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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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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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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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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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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귀향(歸鄕)(1)

DUMMY

구미시. 경북 중서부에 위치한 이곳은 70년대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내륙 수출산업단지롤 보유한 도시로 발전한 곳이다. 박정희 전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도 많이 알려진 이 도시는 초기 대구에서 발생한 좀비사태에 휩쓸려 가장 빨리 좀비화된 도시 중 하나였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지나는 도시로 90년대 이후로 급격히 발전되기 시작해 현재는 오십만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큰도시로 성장하였다. 인구가 많다는 말은 바꿔말하면 좀비들의 규모도 크다는 말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인구 백만이상의 광역시 수복에 총력을 다하고 있거나, 특정 기반시설이 위치한 곳을 위주로 병력을 배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구미와 같은 도시들은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방치된 구미시로 한명의 인간이 진입하고 있었다.

칠흑같은 검은색 드레스를 걸치고 긴머리를 휘날리며 몽롱하면서 차가운 얼굴을 가진 그녀, 다크가 맨발로 아스팔트 도로를 밟으며 고속도로 톨케이트를 지나고 있었다.

그녀는 반쯤 파괴된 톨게이트 위에 적혀있는 구미라는 글자를 올려다보고는 흐릿한 미소를 짓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의 고향에 오랜시간이 걸려 도착한 다크는 늦은 저녁 적막과 어둠에 휩싸여 있는 도시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기억과 너무 달라진 풍경에 당장 방향을 잡기 힘든 모습이었다.

잠시 주춤하던 다크는 결심을 한듯 한쪽으로 방향을 잡고 도시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인물들이 있었다.

" 대우형님. 저 여자, 막든지 경고를 하든지 해야하는거 아닙니까? "

" .. 흠. 글쎄.. "

" 아니, 형님! 저러다 좀비 밥이 되던지, 그 새끼들한테 잡혀서 노리개로 전락할.. "

대우라고 불린 사내는 거친 삶을 살아왔는지 전신에 생활형 근육과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남자로 자신의 옆에서 재촉하는 동생, 이석찬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둘다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고 나름 무장이라고 알루미늄 배트와 플라스틱 재질의 가림막, 방패를 들고 있었다.

알루미늄 배트는 그동안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생존해 왔는지 보여주는 듯, 군데군데 변색된 핏자국과 채액들이 굳어 있는 모습이었다. 플라스틱 방패는 그나마 깨끗한 상태가 구한지 얼마되지 않은듯 보였다.

" 석찬아. 우리가 이 지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았지? "

" 네? 그거야.. 오래 돼죠. 아마.. "

석찬은 대우의 질문에 뭔가를 생각하듯 고개를 들어 손을 꼽아 세어봤지만 이내 포기한듯 대꾸했다.

" 우리가 이제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강해서 일까? 아님 운이 좋아서 일까? 아니면.. "

" 휴우, 형님. 운이 좋은 놈은 초반에 뒤지거나 좀비가 된 놈들이죠. 우린 재수가 없어서 살아남은거 아닙니까. "

" 여튼, 자식아.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잖아. 긍정적으로 좀 생각해라. "

퍽, 대우가 투덜대는 석찬이의 뒤통수를 냅다 후리치면서 눈을 부라렸다.

" 아, 왜요.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저 여자 어쩌실꺼에요. 그냥 쌩까요? "

" 그니까,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 중 하나가 눈치라는 거지. 눈치. "

" 근데요? "

석찬이 퉁명스럽게 묻는다. 아무래도 방금 얻어맞은 뒤통수의 원한이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 내 촉이 저 여자는 건들이면 안된다고 왔거든.. 더군다나 저 여자가 어디로 들어왔냐? "

" 고속도로 톨케이트.. 그러네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요? 딱 봐도 제정신은 아닌것 같던데.. "

지금 경부고속도로는 난장판이었다. 초기 좀비사태때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장소와 밀폐된 장소였는데, 고속도로는 하나의 밀폐된 장소였다.

수많은 자동차들이 난입한 좀비들로 인해 연쇄충돌이 발생하고 그 차들로 인해 도로가 막히면서 고속도로 전체가 아비규환으로 변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나마 도시와 가까이에 있던 고속도로위에서는 발로 뛰어 도망쳐 나올 수 있었을지 몰라도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예전에 석찬도 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이나 안전한 도시로 이동하고자 시도를 해봤지만 얼마못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막힌 고속도로 곳곳에서 돌아다니는 좀비들은 도시안보다 더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곳을 뚫고 체육복등 활동복이 아닌 저 거추장스런 드레스를 입고 맨발로 지나왔다?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 .. 뭘까요? "

" 글쎄. 그 송정동에 있다는 초능력자들과 같은 그런 부류인가? "

" 아! 그럴수도.. 근데 들리는 소문에는 그 초능력자 개인이 좀비 대여섯마리는 상대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협력을 해야 된다고 하던데요? 더군다나 그 새끼들 하는 짓거리는.. "

" 됐다. 누구나 힘을 가지면 한번 써보고 싶고 다른이를 내려다보려고 하는게 인간아니냐. 우린 살아남기에 급급한 상황이고.. "

석찬은 대우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약자의 입장에서 갑질과 힘의 원리에 따른 폭력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예전 법이 살아있고 사회질서가 있을땐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의 한 종류였다.

" 대우형님. 그나저나 저 여자 도심으로 들거는거 맞죠? "

구미시는 크게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분류가 되어 있다. 예전부터 쭉 성장해온 구시가지는 주로 주택주거, 행정, 유흥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신시가지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주로 주거지대가 주를 이루는 형태였다.

물론 지금은 그것을 나누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고 어지럽혀져 있었지만 살아남은 인원들은 각자 뭉쳐 모임을 만들거나 세력들을 이뤄 꿋꿋이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 그래. 저 방향이면.. 그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지. "

" 괜찮을까요? 하긴 내가 신경을 쓴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큭. "

석찬의 말은 틀린게 하나도 없었다. 지금 같은 시대에서는 제코가 석자였다.

" 뭐,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냐.. 빨랑 식량이나 물자를 구해서 돌아가자. "

" 네.. "

그렇게 그 둘은 애초 목표였던 톨케이트 관리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이내 방금 본 그녀에 대한 생각은 머리속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다크는 오랜만에 즐거운 기분이었다. 어두운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어둠은 자신에게 너무 친숙하고 가까운 것들이었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고향에 도착을 했고 길거리를 걸으며 예전 생각이 조금씩 퍼즐처럼 맞춰지는 느낌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 흥, 흐흥, 흥. "

가벼운 콧소리가 절로 새어나왔다. 다크의 눈은 어둡고 서늘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녀의 정신은 예전 추억속 거리를 걷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즐거운 기분을 깨뜨리는 존재들이 그녀의 시야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크롸앗! 크아악! 언제 들어도 적응되지 않는 괴성과 함께 나타난 것은 좀비무리들. 이곳의 좀비무리는 수십, 수백마리씩 뭉쳐다니지 않고 있었다.

방금 나타난 무리들도 열댓마리. 그것도 뭉쳐서 다니는것이 아니라 그녀의 인기척을 듣고 사방에서 모습을 보인 것들이었다.

순간 다크의 기분이 축 내려앉았다. 자신의 즐거운 상념을 방해한 것들에 대한 분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촤라락.. 그녀를 중심으로 어둠이 몸을 일으켰다. 검은 드레스가 늘어나 사방을 뒤덮는 듯한 광경이었다.

꽈드드득! 콰직! 어둠에 잠긴 좀비무리들의 괴성은 들리지 않고 무언가 분쇄되고 갈리는 소음들이 들려왔다. 마치 믹서기에 단단한 무언가를 넣고 돌리는 듯한 소음. 그리고 어둠이 물러나고 드러난 정경에는 좀비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지 그 자리에 핏물과 예전 좀비였던 무언가의 시뻘건 덩어리만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쓰레기를 치운 다크는 다시 길을 걸었다. 분명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이 골목 어딘가에 자신이 살았던 집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곳에 도착하면 자신의 가족, 동생, 친구들을 만나 예전의 추억들을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다시 즐거움이 치솟아 올랐다.

그렇게 그녀가 지나온 자리는 온통 비린내나는 피웅덩이와 시뻘건 고기덩어리만 남겨져 있었다. 그녀가 지나온 길을 따라 수백개가 넘는.

다크는 기억을 더듬어 한 주택 앞에 걸음을 멈춰섰다. 자신이 어릴때 뛰어놀던 그 골목과 파란색 대문, 자신의 집이 맞았다. 흥얼거리는 다크는 예전처럼 초인종을 눌렀다.

달칵, 달칵. 예전에 초인종을 누르면 집안에서 희미하게 띵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은 그저 고장난 초인종의 버튼소리뿐이었다.

아, 고장났나 보구나. 그렇게 판단한 다크는 손을들어 대문을 밀었다.

철컹. 손쉽게 대문이 열린다. 또 엄마가 대문을 안잠그고 나갔구나. 종종 있는 일이었기에 그러려니 한 다크는 고개를 들어 대문안 주택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길게 자란 잡초들 사이로 예전에 텃밭을 만든다며 고추랑 상추등을 심어 놓은 앞마당이 보인다. 그리고 돌계단 위로 나의 집 정문과 2층 주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주택의 창문은 이곳저곳 깨져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예전과 다름없이 보였고 여기저기 묻어 있는 핏자국은 아예 보이지도 않는지 자연스럽게 정문을 향해 걸어가는 그녀였다.

다크는 자연스럽게 말라비틀어진 화분중 하나를 들어올리며 무언가를 찾았다.

" 어, 열쇠가 어딨지? 여기가 맞는데.. 히잉. "

그러면서 정문을 열어본다. 삐그덕거리는 경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아, 문까지 열어놓고 다니네.. 엄마도 참..

다크는 문을 열고 여느때처럼 집안으로 들어섰다. 집안은 난장판이었다. 누가 들어와서 한바탕 뒤집고 간듯 세간살이들이 바닥을 내팽개쳐져 있었고 그위로 먼지가 소복히 내려앉아 있었다.

" 아, 진짜 청소도 안하고.. 어디간거야? 치잇. 딸내미가 내려왔는데.. "

옛집을 둘러보다 벽의 한면을 장식하고 있는 커다란 액자에 시선이 꽂혔다. 평범한 가족 사진이었다.

왜인지 눈물이 나려고 한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인가? 한동안 그 사진을 바라본 다크는 걸음을 옮겨 이층으로 올라섰다.

이층에 자신과 동생의 방이 있다. 동생은 오늘도 늦을 것이 분명했다. 말괄량이에다가 친구를 그렇게 좋아해서 놀다 저녁늦게 돌아오기 일쑤였으니까.

그렇게 스스로 생각을 마친 다크는 이층 오른쪽에 있는 자신의 방문앞에 섰다. 문앞에 걸린 조금만 팻말, 임미나의 방. 자신의 이름이었다. 예전 생각이 떠오르며 비뚤어진 팻말을 조심스럽게 고쳐걸고 문을 열었다.

조그만 방, 하지만 자신의 추억이 길들어 있는 나만의 방이 보였다. 역시 엉망이었지만 크게 변한건 보이지 않았다. 침대하나, 책상하나 그리고 조금만 책장과 그곳에 꽂혀 있는 책들. 창문 앞에 걸린 핑크빛 커텐도 그대로다.

" 나.. 돌아왔어. 엄마. "

다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에 스르르 몸을 눕히며 길고 긴 시간동안 정말 오랜만에 달콤한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 정말이라니까요. 지금 송정동 2번 골목에 수백개의 핏덩어리들이 널려 있다니까요. "

" 그래서, 그게 뭔데? 그게 좀비시체라는 말이야 뭐야? "

부하의 보고를 듣고 있는 사내, 송일섭은 눈가를 찌푸린채 되물었다. 그런 송일섭의 이마에는 푸른색 바코드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 흐음.. 그게.. 맞아. 그 산업단지를 점거하고 있는 신세계 패거리들이 몰래 들어온거 아닐까요? "

" 뭐? 걔들이 왜? 그냥 와서 좀비들을 핏덩이로 만들고 돌아갔다는 거야? 멍청한 새꺄! "

" 그게 아니면··· "

" 아니면 뭐? 하아.. 씨발 됐다. 꺼져. "

이마를 짚으며 멍청한 부하에게 손짓으로 나가라고 하자 급히 몸을 빼는 그였다. 여기 더 있다가 잘못하면 맞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때문이었다.

" 안그래도 그 신세계진 십새끼진 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씨발, 제대로 된 새끼가 하나도 없어. 어떻게.. "

그렇게 중얼거리는 송일섭의 방으로 누군가 찾아왔다.

" 어이, 일섭이 뭐가 그리 혼자 심각해? "

들어온 사내, 사이퍼는 동료 노태욱이었다. 오늘도 여전히 뒤로 달고 오는 것은 자칭 어둠의 요정이라 부르는 레이쓰였다. 원소계인 자신에 비해 높은 번호대인 그는 항상 자신을 깔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앙숙인 둘은 데면데면한 사이임에도 같은 조직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겉으로는 무난히 지내는 편이었다.

" 뭐? 별거아냐. 신경쓰지마. "

" 진짜 별거 아냐? 수백마리 좀비가 몰살당했는데? "

하, 이 새끼 다 알고 왔구나.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더욱 아니꼬운 시선으로 노태욱과 그 뒷편에 유령처럼 떠 있는 소환수 레이쓰를 쓸어보며 되물었다.

" 알고 있네. 그래서? 뭐 정보라도 있어? "

" 글쎄.. "

" ··· 뭐냐, 없으면 꺼져. "

뭔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듯이 미묘하게 말꼬리를 늘이며 내 눈치를 보는 노태욱에게서 고개를 돌리며 단호하게 축객령을 내렸다. 이 새끼랑 역여서 좋을게 없다는 것은 이미 몇번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태욱은 유들거리며 포기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 워, 워. 요즘 너무 격무에 시달리나봐. 왜 그렇게 공격적이야. 사람말은 끝까지 들어봐야지. "

" .. 말해봐. 또 뭔데? "

" 어제 새로운 사이퍼가 구미에 들어왔다나봐. 그래서 그 경로를 따라 수색을 해봤지. 근데 한 가정집에서 그 흔적이 끊어져 있었고 말이지. "

노태욱의 의도는 뻔했다.

실제로 사이퍼들이 구미로 오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가까운 김천, 칠곡, 의성, 군위, 상주등에서 무리를 이끌고 구미로 찾아오는 사이퍼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이곳까지 온다.

대구가 더 큰 도시였지만 애초에 첫 좀비사태의 진원지이기도 했고 그곳은 신세계의 한지파가 완전히 자리를 완벽히 잡고 있어 파고들 틈새가 없어 핀치에 몰린 사이퍼들이 가까운 구미까지 오는 경우가 많았다. 혹은 같은 사이퍼들간의 권력타툼으로 밀려난 자들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웃긴 이야기였다. 서로 힘을 합쳐 살아남아도 모자를 판에 권력다툼이라니. 하긴 여기도 만만치 않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송일섭은 눈썹을 좁혔다.

" 너희 타격대에 일손, 아니 사이퍼가 조금 모자라다며? 혼자 이곳까지 온것 같은데 너희가 포섭하면 되겠네. 흐흐흐. "

이곳 구미의 세력구도는 사이퍼들이 뭉쳐 만든 방위본부가 존재하고 그 아래 여러개의 타격대가 운용중이었다. 그들의 대적자들은 구미 산업단지에 거점을 둔 신세계 일파였고 그런 그들과 매일같이 으르렁대고 있는 실정이었다.

각 타격대는 독립적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각자 식구들을 보호하고 챙기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송일섭이 대주로 있는 타격대는 불과 세명의 사이퍼만 존재했고 수백명의 식구들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물론 방위본부에서 일정 지원이 나왔지만 그것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었다.

자신들 타격대는 일정 물자를 본부에 상납해야 했고 그 중 일부를 지원이라는 명목하에 다시 내려보내주는 웃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조삼모사를 알면서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은 본부의 부장이 어딘가에 자기만의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었고 부장 자신도 능력있는 사이퍼였기 때문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현 정부의 중요인사와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일뿐이었다.

그런 와중에 한명의 사이퍼라도 영입이 급한 송일섭의 마음을 간파한 노태욱이 은근히 제안을 해왔다.

" 그 사이퍼의 위치를 알려주지. 그때 말한 것만 들어주면 말이지. "

그 말에 송일섭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 이.. 발정난 새끼. 너희 식구들을 위한다고 위안부를 만들더니 우리 식구들까지 노려? 빨리 안꺼져! "

노태욱은 타격대는 식구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도 대부분 젊은 여자들. 노태욱은 모든 인원들이 평등하게 작업을 하던, 위험을 감수하면서 식량을 구하던, 좀비와 싸움을 하던지 하길 원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일반인들이 죽어나갔다.

결국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꼬드겨 위안부를 만들어 전장에 나서는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도록 강요했다. 비이상적인 발상과 행위였음에도 노태욱의 타격대는 그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무력이 다른 타격대에 비해 월등히 높아져 갔다.

싸울 수 있는 젊은 남자들은 노태욱의 타격대에 들어가길 원했고 사이퍼들도 그런 그의 타격대를 더 선호했다. 도덕과 법이 사라진 시대에서 여성의 지위는 바닥을 칠 수 밖에 없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노인과 어린아이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일부 남성들은 그런 여성들을 보며 외쳤다.

" 왜? 너희들이 페미니즘을 외치며 평등을 말했고 그 결과대로 이루어졌으니 불평하지 말아라! 아님 우리와 같이 전장에서 좀비들과 싸우자! "

하지만 송일섭의 생각은 달랐다. 인간의 성별, 나이, 능력에 따라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소신에 따라 식구들을 관리했다. 그 덕에 일반인들 중 약자들은 그런 송일섭의 아래로 많이 들어왔고 타격대 중 식구가 가장 많은 곳이 되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노태욱이 관리하던 식구들 중 여성들이 탈퇴해 송일섭의 타격대로 옮겨갔고 그것은 곧 노태욱 타격대의 반발로 이어졌다. 그 이후 본부에서 중재를 통해 더 이상의 식구간 다툼을 없애고자 타격대를 옮기는 행위를 제한했지만 이미 많은 여성들을 잃은 노태욱은 이를 갈며 송일섭에게 꾸준히 요청하고 있었다.

그 결과 지금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송일섭은 노태욱을 죽일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런 그의 살기에 반응하듯 레이쓰의 시커먼 몸뚱아리가 허공을 유영하듯 날아와 노태욱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를 뿌드득 간 송일섭은 다시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딴 사이퍼는 없어도 상관없으니 꺼져. 다시는 내앞에 그딴 말을 들고 나타나지 마라. 이건 경고다. "

" 흐흐, 과연 그럴까? 하루에 한끼도 먹기 힘든 상황인데도? 하나둘씩 굶어죽어도 상관없다는 거냐? 잘 생각해보라고 친구. 크크크.. "

노태욱이 말한 것들은 사실이었다. 점점 줄어드는 식량과 물자들은 자신의 식구들을 힘들게 하고 있었고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무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노태욱에게 식구를 넘기지 않겠다는 듯이 두눈을 부라리며 쏘아보자 노태욱은 어깨를 으쓱하며 돌아서며 말했다.

" 그럼 맘 바뀌면 연락해. 크큭, 그 사이퍼는 내가 만나볼테니 말야. 아하하하. "

의도적인 비웃음과 호쾌함을 가장한 큰 웃음에 주먹을 꽉쥔 송일섭은 한참을 그가 나간 문을 쏘아보며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수 밖에 없었다.

그런 노태욱이 사라지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후에 한 여자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오빠, 괜찮아? 노대주가 다녀갔던데.. 또 그 이야기였어? "

" 으음. 이나야. 하아.. 아냐. 걱정하지마.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꺼야. "

" 물론 오빠를 믿어. 하지만 요즘 너무 무리하고 있어. 좀 여유를 찾아. 응? "

그렇게 말하며 가만히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이나를 보며 문득 생각나듯 송일섭이 물었다.

" 요즘 몸은 좀 어때? 장모님은 잘 계시지? "

" 아이. 오빠는.. 아직 우린 결혼도 안했는데, 장모님이라니. "

" 하하, 왜그래. 우리 아이도 열심히 자라고 있는데. 그깟 결혼식이 대수야. "

그렇게 말하며 다가선 송일섭이 이나의 아랫배를 살짝 쓰다듬으며 나직히 말을 이었다.

" 언제든지 힘이 들거나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 이나야, 알았지? "

" 알았어. 오빠도 힘내! "

그런 그녀의 조근한 말투에서 다시 정신을 차린 송일섭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충전할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 아내이자 영혼의 동반자인 임이나는 그런 존재이자 자신에게 삶의 희망이 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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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The Gear(6) +1 18.09.11 725 17 20쪽
87 The Gear(5) +2 18.09.10 735 19 19쪽
86 The Gear(4) 18.09.08 752 15 21쪽
85 The Gear(3) +2 18.09.07 768 18 20쪽
84 The Gear(2) +4 18.09.06 754 17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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