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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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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9.17 06:00
조회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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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20쪽

구조작전(5)

DUMMY

공장의 내부모습은 과거 무엇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항공기나 큰 선박의 프레임등을 제조하는 공장으로 보였다. 거대한 선반, 날카로운 톱날과 체인으로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기계들의 모습이 보였고 높이만 십미터가 넘는 천장에도 도르레와 연결되어 쇠사슬들이 갈고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 단순한 모습보다 놀라운 것들은 그 면적만 수천평은 되어 보이는 공장내부에 가득찬 번데기인지 알인지 모를 심장과 비슷하게 생긴 조직들이 꿈틀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 저거 도시에서 본 수라지란과 비슷한 모습인데? "

사스가 중얼거렸다. 이미 그녀는 이런 보습을 왕박사를 납치한 그곳에서 견식했던 광경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 근데 조금 다르네, 거기에는 크기 모양등이 들쑥날쑥 했는데.. 여긴 대부분 모양과 크기가 비슷해. 마치 정량화된 공산품같은데? "

" 그렇군. 느껴지는 에너지의 파동도 모두 비슷한 파형이야. "

바위는 그런 사실을 깨달았다. 저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과 비슷한 근육조직의 내부에 흘러나오는 에너지의 파형을 느끼며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 저기있네. "

바위가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서 아까 도망친 불독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근처에 이질적인 에너지들이 뒤썩인 모양으로 느껴지자 바위는 의문가득한 표정으로 그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기계들과 수라지란들을 건너 모퉁이를 돌아가자 바위의 눈에 반투명한 원통형 대여섯개와 그 앞에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는 거인이 들어왔다. 단순히 앉아 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 높이가 바위가 서 있는 키와 비슷했다.

그 거인은 마치 옷을 이것저것 떼어다 붙인듯 드러나있는 신체들, 피부에 바느질 자국을 보인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 거인의 옆에 불독이 엎드려서 바위를 보며 으르렁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런 불독의 소리때문일까? 거인이 고개를 들었다. 프랑케슈타인의 모습을 현실로 재현하면 이런 모습일까 싶은 얼굴과 함께 붉은 바코드가 이마에 박혀 있는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 더러워. "

사스가 뒤에서 그런 거인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그 거인은 마치 생체실험을 하다 실패한 쓰레기처럼 이것저것 끼워맞춘 그런 모습이었다. 눈, 코, 입은 비슷한 위치에 있지만 어딘가 틀어져 있었고 상하좌우 대칭이 전혀 맞지 않았다.

바위는 그런 외형보다 앉은 사내와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에 시선을 집중했다. 목 뒷편에서 시작된 케이블, 진공관은 거인의 뒷편에 나열되어 있는 반투명 원통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관을 통해 붉은 무언가가 거인에게 실시간으로 주입되고 있었다.

그 반투명 원통은 놀랍게도 각각 한명의 나체 상태의 인간들이 이름모를 액체에 담겨진 상태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그 인간들의 전신에는 가느다란 관이 연결되어 무언가를 뽑아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들은 원통 위에 달린 장치들을 통해 이 공장 전체로 뻗어나가게 연결되어 있었고 일부는 저 거인의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었다.

바위는 그것이 정확히 무슨 장치인지는 몰라도 혐오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사이에 눈을 뜬 거인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바위와 사스를 보고도 놀라지 않은채 무어라 중얼걸렸다. 중국말이라 뜻을 알아챌 수 없었지만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그 다음 행동으로 알 수 있었다.

거인이 의자를 잡고 몸을 일으키며 살기를 발산했다. 마치 해일이 몰려오는 듯이 거대한 살기가 덮쳐오는 것처럼 느껴지는 의지였다.

사스는 그런 살기에 한발짝 물러섰지만 바위는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런 바위를 신기하듯 바라본 거인은 연결된 케이블을 몸에서 뜯어내듯이 분리하며 일그러진 얼굴에 웃음과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 크크크, #$@%#%%@! "

성대도 무슨 문제가 있는지 갈라지면서 째지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거인은 그냥 괴물이었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3미터는 넘어 보였고 기형적으로 긴 팔과 커다란 주먹들은 웬만한 무기들보다 위협적이었다.

그 거인은 긴 팔을 내려 아직 엎드려 있는 불독을 한손으로 들어올려 바위에게 던진다.

마치 미사일처럼 그 큰 덩치의 불독이 바위를 향해 쏘아지듯 날아왔지만 옆으로 한발짝 움직은 것만으로 그것을 피한 바위와 어느새 쌍칼을 빼어들어 불독의 목과 복부를 그어버린 사스였다.

쿠당당, 꽤액! 돼지 목따는 소리와 함께 널부러져 있던 기계들과 부딪히며 나는 소음이 겹쳐지는 그 순간, 거인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듯 몸을 날렸다. 눈으로 쫒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쾅! 쾅! 쾅!

어 하는 순간도 없이 세번의 폭음이 울려 퍼졌다. 사스가 놀라 돌아본 그 순간이었다.

어느 사이엔가 접근한 거인이 바위의 정면 몇미터 떨어진 곳에서 바위를 노려보며 자세를 잡고 있었다.

바위의 드러난 양팔에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만이 방금 몇차례의 공방이 오고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을 만큼 두 인물들은 고요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대 거인도 그런 사실이 조금 충격이었는지 묘한 눈빛으로 바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 대단하군, 아니 충격적이구나. 지금의 내 공격을 이리 쉽게 막아내다니. "

거인은 쇠를 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알아듣지 못한 바위는 그저 거인을 노려보며 이미 정상으로 돌아온 양팔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거인을 바라봤다.

" 재미있어. 여러개가 뒤썩인 혼탁한 에너지, 인간을 넘어서는 신체능력. 넌 만들어진 존재인가? "

바위는 그가 알아들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결정을 내린듯이 되묻는다. 이제껏 상대해온 괴물들은 오합지졸처럼 느껴지는 그런 상대였다.

하지만 그 어투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서로에게 맞닿아 호승심을 불태우게 해주고 있었다.

화르륵, 거인의 주먹에 돌연 붉은색을 넘어 주황색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사이퍼 능력 중 하나라는 것을 바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거인의 몸이 말그대로 사라졌다.

다시 몸을 드러낸 곳은 바위의 뒷편, 순간이동 능력이었다.

콰앙! 인간의 몸끼리 부딪혔다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폭음이 울리며 바위의 몸이 그대로 콘크리트 바닥으로 처박혔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시 불타오르는 주먹을 들어 바위가 처박힌 그곳을 향해 소나기같은 주먹질을 퍼부었다.

" 안돼! 하앗!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스가 쌍칼을 빼어들고 전장에 끼어들려 하자 어느새 회복이 된 불독과 거미인간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마치 방해하지 말라는 듯이.

그런 사스와 괴물들의 공방을 뒤로 하고 거인은 내뻗던 주먹질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턱! 거인의 거대한 주먹이 상대적으로 작은 바위의 손바닥에 막혔기 때문이다. 가라앉지 않은 먼지 사이로 발이 불쑥 튀어나와 거인의 다리를 쓸어갔다.

그 모습에 훌쩍 뛰어올라 자리를 피한 거인은 먼지가 가라앉은 그 자리에서 스르르 일어서는 인영을 보았다. 바위의 모습은 처참했다.

바위가 서 있는 곳은 깨지고 파여서 엉망이 되어 있었고 바위의 강철같은 신체의 부분은 불에 그슬려 시커멓게 변한 부분과 찢어진 옷사이로 보이는 거대한 주먹자국은 그 흔적이 없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방어를 잘 한듯 뼈가 부러지거나 크게 손상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뒤통수를 향해 날아오던 주먹은 바위의 정신을 흐트려놓아 그 후속타를 회피를 못해 방어만 할 뿐 반격을 시도하지 못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거인을 물러서게 한 모양이었다.

한줄기 핏줄기가 바위의 얼굴로 흘러내렸다. 혀를 내밀어 얼굴로 흐르는 피를 햝짝였다. 능력을 각성하고 처음 맞보는 자신의 피였다. 그와 함께 자신이 억누르고 있는 본능이 깨어났다.

처음에는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형, 친구, 고아원 아이들등등. 그리고 그들을 보호해야 했다.

마치 맞지 않는 양복을 억지로 입은 느낌, 내가 아닌 거짓된 자신을 매일 바라보며 자위하는 시간들. 오직 수련만이 이 답답함을 벗어나는 돌파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것들은 거짓이었다. 그것을 오늘 지금 이순간 느꼈다.

" 하아.. 그랬어. 좋아, 즐거워. "

바위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위도가 한국과 비슷한 이곳도 초가을의 날씨였기에 그리 춥지 않았음에도 입김이 흘렀다. 더불어 전신모공이 열리고 모세혈관이 터지며 몸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바위의 내부는 더 극적이었다. 더 이상 집약될 수 없을만큼 단련된 근육들은 세포단위에서 재조립되고 있었고 뼈, 장기, 혈관들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렇게 드레드노트가 깨어났다.


" 너희들은 뭐냐? 어디로 들어 온.. "

붉은색 바코드를 지닌자들과 오르크라 불리는 인간형태의 괴물들 수십마리가 공장의 바깥에 기다리고 있던 다희일행을 둘러싸고 윽박지르고 있었다.

이곳은 민간인들이 입출입이 통제된 곳. 그렇기에 이렇게 자신들이 순찰을 돌때 외에는 생명체라고는 불도그라는 경비견만 그들을 반겨주곤 했었다. 물론 자신들이 그 불도그에게 사냥당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몰려다니는 것이지만.

여차하면 오르크 한마리를 먹이로 가끔씩 주기에 이젠 제법 친근한 그 개새끼는 보이지 않고 처음보는 인간과 괴수들이 공장앞에까지 들어오다니, 만약 이 사실이 상부에 알려지면 자신들은 다 실험재료로 쓰여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초조한 얼굴로 다희등을 둘러싸고 심문하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신세계 조직의 괴수들을 데리고 있었다. 특히 저 다이어 울프는 제법 익숙했다. 생산지가 여기는 아니지만 이야기를 듣고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저 대가리 큰 기형체는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이 공장안에는 진짜 괴물이 있다. 괜히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졌다가는 그 괴물에게 맘대로 죽지도 못한채 산채로 잡아먹힌다는 사실때문에 차마 이곳에서 무력을 사용하지 못한 채 말로써 이들을 상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다희의 성격을 몰랐다.

콰가가각! 앞으로 나서서 윽박지르듯 말하는 중국 남자의 높은 목소리에 짜증이 나는 듯 미간을 찌푸린 다희가 손가락을 까닥거며 그 남자와 그 주변으로 가시줄기를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가시줄기에 앞에 나와 조잘거리던 남자와 그 옆의 몇몇 바코더, 오르크들의 몸이 산산조각 나면서 피분수를 만들어냈다.

본래라면 이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 이곳에 있는 괴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눈치를 보던 와중에 재수없게 다희의 기습에 처맞은 것이었다.

자신들의 눈앞에 방금전까지 살아있던 인간이 조각조각 잘려나가며 솟구치는 피분수를 멍하니 보던 나머지 일행들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반격을 시작했다. 피비린내에 이성을 잃은 오르크들도 무작정 달려들고 있었다.

그 광경에 섬뜩한 미소를 지은 다희는 춘봉을 개똥이 위로 던지고는 거대한 낫, 싸이드를 들고 마주 달려갔다.

이런 상황이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맞닥뜨린 춘봉은 정신이 없었다. 처음에는 대화를 하는 저들과 평화롭게 대화로 통할 줄 알았던 상황이라 자신이 한발짝 나서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렇게 개똥이 등위에서 털을 붙잡고 덜렁거리는 춘봉은 죽을 힘을 다해 떨어지지 않게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전투가 벌어지자 몇명이 자신의 신체를 변형시켜 몸을 부풀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원소공격을, 누군가는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 죽여라! "

그런 사이퍼들보다 먼저 다희에게 짖쳐들어간 것들은 오르크들이었다. 이성이 없고 본능만 남은 그것은 오직 붉은색 바코더가 보내는 시그널만으로 조정가능하기에 가장 유용한 도구였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사이퍼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크와앗! 휘류융! 파각! 빛이 터지고 손도끼와 투척무기들이 날아들었다. 그 사이로 각자의 무기를 빼어 든 적색 사이퍼들과 손톱을 세우고 이빨을 들이밀며 오르크들이 육탄공격을 감행했다.

특이한 사실은 찢겨죽은 적들을 포함해 여덟명의 사이퍼들의 무기는 중국 영화들에서 흔히 보이는 검이 대다수 였다. 단 한명만이 언월도와 비슷한 창을 들고 있을 뿐 모두 수실이 달린 검을 패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그런 검이 아니라 자신들의 능력을 살리지 못한 그들의 실력이었다. 어설프게 강화된 육체를 이용해 일정한 검로로 검을 휘두르기는 하는데, 어디서 멋이 들렸는지 맺고 끊음이 없는 초보자들의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사이퍼의 육체에서 나오는 힘과 스피드를 이용한 그런 검술이 멋있거나 위협적이겠지만 항상 전장의 중심에서 수련을 해오던 다희의 입장에서는 개짓거리였다. 게다가 본인만의 능력을 사용한 연계도 개판이었다.

강화계열은 그나마 낫지만 원소계, 소환계들은 자신들의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에게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었다.

촤아악! 그런 모습을 한심한 눈초리로 쓸어보다 어느새 조립한 싸이드를 수평으로 힘차게 휘둘렀다. 그 낫에 걸린 오르크 네마리의 몸이 한꺼번에 절단되면서 그 뒤편에 달려오던 사이퍼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황한 얼굴들로 마주 달려오던 그들은 이미 몸을 바로 세울 수 없을 지경까지 들어온 상황이었다.

어느새 싸이드를 회수한 다희는 그들의 전면에 가시줄기를 소환시키며 몸을 띄우며 싸이드를 좌우상하로 선을 그었다. 그 선을 따라 생명체들이 잘려나가는 그때, 상대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깡! 유일하게 창을 든 사내가 다희의 싸이드를 막아냈다. 그 창은 다희가 소환한 가시줄기들을 쓸어내듯이 파괴한 뒤에 연어가 물살을 헤치고 올라오듯이 솟구쳐 다희의 싸이드까지 쳐낸 것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그 공방으로 목숨을 건진 몇몇 적 사이퍼가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 위량! 저 여자 고수다! "

" 조심해! "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무슨 비밀을 알려주듯 외치며 후방으로 빠진 그들을 힐끔 쳐다본 위량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 위량이라 하오. 당신과 목숨을 건 결전을 벌이겠소. "

고전 무협영화에서나 쓸법한 대사를 지껄이고 있는 이 남자, 위량을 잠시 쳐다본 다희가 싸이드에 묻은 체액을 털어내듯이 허공에 휘두른 뒤 말없이 다시 상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깡! 까앙! 콰직! 애초 경험치가 달랐다. 위량이라는 사이퍼도 제법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태가 났지만 다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몇번의 공방을 주고 받으며 잘 막아내나 싶었지만 바짝 접근한 다희의 로우킥에 무릎이 꺽이고 뒤이은 앞차기에 가슴이 함몰되면서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확인 사살을 하듯이 싸이드로 위량의 대가리를 콱 내려찍으며 싱거운 결투는 금방 끝이 났다.

다희는 그의 대가리에서 싸이드를 뽑아들고 뇌수와 핏물을 털어내며 남은 이들을 쓸어봤다.

장내에서 가장 특이하게 전투를 진행하고 있는 괴물은 콜레라였다. 커다란 대가릴 흔들며 붉은 눈빛을 번뜩이자 상대 오르크의 움직임을 멈추나 싶더니 자기 옆에서 달려드는 같은 편, 오르크의 목을 잡고 그대로 뜯어버린다. 그리고 그 오르크의 대가리를 콜레라가 들이박아 함몰시키거나 긴 손톱으로 울대를 뜯어내 죽이는 수법으로 싸우고 있었다.

일종의 정신조작과 단단한 머리를 이용한 합격이듯 보였다.

그러는 사이 이미 그들의 사기와 의지는 꺽인 상태로 이젠 세명만 남은 사이퍼와 막 개똥이가 머리를 뜯어버린 오르크를 마지막으로 장내에 흩어져 있는 시체조각들뿐이었다.

" 우,우리는··· "

그들이 황급히 들고 있던 검을 버리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순간 뒤편의 창고 문이 터져나갔다.

콰앙! 종이장처럼 찢겨진 그 철문사이로 거대한 인간형태가 튕겨져 장내로 날아들었다.

터터텅.. 물제비처럼 몇번을 튕겨져 바닥에 처박힌 그것은 삼미터가 훌쩍 넘는 키에 마치 플랑켄슈타인처럼 여기저기를 기운자국이 남아 있는 거인이었다. 이미 한쪽 팔은 어디로 팔아먹었는지 보이지 않았고 얼굴은 커대한 해머로 찍은듯 움푹 들어가 있어 인간의 얼굴이라 보기 힘들었다.

그 거인은 겁에 질린듯 금방 일어서지 못하고 바닥을 질질 기면서 창고에서 멀어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꽤나 불쌍해 보였다.

그런 모습에 눈이 찢어질 듯 커지며 놀란 이들은 적 사이퍼들이었다.

" 티탄! 정말 티탄이야? 도대체··· "

"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미친.. 뭐야? "

그 세명은 넋이 나간채 아직도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는 티탄을 보고 있었다. 그들은 티탄이 얼마나 강하고 얼마나 잔악한지 알고 있었기에 지금 상황을 받아들 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꼬리를 만 개새끼처럼 창고의 입구만 쳐다보며 발버둥치던 티탄의 눈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모두의 시선이 어두운 창고안을 향했다.

아직 겨울도 아닌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모든이들의 살갗에 소름이 돋아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주변공기가 몇배나 무거워진 듯 각자 몸을 움직이기에 거북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마치 엄청난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압박감 끝에 어둠속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으로 흘러내리는 하얀색 수증기, 입김에 서려있는 냉기, 가만히 있어도 펄럭거리는 옷가지와 사방을 향해 뻗친 머리카락, 그리고 고요한 표정과 차가운 눈빛을 가진 사내, 바위였다.

다희조차도 순간적으로 달라진 바위의 분위기와 모습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 바위.. 뭐야? "

바위는 밖으로 나서며 한손에 들고 있던 팔 한짝을 옆으로 내던지며 미끄러지듯이 티탄을 향해 다가갔다.

" $#%#@$@$!! 크와악! "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며 최후의 발악을 하듯이 소리친 티탄은 벌떡 몸을 일으키며 무작정 몸통박치기로 바위에게 달려들었다. 당랑거철, 돈키호테의 마음일까?

엄청난 기세와 기합으로 달려든 티탄치고는 그 시도가 허무하게 끝이 났다.

꽈악, 콰앙! 우직! 달려오는 티탄을 가볍게 쳐내며 뒤통수를 잡은 바위가 그대로 땅바닥에 머리를 꽂아넣고 꺼내들고는 몸통을 발로 밟으며 티탄의 머리를 뽑아냈다. 인간을 베이스로 만든 티탄은 그대로 척추가 딸려 올라오며 흰색 뱀처럼 덜렁거렸다.

몸퉁이가 땅에 처박히며 분수처럼 엄청난 핏줄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마치 비현실적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슬로비디오를 치켜보는 것처럼 적 사이퍼들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지켜본 이승에서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정신을 일찍 차린 다희가 가볍게 싸이드를 휘둘러 목을 날려버린 것이다.

"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

" 별거 없어. 그냥 저기 목 뽑힌 새끼가 바위를 공격했고 열받아서 저렇게 변한거지. "

어느새 일행들에게 다가온 사스가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뭔가 어이없지만 확실한 의사전달에 그저 알수 없다는 듯이 수긍한 다희는 어짜피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

" 그래, 이제는.. 어떡하지? "

" 몰라, 바위가 알아서 하겠지. 다 때려부수던지, 골라 부수던지. 깔깔깔.. "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어금니까지 보이며 대소를 하는 그녀를 개똥이 위에서 굴러떨어진 춘봉이 연신 헛구역질을 하며 두려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춘봉은 이제와서 이 파티에 끼어든 것을 후회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 하아, 먼저 안에 있던 실험체들부터 살펴보자. "

살짝 눈을 감고 무언가를 느끼고 있던 바위가 차가운 입김을 내며 말했고 일행들은 다시 창고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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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2 마디마디
    작성일
    18.09.17 07:12
    No. 1

    능력있는 주인공의 회쾌한 싸움 장면을 보고싶은데 이번에도 깁된 느낌! 또 주인공이 능력을 숨김니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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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구조작전(2) 18.09.13 714 18 20쪽
89 구조작전(1) +1 18.09.12 778 19 20쪽
88 The Gear(6) +1 18.09.11 725 17 20쪽
87 The Gear(5) +2 18.09.10 736 19 19쪽
86 The Gear(4) 18.09.08 752 15 21쪽
85 The Gear(3) +2 18.09.07 769 18 20쪽
84 The Gear(2) +4 18.09.06 755 17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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