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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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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9.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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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The Gear(6)

DUMMY

춘봉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신선함을 넘어 파격적이었다.

흰색 가운의 남자 이름은 왕웨이. 본인 스스로 북경대학교 화공학과를 나왔다는 대목에서 자랑스러움이 묻어나는 이상한 남자이자 적색 사이퍼였다.

당연히 이 남자도 초반에는 좀비사태가 터지고 이리저리 쫒겨다니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을 쳤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 결국 좀비들에게 잡혀 죽을 위기를 넘어 사이퍼로 각성을 했다는 전형적인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를 빼고는 제법 흥미로웠다. 그 이후 이 장수성 다펑구 지역에서 마음이 맞는 몇명의 사이퍼들과 함께 왕처럼 지내다 신세계의 제의를 받고, 아마 이 과정에서 폭력과 강압이 동원된 모양이었다, 신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 이후 중국 신세계 조직에서 왕웨이의 전적과 능력을 고려해 연구개발중인 수라지란(修羅之卵)의 관리를 맡겼고 지금까지 충실히 이행해오고 있다고 말한다.

" 수라지란? 무슨 알과 같은 건가? "

그때 걸레짝이 된 콜레라를 들고와 한쪽에 던져두며 사스가 대신 입을 열었다.

" 아, 그거 저 새끼 잡은 곳에 엄청나게 많이 있던 그거 말하는 거지? 생긴건 무슨 암세포처럼 생겼던데. 그게 알이었어? "

" 흠, 그렇군. 그래서 계속 해봐. "

" 네, 대장님. 그리고 저기.. 저 콜레라의 정체가 그 수라지란에서 태어난 아종(亞種)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초기 결과물인 프로토타입(Prototype) 코드네임 고블린,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

걸레짝이 되어 구석에 처박혀 있는 콜레라를 가르키며 그것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은채 춘봉이 설명했다. 확실히 인간에게 혐오감을 주는 형상이었다.

" 저것에 대해 좀더 알아낼 수 있겠어? "

바위가 심각한 얼굴로 춘봉에게 말한다. 춘봉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왕웨이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아직도 구석에 처박혀 있는 콜레라를 돌아보며 사스에게 물었다.

" 네가 보기엔 어때? "

" .. 글쎄. 일단 사이퍼가 쓰는 에너지를 체내에 가지고 있어. 그래서 그런지 회복속도가 사이퍼에 필적할 정도로 빨라. 거기에 움직임, 근력등 막 각성한 상태의 사이퍼와 대등할 정도야. 물론 잔머리는 고양이정도지만.. 그런것 치고는 눈치가 빨라. 봐, 지금도 깨어났는데 죽은척 쓰러져 있잖아. "

사스는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 바위 역시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수긍을 하며 움찔거리는 콜레라를 힐끗 바라보고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춘봉과 왕웨이를 쳐다봤다.

아직 왕웨이는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건지, 무슨 생각이 따로 있는지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고 있었다. 어짜피 알려져도 상관이 없다는 건가? 이정도 정보면 제법 높은 등급일거 같은데..

그런 바위의 의구심은 금세 풀렸다.

" 적이다. 준비대. "

나지막한 바위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그 말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바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스와 다희는 준비를 마쳤다. 그런 그녀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바위는 춘봉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왕웨이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 춘봉이는 몸을 대비하고 있어. 그리고.. "

빠가각! 빠각! 크아아악! 다짜고짜 망치를 휘둘러 왕웨이의 두발과 두팔을 뭉개버린 바위는 그를 들어 한쪽으로 던져두며 말을 이었다.

" 잔머리는 한번이면 족해. "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 왕웨이를 쫒아 누군가가 이곳을 향해 달려들고 있는 것을 느낀 바위는 단호했다. 그 수가 제법 많았다.

바위와 사스, 다희는 전장을 임시쉘터인 이곳으로 하기보다는 바깥의 숲지형을 이용하기로 결정을 하고 각자의 무기를 챙겨 나섰다. 그렇게 둘러싼 콘테이너를 헤치고 나선 그들의 눈에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것들이 식별가능한 거리까지 들어오자 그 형체가 또렷이 잡혔다. 가장 앞서서 달려오는 것들은 제법 떨어져 있음에도 그 외형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크기가 코끼리보다는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덩치를 가진 늑대의 외형과 닮아 있었다. 아니 늑대라고 하기에는 붉게 타오로는 눈동자, 날카로운 송곳니는 입술을 비집고 위쪽으로 솟아나 있었고 털이라고 부르기에는 굵은 강철침과 같은 그것으로 뒤덮힌 괴물이었다.

그럼 무시무시한 외형의 짐승이 달려오는 속도는 예전에 가까이에서 본 KTX보다 빠른듯 했다. 멀리서 본 형태는 순식간에 가까워져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무려 그 숫자가 다섯마리였고 아직 저 멀리서 달려오는 무언가들도 있었다.

그런 괴수들는 일정거리까지 다가서자 탐색을 하듯이 멈춰서서 바위일행을 쏘아보며 그르릉 거렸다. 그때 우두머리로 보이는 덩치가 남다른 괴수의 머리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T%#@#$! "

들려오는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던 바위일행 중 사스와 다희가 말보다 주먹을 외치며 한발짝 나서려 했지만 바위가 제지했다.

" 우린 한국인이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자가 없나? "

그러자 괴수의 윗쪽에서 들려오던 말소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후 뒤쪽에서 대기중이던 괴수의 머리쪽에서 어설픈 한국어가 들려왔다.

" 너희들이 왕웨이 박사를 납치한 것이냐? 그를 돌려줘라. "

이들의 목적은 확실했다. 그리고 속속이 도착해 그들의 뒤쪽으로 나열하는 병력들, 아니 괴물들의 면면은 심상치 않았다.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는 팔,다리의 갯수와 직립보행한다는 것만 같고 나머지는 전혀 새로운 생명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였다.

얼굴은 마치 촛농이 흘러내린듯 눈코입의 흔적만 있을 뿐 제대로 찾을 수 없었고 전신을 뒤덮고 있는 기형적인 근육들사이로 종양처럼 보이는 것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었고 그곳에서 누런 진물들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과거 문둥병, 나병환자의 마지막 모습도 저정도는 아닐것이다. 그 괴물들은 쇠로 만든 거대한 몽둥이를 마치 수수깡처럼 가볍게 들고 있는 모습은 꽤나 위협적이었다.

결코 대화를 위해 온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 뭐? 그 흰색 가운입은 새끼? 그거 대가리 따서 여기에 묻어뒀지. "

사스가 나서서 막말을 했지만 바위는 제지하지 않았다. 이미 저들의 의도는 명확했기에 전의를 다지며 나지막히 말했다.

" 조심해라. 결코 만만한 적들이 아냐. "

바위의 경고에 고개를 주억거리는 다희와 달리 사스는 미소를 입에 걸며 붉은 혓바닥으로 입맛을 다셨다.

사스의 대꾸에 조용해진 늑대괴수 위쪽에서 중국어 몇마디가 오갔다. 그리고 가장 앞선 거대한 늑대괴수쪽에서 고함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괴물들과 괴수들이 한꺼번에 바위일행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늑대 괴수 다섯과 그 위쪽에 타고 있는 중국 사이퍼로 보이는 인물들. 그리고 인간 외형을 지닌 괴물 서른개체 이상.

그런 괴물들보다 먼저 바위에게 날아온 것은 얼음의 칼날과 전격의 창이었다. 바위는 망치에 에너지를 담아 휘둘러 그것들을 깨부수며 몸을 띄워 가장 앞서 달려오는 늑대괴수의 대가리를 향해 망치를 내리꽂았다.

콰앙! 깨갱!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반응할 사이도 없이 직격당한 늑대는 거대한 몸체를 바닥으로 처박으며 괴성을 질렀다. 그 늑대를 타고 있던 인물도 이런 상황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모양인지 그대로 몸이 튕겨져 허공을 날았다.

그런 그의 복장은 전통적인 중국 한족이었고 평범한 얼굴을 지닌 젊은 사내였다. 단지 이마에 박힌 붉은 바코드만이 그가 다른이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허공에 몸이 뜬 그 한족 사내는 엄청나게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능력을 발휘해 전격의 창을 허공에 만들어 쏘아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바위가 풀어낸 검은색 쇠사슬은 이미 그런 그의 몸을 쪼개 허공에 핏빛무지개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후두둑, 사방으로 떨어지는 인간의 신체일부와 내장쪼가리들이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런 피내샘를 맡은 늑대 괴수들과 인간형태의 괴물들이 괴성을 지르며 미친듯이 달라붙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바위의 망치에 대가리를 맞아 바닥에 처박힌 거대한 늑대 역시 몸을 일으켜 달려들었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내구성이 엄청나다는 반증이었다. 그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바위는 주변으로 시선을 돌려 전황을 살폈다.

사스와 다희는 늑대괴수의 몸통들이박기나 이빨, 발톱공격을 이리저리 잘 피해다니며 인간 모습의 괴물들을 착실히 상대하고 있었다. 그들 괴물들은 웬만한 신체강화 능력자보다 더욱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무기에 에너지를 담아 휘두를 수 있는 그녀들의 칼날 앞에는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이 괴물들은 평범한 사이퍼나 화기로 중무장한 군인들이었다면 아마 지금쯤 상황이 끝났을 정도로 강력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몇번 더 망치와 쇠사슬을 휘둘러 괴수들을 해체시킨 바위는 눈을 돌려 누군가를 찾았다. 아까 이들 중 한국어를 한 그 사이퍼를 찾은 것이었다.

이미 사방은 난전에 휩싸여 있었다. 인간형태의 괴물이 휘두르는 쇠몽둥이에 자신 편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고 늑대 괴수의 앞발에 걸린 괴물들의 사지가 찢겨져 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처음 대장 격인 사이퍼가 죽어나감으로써 통제할 머리가 사라진 것 때문이었다.

늑대괴수를 타고 있던 사이퍼들도 그런 사실을 깨달았는지 사방으로 고함을 치며 통제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이미 난전으로 들어가 피냄새를 맡은 괴물들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소리치는 이들을 한번 훑어본 바위는 한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왕첸은 연변출신으로 돈을 벌기 위해 장수성까지 내려온 청년이었다. 그때문에 한국어를 조금 할 줄아는 그는 초반 어느 조그만 무역회사에 취직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좀비사태가 터지고 자신이 사이퍼가 되기까지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지금 이 상황은 생소했다.

처음 왕웨이 박사가 사라질때만 하더라도 이럴게 일이 크게 번질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라진 왕박사를 구하기 위해 편성된 구조대의 규모로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상황이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크르릉! 크아악! 변종 다이어울프의 후각으로 찾은 그곳에는 한 남자와 두 여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모습에도 크게 놀라지 않는 모습, 파란색 바코드를 가진 사이퍼, 괴이한 복장에 무기까지 평범한 모습이 아니었지만 늘 그랬듯이 자신들의 발아래 엎드려 결국에는 먹이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당연했다.

이곳의 지배자는 자신들이었으니까. 살아남은 인간들은 땅속으로 숨어들어갔고 언제든지 꺼내먹을 수 있는 식량으로 하락한 그네들의 지위는 이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몇몇 푸른색 바코더들이 뭉쳐 대항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은 미약한 반항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을 뿐더러 전투에 들어가자 전장의 신이 된것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수십대 삼이라는 전력의 약세는 그저 이들에게 숫자노름일뿐이었다.

왕첸은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자신이 타고 있는 다이어울프를 조금씩 뒤로 물리려 애썼다. 하지만 피냄새에 취한 늑대는 자신의 통제를 거부했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아니 뛰어들려고 했다.

쾅! 꽤액! 온몸이 요동치는 충격과 함께 타고 있던 다이어울프의 대가리가 터져나갔다. 말그대로 터져나갔다. 거대한 망치는 자신의 다이어울프의 두개골을 바스러뜨리며 조금만 뇌를 곤죽으로 만들고 빠져나왔다. 말보다 큰 다이어울프는 그대로 쿵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 그 몸을 뉘었다.

그런 모습에 정신을 못차린 왕첸은 옆으로 굴러 떨어져 나무와 부딪히면서 멈춰섰다. 그런 그의 앞에 길다란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 사내가 뇌수가 뚝뚝 떨어지는 망치를 늘어뜨린채 자신의 정면에 섰다.

" #$%.. 아니.. 당신은 누구..? "

중국어로 뭐라하려던 왕첸은 다시 말을 바꿔 한국어로 온 몸을 떨며 물었다. 그동안 겪었던 전투들은 모두 그냥 아이들 장난처럼 느껴졌다. 하긴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이미 전투는 끝이 나 있는 경우가 많았기에 항상 왕첸은 자신감과 오만함이 머리속에 가득차 있었다.

" 맞군. "

단 한마디였다. 그리고 느껴지는 격통! 어느사이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꺽여 박살이 난 상태였다. 그리고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허공을 날아 콘테이너 안쪽으로 날아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게 왕첸이 기억하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는 어둑어둑한 밤이었다. 한쪽에 모닥불이 지펴져 있었고 그 둘레로 여러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 자신의 상태와 별개로 평화로워 보였다.

" 깨어났군. 이리와서 앉아라. "

고소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쩝쩝거리는 소리도.

왕첸은 절대 잊지 못할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지만 아직 제대로 붙지 않은 팔다리때문에 격통을 느끼며 신음을 질렀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남자의 지시대로 모닥불 곁으로 다가가 쓰러지듯이 앉을 수 있었다.

모닥불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음영으로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 남자와 여자 둘, 그리고 두명이 더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 중 한명은 왕웨이 박사였다.

왕첸은 그의 모습에 놀라 뭐라고 소리를 치려다 다시 입을 닫았다. 그의 몰골 역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포로였다.

" 난 바위다, 한국말을 할 줄 알더군. "

" .. 네.. 전 왕첸, 조선족입니다. "

어설픈 한국어. 그리고 바위라는 남자는 다른 것을 묻지 않았다. 그들은 식사를 하고 있던 도중이었다.

장첸은 고개를 들어 다시 모인 사람들의 행색을 자세히 살폈다.

일단 바위라는 남자는 머리가 헝클어진 것 외에는 크게 다치지 않은 모습. 반면에 두 여자는 제법 심한 상처가 곳곳에 보였다. 저런 상처를 달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왕박사와 다른 사내. 마지막 사내는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바코드도 없었고 에너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 그리고 한 여자, 쌍칼을 휘두르던 그녀의 옆에 개처럼 엎드려 뭔가를 먹고 있는 큰대가리만 보이는 괴생명체가 있었다.

도무지 자신의 머리로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되었기에 왕박사를 바라보며 눈짓으로 이해를 구했다. 하지만 왕박사는 그의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인다. 그런 모습에서 무언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엿보았다.

" 그러니까, 이 새끼가 그것들이 쳐들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순순히 대답을 해줬다? 그것들··· 뭐라고 했지? "

" 네, 호위조입니다. "

" 그래, 호위조가 자신을 쉽게 찾는건 그 늑대새끼 후각이고, 그 괴물들 전부 수라지란이라는 알에서 깨어난 거다? "

춘봉이 그동안 알아낸 사실을 확인하듯 말한 사스가 왕웨이를 쏘아보자 그는 바닥에 닿을 정도로 고개를 숙였다. 뭔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찌푸린 얼굴을 펼 생각이 없는 사스가 다시 물었다.

" 근데 그 늑대괴수랑 인간형태의 괴물이름이 다이어울프와 오크라는 코드네임이라는 말이지. 니들이 매긴 등급상 D급정도라고? 도대체 뭔짓을 하고 있는거야? 어떻게 생각해, 바위? "

바위는 묵묵히 숟가락을 놀리며 자신에 배정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제삼자인 것처럼 사스와 춘봉의 대화에 참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바위가 숟가락을 놓으며 곁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왕첸에게 시선을 옮겼다.

" 넌 어떻게 생각하지? "

갑작스런 질문에 넋을 놓고 있던 왕첸이 더듬거리며 대꾸를 한다.

" 네? 무슨.. 아, 모두 맞는 말입니다. 아직 연구결과가 나온지 얼마되지 않는 초기단계라 대량생산은 무리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 네.. 그렇습니다. 헤헤헤.. "

" 그렇다는군, 왕박사라고 불러야 하나? 네 생각은? "

그말을 그대로 춘봉이 번역을 해주자, 왕웨이는 눈알을 굴리며 잔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다희가 싸이드를 휘둘러 왼팔을 날려버렸다.

크악! 급히 지혈을 하며 날아간 팔을 찾아 더듬거리자 그 왼팔을 주워 든 다희가 고개짓을 했다. 빨리 대답을 하라는 제스처였고 눈치 빠른 왕웨이는 곧바로 알아듣고 다급히 입을 열었다.

왕웨이는 왕첸이 한국말로 했기에 그들이 나눈 대화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렇기에 어디까지 이야기를 했는지 몰라서 재고 있다 팔한짝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었다.

" 그,그게.. 그러니까.. 신세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연구는 완성단계이지만 양산을 위해 아직 본격적으로 생산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네, 먹이는 좀비, 인간을 가리지 않고 그런 섭식을 통해 성장을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수라지란을 통해 태어난 모든 개체가 동일한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 이해할 수 없군. 이렇게 단시간에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내다니, 그것들의 체내에 존재하는 에너지들도 사이퍼가 개입을 했기 때문인가? "

" 재미있네, 그건 네가 만든건가? "

사스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묻자 그대로 번역한 춘봉을 향해 왕웨이가 대답했다.

" 아닙니다. 전 그냥 이지역 관리자일뿐.. 일개 프로젝트에 참가한 수많은 사이퍼들 중 하나일뿐입니다. 헤헤헤. "

" 이 중국에는 너희들만 살아남은 건가? " 바위가 왕첸에게 물었다.

" 아,아닙니다. 반신세계라는 지하조직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습니다. 이 다펑구 지역에도 몇몇 대표적인 저항세력이 존재합니다. 그런 것들은 저희들은 그냥 무시하는 편이지요, 언제든지 토벌할 수 있으니.. "

왕첸은 왜 그들을 살려두는지 이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자들은 자신들보다는 저항세력에 가깝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저 파란색 바코드를 포함해서.

그런 대답을 들은 바위는 이런 임시쉘터가 예전에 그 저항세력의 하나의 주거지였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남겨진 도구, 취락시설을 보니 이곳에 어린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무엇때문인지 급하게 거주지를 옮겨야 했던 그 당시 상황이 처음부터 적나라하게 보여서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 왕첸과 왕웨이의 대답을 통해 이곳 상황을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었다.

하나는 중국이 완전히 신세계라는 집단에 넘어갔다는 사실과 다른 하나는 이들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 그리고 견제세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고는 대한민국을 저대로 지켜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만월회의 정보에 따르면 지금 유라시아 대륙의 대부분 나라들은 이미 좀비들에게 먹혔고 그나마 남아 있는 나라들은 예전의 강국, EU소속의 일부, 러시아, 한국이 다였다. 의외로 아프리카가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과 아메리카 대륙은 생각외로 잘 막아내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였다.

" 여기에 좀비들 시체가 없는 이유가 있었네. 그것들을 모아들여 그 괴물들을 만들어내는 재료로 사용을 한데.. 하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건 신만이 할 수 있겠지? "

사스의 말을 들으면서 바위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왠지 이밤이 길어길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칠흙처럼 어두운 밤하늘에 모닥불 하나가 밝혀주는 이 임시쉘터의 밤은 깊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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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구조작전(4) 18.09.15 677 1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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