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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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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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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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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귀향(歸鄕)(4)

DUMMY

육사쉘터의 상황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간헐적으로 쉘터를 향해 달려드는 좀비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쉘터를 지키는 병력들에 의해 진짜 시체로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쉘터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다. 수만에 달하는 좀비들의 공세는 마치 전쟁영화에서 치열한 전투가 끝이 난 한장면을 보는듯한 광경을 남겨놓았다. 쉘터내에 파고든 좀비들의 숫자도 만만치 않아 병원으로 꾸며놓은 회관은 환자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쉘터내 모든인원들에게 백신을 투약했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쉽게 말해 좀비에 물려도 죽지만 않으면 다시 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었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프라, 그중에서도 인적 인프라였다. 무슨 일을 하던 그것을 실행에 옮길 사람이 있어야 했다. 하다못해 똥치우는 일 역시 사람이 필요했다. 그게 상식이었다.

비록 육사쉘터로 모여든 인원이 만단위를 넘어가고 있지만 그 숫자만으로는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모임의 수뇌부였다. 그나마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들은 대부분 한사람의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인원들이었고 그런 사실은 쉘터내 사업들뿐 아니라 이번 방어전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 생물로 비유한다면 한 사람, 각자는 세포나 혈액과 같다. 세포들이 모여 장기를 이루고 다시 그것이 모여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 듯 사람 한명한명의 역할과 중요성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 정말 다행이야. 만월회에서 제때에 백신을 지원해줘서 말야. "

제비가 쉘터복구를 위해 부지런히 여기저기 다니며 자신의 옆에서 같이 둘러보던 바위에게 말을 걸었다.

" 아마 백신이 없었다면 쉘터 인구가 절반이하로 줄어들었을꺼야. 그럼.. 어휴, 생각도 하기 싫다. "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제비가 시선을 돌려 바위를 보며 물었다.

" 어떻게 된거야? "

많은 의미가 함축된 질문. 잠시 고민을 한 바위가 대꾸했다.

" 잘 해결됐어. 그리고.. 준비해야해. "

주어가 없는 바위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제비가 시선을 내려 바위 옆에서 졸졸 따라오던 벌크, 에볼라에게 시선을 주며 말했다.

" 그 정도로 심각해? "

중국에 다녀온 일행이 데려온 괴수, 괴물들의 모습은 쉘터인원들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외형뿐 아니라 그 파괴력은 상식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루반나절동안 수만의 좀비들을 유리한 지형과 조직적인 대형으로 상대를 했던 쉘터 인원들이 죽인 좀비의 숫자는 고작 수천, 그에 반해 바위와 두 팀장이 끼어있다고 해도 괴수들이 합세해 쓸어버린 좀비들의 수는 만단위였다. 고작 두세시간만에 말이다.

제비는 그들이 데려온 그 괴수들을 보고 중국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그 심각성을 대략 예측할 수 있었지만 바위에게서 직접듣는 것만큼 와닿지는 않았다.

그렇게 자신을 보고 말하는 제비에게 시선을 돌린 에볼라가 입을 열었다.

" 여긴 평화롭네요. "

" 왁! 씨발, 깜짝이야! 뭐야? 말도 해? "

그동안 많은 일들을 겪어온 제비라 해도 설마 괴물이 인간의 언어를 할꺼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듯 펄쩍 뛰어 물러서며 소리쳤다.

제비는 바위와 에볼라를 훑어보며 자신이 과잉반응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며 은근슬쩍 다시 입을 열었다.

" 큼, 뭐가 어떻게 된거야? 설명좀 해봐. "

표정을 수습하는 제비를 보며 피식 웃은 바위가 천천히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설명했다. 중간중간에 에볼라가 추가로 양념치듯 말을 곁들였고 제비는 굳은 얼굴로 집중을 했다.

본래라면 간부들을 모아놓고 전후사정을 이야기하고 결론이나 향후 쉘터의 방향을 결정을 했어야 했지만 그들은 지금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단순히 바쁜 정도가 아니라 하루에 한시간의 잠잘 시간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였다.

그렇기에 쉘터복구를 하면서 바위와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바위와 에볼라의 말에 귀를 기울인 제비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 그러니까. 이 벌크라는 괴.. 생명체가 만들어진거고, 데려온 그 괴수들 역시.. 더 엄청난 괴수들이 존재한다고? 아니, 이미 세상이 망해가고 있는데 누구에게 그것들을 써먹겠다고? 설마 한국? 아니지. 소문을 듣기로는 러시아, 미국, 캐나다, EU등도 제법 버티고 있다고 하니까··· "

제비는 그렇게 한참을 정리하듯이 뭔가를 중얼거리며 바위와 나란히 걸었다. 바위도 그런 제비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 아무런 말없이 조용히 따라걸으며 주변을 돌아봤다.

이젠 완연한 가을 날씨였다. 곳곳에 붉은 빛으로 물든 단풍나무들이 보였고 그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온갖 자재들과 도구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와 그들의 땀을 식혀주고 있는 와중에 열살도 안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그런 어른들을 뒤따르며 뭐 하나 도움이라도 될것이라고 조막만한 나뭇가지들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세상에서 일찍 철이 든 모습이다. 입맛이 씁쓸했다.

" 오케이. 알았어. 근데 말야, 그.. 벌크, 에볼라가 말한 동맹이라는거. "

" 네, 우리 벌크와 바위간의 동맹입니다. "

" 그래, 그래. 그 말은 바위가 없다면 동맹은 의미가 없어진다는 말이지? "

" ··· 그렇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

" 너희들 집단지성이라며? 그럼 당연히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거 아냐? 바위의 사후에는 언제라도 인간과, 아니 우리들과 적대하겠다는 이야기지. "

" ··· "

" 하아, 그 동맹조건을 바꾸자. 바위와 그가 지목하는 후계자로 말야. "

인간과 닮았다고 하더니 그 음흉함까지 닮았는지 잠시 말을 잊지 못하는 에볼라를 보며 제비가 한숨과 함께 제안을 했다. 바위도 동의를 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에볼라를 내려다봤다.

" ··· 알겠습니다. 그렇게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잠시 딜레이를 가진 뒤 감정이 실리지 않는 에볼라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 정저우에서 그들이 남겨놓은 연구자료와 연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몇몇이 사라지고 부서졌지만 충분히 복원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문제는 재료입니다. "

" 그 정저우에 있었다는 사이퍼들의 연구실? 무슨 연구를 했는데? "

제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 ··· 수라지란과 천사의 눈물입니다. "

도저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에볼라의 민둥민둥한 초록색 얼굴을 쳐다보던 제비가 다시 물었다.

" 그래서? "

" ··· 수라지란은 기본적으로.. 베이스가 될 인간이나 좀비가 필요합니다. "

바위는 박사일행을 구할때 봤던 좀비들을 떠올렸다. 왜 그곳에 가뒀는지 몰랐지만 이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 그리고 천사의 눈물은 사이퍼의 혈액이 주재료입니다. "

에볼라의 말은 그들이 모여있는 정저우에서는 실험을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곳은 좀비가 없었고 인간과 사이퍼들은 각지에 숨어 있었기에 아직 제대로 된 세력과 무력을 갖추지 못한 그들로써는 무리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달라질 것이지만 그것도 의문이었다. 언제 중국 신세계에서 그들을 쫒아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에 반해 지금 한국은 널린게 좀비였고 사이퍼들도 많았다. 바위모임에서 지원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 왜 우리가 너에게 실험실과 재료를 공급해야 하는거지? "

제비는 그 짧은 시간동안 이 벌크라는 생명체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했다. 그 원리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하나로 이어져 있고 여기서 이 벌크, 에볼라가 실험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면 모든 벌크들이 그것을 언제든지 꺼내 체득화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이것은 엄청난 혁명이었다. 쉽게 말해서 수천년동안 이어져 온 지식을 수천만에 달하는 벌크들 각자의 경험을 모아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제비는 문득 두려움이 치밀어 올랐다. 만약 벌크들이 인간의 문명을 뛰어넘어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든다면 인간들이 설 자리가 있을까? 과거 인간들이 이 지구의 주인된 것은 강력한 이빨이나 뛰어난 신체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 우리는 바위님의 아군입니다. 그 말은 우리의 연구가 당신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벌크의 연구는 분명히 자신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조용히 듣고만 있던 바위가 말했다.

" 일단은 벌크들의 말이 맞아. 먼 미래보다 가까운 미래를 대비해야 해. "

바위도 제비가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자신들이 죽고 나서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제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 솔직히 난 이들을 믿을 수 없어. 지금이나 가까운 미래에는 바위 네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 자식세대는 우리가 단순히 결정한 이 사실때문에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몰라. 신중해야 해. "

" ··· 이해했습니다. 그럼 우리의 지식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인간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제비의 우려에 에볼라가 잠시 뜸을 들인 후 다시 제안을 했다.

제비는 그런 에볼라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다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 도대체 이 벌크들은 인간의 어디까지 따라온 것일까? 우리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몇가지 대화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건가? '

제비가 대놓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자신의 말에 대한 대안을 금방 내놓았다. 마치 수많은 인간들이 머리를 맞대고 결론을 내놓듯이 가장 최선의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그런 제안이었다.

" 어쩔 수 없네. 알았어. "

결국 에볼라의 제안에 동의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사실은 얼마 뒤에 쉘터내 공고가 되었다. 제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한 것은 관련 분야 과학자와 전문가들을 뽑는 것이었다.

먼저 지원, 기술, 무력, 운영, 채집부로 나눠있던 구조에서 채집부를 운영부 산하로 옮기고 기술부를 과학기술부로 개정해 에볼라의 연구실을 산하로 편입시켰다. 현재 쉘터간부들은 더 이상 도심에서 물자를 얻을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고 판단했고 채집부를 맡고 있던 원장님과 인혜 역시 거기에 동의를 했다.

거기에 교육부를 신설해 원장님과 인혜에게 맡겨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이것은 제비가 생각한 미래에 대한 대비 중 하나였다.

문제는 생각보다 생존을 한 인원들 중에 화공학, 분자생물학등 관련 인물들이 많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 부분은 만월회에 부탁을 해서 그곳에서 운영하는 북한산 쉘터에서 해결을 했다.

바위쉘터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수십만평이 넘었다. 비록 지금은 좀비의 공습으로 많이 망가지긴 했지만 점점 사람이 거주하는 태가 나기 시작했다. 건설 중장비를 가져와 쉘터의 경계범위를 넓히는 와중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력이었다.

그렇기에 만월회가 운영하는 계륵인 북한산 쉘터를 흡수하는 작업은 손쉽게 이뤄졌다. 거기에 더해 주변 지역에서 숨어 있던 생존자들이 바위쉘터를 찾아온 것은 호재였다.

중간 거점인 상봉역 쉘터도 그 범위를 넓혀 제2의 바위쉘터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여튼 그렇게 강북지역의 가장 큰 세력으로 자리한 바위모임의 간부들은 그와 관련된 일들을 안건으로 자리를 하고 있었다.

생도회관 3층 회의실. 오랜만에 모인 이들은 서로에게 인사와 안부를 건내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만큼 발전하고 커가는 바위모임의 위상을 그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웃음과 활짝 편 얼굴의 주인공은 사장이었다. 과정은 어쨌는지 몰라도 결과는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한 모양이었다.

" 자자,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

제비가 좌중을 집중시키며 말문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집중이 되자 천천히 안건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 이전에 말했던 벌크, 에볼라의 연구실은 도서관을 비워 마련한 상태입니다. 아직 연구원들이 다 충원되지 않았지만 이미 연구에 들어간 상태고 조속한 시일내에 연구인원을 데려와야 합니다. "

" 흠, 지원부장.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네만, 저쪽 쉘터의 반발이 만만치가 않아. "

운영부의 사장이 떨떠름하게 대답을 했다. 사장의 말대로 북한산 쉘터의 사람들은 각각의 뜻에 따라 여러가지 갈래로 이합집산한 상태였다. 종교 혹은 성별, 특정인물에 따라 모여든 사람들은 각자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고 행동했다.

이런 시기에서 그런 그들의 행위는 정당했고 당연했다. 개개인의 작은 힘을 뭉쳐서 큰 힘을 만드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행태였다.

문제는 그들을 흡수하려는 바위모임에는 그들이 결코 좋은 의미로 다가오지 못했다.

" 그들의 요구조건은 자신 세력의 수뇌부들을 간부로 취급해서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달라는 거야. 말도 안되는 조건이지. 자기들이 견제역할, 야당으로써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논리지. "

간부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자신의 기득권보다 그들 수뇌부가 여기에서 발언권을 가짐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바위모임은 단순했다. 바위가 주축이 되고 그 양쪽으로 제비와 사장이 자리하고 나머지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만 수행하면 되는 자리였다. 만약에 그들이 와서 시시비비를 걸기 시작한다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아니 먼저 그들의 목숨부터 걱정해야 했다. 사스와 다희가 그런 그들을 두고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몇번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설득해야 한다, 필요한 인물들만 선별적으로 받아들이자, 그쪽 수뇌부를 암살하자는 말은 사스의 덤덤한 발언이었다.

그런 말들을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인혜가 입을 열었다. 예전에 북한산 쉘터에 있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그녀가 다른 이들을 돌아봤다.

" 제 생각에는 그보다 어린아이들과 힘이 없는 약자, 노인, 여자들부터 데려와야 해요. 아마 그들을 설득하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을꺼에요. 제가 할 수 있어요. "

인혜는 약자들이 그곳에서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그런 발언을 했고 제비와 사장은 틀린 말이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요. 인혜씨가 나서서 먼저 그들부터 데려오는 것으로 하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힘을 쓰는 장정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니까. "

제비가 그렇게 결정을 내리자 좌중이 조용해 졌다. 그나 사장이 결정을 내리면 아주 다른 방향의 이견이 없는 이상 그대로 진행되었다.

" 그리고 쉘터의 규모를 늘이기 위한 안건에 대해서.. "

사장이 뒤이어 말문을 열었다. 그의 안건은 현재 육사와 뒷편 골프장까지인 쉘터의 범위를 맞은편 서울여대와 몇개의 아파트단지, 뒷산까지 그 규모를 늘이자는 이야기였다.

아직까지 육사쉘터에도 여유가 있었지만 미래를 위한 것이었다. 모두가 동의를 하는 와중에 도끼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 그 정도 규모면 지금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쉘터의 규모만큼 늘이자는 이야긴데.. 지금 기술부 아니 과학기술부의 인원으로서는 무리에요. 아무리 중장비가 있고 일우가 있어도.. "

" 기술부장, 하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겨울이야. 그때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지금 미리 쉘터를 늘려서 정비를 해야해. 그리고 만월회와 협상을 해서 전기공급등 기본적인 시설작업을 마쳐야 그 많은 인원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가 있어. "

사장의 말 중에서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반박을 하지 못한 도끼는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사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일단 과학기술부에 인원을 최우선 배정하도록 하지. 그리고 무력부와 지원부에서도 인원을 차출해서 도와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 아닌가? "

" 휴우, 알았어요. 어짜피 결정나면 밤을 새워서라도 해야줘. "

이내 포기하듯 수긍한 도끼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내심 일우의 명복을 빌면서, 어짜피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일우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지원부장 제비와 운영부장 사장의 안건이 끝이나고 기술부장 도끼는 할말이 없다는 듯이 손사례치자 마지막으로 바위가 입을 열었다.

" 현재 모임의 병력사항을 보여주지. "

바위가 고개짓을 하자 부동자세로 서 있던 험상궂은 얼굴에 대머리 사내, 문어가 백보드를 뒤짚으며 긴장한 어투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 네, 무력부의 현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가장 주력인 사이퍼부대입니다. "

백보드에 바위라는 이름이 가장 상단에 적혀 있고 그 아래로 두갈래가 나눠져 있었다.

" 총 두개팀에 소속된 사이퍼 인원은 20여명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외부에서 유입된 사이퍼들의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니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일반 부대원의 수가 천여명이 넘어 세부적으로 나눠··· "

무력부의 일반부대원들은 10명이 한개의 소대를 이루고 그것이 10개가 모여 100명의 중대, 또 중대 10개가 모여 대대를 이뤄는 현재 군대편제를 따랐다. 본래라면 사이퍼들이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을 역임해야 했지만 다희와 사스가 반대를 했다. 훈련할 시간도 없는데 일반대원들까지 챙길 시간이 없다는 이유때문이었다.

아마도 지금도 사이퍼 대원들은 서울 시내 어디선가 피똥을 싸고 있는 와중이었고 그 효과는 확실했다. 그런 대원들의 정신상태가 우려된다는 소미의 진단에도 팀장인 그녀들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었다.

" ··· 이상입니다. 부대원들의 기본무장은 모두 지급된 상태로 아직 여유분이 많아 더욱 많은 전투요원들을 받아들일 계획입니다. "

" 그래, 수고했어. 우리 주변 정리가 되어 안전하다는 인식은 버려야해. 지금 바깥세상은 여기보다 더욱 어렵고 힘든 상태야. 하루라도 빨리 안정화하고 발전해서 스스로를 지킬수 있어야 해. "

" 바위, 네 말은 우리가 아직도 부족하다는 말이야? "

도끼가 불만섞인 말투로 물었다.

" 그래, 지금의 열배, 스무배정도의 힘을 가져야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꺼야. "

바위는 중국에 다녀온 뒤로 생각이 많이 변했다. 지금이면 충분하다는 것은 단순히 이 주변을 보고 하는 이야기일뿐. 당장 38선이 뚫려 좀비들과 괴수들이 내려온다면 이 쉘터는 순식간에 쓸려내려갈 것이 확실했다.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명확했다.

바위는 담담하게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나열해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제비는 이미 들은 이야기지만 조용히 경청을 했고 점점 사람들의 얼굴은 경악으로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 크음.. 도대체 만월회는 무엇을 숨기고 있는거지? 어째서 그런 경고를 주지 않느냐는 말이야.. "

사장이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고 다른이들도 공감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세상엔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어. 남을 믿을게 아니라 스스로를 믿어야 해. 우린 만월회에 얻을 수 있는 얻고 우리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거지. "

여기에 모인 간부들은 내심 만월회를 자신들과 같은 아군으로 생각했고 언제든지 도와줄 것이라는 단순한 희망에 빠져 있었다.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다면 토사구팽은 순리라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말이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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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구조작전(4) 18.09.15 676 1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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