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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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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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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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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진실의 끝(1)

DUMMY

" 오랜만이에요. 바위씨. "

중국에서 돌아온지도 벌써 한달이란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바위는 여전히 변함이 없는 회주, 임나연을 지긋이 바라보며 대꾸를 했다.

" 그렇군. 왜 나를 다시 불렀지? "

약간 까칠한 목소리의 바위를 잠시 쳐다본 회주가 한숨을 쉬며 말문을 열었다.

" 당신, 많이 변했네요. 예전에는 그래도 느껴지는 안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무리에서 쫒겨난 늑대같아요. 뭐가 그리 급하신거죠? "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바위도 요즘들어 자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중국에 다녀온 뒤, 바코드가 사라지고 변화를 맞이한 후로 바뀌었다. 수시로 조급함이 느껴지고 어디선가 위협이 자신을 향하는 듯한 느낌. 더욱 수련의 강도를 올리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봐도 그런 느낌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해지고 있었다.

" 휴우, 알겠어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묻지 않죠. 바위씨, 오르크를 기르고 계신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

역시 만월회의 눈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미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측한 바위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 역시··· 그 벌크라는 괴생명체가 벌인 짓이겠죠? 그리고 천사의 눈물이란 약물도··· "

설마 천사의 눈물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치 못한 바위는 순간 살짝 흔들렸고 회주는 귀신같이 캐치해내고는 다시 물음을 던졌다.

" 뭐, 나쁜게 아니니··· 저희쪽에도 몇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그 천사의 눈물에 대해 테스트에 들어간 상태에요. 아마 바위씨쪽도 마찬가지겠죠? "

" 그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묻는 건가? "

" 아뇨. 저희는 바위씨와 적대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좀 더 강한 동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

" 나를 불렀단 말이군. 여러가지 조건을 제시하면서 말이지. "

당연히 바위는 만월회가 부른다고 쪼르르 달려갈 인물이 아니었고 만월회는 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꽤 큰 손실을 감수하면서 그를 불러낸 것이었다. 솔직히 바위도 궁금한 것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참석을 한 것이다.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아니면 내가 또 뭔가를 해줘야 하는건가? "

여전히 까칠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바위를 힐끔 바라본 회주가 돌연 한숨과 함께 이마를 짚었다.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 결심을 한듯 나지막히 말문을 열었다.

" 지금부터 하는 말은 오직 저만 알고 있는 극비중에 극비사항이에요. "

" ··· 그런 사실을 왜 내게 말하려고 하는거지? "

" 그건··· 휴.. 끝까지 들어보시면 이해가 될것에요. "

" ··· "

그제야 바위가 더 이상 반문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자 회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제 능력은 시공간계열 중 시간을 다루는 능력이에요. "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별로 큰 비밀도 아니었고 말이다.

" 근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 능력은 제법 큰 일을 할 수 있게 되죠. 예를 들면 시간을 멈춘다거나 혹은 뒤로 되돌린다거나 하는··· "

이건 놀라운 일이었다. 단순히 시간을 느리게 간다거나 잠깐 멈추는 것은 이해가능한 범위였지만 시간을 되돌린다? 이건 말그대로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그런 바위의 혼란스런 얼굴을 잠시 직시한 회주는 다시 말을 이었다.

" 그래서 미래의 저. 내가 어떤 방법인지 몰라도 한가지 물건을 과거로 보냈어요. 그건 바로 제 일기장이죠. "

잠시 숨을 멈춘 그녀가 천천히 내쉬며 바위의 눈을 바라보았다.

" 그래서 몇년전부터 나는 이 사태를 준비했어요. 전국에 벙커를 만들고, 거점을 새로이 건설하는등의 일들을 말이죠. 그리고 여러분야의 인물들을 스카웃하고 사이퍼들도 모았죠. "

잠시 충격에 빠져있던 바위는 그제야 왜 만월회가 이런 말도 안되는 힘과 규모, 장비를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 그리고 일기장의 내용대로 차근차근 준비를 했어요. 문제는 그렇게 준비를 하던 와중에 미래가 달라지기 시작한 거에요. 아시겠지만 미래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가설이 맞은거죠. "

" ··· 좋아. 그말이 맞다고 치고, 왜 그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는 거지? "

" 훗, 왜요? 너무 엄청난 사실을 들은 건가요? "

회주는 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미소와 함께 긴장을 풀려는 듯 농담을 쳤지만 바위의 굳은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 아니,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좀비사태를 초반에 막을 수 있지 않았나? 왜 그 사태를 방치한 거지? 수천, 수만의 죄없는 사람들의 목숨을 버려가면서? "

바위가 궁금한 것은 이것이었다. 미래를 알았고 몇년간의 준비를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을까? 그녀는 왜 이런 사태를 방치하고 이런 지경까지 오게 만든것인지 궁금했다.

" 변명을 하자면··· 사태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정확한 원인과 장소, 시간을 특정할 수 없었어요. 무엇보다 이 좀비사태는 내국에서 시작된게 아니라 외국에서 시작된 사건이죠. 하지만 분명히 사건을 방치한 면은 있어요. "

그녀는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바위는 그런 그녀의 말과 행동에 화가 났지만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고 사건이었기에 되돌릴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 생각보다 냉정하시네요. 한바탕 난리를 치실줄 알았는데 말이죠. 여튼 이야기를 계속하죠. 그 이후 저는 제 힘을 다해서 원인을 분석하고 찾으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물론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 엄청난 돈을 벌었고 그 돈은 지금 우리 조직의 큰 힘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었죠. "

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허공 어딘가를 보며 아련하게 말을 이었다.

" 결국 저는 진실에 한발짝 다가갈 수 있었어요. 아 그전에 한분을 소개해 드려야 겠군요. 나오세요, 박사님. "

문이 열리며 들어선 남자는 동양인이 아니었다. 코가 높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서양인, 전형적인 슬라브민족의 생김새였다. 머리가 하얗게 센 그 남자는 평범한 키에 바짝 마른 몸을 가진 채 모습을 드러냈다.

" 이분은 독일 태생 생명공학박사 겸 유전공학박사이신 뷔트리히 이그나 박사세요. "

한국어를 알아듣지는 못한 듯 보였지만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그것이 자신의 소개라는 것을 눈치껏 깨달은 박사가 슬쩍 눈인사를 건내왔다. 하지만 바위는 왜 이 상황에서 그가 나타났는지 영문을 몰랐기에 다시 회주에게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 뭐지? 너무 샛길로 샌거 아닌가? "

" 아뇨, 이분을 알아야 이 이후의 이야기가 진행이 돼요. 이 박사는 예전 블라크사라는 제약회사 창립멤버에요. 그 회사는 몇가지 독점약과 복제약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죠. 복잡한 이야기는 생략하고 이 뷔트리히 박사는 모종의 이유로 회사에서 퇴출을 당하고 그 복수로 한 종류의 원액에 자신이 연구하던 물질을 섞는 만행을 저지르죠. "

조용히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바위가 죄인처럼 서 있는 박사를 다시 한번 훑으며 물었다.

" 약? 혹시 그 약이··· 픽토옥신? "

" 맞아요. 분만유도제의 한 성분인 픽토옥신. 그 약은··· "

쾅! 돌연 바위가 발을 구르자 건물이 무너질듯 흔들렸다. 가만히 서 있던 박사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 빠득! 그 약으로 우리 엄마와 아빠를 죽였지. 그 약을 만든게 이자란 말인가? "

금방이라도 박사를 죽일듯이 노려보던 바위가 나지막히 중얼거리듯 말했고 회주가 급히 말을 이었다.

" 참으세요. 이미 지난 일이에요.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해야 해요. 저도, 살아있는 사이퍼들 역시 어머니를 잃거나 평생을 치료받으며 살아가야 할 처지에 놓여있어요. 단순히 화풀이를 한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

간신히 진정시키듯 말하는 회주의 모습에 이성을 되찾은 바위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자 안도의 한숨을 쉰 회주는 말을 이어나갔다. 다행히 그전에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지시를 해둔 덕에 그녀의 방으로 들어선 무력부대는 없었다.

" 대부분의 사이퍼들의 공통점과 병원 기록, 사용한 약들을 조사한 결과 찾아낸 사실이에요. 그 당시 이 약에 대한 부작용과 그 피해자가 엄청났기에 화제가 된 사건이니까요. 그래서 수차례 조사와 함께 수소문한 결과, 여기 이 박사의 짓임을 밝혀냈고 그를 여기로 납치해왔어요. 그리고 사건전말을 알게되었지만··· 일기장에 쓰여진 내용과 달라 그 동안 조사를 꾸준히 해왔죠. 그 결과··· "

문득 목이 마른듯 탁자위에 놓여있던 물을 한모금 마신 회주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지 모를 바위에게 말했다.

" 뷔트리히 박사는 또 한명의 피해자일뿐이라는 사실이에요.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에 의해서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이 나오자 팽당해 버린 것이죠. 다행히 중간에 눈치를 챈 박사는 자신만 아는 곳으로 숨어들어 그들의 마수로부터 벗어났고 오랫동안 쫒겨다니는 신세가 되었죠. 그러는 사이에 딸과 가족을 잃고 폐인처럼 지내는 것을 우리가 발견하고 데려온 것이에요. "

물론 박사를 찾고 데려오기까지는 일기장의 정보가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운이 좋았다.

거기까지 그녀가 말하자 바위가 눈을 뜨며 되물었다.

" 연구? 결과물? "

" 네, 그건··· 그 동안 국가적으로 자행되어 오던 초능력 프로젝트의 한 방향을 넌지시 그에게 전달하면서 연구를 종용한거죠. "

" 그 결과가 우리다? 이말인건가? "

" ··· 네. 맞아요. 박사는 그저 자신을 버린 회사에 복수하기 위해 그 결과물을 원액에 섞었고 그 사실을 모르는 제약사는 그 약을 세계적으로 유통을 시킨거죠. 결국 그런 사실로 인해 좀비라는 괴물이 만들어지고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거에요. "

" 하아, 그런데 왜 사이퍼가 나타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가 생겨난거지? 그 차이가 뭐길래? "

" 그것도 생각해보면 간단해요. 미국 FDA의 허가가 난 그 신약은 우리나라등에서 허가가 쉽게 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는 시간이 걸리죠. 예를 들면 일본과 같은 나라말이죠. "

실제로 미국 FDA승인이 나면 우리나라등 신약에 대해 관대한 나라는 프리패스나 다름없지만 나름 의료체계가 빈팀이 없는 일본과 같은 나라들은 신약의 유예기간을 두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나라도 있었다.

그결과 좀비사태가 발생하고 한달도 버티지 못한채 국토의 90%이상이 좀비에게 넘어가 버린 것이었다. 실상 일본은 몇몇 섬 빼고는 인간이 살아남지 못한 상태였기에 그 나라는 이미 멸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제주도를 기점으로 세계단일행정체제를 만들려는 대통령은 일본을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 좋아. 네 말이 다 사실이라고 치고 이 박사를 조종해서 그 물질을 개발한 조직은 누구고 왜 나에게 이런 말을 건내는 이유가 뭐지? "

바위는 궁금했다. 물론 자신이 여타 사이퍼들보다 강하고 다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만으로 뭔가를 바꾼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묻는 바위를 빤히 바라보던 회주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대꾸를 했다.

" 일단 바위씨,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것보다 대단한 사람이에요. 정확히 제 일기장에 나온 인물이 맞다면 말이죠. "

드레드노트. 일기장에 쓰여진 드레드노트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을 하는 회주를 빤히 바라보던 바위는 설명이 끝이나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 그래서? 그 일기장에 쓰여진 놈이 나라면? "

" 지금의 성장치로 봐서는 당신은 이미 사이퍼라는 굴레를 벗어났어요. 아마 더, 점점 더 강해질것이 분명해요. 일기장에 쓰여진 절반만 사실이라고 쳐도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그 힘이 필요해요. 조그만 승률이라도 올리기 위해서 말이죠. "

바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회주가 가진 전력의 일부분만 봐도 자신을 포함한 바위모임의 전력은 가뿐히 뛰어넘는 전력이었다. 그런데 왜 저렇게 두려움에 휩싸여 힘을 모으려고 하는 걸까?

" 이해가 안되시겠죠? 일단 진짜 우리의 적들에 대해 말씀을 드리기에 앞서 저희 가족에 대해 알려드릴께요. "

난데없이 가족사를 털어놓겠다는 회주의 말에 어리둥절한 바위는 그냥 조용히 경청하기로 결정했다.

" 우리 가족은 제법 큰 기업의 오너일가에요. 제 기본 시드머니는 그곳에서 흘러나온 것이죠. 문제는 제 지식으로 점점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종국에는 한국에서 첫째, 둘째가는 대기업으로 성장을 했어요. NB그룹이라고 들어보셨나요? "

물론 들어봤다.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기업 중 하나. 몇 년 사이에 엄청난 발전을 이룬 기업으로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1,2위에 항상 들어가는 기업이 아닌가.

회주는 바위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그곳의 막내딸인 저는 좀비사태가 벌어지고 몇일후에 한가지 제안을 받아요. 아니 제가 아니라 우리 가족에게 들어온 제안이었죠. 그것은··· "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 이것이 그녀가 말하고 있는 핵심이었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다만 추측컨데 빌더버그, 제이슨 그룹이 주축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그녀의 말이 있었고 가족들은 고심끝에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하게 된다. 문제는 막내딸인 임나연은 거부를 했고 집을 나갔다.

가출한 그녀를 백방으로 찾던 그녀의 가족들은 결국 그녀를 버리고 떠나간다. 문제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중 세계 100대 그룹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일기장의 내용이었다.

" 미래의 나는 그들의 실체에 거의 접근을 했어요. 하지만 그들을 넘을 수 없었죠.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바위에 계란치기 정도의 차이였다고 했어요. "

" 도대체··· 그런 신세계라는 조직은 뭐지? "

" 그들은, 우리와 같은 피해자일뿐이죠. 뭐, 피해자들끼리도 적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좀비사태의 원인은 노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노아패밀리지만 실질적으로 퍼트린 조직은 신세계니까요. 최근들어 신세계와 노아패밀리가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지만 우리가 당장 손쓸 방법이 없어 지켜만 보고 있는 실정이에요. "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말을 들은 것인가, 바위는 이마를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생각의 범위는 서울 북서부까지 였다. 이렇게 세계적인 규모의 음모를 들을 이유도 여유도 없는 상태였다.

" 난··· "

바위가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순간 회주가 말을 끊으며 말했다.

" 당장 바위씨에게 뭔가를 해주길 바라는게 아니에요. 제 고민을 들은 첫번째 사람으로써 한번쯤 고민을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꼭 저희와 같은 길을 갔으면 해요. 그거면 돼요. "

" 휴우, 당장 바라는게 없다는 말이 더 무섭군. 이런 비밀을 듣고도 편안히 네 할일을 해라, 그게 말이 될것 같나? 아니 너는 그동안 어떻게.. "

생각을 하면 할 수록 회주가 대단하다는게 느껴졌다. 저 작은 체구로 이 엄청난 음모를 혼자 간직한채 하나하나 준비를 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가 엄청나게 크게 보였다.

" 먼저 당신 모임에 자치성을 보유해주죠. 제 끈이 정부와 밀접해서 그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꺼에요. 모르시겠지만 지금 정부는 도시단위로 묶어서 자율자치권을 주고 있어요. 아마 서울 전체는 무리더라도 북서부지역 중랑구와 노원구지역, 구리시까지 자치권을 얻을 수 있을꺼에요. 그곳에서 힘을 기르세요. 그 방법외에는 없어요. "

회주의 말을 꼽씹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 바위는 곧 말문을 열었다.

" 좋아. 미래가 어떻든 지금은 힘을 기르고 몸을 숙이고 있을 수 밖에 없군. 그리고 일본 지역은 무주공산인건가? "

" 일본? 네. 몇몇 섬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몰려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본섬에는 좀비들만이 있을 뿐이에요. 혹시··· "

" 그곳에 자리를 만들 수 있나? "

" 흐음.. 가는거야. 배로 움직이면 되는거고. 자리를 잡는것도 비어있는 건물이나 연구소들이 많을테니 어렵지 않을꺼에요. 당신이 데리고 있는 그 벌크라는 종족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

그녀의 짐작이 맞았다. 역시 거대한 조직과 정보를 다루는 위치의 그녀는 한가지 정보로 수많은 것을 유추해내고 있었다. 일본에 수라지란을 배치해서 병력을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그동안 쉘터내에서 연구를 진행했지만 일반인들과 공존하는 상황에서 수라지란을 늘리기에는 무리가 따랐고 많은 좀비재료들이 필요했기에 지금 수라지란 한 개체외에는 더 이상 늘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최소 중국의 도시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좀비만 있는 비어있는 도시가 필요했다. 그 역할로 일본을 택한 것이다.

물론 이전에는 그럴 필요가 없이 연구만 진행할 생각이었지만 진실을 들은 바위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알았어요. 일본까지 길을 만들어 드리죠. 하지만··· "

" 그 이후는 걱정하지마. 우리가 알아서 하지. "

" 네, 그리고 우리가 드린 수송헬기로 가까운 도시에 들러서 사이퍼들과 생존자들을 거두세요. 그들이 곧 바위모임의 전력이 될 것이니까요. 지금 정부에서 열심히 도시수복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요.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정부의 전력으로 흡수되고 있죠. "

" 왜? 정부가 힘을 가지면 더 안전해지는것 아닌가? "

" 휴우, 물론 이성적인 사람들만 있다면요. 인간은 늘 비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려는 경향이 강해요. 그래서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못하는 거죠. "

바위 역시 그녀의 생각에 동의를 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생존자들의 행동패턴을 보면 드러나는 사실이었다.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강력한 힘이 필요했고 그런 것은 사장과 제비가 잘해주고 있었다.

이제부터 해야 할일과 미래의 대한 대비로 인해 눈코들새 없이 바빠질 것이라는 사실을 바위는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기르기 위해 좀 더 많은 실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뷔트리히 박사는 그런 그들의 눈치를 보며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그런 회주와 바위는 여전히 깊은 생각에 잠겨 주변을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침묵이 길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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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벌크의 왕(3) +1 18.09.24 659 20 20쪽
98 벌크의 왕(2) +2 18.09.22 682 23 19쪽
97 벌크의 왕(1) +2 18.09.21 684 21 18쪽
96 구조작전(8) +1 18.09.20 693 21 18쪽
95 구조작전(7) +1 18.09.19 659 18 20쪽
94 구조작전(6) +1 18.09.18 684 17 19쪽
93 구조작전(5) +1 18.09.17 664 17 20쪽
92 구조작전(4) 18.09.15 677 17 19쪽
91 구조작전(3) +1 18.09.14 699 17 20쪽
90 구조작전(2) 18.09.13 714 18 20쪽
89 구조작전(1) +1 18.09.12 779 1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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