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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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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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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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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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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The Gear(4)

DUMMY

중국의 우주굴기는 90년대로 거슬어 올라간다. 미래 자원이 우주에 있다는 것을 필두로 수많은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미국, 러시아에 이어 3번째로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렸고 최근에 들어 우주정거장을 만드는 기술을 선보였다.

그 중심에는 중국국가항천국이라는 국가기관이 정책을 담당하고 CASC(중국 에어로스페이스 주식회사)라는 국영기업이 그 운용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 최대 미사일 무기 제조사이자 우주 업체인 중국 우주항공과학산업(CASIC)가 저궤도 위성 156개를 쏘아 전 지구를 커버하는 통신망을 구축할 것이라는 것은 하나의 소문이었다.

이 계획과 비슷한 일론 머스크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과 함께 그 첫발을 내디디지 못한채 표류중이었다.

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다르게 중국은 이미 The Gear 라는 프로젝트를 발빠르게 시행을 했지만 그 성공이 어느정도 가닥이 잡힌 상태에서 좀비사태가 터져 그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보를 얻은 누군가 그 프로젝트를 빼돌려 위성들을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사용을 했다.

이것은 만월회주가 알고 있는 미래의 한사건일뿐이었다. 그것도 일년이 지난 후에야 벌어지는 일.

회주 임나연은 그 The Gear 프로젝트를 간절히 원했다. 전세계를 아우리는 통신망과 데이터망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 무슨 댓가를 치루던 무조건 그 프로젝트를 가져와야 해요. 무조건··· "

그렇게 편성된 팀은 출발하고 얼마되지 않아 연락이 끊어졌다. 회주는 당황했지만 바로 후속조치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출발하게 된 바위일행은 지금 드디어 중국에 첫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바위일행의 목표는 실종자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 가방을 그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바위일행은 내륙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 고무보트로 선착장까지 이동을 했다. 이미 한번 주변정리를 한 모양인지 근처에 보이는 좀비들은 없었다.

하지만 반파된 선착장의 모습은 이 곳 역시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각자 물건들을 들고 보트에서 내린 바위일행을 잠시 쳐다본 선원이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보트를 돌려 함정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남겨진 네명은 조용히 주변을 둘러봤다.

"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좀비 한마리도 없네. "

사스가 기감을 펼쳐 살펴보고는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는 낯섦보다는 호기심에 눈빛을 빛냈다. 그녀의 아버지, 사장의 말로는 해외는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그녀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 바위였다.

" 조심하고 주변부터 살펴보자. 혹시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 "

바위가 그렇제 지시를 하며 발걸음을 뗐다. 그런 그를 따라 사스와 다희도 주변으로 흩어졌고 혼자 남은 춘봉은 바위를 따라갔다. 아무래도 그의 입장은 바위가 그나마 편했기 때문이었다. 괜히 나서다 죽거나 다치면 자신의 손해라는 것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곳 장수성 반단항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옌청시에 속해 있는 작은 도시였다. 한국의 일반적인 항구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보였지만 곳곳에 이국적인 풍경과 팻말, 간판등이 보였다.

바위는 부두를 건너 공판장으로 보이는 가건물을 지나 예전 사람들이 지나다녔을 법한 도로로 들어섰다. 항구 특유의 비린내가 풍기는 와중에 보이는 것은 치열한 삶의 욕구에 대한 흔적들이었다. 좀비들이 이미 쓸고간 그 지역은 대부분 난장판이었다. 일반적인 집과 각양각색의 건물, 이국적인 가게들은 대부분 반파되어 있었고 곳곳에 그려져 있는 핏자국들은 그 당시 상황을 상세히 말해주었다.

특이한 것은 생각보다 길거리나 연안에 널려있는 좀비나 인간의 시체가 많이 없다는 것이었다.

" 대장님. 여긴 사이퍼가 없었나 본데요? "

춘봉은 자신의 나이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분명히 적은 나이가 아님에도 바위를 대함에 있어 깍듯했다. 다른 대원들이 바위를 부를때 사용하는 대장이란 호칭을 편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바위는 그런 춘봉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꼼꼼히 살펴봤다. 바위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확실히.. 실종자들의 최종 목적지가 정주라고 했지? "

" 네. 대장님. "

" 그렇다면 그들이 어떻게 움직였을까? 걸어서? 이동수단? "

여기서 정주까지의 거리만 해도 육칠백키로미터가 넘었다. 길을 따라서 갔다면 그 거리는 더 길어진다. 그 실종자들 인원구성은 사이퍼와 과학자, 해커등이 섞여 있다고 했다. 그 말은 걸어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 일단 제 생각과 만월회의 의견을 취합해보면 두가지로 압축이 됩니다. 하나는 도로를 따라 차량으로 이동했을 상황과 다른 것은 배로 움직였을 가능성입니다. "

" 배? 이 근처에 내륙으로 들어가는 강이 있었나? "

바위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견이 나오자 춘봉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 네, 대장님. 이곳은 아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장강의 한 지류가 나타납니다. 그곳까지 이동을 한 뒤 배를 구해서 움직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 흠, 자동차로 움직이기에는 너무 위험해. 일반인들까지 함께 갔다면.. 그럼 배로 갔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겠군. "

춘봉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의견을 말할뿐, 모든 결정은 바위가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 면에서 바위는 좋은 지휘관이었다. 자신의 고집보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해서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고자 노력하는 편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바위가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무렵, 다희는 도시 안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어촌을 기반으로 둔 소규모 도시답게 높은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 가판대에 생선이나 건어물등을 팔았을 가게들이 많았고 그외에는 주택과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었다.

검은색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과 비슷한 쫄티와 바지를 입고 그 위에 코트를 걸친 채 긴 생머리를 살랑거리며 길거리를 걷고 있는 그녀는 마치 록스타처럼 보였다. 엉덩이 부근에서 덜렁거리는 막대기와 칼날은 혼자서 거리를 걷고 있는 그녀의 모습과 더불어 더욱 비현실적으로 만들었다.

다희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흥흥 거리는 콧소리를 내며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 뭐지? 처음보는 얼굴인데? "

" 조장, 아무래도 조심.. "

삼거리 중앙에 세워진 건물, 주변에서 가장 높은 오층짜리 건물의 옥상에 다희를 숨어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조그맣게 속삭이며 자신들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멀지만 확실히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모습을 드러내거나 판단을 내리지 않는 신중한 모습이었다. 마치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 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들의 이런 행위는 당연한 것이었다. 좀비가 쓸고 지나간 이 마을에 살아남아 겨우 명맥을 이어가는 입장에서 여자 혼자, 그것도 겉모기에 별다른 무기도 없이 당당하게 길거리를 걷고 있는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예전 비슷한 일을 겪은 전적이 있기에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었다.

" 조장 분위기가 그때 그 여자랑 비슷해. 괜히 건들이지 말고 지켜만 보자. "

다른 이의 말에 조장과 나머지 한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욱 자세를 낮추었다. 숨소리마저 죽인채 그녀가 지나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다희의 기감은 그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 그들이 엎드려 있는 옥상에 눈길을 준 다희는 몸을 날려 건물 외벽을 박차고 올라 순식간에 그들이 웅크리고 있는 옥상에 발을 내디뎠다.

척. 가벼운 착지소리에 웅크리고 있던 사내들이 고개를 돌렸다.

" 우아악! 마,마녀다! "

중국어를 알지 못하는 다희는 그 사내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좋은 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그녀였다.

촤르륵. 일단은 흔적을 찾기 위해 온 그녀는 그 목적을 잃지 않았지만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치는 사내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허리춤에 매인 검은색 철봉과 날카로운 칼날을 빼어들며 털듯이 펼쳐들었다. 그러자 그 철봉들이 일렬로 연결이 되며 마지막으로 거대한 칼날이 장착이 되었다. 길이만 삼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낫, 마치 저승을 인도하는 사신이 든 커다란 데스 사이드를 현실로 만든 것과 비슷했다.

실제로 그녀는 자신의 이 애병에 사신이라는 별칭을 달아주고 만족을 했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눈앞에 드러난 거대한 낫, 사신의 위용에 세명의 사내는 더 이상 도망치기를 포기했는지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그것은 그들로써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만약 도망친다면 본보기로 두놈을 토막치고 한놈만 데려갈 생각이었던 다희는 아쉬움인지 미련이 남은 얼굴로 사신을 휘둘러 바닥 콘크리트를 갈라내며 말했다.

" 따라와.. 도망쳐도.. 상관없어.. "

말은 통하지 않아도 그녀의 말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전달이 되었다.

그렇게 몸을 돌려 내려선 다희를 꽁무니를 오리새끼들처럼 졸졸 따라왔다. 그런 그 사내들의 표정은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그렇게 돌아와 일행과 합류한 다희와 달리 사스는 별다른 성과없이 귀환을 한 상태였다. 그런 다희에게 잘했다는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어 준 바위와 그런 다희를 죽일듯이 쏘아본 사스는 다시 흔적을 찾는다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런 사스를 뒤로하고 춘봉이 그 사내들에게 다가가 중국어로 몇가지 질문과 답변을 받았다. 그런 시간이 꽤 길어졌지만 바위는 재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보를 다 캐내었는지 춘봉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바위를 돌아봤다.

" 대장님. 그들의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들은.. "

춘봉이 이야기는 이랬다. 십수명의 인원이 이곳에 처음와서 한일은 주변 좀비들의 정리였다. 그리고 그렇게 후퇴로를 만들어놓고 이 도시를 수색했고 그들의 대장격인 션샤인이 그 사내 패거리와 조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싸움, 아니 일방적인 구타와 협박으로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하고 이동수단을 얻을 수 있었고 어디론가 길을 떠났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말을 들은 바위는 궁금함 것을 물었다.

" 왜 이곳에 좀비들이 없는거지? 그 시체들도 많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하군. "

바위의 의문을 들은 춘봉은 다시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고 그 답변을 말했다.

" 그건 처음에는 길거리를 가득 메울정도로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대부분의 좀비들이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것과 좀비시체들은 자신들이 조금씩 청소를 했다고 합니다. "

" 흠.. 그랬군. 이상한 점이 많지만 지금은 그것을 밝히기 보다는 임무가 우선이니, 우리도 그들이 떠난 방향으로 움직이자. "

그렇게 결정한 바위는 몸을 돌려 그들이 갔다는 방향으로 움직이려 했다. 그런 모습에 급히 춘봉이 물었다.

" 대장님. 이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생각입니까? "

그런 물음에 슬쩍 세 사내를 둘러본 바위가 대꾸했다.

" 그냥 놔줘. 이런 세상에서 여지껏 살아남았으니 그 보상정도는 해줘야지. "

" 네, 대장님. "

춘봉이 그들에게 중국어로 뭐라고 말하자 고개를 연신 쪼아리며 뭐라고 말한 사내들은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겨 바위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다희가 슬쩍 몸을 일으키자 바위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바위를 본 다희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사신을 접어 허리춤에 매며 바위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자신들의 목숨이 왔다갔다한지도 모른채 아지트로 숨어들고 있었다.

바위는 그들이 움직였다는 방향으로 몸을 옮기며 춘봉에게 물었다.

" 이 방향은 아까 네가 말했던 그 쪽이 맞는건가? "

" 네, 대장님. 이쪽으로 움직였다면 분명히 장강이 나옵니다. 그곳에서 배를 찾아 움직였다는 말이 됩니다. "

" 그렇군. 우리도 그들을 따라간다. "

" 네, 근데.. 아직 사스님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

" 신경쓰지마, 그녀는 우리가 어디에 있던지 찾아올 수 있으니까. "

그렇게 말한 바위는 그들이 말해준 방향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음을 걷는것 같았지만 그 속도는 경보하는 수준이었기에 춘봉은 더 이상 의문을 가지지 못한채 뛰듯이 따라붙을 수 밖에 없었다. 다희 역시 바위의 곁에 바짝 붙어 움직이고 있었다.

한편 사스는 어떻게라도 흔적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이 도시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고작 몇마리남은 좀비들과 어딘가에 숨어있는 인간들의 기척 몇개가 다였다. 그 인간들의 행색은 완전 거지꼴이나 다름이 없어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게 보였고 좀비들은 보이는 족족 썰어버렸다.

그러던 도중 흙길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일정하게 찍혀 있는 수많은 발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론가 많은 인간 혹은 좀비들이 이동한 흔적이었다. 사스는 고민을 했다.

이 발자국들을 따라가는냐, 돌아가서 바위와 합류를 하느냐. 사스가 고개를 들어 바위가 있던 곳에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서 뭉쳐있던 에너지가 이동을 하는지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정보를 찾았으리라. 그럼 자신도 그 다희년보다 더 큰 정보를 얻어야 했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 사스는 발자국이 향한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빠르게 정보를 얻은 뒤에 바위를 찾아가리라는 생각과 함께.


다펑구(대풍구)는 장수성 옌청시의 시할구로 부쪽 평원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은 중국의 가장 큰 소금 생산지 중 한곳으로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고 수 많은 국립공원으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인구는 대략 100만명이 안되는 곳이지만 그 크기는 서울, 경기도의 면적보다 넓었다.

사스는 그 발자국을 따라 한 시간이상을 달려 들어선 곳이 다펑시였다. 다행히 바위일행 역시 그녀와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북상중이었기에 그녀는 끝까지 발자국을 추적한 끝에 이 도시에 들어설 수 있었다.

예전에는 자연과 함께 잘 보존된 생태계등 환경을 간직했던 이 도시는 지금은 그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수많은 피를 보고 자극적인 경험을 한 그녀조차도 한순간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로 도시는 괴이했다.

" 이거.. 뭐야? "

도시는 온통 좀비들로 가득했다. 단지 그것만이 아니었다. 건물 외벽, 내부, 심지어 도로, 길가등에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이 도시의 일부분처럼 존재했다. 그것은 언뜻보기에는 거대한 번데기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그것의 외피는 인간의 내장처럼 꿈틀거리고 있었고 정맥과 동맥처럼 붉고 파란 핏줄들이 도드라져 있었다.

그건 마치 예전에 컴퓨터 게임에서 본적이 있는 스타크래프트의 저그라는 종족이 보여주는 그것과 유사했다. 아니 훨씬 더 징그럽고 생동감이 넘쳤다. 작은 것은 이삼미터의 크기부터 큰것은 수십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원초적인 거부감과 공포를 느끼게 했다. 마치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환공포증과 비슷했다. 본능적으로 저것은 인간의 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저 번데기, 고치에서 느껴지는 것은 분명히 에너지의 유동이었다.

그런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야트막한 동산의 한 나무위에 서있던 사스가 눈빛을 빛냈다. 그녀의 눈에 한 인간의 모습이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순식간에 몸을 날린 사스는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누구냐? "

중국어로 물어보는 그는 하얀색 가운을 걸쳐 마치 의사처럼 겉모습을 치장한 사내였다. 나이는 이십대중반, 적색 바코드가 이마에 박힌 사이퍼였다. 그 의사가운을 입은 사내는 사스가 자신의 앞에 갑작스레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놀라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호기심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그녀를 쓸어보는 사내였다.

사스의 겉모습, 위아래 몸에 달라붙는 재질의 검은색 쫄티와 레깅스는 충분히 사내들의 관심을 가질 정도로 섹시한 것은 객관적으로 맞았다. 하지만 그녀를 알고 있는 남자라면 그런 겉모습따위는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느 누구도 그녀를 훔쳐보거나 저렇게 위아래로 쓸어보지 못했다.

" 오호, 초능인이구나. 용케도 여기까지 왔네? 잘됐다. 안그래도 실험체가 떨어져서 아쉬었는데. 케케케.. "

하얀색 가운 외에는 제대로 씻지도 않은 얼굴에 옷도 거짓꼴인 그 사내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웃자 그 말의 뜻을 알 수 없는 사스도 마주 웃음지으며 말했다.

" 다행이네. 나도 흔적은 찾은거 맞겠지? 일단 데리고 가자. 일단은.. "

서로 웃음지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긴 그들은 곧바로 자신들의 장기를 선보였다.

" 잡아라! "

사내의 지시에 따라 사방에서 달려드는 좀비들. 그 사이로 섬뜩한 미소를 지은채 쌍칼을 빼어드는 사스. 그렇게 두명이 맞부딪혀갔다.

이미 좀비들과의 전투라면 수십, 수백번이 넘는 경험을 쌓은 사스의 전투형태는 특이했다. 역수로 쥔 쌍칼들은 마치 대형가위를 각각 떼어내어 길게 늘린것처럼 보였다. 근접전을 즐기는 그녀답게 두 발을 써서 중심을 무너뜨리고 쌍칼로 마무리하는 방식의 전투였다. 물론 일반인 눈에는 그녀의 동작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그녀 나름의 스타일을 완성한 듯 보였다.

콰직! 스팟! 다리가 부러짐과 동시에 중심이 무너진 좀비들의 대가리가 사방으로 날라다녔다. 좀비는 대가리가 잘린다고 완전히 죽는게 아니었기에 틈틈이 널려있는 좀비대가리를 발로 밟아터트리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사스였다.

" 저.. 저.. 이것도 받아봐라! "

그런 모습을 멍하니 넋놓고 구경하고 있던 의사가운의 사내는 퍼득 정신을 차리고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모습이었다.

뭔가 자신의 내부로 침투하는 것을 느낀 사스가 에너지를 모아 단숨에 그것을 튕겨내자 사내가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애초에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그는 얼굴이 헬쓱해졌다.

사스는 여전히 빠르게 좀비들의 숫자를 줄이면서 그 사내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치 넌 내가 찜했다는 듯이 집요한 시선이었다. 그런 것을 느낀 의사가운의 사내는 식은땀을 흘리며 서둘러 주변을 살펴봤다.

' 젠장.. 오늘따라 너무 멀리까지 나왔네. 경비대 새끼들은 이럴때는 보이지도 않고··· 좆됐다. '

그렇게 사방을 둘러보며 눈알을 굴리는 사내를 보며 사스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 넌 도망 못가. 이미 네 에너지 패턴을 기억해놨어. 어디 5단계에도 발을 못디딘 좀만이가 감히 덤벼? "

사스는 상대가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순간, 이미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을 했다. 그런 것들을 가르쳐 준 것도 바위였지만 이미 그녀는 바위와 자신이 한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다.

사스는 그 의사가운이 도망을 치려는 낌새를 느끼자 달려드는 좀비들을 무시한채 그 사내를 덮쳐갔다. 사내는 위기를 느끼고 바닥을 굴러 간신히 그녀의 칼날을 피하면서 외쳤다.

" 씨..발년이.. 디질뻔했네.. 이크.. "

몸을 굴려 간신히 피한 그 사내를 따라가며 발로 밟아 팔을 부러뜨리려는 공격을 간신히 또 피했다.

사스의 목적은 그 사내를 살려서 데려가는 것이지 죽이는 것이 아니었기에 팔이나 다리를 잘라서 무력화시킬 생각을 공격을 했기에 간신히 피할 수 있었던 의사가운의 사내였다. 첨부터 죽일 생각이었다면 첫번째 공격에 머리아 몸이 서로를 마주보며 인사를 했을 것이었다.

콰득! 하지만 그 운도 두번의 공격을 피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화가 난 사스가 빠르게 몸통을 밟아 갈비뼈와 함께 내장을 터트린 것이었다.

" 커억! 이..런, 젠장할.. "

그리고 그 대가리를 싸커킥으로 차서 기절인지 죽었는지 모를 정도로 가격을 한 사스는 달려드는 좀비를 걷아차고는 쓰러진 사내를 집어들고 바위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를 따라오는 좀비들은 괴성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쫒아왔지만 속도강화 사이퍼인 그녀가 진심으로 달리자 서서이 멀어지며 종내에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그렇게 달리는 와중에 사스는 자신의 손에 들려서 인형처럼 흔들리는 그 사내를 힐끔 쳐다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 사내를 데려가면 분명히 바위가 자신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주리라는 상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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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구조작전(3) +1 18.09.14 698 17 20쪽
90 구조작전(2) 18.09.13 714 18 20쪽
89 구조작전(1) +1 18.09.12 779 19 20쪽
88 The Gear(6) +1 18.09.11 725 17 20쪽
87 The Gear(5) +2 18.09.10 736 19 19쪽
» The Gear(4) 18.09.08 753 15 21쪽
85 The Gear(3) +2 18.09.07 769 18 20쪽
84 The Gear(2) +4 18.09.06 755 17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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