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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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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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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구조작전(4)

DUMMY

바위가 요청한 인원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 도착을 했다.

그동안 왕첸의 무덤을 만들어준다고 삽질을 하던 춘봉과 은근슬쩍 그를 도우는 원인제공자들의 모습과 각자 애완괴물들을 데리고 놀고 있는 두여자, 그리고 황하의 물결을 석상처럼 서서 바라보고 있는 바위까지.

그런 장내의 모습들은 꽤나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특히 이런 시대상황에서는 말이다. 그런 것은 막 도착한 한명의 노인과 몇명의 장정들의 눈빛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 선생, 우리 같은 어부가 해야 할일이 저 사람들과 괴물들을 실어 나르는 일이라는 거요? "

하얀 새치가 희끗희끗하게 보이지만 여느 장정 못지않게 근육으로 단련되어 있는 나이지긋한 노인이 사이퍼 사내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 사이퍼 사내의 이름은 륭샤오, 이 무리들을 이끌고 있는 우두머리중 한명이었지만 바위일행에게 자신의 소개조차 아직하지 못한 채 씁쓸하게 웃으며 노인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륭샤오의 설명을 조용히 다 들은 노인, 장노인이라 불리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소. 그 섬서왕을 잡았다고 하니, 우리의 염원중 하나가 풀린 셈이군. 허허허.. 드디어 복수를 했구려. "

장노인은 조용히 황하를 내려다보는 바위에게 시선을 주며 옛날을 회상하는 듯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런 장노인의 마음을 알고 있는 륭샤오는 장노인의 기분을 헤아려 주었다. 장노인의 아들, 딸이 그 섬서왕에게 잡혀먹은 것은 불과 몇주전이었기 때문이었다.

" 어짜피 얼마남지 않은 인생. 저들을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주지. 그게 내 마지막 할 일이라 생각하겠소. "

" 고맙습니다. 어르신. 하지만 꼭 돌아오셔서 우리 마을의 기둥이 되어주십시오. "

" 허허허, 말만이라도 고맙소. 어짜피 그물질은 남은 이들에게 다 전수해 주었소. 내가 아니라도 충분히 어업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니.. "

장노인은 여한이 없었다. 직접은 아니지만 이미 섬서왕에게 복수를 마친 이상 이 조직에서 자기가 할 일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륭샤오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속한 조직에는 바코더인 사이퍼 위주로 권력이 집중되어 있었지만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들도 존재했다. 한없이 강해지는 그 세력들은 견제하고 싶어하는 인물들은 어느 조직에서나 있는 법이니까.

그 견제세력이 선택한 인물이 장노인이었다. 황하의 물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솔선수범은 물론 많은 이들을 직접 챙기는 인자함까지. 많은 이들이 장노인을 따르고 있었기에 사이퍼들의 전횡을 막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장노인을 대표로 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인덕이 아닌 힘이 필요한 세상. 대부분의 실권과 이권은 이미 사이퍼들이 장악을 한 상태였고 장노인은 눈안에 가시같은 존재가 되었다. 어쩌면 장노인의 경험과 누군가를 보내야 하는 시점에서 그가 선택된 것은 필연이었다.

이곳에 바위일행을 제외하곤 다 아는 사실이었다.

" 그럼 출발은 언제요? "

장노인은 인생을 달관한 듯 잔잔한 표정으로 륭샤오를 보며 물었다.

" 아마 빠른 출발을 원하고 있는듯 합니다. "

그런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수장처럼 보이는 바위의 옆으로 다가선 장노인이 거친 황하의 물결을 보며 입을 열었다.

" 이 황허강은 수천, 수만년을 흘렀지.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혹은 그 이상의 선조들이 이 황허에 뼈를 묻고 살아왔소. 나를 믿으시오. 당신이 원하는 어디든 데려가주지. 그리고 고맙소, 내 아들,딸의 복수를 해주어서.. "

바위는 장노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 감정은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이 노인이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은혜를 갚고 싶어한다는 것은 말이 통하지 않아도 전달되고 있었다.

바위는 그런 장노인을 바라본 후 고개를 돌려 말했다.

" 지금 출발한다. "

그제야 장노인도 그들이 중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별다른 표정변화없이 조용히 준비를 하는 바위일행을 바라보고는 정박해 있는 어선에 올라 자신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선은 선외기급이 아닌 이런 조금만 마을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어선으로 보였고 꽤 큰 투자를 한 모양인지 톤수가 많이 나가는 큰 어선이었다.

어짜피 이런 어선의 운전은 크게 다르지 않기에 편안하게 준비를 마친 장노인은 배에 올라서는 인원들과 괴물들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마을 안에서 이쪽을 보며 서 있는 예전 동료들까지 한번 훑어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안도, 욕심, 걱정, 분노등 각양각색의 감정들이 보였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감정일뿐, 이젠 저들도 생존을 위해 다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장노인은 조금은 안쓰런 표정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옛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인사는 그들의 무사를 비는 그만의 의식이었다. 비록 자신을 버리듯 이들에게 넘겨버렸지만 그건 누군가 해야 할일. 자신이 제격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남은 삶에 미련이 없는 자신은 그저 남겨진 이들의 걱정뿐이었다.

그렇게 닻이 오르고 어선이 천천히 뱃머리를 돌려 거친 황하의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바위일행들은 부족한 물자와 장비들을 저들에게 지원을 받아 챙겨 어선에 올라 멀어지는 마을 정경을 일별한 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뭔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가장 할 일이 많은 춘봉은 자신이 맡은 일들을 끝내고 선장실의 장노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 장노인, 정저우시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

이미 배에 오르기 전에 춘봉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장노인은 그런 춘봉을 힐끔 바로본 후 다시 황하로 눈길을 돌리며 대답했다.

"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그건 신만이 알수 있지. 날씨가 좋고 바람이 좋다면 빨리 도착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좀 늦을 수도 있지. "

" 하아.. 그거야 당연하죠. 대장님은 정확한 날짜를 알고 싶어 한다구요. "

" 허, 참. 성격하고는.. 최소 사흘은 걸려. 늦어지면 닷새까지도. "

꼬장꼬장한 장노인의 얼굴을 보며 한숨을 쉰 춘봉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선장실을 나섰고 장노인은 다시 조타수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 특이한 사람들, 요상한 조합이야. 허허.. "


황하강은 깊은 수심뿐 아니라 넓은 강폭을 자랑했다. 가끔 가다 좁아지는 지형에서 유속이 빨라지며 배가 기우뚱 거리며 크게 흔들렸지만 장노인의 배다루는 기술이 뛰어나 여러가지 상황을 손쉽게 넘기며 계속 나아갔다.

만약 어설프게 나왔다면 큰 코를 다칠 수 도 있었다는 사실에 춘봉은 안도를 하며 장노인을 이젠 완전히 믿고 있었다.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편하다면 편히 왔지만 춘봉은 결코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난생 처음 배멀미가 이리 고통스러운지 처음 느낀 그는 며칠사이에 홀쭉하게 변한 얼굴로 갑판에 오르며 습관처럼 선장실에 올랐다.

" 휴우.. 이젠.. 얼마나 남은 겁니까? "

" 자네는 몇시간마다 와서 묻는게 그것뿐인가? 근데 자네 상태가 너무 안좋아 보이는데 괜찮은건가? "

" 네.. 네. 저야 통역관이니 컨티션조절이 의미가 없죠. 단지 빨리 땅을 밟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

" 허허. 그래. 좋은 소식이네, 저기 보이는 도시가 정저우시 일세. "

춘봉은 그말에 급히 고개를 돌려 멀리 보이는 도시를 바라봤다. 아직 멀리 떨어져 있기에 도시규모가 다 보이지 않았지만 여태껏 황하의 양옆으로 들어선 도시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높은 빌딩들의 모습과 강가에 늘어선 공장들의 모습은 단순히 이 도시가 1차산업보다는 2,3차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그 동안 지나친 도시들도 비슷한 모습들이 보였지만 춘봉의 눈에는 이제 드디어 배에서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정저우시를 더욱 특별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급히 선장실을 벗어나며 소리친 춘봉은 모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바위를 제외한 다른 이들도 이 좁은 선내 생활이 조금 지겹거나 힘들었는지 반색을 하며 다들 갑판으로 나와 멀리 보이는 도시를 바라봤다.

춘봉은 그런 이들을 뒤로하고 배 뒷편에서 몇일째 꿈쩍도 하지 않고 정좌를 한채 석상처럼 굳어있는 바위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전했다.

" 대장님. 조금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을 합니다. "

바위는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듯 번쩍 눈을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찰나지간 눈빛에서 푸른색 빛줄기가 솟구쳐 주변을 환히 밝혀 주었지만 고개를 숙인 춘봉은 그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 그래, 모두 준비를 마쳤네. 가자. "

그렇게 준비를 마친 일행들은 장노인이 도시의 북쪽 외곽지역에 배를 정박시켰다. 도시와 그리 멀지 않으면서 배가 육지에서 잘 보이지 않는 자리였다. 확실히 센스와 노련미가 빛나는 장노인이었다.

육지까지는 불과 몇미터, 춘봉을 제외한 세명은 어려움 없이 뛰어내렸지만 춘봉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개똥의 신세를 져야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 뭐가 무섭다고 지랄이야. 그냥 좀 큰 개에게 몸을 맡긴다고 생각해. "

사스가 우물쭈물하는 춘봉에게 결국 한소리를 했다.

춘봉은 그건 니 입장이고! 라고 한소리 해주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뼈를 묻을 수 없었기에 이를 악물고 개똥의 위로 올라섰다.

' 씨발, 이게 털이야 쇠침이지. '

다이어울프의 전신을 덮고 있는 털은 일반적인 늑대의 털이 아니었다. 재질은 모르지만 한올한올이 쇠침처럼 굵고 날카로웠다. 다행히 전투 상태가 아니라 한쪽으로 누워있어 다칠 일은 없겠지만 그건 자신의 생각일뿐.

다행히 등위에는 쇠침같은 털이 아닌 부드러운 털이 있어 승차감?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뒤이어 다희가 올라타자 벌떡 일어선 개똥의 등에서 굴러떨어질뻔한 춘봉이 억지로 매달리자 다희가 무심히 말했다.

" 가자, 개똥아. "

춘봉은 곧 있을 충격에 대비하듯 매달려 털을 움켜쥐었지만 예상외로 배에서 땅까지 몇미터를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착지한 충격치고는 거의 충격을 느끼지 못한 춘봉은 놀라움에 눈을 크게 치떴다. 이 정도면 웬만한 고급자동차보다 안정감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 개똥이의 털을 움켜진 팔을 타고 무안가 불쾌함 느낌이 올라왔다.

" 야, 너 이대로.. 있으면 위험해.. 내려가. "

다희가 내륙에 도착했음에도 정신을 차리자 못하는 춘봉을 향해 말했다.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춘봉이 서 둘러 굴러떨어지듯이 개똥이의 위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불쾌한 느낌이 씻은듯이 사라졌다. 그게 무언지 몰라도 결코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땅에 내려선 그들은 장노인에게 하루를 기다리다 오지 않을 경우 되돌아가라는 말을 해놓은 상태였다. 장노인은 걱정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눈빛으로 바위일행을 지켜봤다.

장노인의 연륜과 경험에 비추어 본 바위일행은 특이하지만 나쁜 이들은 아니었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해 갑질을 할 인물은 없어 보였다. 단지 좀 정신세계가 특이한 여자들과 과묵한 바위, 평범한 춘봉의 조합이 이상할 뿐이었다.

그렇게 장노인의 어선에서 나온 일행은 일제히 바위를 쳐다봤다.

" 일단 도시로 들어간다. "

딱 한마디였다. 어느 누구도 바위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강가에 길게 자란 갈대와 이름모를 풀들이 많이 자라나 있어 시야를 가렸지만 저 멀리 높이 솟아있는 건물들을 가리기엔 부족했다.

애초에 출발할때 탐사대의 활동목적이 무엇인지 듣지 못했기에 바위일행은 짐작할 수 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진로를 잡은 방향은 공장지대였다. 일단 지나치는 길에 있었고 가까웠기에 이곳부터 수색을 해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바위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도로는 잘 닦여 있었고 가로등, 나무들과 곳곳에 보이는 쉼터와 전통가옥들까지 예전이었으면 구경할 곳이 많았을 것만 같았지만 지금은 버려져 있을 따름이었다.

일행은 서두를것 없다는 듯이 걸어서 공장지대 앞까지 도착을 했다.

" 안쪽은 최근까지 이용한 흔적들이 남아 있는데? 바깥은 엉망인데 말야. "

철책이 둘러쳐진 바깥에서 안쪽 공장지대를 쓸어본 사스가 의문스러운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철책을 사이에 두고 안쪽과 바깥쪽의 상황이 많이 달랐다. 공장지대는 분명히 관리가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어짜피 들어가보면 안다는 듯이 철책을 양손으로 잡아 힘을 주어 찢어버린 바위가 먼저 들어서자 뒤이어 나머지 일행들과 괴수들이 뒤따랐다.

공장안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고 스산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마치 오래 된 흉가에 들어갈때 느끼는 그런 서늘함이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위축될 인물은 여기에 없었다. 오히려 눈빛을 빛내며 이후에 들이닥칠 무언가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는 인물들은 있었지만.

공장지대 안쪽으로 진입을 했지만 별다른 기척이 없자 바위를 필두로 일행들은 좀더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서쪽으로 많이 가지 않은 오후의 시간대였다.

" 대장님, 여기 조성되어 만들어진 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나봐요. "

잘 정비된 도로를 걸으며 춘봉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했다. 과거 공장근로자로 근무한 경험에 빗대어 말하는 춘봉의 말로 보거나 여기 들어선 건물의 상태를 그냥 봐도 지어진지 얼마되지 않은 깨끗한 건물들이 많았다.

온통 중국어로 쓰여진 간판과 안내판, 도로표지판등을 쳐다보며 길을 걷던 그 순간 한 공장건물에서 무언가 뚝 떨어져 일행들 전면에 내려섰다.

그것의 외형은 불독이라 불리는 잉글리쉬 불독과 비슷했지만 그 크기는 차이가 많이 나보였다. 체고만 일미터, 몸길이 삼미터에 달하는 그것은 불독을 닮은 얼굴만 아니라면 호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크르릉.. 붉은 눈동자와 강철송곳같은 이빨과 뚝뚝 떨어지는 침에 도로지면에서 하얀연기를 피어올리고 있었다. 침 자체가 독성이 강한 성분으로 이뤄진 듯 보이는 모습에 일행은 각자 무기를 빼어들고 사방을 경계했다.

이제껏 이런 괴물들이 혼자 나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기에 또 다른 무리가 있을 것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불독을 닮은 괴물외에는 다른 괴수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 귀여워.. "

바위의 옆에 서 있던 다희가 개똥이를 타고 그 늑대대가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장내의 그 누구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고 그 괴수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불독은 침을 뚝뚝 흘리며 바위일행의 경계하듯이 옆으로 쓰윽 돌아 움직였다.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탐색하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 순간까지 기다린게 용한 사스가 칼을 빼들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러자 훌쩍 물러선 불독괴수는 이내 몸을 돌려 공장 안쪽으로 달려들어갔다. 그 모습에 맥이 빠진 사스가 쌍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 뭐야? 이것들.. 여긴 괴물들은 싸우지도 않고 도망치는게 습관이야?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도망부터 치네.. 흐으.. "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다면 당연한 선택이다. 이쪽의 전력을 보지 않더라도 외양만 봐도 무시무시한 개똥이랑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바위를 비롯해 여러명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 어느 괴물이 죽자고 달려들까? 아마 좀비를 제외하면 없을 것이다.

" 대장님. 저 괴물을 쫒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혹시라도.. "

춘봉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바위를 올려다 봤다. 하지만 그런 춘봉의 걱정스런 말에도 바위와 그녀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저 광기어린 사스초자도 그 불독을 쫒아가지 않고 놔주었다.

" 어짜피 이곳안에 있으면 만나게 될 일이지. 괜히 소란을 피워서 이목을 끌 필요는 없어, 맞지? "

사스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춘봉이 아니라 바위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맞지 않냐는 표정으로 눈빛을 주었다.

바위가 그런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맞는 말은 아니지만 틀린 것도 아니기에 일단 칭찬을 해주는 것이었다.

" 일단은 따라 가보자. "

불독은 친절하게도 중간중간에 침을 떨궈 놔서 자신이 어디로 이동을 했는지 알려주었다. 그 모습에 춘봉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 불독이 길잡이노릇을 해주고 있었으니까.

" 저건, 화학공장으로 보이고.. 저건 무슨 기계를 만드는.. 대장님. 간판들로 봐서는 이 공장지대는 주로 화공업, 중공업을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장처럼 보입니다. "

예전이었으면 굴뚝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연기를 피워댔을 수많은 굴뚝들이 그린 그림마냥 덩그라니 서 있는 모습에서 시선을 돌린 바위가 입을 열었다.

" 조심해. 이곳이다. "

어느새 일행들은 공장지대에서 제법 깊숙한 지역까지 들어와 있었다. 바위가 바라보는 정면에는 과거 무엇을 만드는 공장인지 알수 없었지만 거대한 문과 엄청난 높이의 철근구조물, 공장특유의 회색빛 시멘트 벽과 그것에 달라붙어 있는 이끼와 덩굴들은 오랫동안 인간의 손길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양문으로 보이는 거대한 출입구는 살짝 벌어져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그 불독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이 나왔으니 이 공장이 얼마나 거대한지 보여주는 듯 했다.

" 무슨 여기서 항공기를 만들었나? 출입구가 왜 이리 커? "

" 텐징 중공업. 이라는 간판인데, 무엇을 만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

사스의 물음에 춘봉이 대답을 했다. 이 공장은 주변 여타 공장들보다 훨씬 거대했고 높았기에 과거 이 기업의 위상을 말해주는 듯 했다. 물론 지금은 망해버렸지만.

" 왠지 으스스한데요. 대장님. "

그 열린 문틈 사이로 싸늘한 냉기가 흘러나오는 것인지 기분탓인지 몰라도 온몸에 소름이 돋은 춘봉이 어깨를 감싸쥐며 자신의 감정을 말했다.

그런 분위기를 다른 이들도 느꼈는지 별다른 핀잔없이 열린 문틈 사이의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나와 사스가 먼저 들어가서 살핀다. "

바위의 말에 다희가 슬쩍 인상을 찌푸렸지만 바위의 결정에 직접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반면에 남게 된 춘봉은 안심이 된 얼굴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일행 중 바위와 사스가 앞으로 나서서 어둠이 도사리고 있는 문틈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렇게 뒷편에 남겨진 일행들의 시선을 받으며 문틈으로 들어선 바위와 사스는 생각보다 이 공장 내부가 어둡지 않다는 사실과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시선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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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구조작전(5) +1 18.09.17 664 17 20쪽
» 구조작전(4) 18.09.15 677 17 19쪽
91 구조작전(3) +1 18.09.14 698 1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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