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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루이 입니다.

무당천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이루이
작품등록일 :
2020.11.2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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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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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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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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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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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DUMMY

식사를 마친 일행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현천이 대부분 대화를 이끌었고, 거기에 위호와 매랑이 자신들의 얘기를 곁들였다.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니 서로의 몰랐던 부분들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계속 담소를 이어가던 그때,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 * *




황보세가의 차남인 황보윤은 무척이나 기분이 언짢았다. 전날 밤부터 다음 날 점심때까지 이어진 도박 끝에 남은 건 빚뿐이었다. 그러니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이 사실을 아버지가 아신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안 그래도 지난번 기루에서 일으킨 사고로 크게 호통 치시지 않았는가.


- 네 이놈. 언제까지 사고만 칠 것이냐. 그동안 오냐오냐 봐줬지만, 이제는 더 봐줄 수 없다. 한 번만 더 사고를 친다면 ‘황보’라는 이름을 버려야 할 것이다. -


다시금 그때의 생각을 하자 황보윤은 오금이 저리는 듯 했다.


‘젠장맞을. 어떻게 해서든 이걸 해결해야 하는데....’



짝.


“옳거니. 하하하.”


황보윤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오른 손바닥으로 자신의 이마를 치며 웃어보였다. 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 향하기 시작했다.


황보윤이 간 곳은 다름 아닌 화화객잔이었다. 황보윤의 계획은 이러했다.


‘화화객잔의 다음 달 상납금을 미리 당겨 받아 도박 밑천으로 삼는 거다. 빚이랑 내 원금만 찾게 되면 상납금은 다음 달에 내가 알아서 내면 될 뿐이니.’

황보윤이 화화객잔에 찾아가자 화화객잔의 직원이 공손히 맞이했다. 하지만 속마음만큼은 공손하지 못했다.


객잔 직원은 이 황보세가의 차남인 망나니 도련님이 올 때마다 공짜 술과 음식을 먹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항상 다른 손님들과 시비가 붙는 게 문제였다.


더군다나 이 망나니는, 당연하게도 가장 값비싼 최상층만 이용했다. 그러니 시비 붙는 상대들도 돈 많은 거부 혹은 높은 관직의 관리. 또는 강호유람을 하는 명문가 자제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 보니 뒷배를 봐줘야 하는 황보세가에서 오히려 객잔에 피해만 주는 꼴이었다.


하지만 산동의 패자(覇者)인 황보세가의 차남을 홀대할 수도 없었다.


“오늘은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뭐? 내가 못 올 때라도 온 건가? 장사가 잘되는지도 보고 객잔에서 소란피우는 자가 있나 확인차 순찰 한다는 생각으로 나왔네. 근데 이거 밥도 못 먹고 움직이니 힘이 드는구나. 난 위로 올라갈 테니 내가 항상 먹던 걸로 올리도록.”


황보윤은 허기부터 달랜 후 자신의 목적을 얘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흐음. 우선 허기진 배부터 채우고, 이런 얘기는 조용한 곳에서 해야겠지.’


그렇게 최상층으로 올라간 황보윤은 자신이 항상 앉던 자리로 발걸음을 옮기다 현천 일행을 보았다.


질 좋은 비단옷이 아닌 평범한 서민들이 입을만한 옷을 입고 있는 현천 일행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리던 황보윤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현천 일행에게 다가갔다.


‘이놈들 행색을 보니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지도 못하고 여기로 올라와 밥을 먹는 시골뜨기들 같구나. 이것들을 내가 미리 손봐준다면 상납금 얘기도 편해지겠지. 흐흐’


현천 일행에게 다가간 황보윤은 호통을 치려다가 문정군주의 얼굴을 바라보곤 말문이 막히었다.


“이 노....놈....”


황보윤은 자신이 지금까지 품었다고 생각한 미인들이 이 순간 미인이 아니었다. 눈앞의 문정군주를 보자 드는 생각이었다.


현천은 웬 젊은 사내가 접근해 말더듬이 짓을 하기에,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젊은 놈이 벌써부터 정신병이 있는 건가. 쯧쯧.’


현천은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짧게 혀를 찼다.


한참을 멍하니 문정군주를 바라보던 황보윤은 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바꾸기 시작했다. 자기 딴에는 근엄하게 지었다고 생각했는지. 낮은 목소리로 문정군주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안녕하시오. 소저. 산동에서는 처음 보는 미인이신 걸 보니 외지 분인가 보죠?”


자신의 말투에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으며, 눈은 쉴 틈 없이 문정군주의 얼굴과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황보윤이었다.


현천은 젊은 사내가 문정군주를 훑어보자, 불쾌함에 자신이 나서 손봐주려 했지만 문정군주의 눈짓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차림으로는 황실의 군주라 하여도 믿지 않을 테지.’


그 음흉한 미소와 눈빛에 문정군주도 호통을 치고 싶었지만 괜한 시빗거리에 휘말려 현천을 피곤하게 할까봐 대충 대답해주고 여길 벗어나려했다.


“그래요.”


하지만 본인의 성정은 어쩔 수 없는 듯 문정군주 특유의 차가운 어조가 나왔다.


‘나긋나긋한 여인보다야 튕기는 여인의 맛이 더 좋지. 암.’


황보윤은 문정군주가 차갑기 그지없게 나오자 더욱 마음에 들어 했다. 더욱이 자신이 누군지 알면 차갑게 나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저는 산동 황보세가의 차남인 황보윤이라고 합니다. 소저의 방명(芳名)은 어찌되는지요?”


자신이 황보세가의 차남이라는 걸 밝혔으니 이제는 문정군주가 자신에게 호감을 느낄 거로 생각했던 황보윤은 문정군주의 반응이 자신이 생각했던 반응과 정반대이자 당황스러웠다.


오히려 위호와 매랑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옷차림이나 거드름 피는 모습을 보곤 있는 집 자제일 줄은 알았지만 산동의 패자인 황보세가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문정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갈 길이 바쁘니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 보도록 할게요.”


그리 말하며 문정군주가 일어나자 나머지 일행도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자신의 생각했던 반응과 전혀 다른 반응에 잠시 허둥대던 황보윤은 저만치 걸어가는 문정군주의 손목을 잡았다. 아니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잡은 것은 옆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검집이었다.


현천은 문정군주의 뜻대로 조용히 넘어가려 했지만 그렇다고 문정군주의 손목을 허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후우.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말이야.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않겠어?”


건들거리는 말투에 황보윤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검집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자신보다 네다섯 살은 어려 보이는 청년이 자신을 보며 건들거리고 있자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이잇. 이름 없는 낭인주제에 감히 황보세가의 차남인 나 황보윤에게 잘도 시비를 거는구나.”


황보윤의 말에 현천은 기가 막혔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위호를 쳐다보았다.


“어리바리. 네가 상대해봐. 황보세가의 차남 정도면 좋은 연습 상대가 될 테니 말이야. 얼른 예비라는 말을 벗어던져야 할 거 아냐?”


위호는 또 자신을 골탕 먹이려 한다고 생각하다 현천의 마지막말에 얼른 황보윤의 앞을 가로 막았다.


황보윤은 건들거리는 현천을 혼내주려 하는데 현천의 입에서 나오는 말과 그 말을 듣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사내를 보자 분노에 이성을 잃고 욕지거리와 함께 주먹을 내뻗었다.


황보윤이 흥분하며 위호에게 달려들자 현천은 무공이 없는 문정군주와 매랑이 휘말릴 수 있으니 뒤로 물리며 보호하듯 앞에 섰다.


검을 뽑아든 위호는 황보윤이 내뻗은 주먹의 기세가 자신의 생각보다 위력적이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릴 수밖에 없었다.


‘역시 황보세가인가. 철없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무공을 펼치는 모습만큼은 달리 보이는구나.’


아슬아슬하게 피한 위호는 황보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거리를 내주지 않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런 둘의 모습을 구경하던 현천은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현천이 보기에 둘 다 수준 미달이었다.


황보윤은 명문 무림세가의 자식답게 어려서부터 무공에 입문하여 갖은 영약들을 복용하면서 자랐을 것이다. 또 보통의 무림인들이 쉽게 얻지 못할 상승무공을 황보윤은 황보세가의 상승무공인 가전무공을 배웠다. 그런 특혜를 받은 만큼 분명 일반적인 무림인들 보다는 빠르게 강해졌을 것이고 앞으로도 더 강할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디 명문세가가 황보세가 뿐일까. 거기에 세가가 아닌 무림 방파로 따진다면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있을 것이다. 당장에 구파일방만 하더라도 양손을 다 차지하지 않는가?


그런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이 어려서 상승무공을 배우고 똑같이 영약을 먹으며 커온 다른 명문가의 후기지수들과 비교하자면 냉정하게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그런 황보윤에게 심하게 밀리고 있는 위호를 보자 답답해 속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동창 예비 위사라면 아직 동창의 무공을 배우지 못했을 테니 말이야.’


거기다가 현천이 본 위호는 집안에 고위 관리가 있어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환경차이를 당장은 극복하기 힘들리라.


‘뭐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워보며 경험을 쌓는 것 역시 성장에 밑거름이 되겠지.’


현천은 위호가 황보윤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았다.


황보윤을 상대하고 있는 위호는 죽을 맛이었다. 상대에게 권격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검을 휘두르며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던 황보윤이 거리를 두고 멈추어 섰다.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 다니는구나.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황보윤은 황보세가 비전의 수미천왕신공(須彌天王神功)을 끌어 올리며 벽력신장(霹靂神掌)을 쏟아냈다.


위호는 황보윤의 장법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차라리 검으로 베어내겠다는 생각으로 검을 사선으로 내려 그었다.



하지만 자신의 바람과는 다르게 황보윤의 강력한 장법에 오히려 검이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퍽.



위호가 검을 놓친 틈을 타 황보윤이 신법을 펼치며 위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다시는 무공을 쓸 수 없게 만들어주마. 벽력신권(霹靂神拳)”


황보윤이 자신의 하단전에 주먹을 날리는 걸 바라만 볼 수밖에 없던 위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 후 황보윤의 권격에 자신의 단전이 깨지며 무인의 삶이 끝날 거라고 생각하던 위호는 시간이 지나도 몸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자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했다.


“이봐, 객잔에서 흔히 벌어진 시빗거리치곤 손속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둘이 싸움을 지켜보던 현천이 위호가 진짜 위험해지려 하자 빠르게 황보윤의 주먹을 막아내었다.


그 모습을 본 위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황보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극성으로 끌어올린 내력으로 펼친 벽력신권을 아무렇지 않게 한 손바닥으로 막아내었다.


‘이놈은 도대체 뭐지? 나의 벽력신권을 아무런 힘든 기색 없이 편안한 얼굴로 가볍게 막아내다니.’


황보윤은 자신의 권을 회수하며 뒤로 물러나려했다.


씨익.


황보윤의 생각을 눈치 챈 듯 현천은 웃음을 보이며 벽력신권을 막은 손바닥으로 황보윤의 주먹을 잡았다.


“어딜 가려고?”


자신의 오른 주먹이 잡히자 당황한 황보윤은 얼른 현천의 얼굴로 왼손을 날렸다. 현천의 얼굴에 주먹이 닿으려던 그때 황보윤의 주먹이 더 이상 뻗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크악.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은 황보윤은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현천이 황보윤의 오른 주먹을 잡은 손에 내공을 끌어올리자 황보윤은 주먹이 으깨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절로 오른 주먹부터 시작해서 어깨까지 고통이 몰려왔다.


“크악. 그만. 제발 그만.”


황보윤의 오른팔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자 더 이상 고통을 참지 못하고 멈춰달라며 빌었다.


현천 역시 황보윤의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함부로 정파 세가의 차남을 병신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기에 이쯤에서 그만 놓아주었다.


하악.


하악.


으엑.


고통에 몸부림치던 황보윤은 거친 숨을 몰아쉬다 헛구역질이 나오는지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앞으로 여인에게 수작을 부릴 때는 임자가 있는지 잘 알아보고 하도록.”


‘그럼 그렇지.’


현천의 말에 위호가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의 복수로 조금 과하게 힘을 쓴 줄 알았더니, 결국에는 문정군주님에게 껄떡된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일행은 그런 황보윤을 쳐다보다 왠지 일이 더 커질 것 같은 예감에 서둘러 내려가려 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려가려던 그때 객잔 직원과 황보세가의 무사들이 올라와 황보윤의 모습을 봐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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