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10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10.08 06:00
조회
671
추천
17
글자
21쪽

수복(修復)(4)

DUMMY

동굴의 안은 곳곳에 놓인 횃불로 충분히 사물을 식별할 정도로 환했고 인간의 손길이 닿아 나름 깨끗한 환경이었다. 바닥도 정비를 했는지 그 흔한 돌조각 하나도 없었지만 방금 그 쌍둥이 형제들이 뛰어나오며 흘린 것인지 핏자국들이 점점이 묻어있었다.

다행인지 길은 한곳으로 이어져 있었고 인혜와 춘자는 뒷편에서 들려오는 기합과 폭음소리를 들으며 길을 따라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 여기, 꽤 오래전부터 만들어진 곳이네. 단 몇일, 몇달사이에 만들어진게 아닌데요. "

춘자가 벽을 짚으며 만지거나 두드려보더니 이상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 왜 굳이 이런 산에 이런 시설을 만든걸까요? 그것도 꽤나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는데. "

하지만 인혜 역시 그것이 궁금했지만 특별히 답을 해줄 정신이 없었다. 그녀는 왜 일이 이렇게 진행이 되고 여기까지 왔는지 혼란스러운 감정뿐이었다. 단지 조금만 정보로 시작되어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나선 길이 이렇게 이어질지 그녀도 몰랐다.

그렇게 그녀들은 한 장소에 도착을 했다. 제법 넓은 공간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딱 봐도 하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바로 어떤 의식을 치르기 위한 장소를 연상시켰다.

벽면을 따라 불꽃 모양의 들어가 있는 천들이 걸려있고 정면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불꽃 형상을 한 돌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돌로 만들어진 넢은 침대모형의 제단이 놓여 있었는데, 얼마전까지 제물이 있었는지 흐르는 피가 아직 굳지 않고 있었다.

" 휴우, 어쩌면 예상이 빗나가질 않냐? 쯧.. "

" 춘자씨, 이거 맞지? 인신공양 그런거··· 도대체 왜, 이런짓을 벌이는 거야? "

" 큼, 언니. 지금 시대에는 이보다 더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멀쩡한 인간이 좀비가 되어 인간을 먹으려고 달려들고, 누군가는 초능력이 생겨 온갖 범죄들을 저지르고 남은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인간성을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말이죠. 이 정도는 예상범위내에요. "

" 하아.. 모르겠어. 그냥 사람들끼리 힘을모아 이 난관을 헤쳐나가면 더 좋지 않을까? "

" 언니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우리모임처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죠. 그들은 한 줄기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아야 하는거죠. 그게 자신을 잡아먹더라도··· 생각보다 인간의 정신은 나약해요. 괜히 종교가 생겨난게 아니에요. "

춘자는 냉정했고 현실적이었다. 그녀는 과거 사회가 정상적일때나 지금이나 별차이가 없다는 생각이었다. 돈과 권력이 있는자는 그렇지 못한자들의 위에 군림하며 세상을 손맛대로 움직이고 있었고 무지한 대중들은 그들이 던져주는 썩은 고기에 좋다고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꼬리를 흔들며 그것에 만족하는 사회.

하이에나들은 자신들의 머리위에 있는 권력자들과 싸우려는게 아니라 비슷한 하이에나나 힘이 약한 동족들끼리 물어뜯고 싸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 그게 그녀가 경험한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민낯이었다.

춘자는 오히려 지금이 예전보다 더 낫다고 생각을 했다. 과거와 달리 누군가에게 지적질을 당할 일도 없고 힘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이들이 우러러보는 위치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일단 이 사이비 종교에서 인신공양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나가서 마무리 짓죠. "

" 휴우, 그래. 근데 그 사이퍼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

" 제가 예전에 바위모임에 들어오기전 한 무리를 이끌면서 많은 사이퍼들을 봐왔어요. 약탈자, 조력자, 방관자등의 역할로 우리에게 다가오거나 떠나갔죠. 대부분 그런 사이퍼들은 붉은색 바코드를 가지고 있어요. 쉽게 말해서 좀비들에게 한번씩 죽은 자들이죠. "

이미 모임에서는 사이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색깔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비밀도 아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자연적, 혹은 사고를 당해 죽는 이들보다 좀비에 당해 죽는 이들이 훨씬 더 많았고 사이퍼들 역시 붉은색 바코드를 가진 사이퍼가 훨씬 더 많았다. 그들이 모두 신세계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별개 세력을 이뤘고 누군가는 홀로 떠돌며, 그렇게 바뀐 세상에 적응하고 있었다.

혹은 이렇게 평범한 이들에게 섞여들어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거나. 세상은 넓고 죽일 놈들은 넘쳐났다.

그렇게 동굴을 한바퀴 쭉 돌아본 인혜와 춘자는 다시 입구를 향해 나갔다. 입구가 다가옴에도 아까와 달리 조용한 것을 느낀 춘자가 인혜를 돌아보며 손가락을 입에 대며 말했다.

" 쉿, 잠시만요. 확인하고 올께요. "

인혜에게 여기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며 빠르게 동굴밖으로 나선 춘자의 눈에 예상했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메두사의 너클에 달려있는 송곳같은 발톱에 목이 반쯤 뜯겨져 나간채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웨어울프와 대가리에 반쯤 박살이 난 상태로 널부러져 있는 웨어타이거까지. 물론 실뱀으로 화한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서 있는 메두사의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치명상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둘러싼채 벌벌떨리는 몸을 억지로 가눈채 각자의 무기를 내밀어 포위하고 있는 이들은 그 신도들이었다. 그 교주라는 사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어디로 도망을 친 모양이었다.

" 뭐야? 아직 정리가 안됐네? "

갑작스런 춘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신도들은 급히 몸을 돌려 무기를 들이댔지만 느렸다. 등뒤로 매고 있던 태도를 뽑아든 춘자가 자신에게 들이대는 무기들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차차창! 무기를 잡고 있던 손아귀가 찢어진듯 신음과 함께 손을 잡고 쓰러지는 신도들을 뒤로하고 춘자가 고함을 쳤다.

" 모두 그 자리에서 무릎꿇는다! 아님 대가리를 날려주지! "

거대한 태도를 머리로 몇번 휘두르자 그 기세에 질린 몇몇이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래서 기선제압이 중요했다. 사스를 우상으로 생각하는 메두사는 그렇지 않은 듯 보였지만.

춘자는 메두사에게 그런 사실을 말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지만 그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 으휴, 도대체.. "

분명히 도망친 교주를 쫒아 간것이 분명했다. 춘자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춘자였다.

" 도대체 그 레밍부대는 사스가 뭐가 그리 좋다고··· 하긴 나 역시. "

자신의 우상이 된 바위를 떠올리며 약간의 수긍은 했지만 광신도적인 그들의 행위를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는 춘자였다. 한편으로는 불쌍했다. 하필이면 자신들에게 걸려서 거덜나게 생겼으니 말이다.

아니지, 죄값을 치르는 건가? 사스와 메두사를 생각하면 도대체 누가 악인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좀 헷갈렸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인혜를 부르기 위해 돌아섰다.

그렇게 작은 사건은 해결이 되었고 연루된 자들은 모두 바위모임으로 보내져 혹독한 훈련과 최전방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그리고 몇일만에 나타난 메두사는 어디까지 쫒아갔는지 완전히 거지꼴이 된 상태로 교주의 대가리를 들고 나타났고 그렇게 사건이 완전히 종결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노약자들을 바위 모임으로 보내지는 계획은 급물살을 탔고 북한산 쉘터이 각 조직들 역시 크게 반발하지 못했다. 그들 역시 쉘터내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난 책임에 대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 ··· 바코드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은 숙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바코드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접두부인 속성과 레벨, 후속부인 에너지통과 경험치. 쉽게 게임처럼 표현을 했지만 모두 알고 있고 다른이들에게서 듣거나 알고 있는 부분이지. "

바위가 쉘터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얕은 야산의 공터에서 소속 사이퍼 삽심여명을 앞에두고 무언가를 강연하고 있었다. 사스와 다희부터 시작해 많은 이들이 그런 바위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얼굴로 집중하면서 경청하고 있었다.

이번 강연은 지속적으로 사이퍼들의 요청이 있어왔기에 바위가 흔쾌히 받아들여 이렇게 날을 잡은 것이었다.

" 그리고 에너지통의 네자리부분은 다른 말로 잠재력통이라고 불른다. 그 초기 숫자의 크기에 따라 레벨의 상승에 영향을 받아 최대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1렙때 50이었으면 2렙대는 그 두배인 100, 150, 200순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지. 그만큼 능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고 강도를 올릴 하나의 기준이 되는 거다. "

이런 사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느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의 술렁임을 막지 못했다. 막연하게 느끼고만 있던 사실과 재능에 따라 차이가 벌어진다는 바위의 말은 그들 사이에 묘하게 박탈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결국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과거와 다를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 하지만, 그건 하나의 기준일뿐.. 그게 그 인간자체의 강함과 강한 연관성이 없다. 다시 말해서 그 차이는 수련과 자신만의 경험과 능력으로 메울 수 있다는 것이지. 그리고 상성에 대해서 말해주지. 일반적으로 1-3번대를 하위속성, 4-6번대를 중위, 7-9번대를 상위속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상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만 여러가지 실험으로 높은 번호대가 낮은 번호대에 비해 약간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건 각자의 노력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는 차이이다. "

대부분의 사이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지만 이곳에 가입한지 얼마되지 않는 사이퍼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 중 한명이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 대장님. 단순히 그 노력만으로 상위 번호대의 능력자를 이길 수 있다는 말이십니까? 저와 같이 이곳에 온 친구와 저의 경우, 비슷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단 한번도 이 녀석을 이겨본적이 없습니다. "

바위는 잠시 생각을 한 뒤 다시 말문을 열었다.

" 난 1번대 강화계열이었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지. 너와 나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지? "

" ··· 잠재력과 시간의 차이 아닙니까? "

" 재미있는 대답이네, 만약 그런 상성을 따진다면 나와 비슷한 능력치의 사이퍼들과의 전투에서 살아남지 못했을꺼야. 그리고 너희들이 각성한 시간과 내가 각성한 시간은 크게 다르지 않아. 단지 난 강해지기 위해 끊임없는 부딪치는 수련과 노력을 했고 너희들은 살아남기 위해 피해다녔다는 차이뿐이지. 말로는 믿기 어렵겠지? 여기까지 말로하는 강연을 끝내고 직접 대련을 통하는 것이 좋겠지? 준비해라. "

그 말에 하얗게 질린 기존 대원들과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신규 사이퍼들의 얼굴이 극명하게 갈렸다. 몇몇 대원들은 아까 그 질문을 한 사이퍼를 죽일듯이 노려봤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은 되물리지 못했다

반면 사스와 다희, 몇몇은 오히려 기대에 찬 눈빛으로 각자의 무기와 방어구를 점검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바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이들로 호전성과 강함에 대한 열망은 어느누구 못지 않은 이들이었다.

갑작스레 결정된 대련은 이미 바위의 계획 속에 있었는지 처음부터 야산에서 시작되었고 이런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는 사스와 다희는 이미 무장을 마친 상태였다. 그런 이들을 둘러보던 바위가 말했다.

" 나와 대련에 앞서 소개해 줄 괴수가 있다. 나와라. "

바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풀을 헤치고 무언가 뛰어들었다.

쿵! 바위보다 머리가 하나더 큰 키에 전신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비정상적인 근육과 붉은빛 감도는 회색피부. 뭉개진 얼굴은 도저히 인간으로 볼 수 없는 그런 괴물이었다.

가벼운 무장을 한 상태로 양손에는 인간이 들 수 없을 것같은 거대한 양날도끼 두 자루를 들고 있었고 머리에는 조잡한 모양의 투구를 쓰고 있었다. 몸에는 움직이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별다른 갑옷은 입지 않았지만 그 엄청난 근육만으로도 충분히 그 보호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그 오르크를 본 사스와 다희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것을 살펴보고 있었고 그녀의 주위에 있는 괴수, 콜레라와 개똥이는 놀라 몸을 벌떡 일으켰다. 본능적으로 나타난 그것의 강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 오르크는 번개같이 뛰어들어 바위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에볼라가 만들어낸 괴물로 바위가 종속시킨 오르크였다.

" 놀라지마. 새로운 식구니까, 이름은··· 오크1호다. "

바위의 작명센스에 놀란 이들은 놀람을 뒤로하고 쑥덕거렸다.

" 오크? 그 게임에서 나오는 쪼렙 사냥감? "

" 차라리 사스님이 작명센스가 낫지 않냐? 오크라니.. "

" 조용! "

그런 수근거림은 주변에 있던 기존의 대원들에 의해 잠재워졌다. 그들의 바위에 대한 충성심은 거의 종교적인 수준인 상태였다.

바위는 그런 그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 먼저 너희들의 대련상대는 이것이다. 얕보지 말고 죽을 힘을 다해 상대하도록. "

그렇게 말문을 뗀 바위는 한걸음 물러서며 손짓으로 몇명을 지목했다.

" 너, 너, 너. 세명이서 합공을 한다. "

그들은 아까 바위에게 질문을 한 사람과 그의 동료처럼 보이는 이들이었다. 지목을 당한 그들은 눈을 번뜩이며 앞으로 나섰다. 이곳에 가입한지 얼마되지 않은 자신들의 실력을 확실히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연스레 공터가 만들어지고 나머지 사이퍼들은 그곳을 둘러싸듯이 자리를 잡았다.

지목된 세명은 이런 상황이 처음인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각자의 무기를 움켜잡으며 자신들의 상대가 될 오크1호를 노려봤다. 바위가 아직도 엎드려 있는 오크에게 텔레파시로 명령을 내리자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앞에 있는 세명의 인간을 내려다봤다.

붉은 눈빛, 붉은빛이 감도는 회색피부. 엄청난 크기와 꿈틀거리는 근육들이 감싸고 있는 몸체. 그에 맞선 위압감은 엄청났다.

" 준비, 시작. "

바위의 작은 목소리와 함께 오크1호가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어떠한 망설힘도 느껴지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설사 용광로에 뛰어들라고 해도 지체없이 뛰어들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후웅! 훙! 거대한 배틀엑스가 교차하면서 내는 소음은 인간의 몸뚱아리를 두동강내겠다는 듯이 거칠게 다가왔다. 그 도끼를 간신히 피해내며 그들이 소리쳤다.

" 미..미친! 이건 대련이 아니라 죽일 생각이잖아! " " 우,우왁! 피해! 아니, 공격해! "

" 차앗! 뒤져라! "

겨우 정신을 차린 그들은 기합과 함께 에너지를 끌어올려 능력을 발휘하며 오크1호에 맞서며 부딪혀갔다.

치열했다. 아니 흙먼지가 날리고 핏물이 흩뿌려지는 전투, 서로의 목숨을 끊기위해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는 전장 그 자체였다. 결코 대련의 수준이 아니었다.

이런 모습은 기존 대원들은 익숙했지만 새로이 가입을 한 사이퍼들은 그저 멍한 눈을 뜨고 입을 벌린 상태로 그런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단순히 바위가 말한 노력은 예전 꼰대들이 말하는 노오력과 같은 선상에서 보며 바위의 말을 한귀로 듣고 흘린 그들은 다시금 그 노력이란 단어를 꼽씹을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 이게.. 그 노력이라고? "

설마 이게 훈련이고 대련이란 말인가?

" 왜? 그나마 저 괴물, 오크1호는 그냥 괴물일뿐이잖아. 팀장이나 바위대장이 직접 상대하는 것도 아닌데 뭐. 크크크큭.. "

기존 대원, 수진이 자신의 능력으로 손가락을 칼날을 만들고 해체시키면서 그들에게 답변을 주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 너희들 아직 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 이제 대장님이 만든 몸놀림을 익히고 있을터. 저 정도는 팀에 들어오면 약과야. 강해지지 않으면 뒈져라. 그게 우리 팀장님의 모토시지. 기대되네. 아하하하.. "

수진의 말대로 이번에 편입이 된 사이퍼들은 각자 구역에서 왕처럼 지내다 물자가 떨어지거나 외부의 침략이 거세지자 바위모임의 소문을 듣고 합류하게 된 케이스가 대다수였다. 여지껏 일반인 대원들 틈에 끼여 무슨 무술이라고 체조같은 몸놀림만 주구장창 배우고 있었다. 그런 사실에 불만을 가진 사이퍼들도 꽤 많았다.

그래서 몇몇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간부나 혹은 자신의 팀을 만들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게 망상이라는 것은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보며 깨닫고 있었다.

쾅! 쾅! 배틀엑스가 땅을 후려치며 울린 굉음과 충격파로 인해 지켜보고 있던 인원들은 몇발짝씩 물러서야 했다. 반면 바로 직면하고 있던 사이퍼들은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며 바닥을 굴렀고 급히 몸을 일으켜 자세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먼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거대한 배틀엑스는 이미 그것을 뚫고 상대의 머리를 향해 내리꽂히고 있었다. 그 대상이 된 사내는 멍하니 떨어지고 있는 도끼의 거친 날을 멍하니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우뚝. 떨어지던 도끼의 날은 그의 코 앞에서 멈춰섰고 그런 상태로 멈춰선 오크1호는 무슨 명령을 받았는지 훌쩍 물러선 채 배틀엑스 두개를 늘어뜨린채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달려들려고 하던 나머지 인물들도 물러섰고 오크1호를 경계하며 쓰러진 동료를 일으켜 세웠다.

" 좋아, 거기까지. "

그렇게 멈춰서 있던 장내에 바위의 묵직한 음성이 울렸다. 그러자 오크1호가 무릎을 꿇으며 엎드리자 긴장이 풀린 상대 사이퍼들이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사스가 그런 이들을 신경도 쓰지 않고 나서며 바위를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갈구하는 눈빛을 보였다. 앞선 전투로 인해 몸이 달아오른 모양이었다.

하지만 바위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오크1호의 상태로는 사스와 전투를 치르기엔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괜히 어렵게 구한 괴수를 잃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련을 통해 바위는 이 변종 오르크의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했다. 뛰어난 신체능력, 저돌적인 움직임등 전사로써 그 능력은 뛰어나지만 임기응변이나 주변 지형을 이용한 전투는 확실히 인간보다 떨어졌다. 거기에 물러나고 전진하는 움직임은 너무 어리숙했다. 쉽게 말해 오직 공격일변도로 자신보다 신체능력이 뛰어나거나 변칙을 이용한 공격에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일단 오늘 할 실험은 완료했다. 오크1호에게 명령을 내려 멀리 떨어져 대기를 명했고 장내에서 빠르게 사라진 오크1호였다. 그런 모습에 사스가 섭섭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지만 이어지는 바위의 말에 다시 미소를 지었다.

"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대련을 시작하지. "

바위의 말이 떨이지기 무섭게 기존 대원들은 긴장한 얼굴로 무기를 들어올리며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반면에 신입들은 이게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가장 먼저 바위에게 달려든 사람은 역시 사스와 다희였다. 그녀들에 이어 애완괴수들이 침을 흘리며 뒤따라 바위를 덮쳐갔다. 마치 일생의 대적을 맞이하기 위한 듯 사나웠다.

그렇게 막 첫번째 충돌이 발생하기도 전에 사방에서 십여명의 기존대원들이 팀장들을 따라 합공을 이어갔다. 이미 에너지를 다 끌어올렸는지 사방으로 머리칼과 옷자락이 휘날리며 사방에서 덮쳐가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수십마리의 하이에나가 한마라의 사자를 사냥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과 유사했다.

콰콰쾅! 휘류륭!

온갖 원소계열 원거리 공격과 함께 빛들이 난무하며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바위를 쓸어가고 있었고 각종 냉병기들은 겹치는 것없이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부위를 향해 쇄도하는 모습이었다.

" 저,저거.. 살아날 수는 있는거야..? "

" 미친.. 이게 대련이야? "

더 이상 놀랄게 없다고 생각했던 신입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왜 저렇게 죽자고 달려드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부터 익숙해지리라는 것은 기존 대원들은 알고 있었기에 그들에게 단 한줌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오직 적으로 설정된 바위에게 한방을 먹이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공격은 막 해가 지려는 야산을 휘감고 형형색색의 빛깔을 만들어내고 온갖 소음을 잡아먹으며 주위로 멀리멀리 뻗어나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3 진실의 끝(2) +1 18.10.10 645 19 20쪽
112 진실의 끝(1) +1 18.10.09 651 17 19쪽
» 수복(修復)(4) +1 18.10.08 672 17 21쪽
110 수복(修復)(3) 18.10.06 618 21 22쪽
109 수복(修復)(2) +1 18.10.05 662 24 21쪽
108 수복(修復)(1) 18.10.04 681 19 20쪽
107 귀향(歸鄕)(5) 18.10.03 674 22 20쪽
106 귀향(歸鄕)(4) +1 18.10.02 657 25 20쪽
105 귀향(歸鄕)(3) +1 18.10.01 660 21 18쪽
104 귀향(歸鄕)(2) 18.09.29 676 22 21쪽
103 귀향(歸鄕)(1) +4 18.09.28 711 20 21쪽
102 벌크의 왕(6) +1 18.09.27 679 22 19쪽
101 벌크의 왕(5) +3 18.09.26 655 21 21쪽
100 벌크의 왕(4) +2 18.09.25 679 19 20쪽
99 벌크의 왕(3) +1 18.09.24 657 20 20쪽
98 벌크의 왕(2) +2 18.09.22 681 23 19쪽
97 벌크의 왕(1) +2 18.09.21 683 21 18쪽
96 구조작전(8) +1 18.09.20 692 21 18쪽
95 구조작전(7) +1 18.09.19 658 18 20쪽
94 구조작전(6) +1 18.09.18 684 17 19쪽
93 구조작전(5) +1 18.09.17 663 17 20쪽
92 구조작전(4) 18.09.15 676 17 19쪽
91 구조작전(3) +1 18.09.14 698 17 20쪽
90 구조작전(2) 18.09.13 714 18 20쪽
89 구조작전(1) +1 18.09.12 778 19 20쪽
88 The Gear(6) +1 18.09.11 725 17 20쪽
87 The Gear(5) +2 18.09.10 736 19 19쪽
86 The Gear(4) 18.09.08 752 15 21쪽
85 The Gear(3) +2 18.09.07 769 18 20쪽
84 The Gear(2) +4 18.09.06 755 17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