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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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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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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구조작전(1)

DUMMY

어느새 잠이 들었나? 아직도 얼얼한 뒤통수를 매만지며 부산스런 움직임에 눈을 뜬 왕첸은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마치 어제밤 일이 꿈처럼 지나가, 진짜 꿈일줄 알고 평소처럼 늦잠을 자려는 그가 현실을 파악한 것이다.

모닥불은 어느새 꺼져 있었고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으로 사방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 덕에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광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눈을 부릎뜬채 잘려있는 왕웨이박사의 머리였다. 눈을 뜨자 바로 앞에 떡하니 놓여 있어 안볼래야 안볼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삐져나오려는 비명을 억지로 두손으로 막으며 벌떡 일어나 본 광경은 뭔가가 생식을 하는 광경이었다.

그 괴생명체는 머리가 몸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다래서 머리의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뒤돌아 앉아 뭔가를 뜯어 입안으로 넣어 씹으며 대가리를 흔드는 광경과 소리가 들려왔다. 그 주변으로 시뻘건 피가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다. 마치 B급 슬래셔 영화를 보는 것같은 상상도 하기 싫은 광경이었다.

그것에서 급히 눈을 떼고 다시 주변을 살폈다. 예전에 누군가 살았던 흔적들이 곳곳에 보이고 몇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과 한쪽 컨테이너에 박힌채 숨을 헐떡이는 익숙한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코드네임 오르크라고 명하던 자신들이 끌고 온 괴물 중 하나였다. 하반신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상반신만 남아 이상하게 생긴 칼에 꽂혀 고정되어 있는 모습, 흘러내린 내장기관들이 바닥을 적시고 있어 그 모습은 더욱 끔찍해 보였다.

그때 입구쪽에서 한 여자가 거대한 무언가를 이끌고 들어왔다. 왕첸은 한눈에 그것이 다이어울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도 호위조 조장이 타던 그 가장 덩치가 큰 다이어울프. 근데 그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어딘가 크게 다친듯 절뚝거리는 모양새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 성질때문에 여러 사이퍼들을 다치게 했던 그 용맹함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냥 기가 눌린 똥개처럼 꼬리를 말고 순순히 따라오는 모습에 충격을 먹은 왕첸이었다.

' 도대체 여긴.. 뭐지? '

그런 그를 누군가 툭 쳤다. 그쪽으로 눈을 돌리니 평범한 인산의 남자, 자신과 같은 곳에서 왔다고 했던 그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 뭐해? 빨리 일어나. 갈 준비를 해야지. "

뭐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지?

" 하, 아직도 정신 못차렸네. 저기 저 왕박산지 뭔지 하는 인간처럼 되고 싶어? 정신차려! "

춘봉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의 짧은 고함에 번쩍 정신이 든 왕첸은 아픈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 도대체.. 어디를 가는거요? 당신들은.. "

" 우리가 누군지 궁금한거 보다 네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지가 더 궁금하지 않아? "

그 남자의 단호한 말에 어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자신을 따라오라는 남자의 말을 듣고 서둘러 그를 따라나섰다. 그곳에는 이미 준비를 마친 덩치 큰 남자, 바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 이곳의 정황파악을 위해 당신을 살려서 데리고 간다. 혹시 이의가 있나? "

이의가 있다고 하면 저 무식한 망치로 대가리를 날려버릴 기세라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서 보필하겠습니다. "

그런 왕첸에게서 눈을 돌린 바위가 다희를 보며 말했다.

" 그래? 그건 길들였어? "

" 어, 응.. 헤헤. 이젠.. 내꺼야.. 그치 개똥아. "

다희가 부르는 개똥라는 소리에 경기를 읽으키며 몸을 숙이는 다이어울프를 보며 현실감이 떨어진 왕첸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중얼거렸다.

"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거지? 아직 꿈속인가? "

그러는 사이에 새침한 표정의 사스가 모습을 보였다.

" 젠장.. 저건 길들이지 못하는 건가? 베이스가 뭐길래, 밤새도록 괴롭혀도 말귀를 못알듣는거야. 칫··· "

사스가 가르키는 방향에 컨테이너 벽에 고정되어 있던 오르크가 분해되어 사방에 장난감처럼 널부르져 있었다. 밤새도록 그것을 길들인다고 고문과 해체를 시킨 끝에 죽여버린 모양이었다.

당연했다. 저건 좀비베이스라 적색 바코더가 내뿜는 특유의 파장, 에너지로만 통제가 가능한거다. 애초에 이성이라는게 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사실을 가슴에 묻고 묵묵이 고개를 숙인 왕첸은 이제 모든 인원이 다 모였는지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는 바위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훑어봤다.

특이한 조합과 구성인원들이었다. 그런 것을 떠나 자신의 목줄을 움켜쥐고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왕첸은 깊은 한숨과 함께 가장 후미에서 맥빠진 몸짓으로 바위일행을 마지막으로 따라나서고 있었다.


" 하악하악.. 크으윽.. 젠장. "

짧은 단발을 휘날리며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빠르게 달리는 인영이 있다. 그녀가 길거리 안쪽의 골목길을 헤치며 사방을 경계하듯 달리는 이곳은 정저우, 정주라는 중국의 허난시에 위치하고 있는 옛 대도시 중 하나였다. 정저우시가 존재하는 중위안구의 인구는 칠백만명뿐이지만 유동인구는 그 배에 달할 정도로 정치, 경제, 과학,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였다.

높은 빌딩과 수많은 건물들 사이의 골목길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그만큼 많은 인구가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이곳을 점령하고 난 후부터는 이렇게 대낮에 사람이 쫒기는 광경, 아니 인간의 모습은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바위일행이 구조하고자 하는 탐사대의 대장이자 만월회 회주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선샤인이었다. 선샤인의 상태는 위급해 보였다. 옆구리의 상처를 제하더라도 온몸에 붙은 검붉은 피딱지와 긴 난방 하나만 걸친 상태로 맨발로 콘크리트 바닥을 박차고 있는 중이었다.

휘날리는 난방이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하얀 알몸은 엉망이었다. 그 동안 그녀가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팔뚝에 보이는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사바늘은 단순히 치료를 목적으로 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8번대 시공간계열의 텔레포터 능력자인 그녀가 왜 이렇게 맨발로 뛰어다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그녀는 정상상태는 아니었다.

쉬아악! 쉬악! 그렇게 무작정 어디론가 달리던 그녀의 주변으로 괴이한 소리가 울렸다. 션사인은 그런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양손에 들고 있던 짱돌과 식칼을 꽉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 거미인간들 소리, 결국에 쫒아 왔구나. "

저들의 말로는 인형지주, 인간의 형태를 가진 거미라는 뜻으로 그녀가 본 그것들의 외형은 소름, 그 자체였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선샤인은 바로 옆 건물로 들어섰고 빠르게 다른 창문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었지만 인형지주들의 시각, 후각 그리고 감각에 걸린 이상 백약이 무효하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다.

몇번이나 건물을 옮겨다니며 자리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지만 결국은 그것들에게 포위가 된 선샤인은 이를 갈며 살기를 담아 노려봤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우습다는 듯이 괴이한 소리를 자기들끼리 지르며 그녀를 압박해 들어갔다.

건물의 외벽, 간판, 기둥등에 여섯개, 혹은 여덟개의 팔다리로 지탱한채 붙어 사방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는 인형지주의 외형은 기이했다. 확실히 인간의 형상을 하긴 했지만 인간이라고 불릴 정도는 머리, 팔, 다리와 인간의 피부색을 가졌다는 것뿐, 그외의 것은 거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툭튀어나온 입과 그 안에 가득차 있는 톱날같은 이빨, 코는 그냥 뻥 뚤려 있을뿐이었고 눈은 곤충의 겹눈과 닮아 머리의 절반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크고 징그러웠다. 여러개의 팔은 인간과 유사했지만 손가락 대신에 달린 송곳같은 맹금의 발톱과 닮은 그것은 잡히는 즉시 사지가 끊어질 듯 위험해 보였다.

그렇게 높은 곳에서 매달린 채 머리를 삼백도 이상 돌려 선샤인을 바라보는 그것들의 표정은 마치 먹이감을 두고 반응을 보는 거미와 유사했다.

끼이익. 쉬익. 자기들끼리 대화가 가능한지 알수 없는 소리를 서로에게 전달하듯 내기 시작했다. 꽤나 시끄러운 소음이었다.

그런 소음에도 신경을 분산시키지 않은 선샤인은 곧 다가올 전투에 집중을 했다.

휙! 그런 소음이 이어지는 도중 선샤인의 사각지대에서 거미인간이 벽을 박차고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그녀를 덮쳐갔다. 시끄럽게 짖어대는 그것들은 마치 눈속임이라고 하는듯 아무런 소리없이 바람을 가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공격에 대한 경험이 있는지 빠르게 돌아선 선샤인이 그 거미인간을 쳐다보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 거미인간의 뒷편에 나타난 선샤인은 식칼을 들어 머리와 몸통을 잇는 부분에 박아넣고 그 손잡이를 짱돌로 내리찍었다.

쩌엉! 얼마나 몸둥이가 단단한지 식칼은 겨우 머리부분만 박혔고 내리찍은 짱돌의 이차충격으로 깊숙이 박혀들자 그대로 다시 뽑아들며 그 자리에서 순간이동을 했다. 불과 일초도 걸리지 않은 공격과 후퇴였다.

선샤인의 전투센스에 대해 잘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리지 않은 머리통을 덜렁거리며 바닥에 착지한 거미인간은 머리통을 두손으로 붙잡고 뒤로 물러섰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를 회복한 저 거미인간이 다시 전투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선샤인은 굳은 얼굴로 다시 사방을 쓸어봤다. 거미인간의 숫자는 열마리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대로는 탈출은 커녕 뼈 한점 남기기도 힘들듯 싶었다. 아마 사방에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쳐져 있으리라.

그곳에 걸리며 발버둥치다 먹이감으로 전락하는 인간을 보아온 그녀는 쉽사리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지 거미인간들은 아직도 여유로웠다. 분명히 이성이 있는 생명체의 행동이었다.

' 하, 여기까진가.. 회주. 미안... "

선샤인은 문득 떠오른 회주의 맑은 눈빛을 머리를 흔들어 지웠다. 그런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녀에게 다시 몇마리의 거미인간이 뛰어들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조그만 철통이 하나 장내로 날아들었다.

턱, 푸쉬이익! 그것은 연막탄처럼 사방에 연기를 피워올리며 매캐한 냄새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CS탄처럼 매우면서 알수 없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 그곳에서 거미인간들이 괴성을 지르며 사방으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때 그 연기를 헤집고 누군가 선샤인의 팔목을 잡아챘다. 그것에 흠칫 놀란 선샤인이 식칼을 휘두르려다 멈칫했다. 연기사이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 이리로! "

중국어를 공부했다고 하지만 겨우 알아듣고 생활용어 몇마디만 할 수 있는 선샤인은 갑작스레 들려오는 중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결코 자신에게 해를 끼지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눈치를 챘다.

그래서 저항하지 않고 그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들어갔다. 느낌상 맨홀로 추정되는 곳을 거쳐 지하로 이동을 한 선샤인은 주변이 완전히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누군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의 한숨과 함께 갑자기 빛이 켜졌다. 흠칫 놀란 선샤인은 급히 눈을 보호하며 돌아봤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곳은 지하수로였다. 그곳에서 네명의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멈춰서 있었다.

그들 중 한명을 빼고는 일반인이었다. 한명의 여자만 푸른색 바코드를 지닌 사이퍼였다. 심지어 그들 사이에 열대여섯살로 보이는 아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 당신은 누군데 인형지주에게 쫒기고 있는거지? "

그들 중 거친수염이 난 남자가 위협적으로 선샤인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선샤인은 한숨과 함께 천천히 자신이 아는 중국말을 했다.

" 나는, 한국인. 중국어 잘 몰라. 여긴 어디? "

자신의 어설픈 중국어에 이상한 표정이 되버린 네명을 위해 추가로 뭔가를 해야할 듯 싶었다. 그렇게 다시 입을 열어 말을 하려는 순간, 어디선가에서 쿵쿵 바닥을 울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 칫, 스캐빈저다. 모두 이동! "

일제히 물러서는 그들을 멍하니 쳐다보던 선샤인은 상대 여자 사이퍼가 손짓을 하자 급히 난방을 여미며 그들을 따라나섰다. 도대체 여긴 어디고, 이들은 누군이지에 대한 답변보다 뒤쪽에서 다가오는 위험에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쿵쿵쿵. 한번 울린 묵직한 소리는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듯 그 리듬이 빨라지고 있었고 일행들의 속도는 그것보다 느린듯 보였다.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 옆으로 빠지자 새로운 구역이 나타났다.

넓은 하수구가 아닌 좁은 지역으로 들어선 그들은 조금더 달려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그들이 지나온 곳에서 괴성이 터져나왔다. 마치 먹이를 놓친 맹수의 포효처럼.

쿠아아악! 쩌렁쩌렁 울린 그 소리는 이미 꽤 그 자리에서 멀어져 있던 선샤인의 몸을 찌릿찌릿 울릴정도로 박력이 넘치는 포효였다. 그리고 한참을 더 달려 또 다른 새로운 구역으로 들어서서야 멈춰선 그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일제히 선샤인을 바라봤다.

마치 이 상황에 대해 이해를 시켜달라는 듯이 쳐다보는 그들의 시선에 자신의 옷을 슬쩍 들어보인 선샤인의 모습에 그제야 그녀가 난방 하나만 걸친 채 온몸에 상처 투성이라는 것을 발견한듯 여자 사이퍼가 그녀의 손을 잡아 끌었다. 남자들의 시선이 신경쓰인 것이리라.

답답하기는 선샤인이 더 했지만 주도권은 이들에게 있기에 최대한 억누르고 있는 와중이었다. 그 동안 그 배불뚝이에게 성노예처럼 당해가며 겨우 부지한 목숨이었다. 당장에 찾아가 꽈리고추같은 성기부터 그 손가락을 시작으로 온몸을 난도질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분명히 하수구지역이었지만 보이는 곳들은 마치 오랫동안 이곳에서 생활을 해온듯 여러가지 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수십명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살아남은 인간들이었다.

상대 여자사이퍼는 선샤인을 이끌고 자신의 거처로 보이는 장소로 들어섰다. 그리곤 옷장으로 보이는 곳에서 옷을 꺼내 건내주며 말했다.

" 메이양. 난 메이양이야. "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자신을 가리키며 말하는 그녀의 이름이 메이양이라는 것을 용케 알아들은 션샤인이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말했다.

" 난, 선샤인. 선샤인이라고 불러. "

" 선샤인? 그게 이름이야? "

" 뭐래? 그래 선샤인. 내이름은 선샤인. 넌 메이양. 됐지? "

고개를 꺄웃거린 그녀는 금세 수긍을 하며 선샤인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 모습에 이들이 나쁜 의도를 지닌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선샤인이 다시 말했다.

" 뭐 먹을거 없어? 나 배고프다고? 배.. 몰라? "

선샤인이 배를 만지며 손짓발짓으로 의사를 전달하자 금세 알아들은 메이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며 밖을 나섰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은 선샤인이 중얼거렸다.

" 순진하네. 내가 누군지도 어떤 의도를 지니고 접근했는지 의심도 않하고 믿어버리다니.. 큭. "

확실히 메이양의 행동은 순진 그 자체였다. 만약에 자신이 나쁜의도로 접근했다면 이 마을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은 이미 적들에게 들통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힘도 의지도 많이 사라진 선샤인은 조용히 눈을 감으며 잠에 골아 떨어졌다. 긴장이 풀리자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들이닥친 것이다.

이곳까지 탈출하면서 격은 전투들, 성고문을 당하면서 쌓인 정신적인 피로와 육체적인 상처들. 그리고 자신의 피를 치사량까지 뽑아가며 무슨 짓을 했는지 능력을 쓸때마다 고통을 느끼고 있던 그녀였다. 이 모든것들이 풀린 그녀는 배고픔보다 잠이 먼저였다.

그렇게 골아떨어진 선샤인은 음식을 가지러 간 메이양이 들어서도 눈치를 못챌 만큼 의식이 없었다. 메이양도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이었다.


바위일행은 탐사대의 흔적을 쫒는 일이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고 있었다. 시간도 꽤 지난 상황도 그렇지만 그 사이에 내린비와 한번 지나간 태풍으로 인해 그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탓이었다.

" 이거.. 아무래도 그 기업인지 뭔지가 있다는 목적지점으로 바로 가봐야 겠는데요? 대장님. "

중국 다펑구를 지나쳐 더 위쪽으로 자리를 옮긴 일행들은 굽이쳐 흐르는 황허강의 한지류를 쳐다보며 향후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왕첸도 자신의 의견을 내놓았다. 어짜피 잡힌 인생, 돌아갈곳이 없다고 생각한 그는 이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어보려는 생각인듯 보였다.

" 그 탐사대가 이 물길을 통해 정저우시까지 이동을 했다는 말이죠? 흠, 이 황허강 지류가 그쪽으로 흐르고 있지만 물길을 타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

왕첸은 이곳근처에서 어선에서 일한 경험을 되살려 의견을 제시했다.

" 확실히 그래보이는군. "

바위가 눈을 돌려 황허강, 황하(黃河)라 불리는 강을 내려다 봤다. 거친 물살, 뿌연 황토빛 강물은 배로 움직이려면 전문적인 인력이 필요할 듯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정저우시까지 거리는 대략 천키로미터가 넘는다. 쉽게 이동을 결정할 사항이 아니었다.

" 우리.. 개똥이 타고 가면.. 안돼? "

목줄없이 따라오고 있는 다이어울프는 웬만한 말보다 컸다. 물론 달리는 속도 역시 훨씬 빨랐지만 지구력은 그다지 높지 않아 장거리 이동은 힘들었다. 더군다나 단 한마리로 이 인원을 다 태울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렇게 다희을 말을 기각시킨 바위는 일행을 둘러보며 지시를 내렸다.

" 먼저 주변에서 배를 구한다. 그리고 왕첸을 도와 배로 움직인다. "

" 네? 제가요? 전 그냥 어선에서 일한 경험밖에는.. 네. 한번 해보죠. "

고개를 돌려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바위의 시선에 왕첸은 어쩔 수 없이 예전 경험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가능할것도 같았다. 예전부터 눈치하나는 있다고 사람들에게 평을 들은 적이 많았기에 그당시 친했던 선장이 하던 작업들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 다른이들은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사스는 콜레라와 함께, 다희는 개똥를 타고, 바위는 나머지 인원을 이끌고 상류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 이곳에 언제부터 그 배양시설들이 들어선거지? "

사스가 본 광경이 있는 도시를 배양기관이라 부른다는 것을 들은 바위가 묵직하게 물었다. 도저히 그런짓을 하는 신세계라는 조직이 이해가 안되는 그였다.

" 네, 대장님. 불과 한달도 안되었습니다. 그 왕박사가 파견을 오면서 배양을 시작해서 지금은 한도시 전체를 배양시설로 만들어 놓은 상태입니다. "

이젠 바위를 아예 춘봉처럼 대장이라고 부르는 왕첸이었다. 그런 그의 대답을 들은 바위는 걸음을 옮기며 침묵했다. 이후 중국에서 배양된 그 괴물들이 과연 자신들을 가만히 둘까? 아니 대한민국을 그대로 지켜만 볼까? 라는 의문이 생겨난 것이다.

실제로 지금 38선에 새로운 좀비무리들이 추가되면서 점점 더 격해지고 있었지만 아직은 바위가 알 수 없었다. 만월회도 그런 사실에 38선부근에 지원을 나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었다.

" 너희 신세계의 이념과 목적이 뭐지? "

" 그게.. 저는 말단 조직원이라, 말그대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자는 의미로 알고 있습니다. "

" 그런 괴물들을 만들어내면서.. 새로운 세상이라.. 모순이군. 그 세계의 주인은 지금 너희 조직이겠지? "

" 하하하.. 아마도.. "

그말을 끝으로 더 이상 질문이 없자 안도의 한숨을 쉰 왕첸은 저 멀리 어촌이 보이기 시작하자 바위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이미 바위도 그런 어촌을 봤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곧 그들은 그 마을의 부근에 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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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구조작전(7) +1 18.09.19 658 18 20쪽
94 구조작전(6) +1 18.09.18 684 17 19쪽
93 구조작전(5) +1 18.09.17 664 17 20쪽
92 구조작전(4) 18.09.15 676 17 19쪽
91 구조작전(3) +1 18.09.14 698 1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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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The Gear(4) 18.09.08 752 15 21쪽
85 The Gear(3) +2 18.09.07 769 18 20쪽
84 The Gear(2) +4 18.09.06 755 17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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