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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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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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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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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0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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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화

DUMMY

현천은 환단의 기운을 천천히 일주천하기 시작했다. 사숙의 말대로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 천천히 기운을 돌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꿈틀.


마치 온몸이 부풀어 오르는 듯 한 느낌.


혈맥 하나하나가 아우성치듯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크윽.


갑작스럽게 고통이 몰려왔다.


‘이런 고통이라니. 금제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사숙의 말씀처럼 온 혈맥이 뜨거움에 터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점점 고통이 심해지자 현천은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 같았다.


고통에 잠식되어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주르륵.


얼마나 심하게 깨물었는지 피가 입술에서 턱을 지나 목을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입술을 깨문 게 효과가 있었는지 정신이 조금은 맑아진 듯 했다.


그때 문정군주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제길. 이 세상 아름다움이 아닌 것 같은 당신 얼굴이 아른거리면 더 정신을 차릴 수 없다고.’


현천은 눈까지 질끈 감고 다시 한 번 집중해서 환단의 기운을 천천히 움직였다.


‘조금만 더 조금만.....’


단전으로부터 시작되었던 일주천은 다시 단전으로 돌아오며 마무리 되었다. 환단의 기운이 일주천을 하는 동안 사방에 잠자던 내공을 깨우며 마지막에는 단전에 환단의 기운이 스며들었다.



눈을 감고 환단의 기운을 일주천한 현천은 온 몸의 혈맥에서 쏟아져 나오는 내공을 단전에 모았다.


“후우.”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깊은 숨을 내뱉은 현천은 자신의 아랫배를 보았다.


단전에 충만하게 느껴지는 내공.


그제야 현천은 금제를 제대로 풀었음을 느꼈다.


“잘 견디었구나.”


현천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보니 흐뭇하게 쳐다보는 옥선진인이 보였다.


“옥선 사숙. 감사합니다.”


“으음. 현천아 다시 자리에 앉거라. 내 너에게 할 얘기가 있구나.”


현천은 사숙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진중함에 얼른 정좌를 하며 앉았다.


“하시지요. 경청하겠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아직은 때가 아니지만 그래도 언질은 해둬야 할 것 같아서 입을 열어보겠다.”


옥선진인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허공을 잠시간 바라보다 다시 현천을 쳐다보았다.


“현천아. 네가 사제인 옥허의 제자가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단다.”


현천은 사숙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갸우뚱 거렸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상단전.”


현천은 여전히 사숙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옥허가 현천 너를 처음 만난 날 어린 네게서 상단전이 열려있음을 알게 되었지. 상단전은 아무리 내가고수라 하더라도 상단전을 연마하기란 쉽지가 않은 것. 무의 재능이 아무리 하늘에 닿았다한들 인연이 없다면 절대 열수가 없는 것이 상단전이다.”


“연이 닿지 않은 자가 억지로 상단전을 열라고 한다면 혼(魂)이 깨져 미치광이 실혼인(失魂人)이 될 것이다. 네 사부인 옥허 역시 연이 닿아 상단전이 발달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런 옥허조차 상단전을 완전히 열기까지 무던히 오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였다.”


현천 역시 상단전이 어떠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상단전이 열려있다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도교에서 흔히 말하는 우화등선하여 신선이 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단전이 열려있어야 신선의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 무릇 상단전은 무(武)로도 열 수 있지만 도(道)로도 열 수 있음이다. 지금 네 사부인 옥허가 행하는 일은 결국에는 옥허의 후계자인 현천 네 녀석이 해야 할 일이다. 지금 당장은 자격이 부족한 네 녀석에서 그 일이 무언인지는 말해 줄 수 없으나 한 가지 당부하자면 네 녀석만이 유일한 옥허의 후계자이며 옥허의 길을 이을 유일한 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항상 몸조심 하거라.”


상단전. 그리고 사부인 옥허진인의 길.


더 깊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여기까지만 말씀하신걸 보면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을 실 분이란 걸 알기에 현천은 다른 얘기를 꺼내었다.


“사숙. 혹시 무언가 나쁜 예감을 느끼거나 위험을 감지는 것 역시 상단전과 관련이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상단전이 열리면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감(感)이 발달되어 예지(銳智)가 상승한다. 네 녀석이 적을 상대함에 있어서도 상대의 수를 읽기 쉽고 예상치 못한 수에는 위험을 느끼니 상단전이 열렸단 것만으로 천부의 재능이라 할 수 있다.”


‘아....그래서 항상 촉(觸)이 좋았구나.’


“이 늙은 사숙한테는 이미 볼일이 끝났으니 얼른 가보 거라. 네 녀석 얼굴을 보니 한시가 급해 보이는구나.”


현천은 머쓱하게 턱을 쓰다듬으며 사숙에게 큰 절을 한번 올리고 암자를 나갔다.


“사숙 강녕하십시오.”


옥선진인은 떠나가는 현천을 바라보며 근심어린 표정일 수밖에 없었다. 현천 앞에서야 웃음을 보였지만 사실 옥선진인은 현천을 붙잡아 놓고 모든 사실을 말하고 수련에 집중시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사제인 옥허가 불허한 일이다. 자신의 제자인 현천은 좀 더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해주고프다 며 옥허 자신의 대에서 이 사명을 끝내고 싶어 하는........


‘옥허야. 부디 조금만 더 힘을 내거라. 현천 저 아이라면 분명 너의 짐을 덜어줄 것이다.’




* * *





암자에서 나온 현천은 제운종을 극성으로 전개해 빠르게 천주봉으로 올라갔다. 천주봉 정상에 오른 현천은 양발을 어깨넓이로 벌리고 자신의 모든 내력을 끌어올렸다.


마치 지금 자신의 힘이 어떠한지 시험을 하듯이.


현천이 온 내력을 끌어올리자 천주봉의 차가운 한기들과 맞물려 커다란 태풍을 만들었다.


마치 사막의 모래폭풍과도 같은 모습.


쉬우웅.


그 난리에 천주봉의 나무들이 흔들리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뿜었다.


현천은 내력을 서서히 거둬들였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난리를 치던 한기의 태풍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투두둑. 투두둑.


현천의 내력과 맞물려 커다란 태풍을 만들어 휘몰아쳤던 한기가 내력을 거둬들이자 조그마한 얼음 수정을 만들며 천주봉 일대에 떨어졌다.


마치 우박이 천주봉을 뒤덮듯이.


‘무당의 심법은 그 어느 심법보다 정종의 심법 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 정순함을 타 심법과 비교과 불가(不可). 하지만 원래 나의 내력보다 그 깊이가 다르다.’



의아함을 느낀 현천이었지만 사숙이 주신 환단이 생각이 났다.


‘사숙님이 보물을 주셨구나. 환단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고는 느껴졌지만 이리 귀한 물건이었을 줄이야.’


현천은 사숙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끼며 천천히 발을 옮겨 지난 밤 왔었던 암굴에 들어갔다.


지난 밤 뽑지 못했던 송문고검.


다시 한 번 손을 갖다 대고 내력을 올리며 잡아 당겼다.


스르릉.


너무나 부드럽게 꺼내지며 검신을 내보이는 송문고검을 바라본 현천은 미소 지었다.


‘현수 사형. 사형이 쓰던 이 검으로 사형이 그토록 되고 싶었던 천하제일검객이 되겠습니다.’


현천은 그렇게 마음속 다짐을 하며 천주봉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절강성(浙江省) 항주(杭州)


절강성 항주의 위치한 대저택에 한 대의 호화스런 마차가 들어가고 있었다.

마차가 저택에 들어가자 말을 타고 마차를 호위하듯 뒤 따르던 장수가 마차 옆에 내려섰다.


“도착했습니다. 이제 내리시죠.”


마차 안에 있던 한 인영은 그 말에 흠칫했다.

존대를 하였으나 입에서 나오는 어투는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천천히 문을 열고 조심히 마차에서 내려선 인영은 면사를 쓴 여인이었다.


여인은 누군가를 찾듯이 주위를 살펴보았다. 마차를 호위하던 장수들과 병사들을 한명씩 살펴보던 여인은 자신이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때의 복면인들은 외부의 사람이구나. 아마 절강성에 오기 전까지는 있었으니 절강에서 떠났구나.’


“여봐라. 문정군주님을 씻기고 방으로 안내하여라.”


마차가 멈춰 서자 저택에서 나온 시비들을 보고 아까의 그 건방지기 짝이 없는 장수가 명을 내렸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도 어찌할 수 없는 문정군주는 별다른 말없이 시비의 안내를 받아 이동할 뿐이었다.


“군주님. 안으로 드시지요.”


문정군주는 시비의 안내대로 들어가니 커다란 욕실이 보였다. 또 한 욕실 주위에 두 명의 시비가 더 대기하고 있었다.


“군주님. 저희가 목욕재계(沐浴齋戒)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두 명의 시비가 천천히 다가와 문정군주의 옷을 부드럽게 벗기기 시작했다.


“아!”


문정군주의 아름다운 나신이 들어나고 백옥 같은 피부에 시비들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었다.


문정군주는 그런 시비들은 아랑곳 않고 따듯하게 데워놓은 목욕물이 들은 욕조에 들어가려했다.


“군주님.”


갑작스레 부르는 시비의 말에 문정군주는 의아해하며 시비를 돌아보자 시비가 팔을 들어 문정군주의 오른쪽 발목을 가리켰다.


“장신구도 빼드리겠습니다.”


문정군주는 그 말에 자신의 오른쪽 발목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용진용이 선물한 발찌 장식이 매달려 있었다.


문정군주는 발찌를 보자 애써 잊으려 했던 용진용이 생각이 나 눈앞이 뿌예졌다. 그 모습을 시비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눈물을 참아내었다. 다행인지 욕실의 수증기로 인해 시비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듯 했다.


시비인 매랑은 문정군주가 아무 말이 없자 허락한줄 알고 몸을 숙여 장신구를 빼려 하였다.


“아니다. 이건 항상 차고 있어야 할 물건이니 놔두어라.”


매랑은 발찌를 풀려다 들려오는 문정군주의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처음 들어보는 문정군주의 목소리가 한겨울의 눈보라처럼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문정군주의 얼굴을 다시 쳐다본 매랑은 그 목소리가 아름답지만 차가운 분위기의 외모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다. 마치 그 옛날 상(은)나라를 망하게 만든 차갑고 요염한 모습의 달기가 환생했다면 지금의 문정군주와 같은 미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따뜻한 목욕물이 담겨진 욕조에 몸을 누인 문정군주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락함과 따스함에 저절로 눈이 감겨졌다.


눈을 감고 시비들에게 몸을 맡기고 있던 문정군주는 다시금 용진용이 생각이 났다.


‘그 사람. 무사히 무당산으로 돌아갔을까? 무사히 돌아갔다면 그 사람도 지금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한번 생각이 나자 계속 머릿속이 용진용 생각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 소녀가 풋풋한 첫사랑을 알게 된 느낌처럼.


그렇게 용진용과의 첫 만남부터 헤어짐이 있기까지 길지 않은 시간이 문정군주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문정군주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 같아, 차라리 소리 내어 울고 싶은 마음에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피곤하구나. 이만 침실로 안내해 주거라.”


주먹을 꽉 쥐며 최대한 눈물을 머금은 목소리를 감추려했다. 다행인지 아니면 알고서도 모른척하는 습관 때문인지 시비들은 아무런 내색 없이 그러겠다며 몸의 물기를 닦고 새 옷을 가져와 입혀주었다.


매랑이 안내해준 방으로 가자 방 문 앞에 또 다른 시비들과 경비를 서는 병사들이 있었다.


“조용히 쉬고 싶으니 다들 다른 곳으로 가거라.”

“군주님. 저희는 군주님을 호위하는 임무를 맡았으므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여기가 좌군도독의 자택인데 무슨 호위가 필요하단 말이냐. 당장 다들 물러가거라.”


“죄송합니다. 저희는 명을 받았기에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병사들은 그럴 수 없다는 듯이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훗. 호위라고? 호위가 아니라 감시겠지.’


문정군주는 이곳에서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분한 기분을 삼키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문정군주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시비인 매랑이 따라 들어왔다.


“혼자 있고 싶으니 그만 나가거라.”


“침구만 정리해드리고 나가겠습니다.”


축 처진 문정군주의 목소리를 들은 매랑은 문득 문정군주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침구를 다 정리하고 나가기 전에 문정군주에게 한마디 더 올렸다.


“좌군도독께선 지금 폐하를 뵈러 북경에 가신 상태라 돌아오시려면 시일이 걸립니다. 그러니 편히 쉬십시오.”


매랑이 나가자 문정군주는 더욱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졌다. 시비조차 자신이 안쓰러워 보여 위로를 하는 모양새라니.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신세.


계속해서 머릿속을 휘젓는 용진용과의 추억.


‘흑흑.’


문정군주는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 밖에 있는 병사들과 시비들로 인해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는 울음만 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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