사는 현천이 이긴 것이 단순 초심자의 행운이라 판단했다. 그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불행으로 다가올지 알지 못한 채.


그렇게 시작된 도박은 한 시진 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 * *




‘이럴 수가. 이건 꿈이다. 이건 꿈이 여야만 한다.’


염소수염의 도박사는 지금의 현실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이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현천의 탁자 앞에는 처음 현천이 사용했던 은원보 한 개를 포함해 은자 만 이천팔백 냥이 쌓여있었다.


도박사는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생각해보았다. 처음 은원보 한 개를 내걸며 했던 도박에서 요행으로 자신이 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도박. 청년은 자신의 은원보와 도박으로 따낸 은자 오십 냥을 그대로 모두 걸었다.


그리고 자신은 처음 패배를 포함하여 총 여덟 번을 저 청년에게 연속으로 패했고, 저 청년은 이길 때마다 자신의 모든 은자를 판돈으로 걸었던 것이다.


네 번째 도박부터 현천의 엄청난 담력에 구경꾼이 하나둘 모여든 것이 지금은 도방의 거의 모든 손님이 몰려들어 구경하고 있었다.


“이건 사기다. 네놈 도방에서 사기를 치면 어찌되는지는 알고 있는 것이냐?”


염소수염의 도박사가 크게 언성을 높여 현천을 사기꾼으로 몰아갔다.


“무엇이 사기란 말이오? 난 정당한 도박을 한 것 같은데 말이오.”



“무엇이 사기냐고? 지금까지 네놈에게 나온 주사위의 합이 그 증거다. 네놈은 꼭 나보다 주사위의 총점이 더도 말고 딱 일 점이 더 높았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그랬다. 처음 요행이라 생각했던 판부터 딱 일 점씩 현천의 주사위가 높았다.


도박 초반에는 단순히 요행이라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고 중반 이후에는 자신이 잃은 돈의 액수에 정신이 팔려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미 판돈을 잃을 만큼 잃은 상황에서 이판사판으로 나가자 지금까지 현천의 점수가 어떠했는지 생각난 것이다.


“그거 이상하군요. 그게 왜 제가 사기를 쳤다는 증거가 되는 거요? 제가 당신이 안볼 때 주사위를 움직이기라도 한 것이오? 네 번째 도박을 시작했을 때부터 여기 이렇게 구경꾼이 몰려들기 시작했소. 구경꾼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진정 수상한 행동을 했다면 여기 사람들이 그걸 모를 리 없을 것이오.”


현천의 논리정연한 말에 사람들이 동조하며 소리쳤다.


“이 청년의 말이 맞소. 도박은 정정당당했소. 금은도방이 돈을 잃었다고 도방에온 손님을 사기꾼으로 몰다니. 이게 과연 개봉 최고의 도박장이라 불리는 금은도방이란 말이오?”


한 사람이 외치자 몰려든 구경꾼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며 현천의 편을 들었다. 사람들이 모두 현천의 편을 들며 염소수염 도박사를 몰아붙이자.


현천은 그 도박사에게 오히려 수상하다고 말하였다.


“오히려 나는 도박을 하면서 내가 여덟 번을 연속으로 이겼지만 당신이 수상했소. 하지만 나는 내가 이기기도 했고 증거도 없기에 아무 말 없이 도박을 진행했던 것이오. 그것도 한판이라도 지면 다 잃게 되는 도박을 말이오.”


“오히려 패배한 내가 수상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당신의 주사위 세 개중 하나는 무조건 가장 높은 육 점이 나오더군. 지금까지 여덟 번의 도박에서 모두 말이야.”


현천의 말대로 도박사의 주사위 한 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높은 육 점이 나왔었다. 그리고 현천의 말대로 염소수염의 도박사는 주사위를 자신이 원하는 점수로 나오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은 세 개의 주사위 중 한 개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이 만약 한 개의 주사위를 마음대로 가장 높은 점수인 육 점을 낼 수 있다면 당신은 세 개의 주사위 중 한 개는 이미 최고점을 만들고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당신이 이길 확률이 기본적으로 높은 것 아니오?”


구경꾼들은 이미 현천의 언변에 현혹되어 더더욱 도박사를 몰아갔다. 현천은 교묘한 언변으로 도박사가 의문을 표한 수상함을 도리어 도박사에게 향하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구경꾼들은 현천이 말한 한 구절이 머릿속에 박혀 들어 그것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 한판이라도 지면 다 잃게 되는 도박 - 이라는 말이.


도박장이 이렇게까지 소란스러워지자 현천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쯤 되면 도방의 주인이 직접 나를 맞이하거나 그에 준하는 인물이 나타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한 허리에 검을 찬 사내가 구경꾼들을 물리며 다가왔다.


‘무공을 익힌 자군.’


“손님. 괜찮으시면 차 한 잔 하시지 않겠습니까? 루주께서 얼굴을 뵙고 싶다 하십니다.”


‘루주? 그렇다면 기루의 루주가 도방의 주인인가 보군.’


“뭐 잘생긴 얼굴이라고 루주나 되시는 분이 보자고 하시나. 그럼 어디 안내해보시오.”


현천은 탁자위에 펼쳐진 탁보를 말아들어 은자를 챙긴 후 사내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더 이상 계단이 나오지 않는 최상층까지 따라간 현천은 사내가 한 쪽 벽을 밀자 벽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호. 옆 기루와 연결된 통로인가.’


벽이 반쯤 돌아가자 사내가 따라 들어오라는 손짓에 현천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으며 따라 들어갔다.


그러자 도박장과는 다른 화사한 분위기의 방이 하나 나왔다.


방 중앙에는 중년 미부가 탁자 앞에 앉아 차를 따르고 있었다.


“젊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 약관도 안돼 보이는 청년이었다니 놀랍군요.”


“틀렸소.”


현천이 중년 미부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중년 미부는 현천이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 되물었다.


“무엇이 틀렸다는 거죠?”


씨익.


현천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청년이 아니라 잘생긴 청년이죠.”


“호호호. 재밌는 청년이군요. 전 금은도방과 금은기루를 운영하는 루주인 곽미연이라고 해요. 소협의 이름은 뭐죠?”


현천은 자신의 도명대신 사부님이 어릴 때 지어주신 아명을 대었다.


“용진용.”


“용 소협이군요.”


루주는 용진용의 이름을 되뇌며 차를 건넸다. 차를 받아든 현천은 미적대며 서로를 떠보는 게 귀찮아 받아든 차를 한 번에 마시었다.


“이제 차를 다 마셨으니 보자고 한 용건을 말씀하시죠?”


“도박할 때도 그렇지만 뒤가 없이 행동하는군요.”


현천이 루주의 말에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굳이 뒤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나요?”


“그렇게 자신을 믿다가는 언젠가 크게 화를 입게 될 거예요.”


루주의 싸늘한 말투에 현천이 단언했다.


“그럴지도.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죠.”


현천의 말에 현천을 안내했던 무사가 허리춤에 매달린 검에 손들 갖다 대었다. 하지만 루주가 손을 올려 사내를 제지했다.

“하긴 그 정도 배짱이 있으니 우리 금은도방에 와서 시비를 걸 생각을 했겠죠?”


“시비라니?”


현천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말했다.


“끝까지 시치미를 떼는군요. 당신은 처음부터 주사위 세 개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실력자에요. 단순히 돈이 필요했다면 적당히 져주기도 하면서 돈을 따갔겠죠. 하지만 일부러 판돈을 배로 늘리면서 소란스럽게 만들었죠. 마치 누군가를 불러내듯이 말이죠. 그리고 당신의 계획대로 제가 나왔고 말이죠.”


루주의 말을 들은 현천은 확신했다.


하오문 개봉 분타.


‘찾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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