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58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9.19 06:00
조회
658
추천
18
글자
20쪽

구조작전(7)

DUMMY

촤앙! 그녀의 번뜩이는 몸놀림에 깜짝놀란 장비가 급히 물러나며 쇠기둥같은 장팔사모를 휘둘렀다.

그런 무기를 쉽게 휘두른 장비의 눈이 번뜩였다. 순간 그 창에 냉기가 서리며 푸른 빛으로 둘러 쌓였다.

그와 동시에 주변 공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창! 캉! 까앙!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움직임이 느려지는 사스는 곧바로 원인을 깨달았다.

' 동상이라. 제법 까다로운 능력이네. '

쾅! 사스가 발로 장비를 차며 거리를 벌렸다. 아무래도 근접전은 지양해야 할 듯 했다.

그러는 사이에 다희가 싸이드를 휘두르며 두명의 덩치들과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기습적으로 가시줄기를 뽑아내며 초반에 승기를 잡았지만 자신의 능력이 드러난 다희는 그 이상의 진전이 없는 모습이었다.

확실히 경비대라던 그 어설픈 사이퍼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자들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는지 괴물들을 대동하지 않은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자존심이 강한지를 보여주었다.

" 크흐흐, 제법이군. 하지만 아직은 아냐! 합! "

장비를 닮은 사내가 푸른 기운을 넘어 이젠 얼음덩어리가 맺힌 장팔사모를 좌우로 휘둘렀다. 그러자 그 범위를 따라 냉기가 넓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바닥도 퍼렇게 얼기 시작하면서 흰서리가 맺혔다.

그렇게 제공권을 확보한 장비는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띄웠다.

그런 장비를 보면서 따라 몸을 날린 사스는 정면보다는 측면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전략을 사용했다.

하지만 사스의 속력에 적응한 장비는 수월하게 막아내며 서서히 그녀를 동사시키려고 하는지 적극적인 공격을 취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장비의 입가에 지어진 음융한 미소는 다른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이미 피부가 퍼렇게 질린 사스는 한번 크게 부딪힌 후 뒤로 훌쩍 물러났다. 동상이 걸린 손을 주무른 그녀는 이런 전투 자체가 즐겁다는 듯이 미소를 띄고 있었다.

" 좋네, 그럼 이것도 받아봐. "

사스가 쌍검을 다시 고쳐쥐며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그런 그녀의 쌍칼에 은은한 빛이 서리기 시작했다.

마치 무협지의 검기처럼 검면을 따라 흐르는 빛은 신비로웠지만 위험해 보였다.

팟! 아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하게 바닥을 박차며 장비에게 돌진한 사스는 주변을 빙그르르 돌면서 수십번이 칼질을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위협을 느낀 장비는 급히 바닥에 장팔사모를 꽂아넣고 에너지를 끌어올려 자신의 주변에 얼음덩어리를 만들었다.

가가가각! 순식간에 만들어진 얼음덩어리를 사스의 쌍칼이 베고 지나갔지만 실질적인 치명타를 가하지는 못한채 그 공격이 끝이 났다.

하지만 장비 역시 얼음덩어리에 갖혀 별다른 후속타를 먹이지 못한채 굳어 있었고 사스는 연신 얼음덩이를 깎아내고 있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스의 승리로 굳혀질 듯 보였다.

장비도 그런 사실을 인지 했는지 눈빛을 번뜩이며 기합을 질렀다. 그러자 감싸고 있던 얼음덩어리가 산산히 부서지며 사방으로 폭사했다.

쾅! 샤샤샥! 그 얼음 폭풍에 휘말리지 않으려 움찔하며 급히 뒤로 물러선 사스와 다희, 두 덩치들의 전투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잠시 소강상태를 만들었다.

" 제법이군, 꽤 위험했어. 하후연, 하후돈. 생포는 포기한다. "

장비의 말에 하후형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능력을 발했다.

쿠어억! 두 형제의 입에서 괴성이 터지며 입고 입던 옷이 터져나가며 몸집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자란 그들 형제는 삼미터가 넘는 키에 짐승처럼 헐떡이며 끓어오르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자기 가슴을 때리기 시작했다.

" 씨발, 지들이 무슨 녹색히어로야? 뭐야? 변신을 하고 지랄이야. "

피부가 녹색으로 변한건 아니었지만 영화에서 보던 그 장면과 유사했다. 표절 심의를 거쳐야 할 것만 같은 모습들이었다.

사이퍼 중에서 이런 변형계열이 존재했고 싸워도 봤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변하는 경우는 없었다.

마치 이성을 잃은 듯 살기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고 온몸에 힘을 가득주고 있었다. 하지만 장비의 명령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참고 있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뿐.

다희와 사스는 그런 모습들을 신중하게 지켜보며 상황을 살폈다. 주변 공기가 일그러질 정도로 에너지를 쏟아내는 저들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에 언제 앞으로 나섰는지 개똥이와 콜레라도 두눈을 빛내며 그녀들 사이에 섰다. 그것들은 마치 먹이감을 앞에 두고 침을 질질 흘리는 어떤 동물과 닮아 있었다.

키히힛! 더 이상 참지 못한 하후연, 하후돈 형제가 다희를 향해 뛰어들자 그들의 면전에 나선것은 콜레라였다.

붉게 달아오른 두 눈알을 번뜩이자 마주 달려오던 두 형제가 덜컥 하고 그대로 멈춰섰다. 그 사이에 접근한 콜레라가 하후돈의 머리에 그 큰 대가리로 박치기를 시도했다.

쾅! 박치기로 터진 소리라고 하기에는 전혀 다른 굉음이 그들 사이에서 터져나왔다.

그 사이에 개똥이도 다른 하후연에게 달려들며 커다란 앞발로 후려쳤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 속박에서 풀린 형제는 주먹을 휘둘러 두 괴수들을 날려버렸다.

실이 끊긴 연처럼 멀리 날아가는 콜레라와 바닥에 처박힌 개똥이에게 후속타를 날리기 위해 접근하는 그 형제들에게 다희가 달려들었다.

하앗! 콰드드득. 순식간에 자라난 가시줄기와 꽃봉우리가 하우형제들을 집어삼키듯 공격을 시도했다. 그 틈새로 싸이드를 휘둘러 상대 사지를 잘라가며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다희의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는 사이 다시 사스와 장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미 사스는 장비의 능력을 충분히 보았기에 성급하게 접근하지 않고 주변을 돌면서 치고빠지는 아웃복서 스타일로 차근차근 상대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짜피 시간을 끌면 자신들의 승리가 확실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위가 깨어나기만 기다리면 되는 입장이었다.

그런 그녀를 상대하는 장비의 입장은 짜증이 가득했다. 쥐새끼처럼 빠른 사스를 잡기 위해 장팔사모를 크게 휘두르기도 했고 허점을 일부러 보이기도 했지만 그녀는 침착하게 대응을 했기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대로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기에 장비도 다른 수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후아아압! 장팔사모로 땅을 찍으면서 에너지를 뿜어내자 그를 중심으로 물결처럼 에너지가 파형을 그리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뭐하는 거지? 이 돼지새끼가 실성을 했나? "

사스는 그런 장비의 행태에 의문을 가지고 경계를 했지만 아무런 이상을 보이지 않자 쌍칼을 어깨에 걸치며 조롱하듯 말했다. 물론 장비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조롱한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 크크큭, 그래. 그렇게 느껴라, 절망이 다가옴을 눈치 챘을땐 이미 늦었으니까. "

" 뭐래? 이.. "

쿠쿠쿠.. 바닥에 진동이 울리며 도시방향에서 무언가 접근하고 있는것이 느껴졌다.

공기의 흐름도 바뀌었다. 그것을 가장 먼저 느낀 사스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 안되겠다. 일단 후퇴를 해야겠어. 다희는 개똥이를 데리고 바위와 저 머저리들을 실어서 후퇴해. 나는 콜레라와 최대한 이들을 막아볼테니까. 어서! "

사스는 그러게 지시를 하며 힐끔 본 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석상처럼 굳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안정되어 기세를 밖으로 흘리지는 않고 있었다.

다희 역시 그런 것들을 느꼈는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순간 에너지를 두 형제에게 쏟아붇고 개똥이와 함께 뒤로 빠졌다.

번개처럼 바위를 들어 개똥이에게 던지자 그대로 날아간 그를 자신이 허리 위에 안착시킨 개똥을 뒤로하고 다희가 춘봉과 나머지 사이퍼들에게 손짓으로 지시를 했다.

그 의미를 눈치 빠른 춘봉이 알아듣고 외쳤다

" 빨리 저 개똥, 아니 늑대위로 올라가! "

한국어와 중국어로 짧게 말한 춘봉은 자신이 먼저 뛰어오르듯 개똥이 위쪽으로 올랐다. 그곳에 석상처럼 굳어 있는 바위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에 잠깐 놀랐지만 그를 고정하듯이 잡으면서 말했다.

" 빨리 움직여! "

애초 사이퍼인 그들은 춘봉의 재촉에 빠르게 개똥이 위로 올랐지만 아까부터 말없이 나체인 몸을 가린채 웅크리고 있던 유일한 여자인 사이퍼는 뒷걸음질치며 반대방향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 저.. 저.. "

" 놔둬.. 방향은 저기.. 간다. "

춘봉은 나체로 엉덩이를 흔들며 멀어지는 그 여자에게서 눈을 떼고 다희가 지시를 내린 방향을 바라봤다.

아마 도시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숨을 곳이나 안전한 쉘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다희의 생각인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손짓에 다른 남자 사이퍼가 기겁을 하며 춘봉에게 말을 걸었다.

" 안돼! 도시로 들어가면. 그곳에는 더 많은 괴물들이 도시를 차지하고 있어. 나를 믿어줘, 우리 결사대 안가로 데려갈테니까. "

그런 사실을 빠르게 춘봉이 다희에게 전하자, 잠시 고심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렇게 결정이 되자 빠르게 개똥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원래도 순간적인 속도가 엄청났지만 이런 이동에서도 그 빛을 발했다. 달리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현장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면서 뒤를 돌아본 춘봉의 눈에 거대한 먼지구름과 그 사이에 보이는 엄청난 덩치의 괴물들이 언듯언듯 보였고 사스와 콜레라의 모습은 먼지구름에 가려 더 이상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그곳에 시선을 두고 있자, 다희가 입을 열었다.

" 걱정, 안해도.. 돼. 사스는··· 강해. "

믿음일까? 확신인가? 춘봉은 그녀의 눈빛에서 한줌의 걱정도 없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두 여자는 평소 대화는 커녕 서로 무시하기가 일상이었고 바위를 중간에 두고 싸우는 입장이었다. 그것을 누구보다도 옆에서 지켜봐 온 춘봉은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춘봉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막 들어서고 있는 산을 올려다 봤다.

딱 봐도 엄청난 높이와 험준한 산세,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을지 가늠도 안되는 크기였다. 도시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가까운 것도 아니었다.

한참을 달려온 이곳까지 과연 사스가 도망쳐서 따라올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이 들었지만 내코가 석자였다.

" 이곳이 맞다고? "

" 그렇다. 내가 잡혀간 뒤로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몰라도 분명히 이곳이 우리의 쉘터 중 하나가 확실하다. "

그런 사실을 다희에게 알리자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알아서 하라는 지시를 받은 춘봉은 그 중국인 사이퍼가 이끄는 길을 따라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접어들었다.

얼마나 그렇게 달렸을까? 오른쪽 방향에서 낮은 소리와 함께 자신들, 정확히 개똥을 향해 무언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날아드는 물체를 향해 싸이드를 휘두르는 다희에 의해 막혔고 그런 공격을 감행한 이들도 그런 사실을 느꼈는지 재차 공격을 날려왔다.

" 잠깐! 나 왕차이요! 공격을 멈추시오! "

중국인 사내, 왕차이는 그런 공격을 보자 벌떡 일어나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닿지 못했는지 계속 공격이 날아들자 춘봉이 의심스런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 여기, 당신네 패거리들이 숨어 있다는 그곳이 맞아? "

" 그,그게.. 확실한데, 혹시 다른 이들이 자리를 잡았나···? "

왕차이는 자신이 없는 목소리로 대꾸리르 했다. 그런 그를 보며 혀를 찬 춘봉이 다희에게 보고를 했다.

" 아무래도 일단 몸을 피하시는게.. "

" 아니.. 공격이.. 멈췄어. "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폭풍처럼 쏟아지던 공격이 멈춰선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 만면에 희색을 띈 왕차이가 개똥이에게서 내려서며 숲속을 향해 외쳤다.

" 나, 왕차이가.. 컥! "

어느새 왕차이의 목을 뚫고 들어간 화살촉이 반대편으로 삐져나왔다. 그런 화살을 잡은 채 무언가를 말하려는 왕차이는 이미 기도를 뚫고 나간 화살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에 다희가 내려서며 화살촉을 잡아 빼어내자 더 넓어진 상처를 따라 피가 분수처럼 솓구친다. 아마 싸이퍼의 회복능력덕에 죽지는 않겠지만 몇일간 요양을 해야할 정도의 상처였다.

다희가 무심히 나무에 가려진 숲속을 훑어보며 싸이드를 대각선으로 내리그으며 내리자, 숲속에서 기척이 느껴지며 여러명의 사람들이 멀찌감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대부분 야생의 가죽을 짜집게 해서 만든 옷을 입고 있었고 그들 중 비키니처럼 상하의에 모피로 만든 옷을 만들어 입은 여자가 거대한 활을 들어 화살촉을 매긴 상태로 다희일행을 쏘아보고 있었다.

" 배신자! 여긴 왜 왔지? 저 괴수를 끌고, 외부인까지 끌어들였나? "

꽤 높은 고음으로 소리치는 그 여자는 벌거벗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왕차이에게 적대감을 풀풀 풍기며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상황을 보면 답이 나오는 상황, 춘봉이 다희에게 저들이 하는 말을 통역해 주었고 다희가 다시 몇마디를 전했다.

" 잠깐, 우린 저 왕차이랑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단지 저 사람이 괴물들에게 먹히고 있는 것을 구해준 것일뿐, 너희들에게 어떠한 적의는 없다. "

" 흥, 그 괴수를 데려오고도 우리에게 적의가 없다고? 그 신세계 일파만이 다룰 수 있는 괴수를 가진 너희들이? "

" 아니다.. 우린.. "

춘봉은 딱히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희가 개똥이를 두들겨 패서 길들였다는 말을 하기에는 자신도 이해가 안되는데 상대를 이해시키기에는 무리였다.

금방이라도 다시 전투가 벌어질것만 같은 흉흉한 분위기에 다희가 한발짝 나섰다.

" 우린, 잠시.. 쉴곳이.. 필요하다. 금방.. 다시 떠날것.. "

다희의 외견과 전신으로 흐르는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에 저들은 살짝 뒤로 물러서며 춘봉이 통역하는 말을 들었다. 그런 그녀의 말에 상대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쑥덕거렸다.

그러는 사이 다희는 저들의 전력을 파악했다. 푸른색 바코드를 가진 사이퍼 다섯, 일반인 다섯. 그중 활을 든 여자가 대표인듯 에너지의 흐름이 가장 컸다.

만약 전투가 벌어지면 저 여자의 목을 치면서 좌측 남자 셋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듯 보였다. 그리고 개똥이가 몇명을 상대할 틈을 타 나머지를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렇게 자신들을 역량을 체크하고 있는지 꿈에도 모를 상대들은 무슨 결론을 내린듯 다시 다희일행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 좋다, 대신 그 왕차이를 우리에게 넘기고 너희들은 우리가 정하는 거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

높은 고음의 목소리의 주인공 여자를 바라본 다희는 춘봉의 통역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극적인 타결을 본 서로는 약속대로 그 왕차이를 넘기고 한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어디론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도 안내하는 남자의 일행들과 전혀 다른 방향인 것으로 보아 자신들의 쉘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안내되는 것 같았지만 크게 상관이 없었기에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다희와 그 일행들이었다.


숭산(嵩山), 중국 오악(五岳)중 중악(中岳)으로 손꼽히는 험산이자 자연풍경이 그대로 간직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었다. 예전부터 이곳은 수많은 전설과 유명한 소림사가 위치한 곳으로 이름을 알린 산이기도 했다.

다희와 그 일행들은 몰랐지만 그 숭산 깊숙이 위치한 어느 동굴로 안내되어진지도 벌서 몇일이 지났다.

사스는 그 이후 소식이 없었고 바위는 여전히 석상처럼 굳어진채 미동이 없었다. 이후에 추가된 사실은 바위의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 것과 이곳까지 안내한 조직원들과 안면을 조금 텄다는 것이었다.

" 휴우, 빨리 대장님이 깨어나야 이곳을 나갈 수 있을텐데.. 이게 무슨 일이람.. 크윽.. "

" 근데 춘봉씨, 저기 대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그렇게 강합니까? 이 판도를 뒤짚을만큼? "

최용수라고 했던 탐사대의 일원이 은근슬쩍 춘봉이 옆자리를 차지하며 묻는다. 짧은 머리카락, 걍팍한 인상에 비해 조심성이 강하고 사이퍼임에도 전투, 싸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예전에 춘봉이 입고 있던 옷가지 몇개를 건내준 이후 일방적으로 친한척을 해오고 있어 지금은 꽤나 가까워진 상태였다.

" 뭐, 나도 잘 모르지. 내가 사이퍼도 아닌데. 하지만 아마 세상에서 가장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

그런 춘봉의 말에 최용수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일반인 춘봉이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강하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생각때문이었다.

하긴, 사이퍼들을 얼마나 봤겠는가. 이해한다는 듯이 최용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춘봉도 그런 최용수의 몸짓이나 표정을 통해 의미를 알았지만 굳이 논쟁을 벌이지는 않았다. 어짜피 깨어나면 저절로 알게 될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험체 중 마지막 남은 남자 사이퍼가 동굴 밖에 걸터앉아 멀리 무언가를 바라보듯이 멍하니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근데, 저 사람 벙어리입니까? 단한번도 입을 열지 않네요. "

최용수가 중얼거리듯 묻는다. 춘봉도 그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말을 걸어보았지만 반응이 없어 그냥 방치해 놓고 있는 상태였다. 다희는 아예 타인을 신경도 쓰지 않았고.

" 근데, 사신은 어디에 갔습니까? "

" 응? 사신? 그게 누구··· 아, 다희씨. "

이곳 숭산을 거처로 세력을 만든 사람들은 다희를 보고 사신이라고 불렀다. 무표정한 얼굴, 과감한 손속, 거기에 거대한 낫까지.

춘봉도 그러한 사실에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쉘터 내에서도 그녀의 별칭은 저승사자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부름에 따라가지 마라, 그녀가 너를 저승으로 인도하리라. 이런식의 말들이 은근히 쉘터 주민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 뭐 수련하러 가지 않았을까? 정저우시에 요즘 왔다갔다 하시는거 같던데. "

" 수련요? 그 사스라는 분을 찾으러 가시는게 아니고요? "

" 글쎄..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분이 말을 해주지 않는 이상. "

평소 둘의 사이를 생각하면 그것이 아니겠지만 혹시 몰랐다. 춘봉은 그런 이야기를 머리속에 털어버리듯 내저으며 한낮의 태양이 내리쬐는 숭산의 장엄한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멀리 기암괴석의 봉우리, 초록빛으로 둘러쌓인 정경, 새들의 지저귐과 나비들의 아름다운 날개짓까지 평화로웠다. 될 수 있다면 평생 이런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동안 너무 많은 죽음을 봐왔다. 아마 지금 살아남은 인류들 대부분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때, 저 멀리서 한줄기 연기가 올라왔다. 딱봐도 화재로 인한 연기처럼 보였다.

" 휴우, 젠장할.. 또 무슨 일이야. 쉴 시간을 안주네. "

" 저기는? 혹시 그 수호대라는 그 조직이 거주하는 곳이 아닐까요? "

" 뭐, 그렇겠지. 우리가 가보지 못했지만 말야. 하아, 빨리 대장님이 깨어나야 할텐데.. "

그런 춘봉의 말에 동굴 안쪽에서 누군가 대꾸했다.

" 무슨 일이지? "

묵직한 저음, 기척없이 어느새 자신의 뒷편에서 입을 연 사람은 바위였다.

" 대,대장님! 일어나셨군요! "

춘봉이 고개를 돌리자 홀쭉해진 얼굴과 하얗게 탈색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연기가 솓아오르는 곳을 보고 있는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 대장님, 눈이.. 눈이..? "

가장 먼저 춘봉의 시야를 장악한 것은 그런 바위의 커다란 키와 무심한 얼굴이 아닌 붉은색이 감도는 동공이었다. 막 티가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세히 보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동공은 마치 빨려들어갈듯이 빛이 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3 진실의 끝(2) +1 18.10.10 646 19 20쪽
112 진실의 끝(1) +1 18.10.09 651 17 19쪽
111 수복(修復)(4) +1 18.10.08 672 17 21쪽
110 수복(修復)(3) 18.10.06 618 21 22쪽
109 수복(修復)(2) +1 18.10.05 663 24 21쪽
108 수복(修復)(1) 18.10.04 681 19 20쪽
107 귀향(歸鄕)(5) 18.10.03 674 22 20쪽
106 귀향(歸鄕)(4) +1 18.10.02 657 25 20쪽
105 귀향(歸鄕)(3) +1 18.10.01 661 21 18쪽
104 귀향(歸鄕)(2) 18.09.29 677 22 21쪽
103 귀향(歸鄕)(1) +4 18.09.28 711 20 21쪽
102 벌크의 왕(6) +1 18.09.27 679 22 19쪽
101 벌크의 왕(5) +3 18.09.26 656 21 21쪽
100 벌크의 왕(4) +2 18.09.25 680 19 20쪽
99 벌크의 왕(3) +1 18.09.24 658 20 20쪽
98 벌크의 왕(2) +2 18.09.22 681 23 19쪽
97 벌크의 왕(1) +2 18.09.21 684 21 18쪽
96 구조작전(8) +1 18.09.20 692 21 18쪽
» 구조작전(7) +1 18.09.19 659 18 20쪽
94 구조작전(6) +1 18.09.18 684 17 19쪽
93 구조작전(5) +1 18.09.17 664 17 20쪽
92 구조작전(4) 18.09.15 676 17 19쪽
91 구조작전(3) +1 18.09.14 698 17 20쪽
90 구조작전(2) 18.09.13 714 18 20쪽
89 구조작전(1) +1 18.09.12 779 19 20쪽
88 The Gear(6) +1 18.09.11 725 17 20쪽
87 The Gear(5) +2 18.09.10 736 19 19쪽
86 The Gear(4) 18.09.08 753 15 21쪽
85 The Gear(3) +2 18.09.07 769 18 20쪽
84 The Gear(2) +4 18.09.06 755 17 2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