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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874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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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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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22쪽

수복(修復)(3)

DUMMY

신세계 일당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던 여인이 조용히 손을 들며 말했다.

" 시간이 없어. 모두 빨리 처리하고 빠져나가자. " 그녀의 지시가 떨어지자 이십여명에 달하는 사이퍼들과 좀비떼들이 한꺼번에 그들이 구축해놓은 진지를 향해 무작정 달려들었다. 진형이고 뭐고 없었다. 힘으로 찍어누르려는 시도였다.

" 씨발, 막아! 여기에 뼈를 묻더라도 막아야 한다! "

어짜피 뒤도 없었다. 진지가 무너지는 순간 죽는 것은 확정이었다. 이들로써는 하늘의 도움만을 바래야 하는 상황이었다.

목이 터져라 고함을 치며 부딪혀 오는 좀비들을 향해 어설픈 창을 찔러넣는 대원들과 온갖 능력들을 앞세워 들이닥치는 신세계 사이퍼들의 공세를 막아서는 타격대 사이퍼들의 전쟁이 이제 시작되었다.

다행히 몇번의 사이퍼 전투를 겪어봤는지 타격대 소속 사이퍼들은 최대한 진지쪽으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전방으로 나와 부딪혔고 그 여파로 좀비들에게만 미쳤다.

하지만 수적으로도 불리할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열세인 타격대 측은 몇번의 공방이 오가기도 전에 한쪽으로 급격히 밀리는 기색이 완연했다. 심지어 신세계측은 다 참전을 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형편없이 밀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다크는 어떤 생각을 마친듯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전장으로 나섰다. 그녀가 나서자 송일섭과 김정연은 희색을 지으며 더욱 힘을 내기 시작했다.

다크의 가공할 능력을 본 그들로써는 그녀가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크는 그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채 어둠을 발밑에 두고 허공을 가로질러 전장의 맞은편에서 구경을 하고 있던 수뇌부들에게 날아갔다.

신세계 수뇌부인 그들은 그런 그녀를 전혀 두려움없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 처음 보는 사이퍼네? 어디서 온거지? "

물음을 던진 사이퍼는 다크가 본 어둠을 다루는 여자 사이퍼, 루시였다. 어떤 종류인지는 부딪혀 봐야겠지만 흥미를 느낀듯 다크 역시 그녀를 보며 대꾸했다.

" 멀리서.. "

화악! 다크를 중심으로 어둠이 사방을 잠식했다. 흠칫 놀란 그들은 흩어졌지만 어둠이 펼치는 범위는 넓었다.

" 흥! 어둠이면 나도 만만치 않아! 모두 힘을 집중해! "

다크의 어둠이 심연의 칠흑이라면 루시가 내뿜는 어둠은 차가운 먹물과 같은 어둠이었다. 비록 다크의 어둠처럼 물리력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상대의 능력을 교란시키고 제한시키는 역할을 하는듯 다크의 어둠에 갇힌 상대들은 당장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다크를 공격하듯 온갖 능력으로 어둠을 흐트러뜨리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에 타격대 사이퍼들을 상대하고 있던 몇명이 더 다크쪽으로 붙었다.

그런 모습에 이를 악문 송일섭은 고함을 치며 에너지를 더욱 끌어올렸다.

" 모두 에너지를 아끼지 말고 쏟아부어! 이번에 밀리면 끝이다. "

다른 이들도 상황을 판단할 눈이 있고 귀가 있었다. 젖먹던 힘까지 끌어올리며 숫자가 얼추 비슷해진 상대들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고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신세계 사이퍼들은 연신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다크 혼자서 십여명의 사이퍼를 어둠속에 가둬놓고 에너지를 쏟아붇고 있는 와중에 작은 균열이 만들어졌다.

크윽, 신세계측 사이퍼중 에너지가 적은 이가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자 힘의 균형이 다크쪽으로 확 기울었다. 그 틈을 비집고 다크가 더욱더 에너지의 강도를 올리자 상대의 어둠이 뒤로 확밀려나기 시작했다.

" 젠장. 폭마, 너의 능력을 한번더 사용해. "

위기를 느낀 신세계측에서 가장 뒤쪽에서 집중하고 있던 삐쩍마른 사내를 돌아보며 루시가 소리쳤다. 고개를 끄덕인 그 남자는 땅에 손을 대고 집중하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말라가기 시작했다. 이젠 아예 뼈와 가죽만 남은 그 사내는 거친 호흡을 내쉬며 말했다.

" 허억.. 허억.. 젠장, 여분의 인간만 있었어도.. 여길 다 날려버릴수 있었을텐데.. "

" 우리까지 날릴 생각하지 말고 빨리 폭파시켜! "

루시의 재촉이 채 끝이나기도 전에 어둠의 중심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려오며 심연과 같은 어둠이 출렁거렸다. 그 충격에 최초로 떨어진 두 진형의 상태는 처참했다.

다크의 어둠에 휩싸여 공격을 당했던 신세계측 사이퍼들은 어디 한군데 이상 부러진 상태로 겨우 서 있었고 다크는 큰 부상은 없었지만 자신을 감싸고 있던 어둠이 옅어져 하얀 속살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다크의 무표정한 얼굴에 한줄기 핏줄기가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타격대측 사이퍼들도 온 몸에 상처가 가득했지만 결과적으로 작은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일반 대원들도 진지를 빨리 구축한 덕분에 제법 잘버티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여기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것을 알아챈 송일섭이 다크에게 다가가 말했다.

" 같이.. 아니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하도록 하죠. 그럼 그 뒤를··· "

" 아니, 내가 먼저야. 그리고 혹시 이나와 더 이상 내가 만날수 없게 되면 전해줘, 사랑했다고 말야.. 그리고 만약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서울의 바위를 찾아. 그에게 몸을 의탁해, 알았지? "

조용히 자신의 말을 늘어놓는 그녀는 더 이상 멍한 눈빛을 가진 여자가 아니었다. 그러면서 그 동안 꼭 쥐고 있던 사탕을 까서 입안에 털어넣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 역시 단게 좋아. 그리울꺼야... 보고싶네. 어쩌면 난 그동안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

막 꿈에서 깬듯 기분좋은 미소를 머금은 그녀를 그 사이에 전력을 갖춘 신세계 일당들은 불그스름한 눈빛을 빛내며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구미지역 타격대 소속 사이퍼들은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곤 이미 입을 맞춘듯 스무명에 달하는 사이퍼들이 각자의 능력을 끌어올리며 다크에게 한꺼번에 짖쳐들어갔다. 다크 역시 어둠을 일으키며 타격대 사이퍼들을 밀어내고 신세계 일당을 집어삼키며 어둠을 키워냈다.

다크 자신도 그런 어둠에 파묻히며 송일섭에게 씁쓸한 마지막 눈빛을 보냈다.

이나를 잘 부탁해. 조카도 잘 부탁해.

" 아,안돼!! "

송일섭은 다급한 목소리는 어둠에 묻혀 사라지듯 흩어졌다.

그 순간 다크의 몸이 하얗게 폭발하듯이 세상 모든것들을 어둠안으로 끌여들였다. 살아있는 어둠은 다크의 의지를 받아 자신의 몸집을 불리고 불려 주변의 모든것들을 집어삼키고 소화를 시키듯이 꿀렁거렸다. 그 어둠은 자신의 적인 사이퍼들이 내는 빛들과 에너지를 집어삼키고 그것도 모자라 주변의 건물, 아스팔트, 시설물들까지 집어삼켰다.

급히 그 사정권에서 물러선 송일섭과 그 일행들은 몸집을 부풀리는 어둠을 마냥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다행인 것은 그 어둠은 좀비들까지 집어삼켜 더 이상 일반대원들이 공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의 의지가 다했음인가? 수백, 수천에 달하던 좀비까지 먹어치운 어둠은 서서히 흩어지며 그 내부의 정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둠이 가신 그곳에는 무(無), 아무것도 없었다. 좀비들도 신세계 일당들도, 다크.. 그녀도.

멍하니 그곳을 지켜보던 송일섭을 누군가가 잡았다. 김정연이었다. 그녀는 아무말없이 그의 어깨를 짚고서 방금전까지 무언가 존재했던 그 공간을 일행들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부슬부슬 내리던 가을비가 어느새 소나기로 변해 있었다.


바스락, 뿌드득.

인혜와 수행원인 두 여자, 춘자와 메두사가 내린비로 인해 진흙탕이 된 산을 걸어 오르고 있었다. 길도 나지 않은 곳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한 흔적들을 따라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 인혜언니, 이쪽이 맞을까요? 이젠 흔적도 너무 희미해서... "

춘자는 요 몇일사이에 친해진 인혜와 아직도 서먹서먹한 메두사를 뒤따라 걸으며 투덜거렸다.

다희팀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목표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으면 팀원들을 터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사스팀의 경우는 만족이라는 개념보다는 오직 수련만이 살길이라는 것이란 전제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 매일같이 지옥훈련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경쟁상대인 다희팀원들도 억지로 그것에 맞춰서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다희가 방목형이라고 하지만 사스팀에게 밀린다면 쓰레기 취급과 함께 이름모를 뒷산에 골고루 뿌려져 비료가 될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두 팀은 경쟁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서로 적대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그런 춘자와 메두사는 아무리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더군다나 적색 바코드를 가진 메두사는 아예 다른 인간을 만나 관계를 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오직 사스를 우상화해서 그녀의 모든것들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메두사는 그외의 것에 대해서 무관심했다. 오직 사스가 추구하는 강함만 쫒고 있는 사이퍼일뿐이었다. 생각보다 쉘터내에서 이런 레밍효과(Lemming Effect)를 받아 사스를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었다.

쉘터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레밍이라고 불렀고 당연히 사스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레밍부대는 오직 사스가 요구하는 강함에만 미쳐서 맨몸으로 좀비들에게 뛰어드는 인간들이 수두룩했다. 오죽하면 자기 얼굴에 사스와 비슷한 상처를 내가며 닮고 싶어 하겠는가.

그런 현상을 일찍이 감지한 사장은 일부러 더 그런 현상을 조장해서 정예부대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을 했고 지금은 명실상부한 쉘터내의 사이퍼를 제외한 최강병력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여튼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여자 사이퍼와 인혜는 몇일전 감지한 이상기류를 따라 북한산을 오르고 있었다. 특별한 사건이 없이 줄어드는 노약자와 어린이들, 여성의 숫자에 직접 조사를 하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인혜의 수행을 맡은 둘은 좋으나 싫으나 그런 그녀를 따라 나설 수 밖에 없었고 몇시간동안 산길을 찾아 헤메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산속의 밤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약간 어두워졌다고 느꼈을때 이미 빛 한점 안들어오는 어둠이 북한산 전역을 감싸고 있었다.

인혜는 자신을 수행하는 두 사이퍼의 능력과 무력을 알고 있기에 큰 두려움은 없었지만 어둠에 잠긴 산속에서 들이닥치는 본능적인 공포는 어쩔 수 없었다.

" 으스스하네. 가을이라 날씨도 추워졌고. 오늘은 이만··· "

" 잠깐. 저기 봐봐. 불빛인거 같은데요? "

인혜가 그만 돌아가자고 말을 꺼내기 무섭게 춘자가 산등성이 너머를 가리켰다. 과연 그곳에는 희미한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 저기, 사람들이 거주하는 구역인가? 날이 어두워져서 모르겠네. "

아래 본부에서 받은 북한산 관광지도를 펼쳐든 인혜가 눈가를 찌푸리며 이리저리 훑어보며 말을 건냈다. 그런 모습에 메두사가 차갑게 대답을 했다.

" 아니, 저곳은 안전지대를 벗어난 곳이야. 본부에서도 출입을 금한 곳이지. "

" 그걸 어떻게... 그렇네. 어쩌지? 한번 가봐야 하나..? "

인혜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려다 메두사나 춘자가 일반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세 깨닫고 그녀들의 의중을 물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메두사가 말없이 고개를 돌렸고 춘자가 조용히 대꾸했다.

" 언니, 어짜피 이곳까지 온 이상 한번쯤 둘러봐도 상관없을꺼 같아요. 내일 다시 온다고 저곳을 특정하기도 어려울꺼 같고.. 또··· 솔직히 귀찮아요. 소득도 없이 이렇게 산속을 헤메는거 말이죠. "

남자만큼 커다란 덩치의 춘자가 울끈불끈거리는 근육이 가득한 팔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긁으며 진심을 말했고 인혜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 그럼 저곳만 확인해 보고 내일부터는 본래 계획대로 움직이는 걸로 하자. "

" 오케이, 그럼 바로 출발 하자고요. "

그녀들은 그 불빛이 새어나오는 곳을 향해 기운차게 출발을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릴지 몰랐다. 어둠속에서 비친 불빛의 거리는 느낀것보다 훨씬 멀었다.

우여곡절끝에 그 불빛이 새어나오는 장소에 도착한 그녀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거지꼴이었다. 생각보다 산속은 불친절했고 길이 없는 곳을 헤쳐나오는 동안 온갖 먼지부터 시작해 이물질들이 머리카락과 옷에 달라붙어 그녀들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거지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물론 산속을 헤메는 거지는 없겠지만.

하늘에는 달이 두둥실 떠 있었고 시간은 제법 깊어져 어느새 열두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저기가 맞는거 같네요. 하아.. "

덩치가 큰 춘자가 가장 앞서서 일행의 안내를 맡은 덕분에 가장 더러워진 그녀가 머리에 붙은 낙엽을 떼어내며 한숨과 함께 전방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처럼 보였지만 곳곳에 사람들의 인위적인 솔길이 묻어나고 있는 장소였다. 그 동굴의 전면에 횃불을 꽂아 주변을 밝히고 있었고 입구에는 서너명의 장정이 그곳을 지키듯이 서 있는 모습이었다.

특이한 것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후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로브와 비슷한 생김새의 옷을 뒤집어 쓴 채 각자의 무기, 창, 칼, 도끼등을 들고 있었다. 그 로브의 정중앙에는 자수인지 프린팅인지 모를 불꽃모양의 시그니처가 모두에게 똑같이 새겨져 있었다.

" 근데, 조금 분위기가 이상하네요. 마치··· "

" 크크크.. 그래 사이비종교 냄새가 나는군. "

여태껏 별로 관심이 없던 메두사가 입술을 햝으며 인혜의 말을 인터셉트했다. 다른 이들도 분명히 그렇게 느끼고 있는지 눈쌀을 찌푸린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어쩔 생각이야. 괜히 끼어들어서 엄한 마찰을 일으킬바에는 그냥 만월회측에 통보하는게 낫지 않을까? "

춘자의 생각이었다. 인혜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할 찰나에 메두사가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의견을 무시하듯이 불빛이 비추고 있는 장내로 들어섰다.

" 누,누구냐!? "

메두사가 불빛아래로 모습을 드러내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사내들이 단번에 경계를 하며 무기를 들어올렸다. 당연한 반응이다. 야심한 밤에 여자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어둠속에서 나타났으니 말이다.

거기에 외형적으로 메두사는 좀 무서웠다. 사스를 따라한다고 사선으로 흉터를 만든 얼굴에 얼마나 많은 전투를 통해 좀비를 잡았는지 두눈에는 흉광이 절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쉽게 말해 미친년의 모습이었다.

인혜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지막히 한숨을 쉬며 발길을 옮기려 했지만 춘자가 막아서며 속삭였다.

" 우린 끼어들지 않도록 하죠. 저 미친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 "

춘자는 일반인이 그녀가 괜히 사건에 휘말려 상처라도 입을까봐 저지를 했고 인혜 역시 수긍을 했다.

그러는 사이 장내에 일어난 소동은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소란을 듣고 동굴 안쪽에서 비슷한 차람의 사람들이 한무더기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그들도 귀신처럼 서 있는 메두사의 모습에 흠칫한 모습이었지만 이미 좀비사태와 별의별 경험을 다하고 살아남은 이들이라 그런지 금세 침착함을 찾았다.

" 자매님은 어디 소속이시오. 이곳은 염화교의 신전이니 가던 길을 가시길··· "

" 미친새끼들. 재미있냐? 보아하니 안에서 재미있는 짓을 하고 있는거 같은데 같이 하자. "

메두사는 막 동굴 밖으로 나온 인간들의 발부분과 소매에 묻어 있는 핏자국을 보고는 시비를 걸고 있었다. 어짜피 이들은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말에 몇몇이 무기를 고쳐잡고 앞으로 나서려고 할때, 동굴안쪽에서 낮은 음성이 들려왔다.

" 그만! 모두 물러서라. "

잠시 후 동굴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황금색 로브에 선명한 붉은 불꽃이 새겨진 그것을 입은 사내였다. 문제는 그 사내의 이마에 붉은색 바코드가 박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엎어지듯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소리쳤다.

" 오! 교주님! 존체를 뵙습니다. 불꽃은 영원히 꺼지지 않고 어둠을 밝히는 존재가 되리니! "

" 불꽃의 의지를 따라! 유움 바라 밀다! "

" 유움 바라 밀다! "

전형적인 사비이종교의 합창과 기도소리. 메두사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그런 이들을 내려다보며 나타난 교주라는 사내에게 시선을 주었다. 무슨 능력인지 몰라도 불꽃 형상이 후광처럼 그의 위로 타오르며 솟구치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 호오, 너도 신이 내린 사도구나. 어떠냐, 나의 손을 잡는것이? "

손을 내미는 교주는 확신에 찬 얼굴로 메두사를 바라봤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손을 잡고 몸을 숙일것임을 확신하는 듯했다. 그것도 같은 붉은색 바코더가 아닌가.

" 미친새끼. 환영? 매혹? 뭐 이런 능력인가? 별로 강하지도 않은 새끼가 겉모습만 화려하게 치장한다고 그게 네 힘처럼 느껴져? 그럼 공작새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새대가리냐? 시발놈아. 어디서 눈을 부릎뜨고 지랄이야, 먹물을 쪽 빨아먹을라. "

갑작스레 쏟아진 폭언에 교주를 포함해 엎드리고 있는 신도들까지 휘둥그레진 두눈으로 일제히 메두사에게 시선을 주었다. 어둠속에서 숨어있던 춘자도 머리를 짚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고 인혜도 슬쩍 시선을 돌렸다.

" 이.. 이.. 고작 네 능력을 믿고 까부는것이냐? "

교주는 그래도 나름 생각이 있는지 성급하게 행동하는 대신 메두사를 떠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메두사는 그런 그에게 다시 한번 욕설과 함께 도발을 했다.

" 겨우 사이비 종자들 상대하는데 뭘 더 바래? 빨랑 덤벼, 척추를 접어줄테니까. "

그제야 교주라는 사내는 판단이 섰는지 동굴의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 동생들,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겠어. 나와봐! "

교주는 메두사의 전신에서 흐르는 에너지의 밀도와 익숙한 듯 보이는 전투자세를 살펴보며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판단을 했는지 동굴안쪽의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 모습에도 메두사는 기다렸다. 그녀 역시 동굴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세를 느끼지 못한게 아니었기에 기대에 찬 얼굴이었다. 그런 그녀와 달리 엎드려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공포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크와앙! 휘익! 동굴에서 괴성과 함께 두개의 그림자가 쏜살같이 뛰쳐나오며 메두사를 덮쳐갔다.

쾅! 쾅! 두번의 폭음과 함께 메두사가 튕기듯이 뒤로 빠지며 자세를 낮추었다. 어느새 낀 발톱이 달린 너클을 들어 방금 부딪힌 존재들을 겨눈 채 먹이를 노리듯이 쏘아보고 있었다. 더불어 그녀의 머리칼이 휘날리며 수백수천의 가닥가닥 뱀으로 변해 그녀를 보호하듯이 넘실거렸다.

먼지구름이 가라앉자 장내에 내려선 그림자들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쌍둥이로 보이는 사내 둘로 붉은색 바코드를 이마에 박은채 침을 흘리며 서 있었다. 그 모습은 결코 정상인의 모습도 아니었고 그들의 앞섶을 적시는 핏자국은 안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 보통 년이 아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너희들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포위를 하도록 해라. "

교주라 불린 자가 지시를 내리자 엉거주춤 물러섰던 신도들이 거리를 벌리며 메두사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쌍둥이 형제들도 자신들의 능력을 끌어올렸는지 더 이상 인간의 얼굴이 아닌 호랑이나 늑대와 비슷한 대가리를 단 인간, 신화 속 웨어울프, 웨어타이거와 유사하게 변해 있었다. 키도 이미터 이상으로 커졌고 손발은 거대한 짐승의 발로 변해 있었다.

크아앙! 아우우우! 그들은 각자 개성넘치는 괴성을 지르며 다시 메두사에게 달려들었고 뒤엉켜 다시 전투가 시작되었다.

" 흠, 그랬군. 본부에서 이 산을 오를때 조심하라고 했던 것이 바로 저것들이었어. "

어둠속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춘자가 중얼거렸다. 관리본부에서 말하길 북한산 인근에서 늑대소리가 가끔씩 들려온다는 경고를 해주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흘려들은 내용이었다. 요즘 늑대니 호랑이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미 한반도에 멸종된지 한참이나 지난 맹수들이었기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은 말이었다.

" 춘자씨, 저 교주라는 남자도 사이퍼인거야? 그의 전신에 흘러넘치는 저 신성한 불꽃도? "

" 네, 언니. 아마 환각계열 같은데, 솔직히 모르겠네요. 한가지 확실한 건 저건 보이는 것만큼 위력적이지도 위협적이지도 않아요. 그냥 눈요기? 환상? 하여튼 저 남자는 큰 문제가 아니에요. "

" 그럼 저기 늑대인간, 호랑이 인간이 문제인가? "

" 글쎄요. 메두사는 걱정안하셔도 되요. 우린 먼저 저 동굴을 들어가 보도록 할까요? 정신이 저들에게 팔려있는데 쉽게 들어갈 수 있을꺼 같은데요. "

춘자의 말대로 신도들이 넓게 펼쳐 경계를 서자 동굴의 입구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인혜가 머뭇머뭇거리자 춘자가 강하게 다시 말을 이었다.

" 걱정하지 마세요. 메두사가 말과 행동만 사스님을 따라하는게 아니에요. 그 실력은 그들팀에서 첫번째는 아니라도 두번째는 되니까요. "

그런 춘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인혜가 춘자를 따라 조용히 동굴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불빛이 비추고 있는 장내에서 치열하게 치고받는 메두사를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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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벌크의 왕(5) +3 18.09.26 655 21 21쪽
100 벌크의 왕(4) +2 18.09.25 679 19 20쪽
99 벌크의 왕(3) +1 18.09.24 657 20 20쪽
98 벌크의 왕(2) +2 18.09.22 680 23 19쪽
97 벌크의 왕(1) +2 18.09.21 683 21 18쪽
96 구조작전(8) +1 18.09.20 692 21 18쪽
95 구조작전(7) +1 18.09.19 658 18 20쪽
94 구조작전(6) +1 18.09.18 684 17 19쪽
93 구조작전(5) +1 18.09.17 663 17 20쪽
92 구조작전(4) 18.09.15 676 17 19쪽
91 구조작전(3) +1 18.09.14 696 17 20쪽
90 구조작전(2) 18.09.13 714 18 20쪽
89 구조작전(1) +1 18.09.12 778 19 20쪽
88 The Gear(6) +1 18.09.11 725 17 20쪽
87 The Gear(5) +2 18.09.10 735 19 19쪽
86 The Gear(4) 18.09.08 752 15 21쪽
85 The Gear(3) +2 18.09.07 768 18 20쪽
84 The Gear(2) +4 18.09.06 754 17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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