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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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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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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9.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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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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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8쪽

벌크의 왕(1)

DUMMY

의식을 차린 사스는 금세 현 상황을 이해했다. 아니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 큭, 새끼.. 꼴에 나를 지키겠다고 여태껏 이러고 있었던 거야? "

반들반들한 대머리의 콜레라를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리는 사스였다. 그래도 내심 기특한 모양인지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키힛! 키히히! 콜레라도 그런 사스가 반가웠는지 연신 괴성을 지르며 원숭이처럼 왔다갔다 했다.

정신을 차린 이후로 사스의 상태는 꽤 호전되어 있었다. 하지만 밖의 상황을 알 수 없었기에 아직 정찰을 나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무슨 의미인지 벌크들이 간단한 식량과 물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에 보였던 큰 몸집의 벌크가 모습을 보이진 않았지만 파놓은 구멍을 통해 던져주듯이 꾸준히 가져왔다.

" 뭐, 주면 고마운거지. 다음에 벌크인지 뭔지 죽일일 있을때 한번 살려주면 되니까. "

문득 콜레라의 말라비틀어진 몸뚱이를 쳐다본 사스가 말했다.

" 아무래도 여길 나가야 겠네. 콜레라, 니 대갈통 말고는 죽기 일보직전처럼 보여. "

콜레라는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갸웃거렸지만 사스는 신경쓰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무기인 쌍칼도 하나만 겨우 챙긴 상태라 그것을 지팡이 삼아 겨우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들어 뚫린 구멍을 쳐다봤다.

대각선 방향이라 기어서 간다면 충분히 나갈 수 있을 만한 통로가 보였다. 잠시 심호흡을 한 사스가 천천히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밤시간대였다. 그렇게 기다시피 바깥 공기를 마신 사스는 몸을 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조용했다. 주변에 무너진 건물들과 예전 전투의 흔적들이 남아 있지만 그외의 풍경은 어둠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다.

낯선 중국어 간판들부터 표지판, 굴러다니는 종이에도 무엇이 적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사스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후웁, 나쁘지 않네.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를 적셔주자 힘이 솟아오르는지 몸을 활짝 펼치며 힘을 주었다. 뒤이어 나온 콜레라는 그런 그녀의 옆에서 주변을 경계하듯 큰 대갈통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눈빛이 있었다. 그 눈빛의 주인공들은 건물등의 그림자에 가려있었지만 사스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 벌크, 이리와. "

사스의 손짓에 쭈뼛쭈뼛 다가온 벌크의 괴이한 모습을 잠시 훑어본 사스가 다시 말했다.

" 가자, 너희 대장에게로. "

처음 본 큰 덩치를 가진 그 벌크가 궁금해진 사스가 말하자 벌크 하나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 안내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눈치와 이성을 가진 존재처럼 보였다.

그렇게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가는 벌크의 뒤를 쫒아 따라가기 시작한 사스와 콜레라의 뒷모습은 금세 어둠에 파묻혀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 정저우시가 얼마나 큰데.. 그곳을 다 둘러본다는 말씀입니까? "

" 얼마나 큰데? "

" 서울만큼의 밀도는 아니지만 넓이는 그보다 넓다고요. 더군다나.. "

" 그럼 어쩌자는 말이야? "

" 일단 안전지대를 만들고 차근차근 탐색을 해야··· "

춘봉과 최용수가 만담을 하듯이 바위와 다희의 눈치를 보며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어짜피 모든 결정은 바위가 하는 것이지만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도 들어달라는 듯이 행동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차마 바뀐 바위의 위협적인 모습에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한 그들이 내놓은 해법 중 하나였다.

" 내가.. 안전한 곳을.. 알고 있어.. "

여러 차례 이곳을 정찰한 전적이 있는 다희가 그들의 말을 듣고는 바위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애초에 바위도 그럴 생각이었는지 그녀에게 그곳까지 이동을 맡겼고 춘봉과 최용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밤시간의 정저우시는 불빛 하나 없이 어둠에 완전히 잠긴 모습이었다.

달빛과 별빛을 조명삼아 도착한 곳은 중국어와 영어로 쓰여져 있는 호텔이었다. 꽤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었는지 화려하게 지어져 있는 이곳은 현재 대부분의 창문이 깨져있고 가로수, 조경등이 파헤쳐져 있어 을씨년스런 정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신기하단 말야. 본래 이런곳은 최후까지 남은 사람들이 저항하는 곳일텐데.. 그 흔한 좀비는 물론 시체조차도 안보이네. "

춘봉의 말에 돌이켜보면 이곳까지 오면서 좀비의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더불어 그 시체들까지도 말이다.

" 확실히 그렇네요. 우리 탐사대 역시 그것이 이상하다고 말한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

"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안쪽은 조심해야 할꺼야. "

" 에이, 형님. 저 사이퍼에요. 좀비 한두마리 정도는 그냥 껌이죠, 껌. "

최용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만만해 하자, 나지막히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저런 상태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역효과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춘봉이었다.

바위일행은 곧 그 호텔의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 로비부터 시작해 모든것들이 엉망이었다. 아니 정상인 것을 찾는게 더 어려울 것 같았다.

" 휴우, 여기도 엄청난 무슨 일들이 벌어졌나보네요. 총알자국에 그을음까지.. 저 가구들은 객실에 있는 가구들을 밑으로 내려놓아 바리케이트를 친것이 겠죠? "

최용수가 누렇게 변색된 핏자국과 입구부터 널려있던 침대, 서랍장등 가구들을 밀치며 춘봉을 보았다.

" 뭐.. 그렇겠지. 그 많던 사람들이 모두 떠난것 같네. "

그렇게 호텔의 내부로 들어선 그들을 따라 들어온 바위가 입을 열었다.

" 여기서 오늘 대기해. 그리고 최용수는 나를 따라간다. "

아마도 바위의 생각은 찾기 힘든 사스를 찾아 이 도시를 뒤지는 것보다 확실한 탐사대를 먼저 찾는 것을 택한 듯 했다. 냉정했지만 옳은 결정이었다.

그 말에 긴장한 최용수가 얼굴을 굳히며 가벼운 차림으로 바위를 따라 나섰다. 그 뒤에 춘봉이 뭐라고 응원과 무사기원을 했지만 최용수는 그 긴장감에 들을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떠나가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춘봉은 고개를 돌려 바위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는 다희와 개똥이를 본 후 이곳을 정비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편, 그렇게 일행과 헤어진 최용수는 무시무시한 기세를 뿌리고 있는 바위를 힐끔거리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아마 이 기세는 사이퍼가 아니면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기에 처음으로 춘봉이 부러워진 그였다.

" 그,근데.. 대장님.. 아, 이게 맞나요. 여튼 누구를 먼저 구하러 가실 생각이신지.. "

"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어디에 있지? "

" 네, 흠.. 그러니까.. 동쪽 방향으로 대략 일키로미터 직선거리에 네명이 있습니다. "

이미 이 도시에 들어설때 부터 위치파악을 해놓은 최용수는 조심스레 대꾸를 했다. 문제는 그 위치가 최초에 그 신세계라는 괴수들과 부딪힌 곳이었기에 망설이고 있었다.

" 근데, 말입니다. 그 위치가 애초 우리 탐사대의 목표가 되었던 더 기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국가항천국 CNSA 건물이 있는 곳입니다. 그 말은.. "

" 그곳에 적들이 있다는 말이군. "

냉기가 뚝뚝 흐르는 말투에 잠시 진저리를 친 최용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 그럼 잘됐어. 구조하면서 적들의 얼굴도 확실히 알게 되겠어. "

바위는 내심 끓어오르는 살심을 채워줘야 했다. 이것을 풀지 않으면 문제가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내심 반색을 했다.

" 너희들의 목적은 이루었나? "

아직까지 탐사대의 정확한 목적을 알지 못하는 바위가 조용히 물었다.

" 네? 그게.. 저는 경계조여서 자세한 내용은 모릅니다. 하지만 그곳에 잠입을 해 성공을 목적을 두었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들었습니다. "

" 그래? 그럼 그 인원들만 구하면 된다는 말이지. "

잠시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최용수는 자신의 목덜미를 쥐는 큼지막한 손길을 느끼자마자 엄청난 풍압이 자신의 얼굴을 덮쳤다.

우라롸압! 마치 전투기를 타면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듯 쏟아지는 풍압에 눈꺼풀이 말리며 눈물이 강제로 뽑아지고 입술이 뒤집히며 새어나온 침이 뒤로 날렸다.

다행히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느새 거대한 빌딩앞에 도착한 둘의 모습은 평온한 바위와 달리 최용수는 죽다 살아난 얼굴로 눈물과 침을 흘리며 컥컥대고 있었다.

백층은 넘어보이는 빌딩에 최상층에 커다란 중국어로 우주항천국(宇宙航天局)이 쓰여 있었지만 바위의 시선은 그보다 일층 로비와 그 밖 도로, 길거리에 퍼져있는 괴수들에게 돌아갔다.

그 우주항천국 건물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골목에 들어선 바위가 겨우 몸을 추스린 최용수를 힐끗 보며 물었다.

" 정확한 위치파악은? "

" 커억.. 헉.. 그,그게 저 건물 어디엔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데.. 대략 중간층쯤인것 같습니다. "

그 말에 잠시 초고층 빌딩을 올려다 본 바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흠. 그럼 찾아보도록 하지. 꽉 잡아. "

그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최용수의 목덜미를 잡아 바닥을 찬 바위는 새처럼 허공을 날아 초고층빌딩의 중간층 부분에 발을 내디뎠다.

창! 가벼운 소음과 함께 빌딩외벽 유리가 가볍게 부숴졌다. 본래 그렇게 가볍게 부서질 유리가 아니었지만 외벽과 닿는 순간 바위가 에너지로 진동을 일으켜 분쇄시킨 것이었다. 그 사이로 건물안으로 들어선 바위는 바닥에 최용수를 내려다놓으며 다시 물었다.

" 어디? "

" 네, 네. 잠시만.. 이곳 바로 윗층에서 느껴집니다. "

" 그래, 여기서 기다려. "

그말을 남기고 사라지듯이 순식간에 바위가 이동을 했다. 혼자 남게된 최용수는 두려움, 놀람, 공포등이 뒤썩인 표정으로 멍하니 그 자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있었다.

바위는 가볍게 외벽 유리를 통해 윗층으로 진입한 후 기척을 살폈다. 밖에서는 몰랐지만 이 건물의 안에는 그 공장에서 봤던 변형단백질과 암세포들처럼 생긴 것들이 이리저리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이 건물이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의 내부처럼 보이게 했다.

그럼에도 건물의 형태를 유지한 이곳을 통로를 천천히 걸으며 생명체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의 문을 하나씩 열어 확인을 하는 바위였다.

바위의 예상대로 이 건물은 하나의 부화장이었다. 그것도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아 보였다.

기척이 느껴지는 문을 열자 그곳에는 심장과 비슷한 생김새의 수라지란 몇개가 약동하고 있었고 그 중 하나가 급박하게 박동수를 늘리며 터질듯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었다.

예전 공장안에서 몇개를 터트려보았지만 내장과 같은 것들이 흐물흐물 쏟아져 내려 괴수들이 어떻게 만들어져 나오는지 알 수 없었기에 그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는 바위였다.

한껏 부풀어 오르던 그 수라지란은 위 부분이 항문처럼 열리며 무언가를 배설했다.

" 벌크? "

점액질이 온몸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그건 분명히 벌크의 외형이었다. 그것은 아직 눈도 뜨지 못한채 헐떡이며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몸을 말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잠시 후 통로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바위는 방안 그림자가 진 곳으로 몸을 숨기며 이후의 상황을 지켜봤다.

그들은 열려져 있는 문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들어섰다. 두마리의 오르크였다.

그 오르크는 커다란 손수레를 끌면서 들어섰고 엎어져 있던 벌크를 일별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벌크를 들어 손수레에 담아 나갔다. 아마 이런 식으로 이 건물에 있는 모든 수라지란에서 태어난 괴물들을 수거하는 모양이었다.

그들이 나가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바위는 이런 상황을 보고도 별다른 감응이 없는지 다시 수라지란을 쓸어보고는 다른 방을 확인하기 위해 통로로 몸을 돌렸다.

그 오르크들은 다른 층으로 갔는지 통로는 휑했다. 바위는 서둘러 다른 방들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방안에서 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방안에는 어설프게 얼기설기 얽힌 철창을 사이에 두고 두부류의 인간이 갇혀 있었다. 아니 한쪽은 인간이고 한쪽은 좀비들이었다.

크롸앗! 크아악! 좀비들은 한쪽 철장에 달라붙어 어떻게든 인간에게 다가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다른 쪽에 있는 인간들은 그들과 떨어지려고 최대한 맞은편 벽쪽에 붙어 있는 모습. 바위는 오히려 그런 좀비가 반가웠는지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 사,살려주십시오. 저희는 아무것도 모리는 평범한 인간일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은 다 이야기를 했지 않습니까. "

바위의 복장과 하얗게 센 머리카락, 붉은 빛이 감도는 두눈까지 갇혀있던 사람들은 어설픈 중국어로 자신을 어필하고 있었다. 턱까지 내려온 다크써클, 볼이 쏙 들어간 얼굴과 빼빼마른 몸과 팔다리를 보아 하나같이 영양실조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 만월회.. "

" 네, 그 만월회에서 보낸 기술자들입니다. 그게 답니다. "

바위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난리가 난 저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바위가 망치를 들어 좀비가 들어있는 철장을 부숴버렸다. 예전이었으면 큰소리가 났을텐데 지금의 바위 공격은 그런 소음이 거의 없었다.

쩡. 순식간에 무너진 철장을 뚫고 좀비들이 바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기겁을 한 사람들이 황급히 철장에서 떨어지며 벽쪽으로 붙었다.

그런 좀비들을 몇번 휘두른 망치로 모두 잠재운 바위가 다시 입을 열었다.

" 탐사대에서 온 사람들 중 살아있는 이들은 당신들 뿐인가? "

느닷없이 들려온 한국어에 잠시 멍하니 있던 네명의 사람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나와라, 구하러 왔다. "

" ···. 사,살았다. 살았어.. 크윽.. "

" 오, 감사합니다. 흐윽. "

네명의 인원은 연신 고개를 쪼아리며 바위가 부순 철장을 지나 밖으로 나섰다. 그런 그들을 보며 바위는 의문을 느꼈다.

" 왜, 이들이 너희를 살려둔거지? "

" 그건.. 저희도 잘.. "

시간이 없었다. 그들 하나하나를 데려 안전한 곳까지 옮기는 것도 일이었기에 바위는 서둘렀다.

그렇게 모든 인원들을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 준 바위는 최용수에게 지시했다.

" 네가 이들을 이끌고 그 호텔까지 움직여. "

" 네? 네! "

어떻게 그곳까지 일반인 넷, 그것도 영양실조에 빠진 허약한 이들을 끌고 갈지 걱정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위가 사라진 자리를 지켜본 최용수는 다시 만난 일행들에게 고개를 돌려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 최용수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잠시 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얼마 떨어지지 않은 초고층 빌딩의 외벽이 터져나가며 무너질 듯 흔들렸다.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다 급히 고개를 돌린 최용수의 눈에 잡힌 모습은 달빛아래 초고층 빌딩의 위에서 거대한 망치를 들고 내리찍는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은은한 붉은 빛이 서려있는 그는 최용수의 강화된 눈에는 분명하게 바위로 보였고 다시 뛰어올라 내리찍는 모습에 급히 일행들을 이끌고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다.

꽈르르릉! 최용수는 그 굉음에도 돌아보지 않고 이젠 숫제 뛰기 시작했다. 그를 뒤따르는 일반인들도 목숨이 달렸다고 생각을 했는지 죽을 힘을 다해 최용수와 걸음을 맞춰 뛰었다.

쿠콰쾅! 땅이 울린다. 뒤쪽에서 먼지구름이 훅 하고 지나쳐갔다. 도저히 안 볼려고 해도 안 볼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선을 돌린 최용수의 눈에 방금전 까지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던 그 빌딩의 모습이 지운듯 사라져 있었다.

" 미친··· 저게 인간이라고? "

그의 말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궁금해 하는 구조된 일반인 대원도 있었지만 차마 고개를 돌려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용수와 걸음을 맞추면서 뛰기에도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굉음은 사방 몇키로미터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그 부근에 있는 모든 괴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용수와 구조된 인원들은 몇번의 위기는 있었지만 비교적 안전하게 그 호텔까지 도착했고 그 몰골들은 딱 죽기 직전의 사람들이었다.

" 허억, 허억.. 지,진짜 죽을거.. 같아. " 호텔안으로 들어와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사방에 널부러진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구조 인원들을 향해 춘봉이 다가와 마실 물을 건내며 물었다.

" 방금 그 소리.. 무슨 이유인지 봤어요? "

모두가 대답할 힘도 없는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와중에 최용수만이 마치 귀신을 본 것마냥 중얼거렸다.

" 형님. 도대체 그분.. 어떤 사람, 아니 사이퍼인가요? 아니 인간이 맞기는 한겁니까? "

" 그럼 사람이지, 뭔 소리야? 왜? 말 좀 해봐. "

춘봉의 재촉에도 그저 멍하니 허공을 보며 고개만 젓는 최용수의 상태를 잠시 지켜보다 다희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녀도 뭔가를 생각하는듯 엎드려 있는 개똥이를 소파삼아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 굉음이 끝이 아니었다. 바위는 돌아오지 않았고 초반에 울린 그 소리만큼은 아니지만 꽤 오랫동안 많은 굉음들이 밤새 들려왔다. 그런 소음에 밤새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일행들은 날이 밝아오는 새벽녘에 돌아온 바위를 보고서야 스르르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소음에도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희는 바위가 돌아오자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

" 그 소리들, 에너지 파동.. 사스에게.. 알리는 신호, 같은 거야? "

바위는 약간 홀가분한 표정으로 피식 웃음지으며 다희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그리고 경고와 타초경사(打草警蛇). "

" 바위, 너.. 이곳.. 다 죽일.. 생각이야? "

다희의 질문에 붉은 빛이 감도는 눈빛으로 그녀를 직시한 바위는 이내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다. 그런 바위의 곁으로 다가간 다희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같이 눈을 감았다.

바위의 대답을 듣지 못했지만 그녀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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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구조작전(5) +1 18.09.17 664 17 20쪽
92 구조작전(4) 18.09.15 676 17 19쪽
91 구조작전(3) +1 18.09.14 698 1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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