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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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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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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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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9.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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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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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글자
21쪽

귀향(歸鄕)(2)

DUMMY

아침 햇살이 창문을 타고 넘어와 따뜻하게 전신을 감싸주고 있었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숙면을 취한 다크는 알몸인 상태로 천천히 몸을 일으켜 두눈을 비비고 깜빡이며 다시 주변을 돌아봤다.

어둠속에서 느낀 자신의 주변과 지금 느끼는 것들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완전히 몸을 일으킨 그녀의 알몸을 감싸듯이 어둠이 몰려와 드레스를 만들었다. 이젠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더 쉽게 능력을 발휘하는 다크였다.

따가운 아침 햇살을 맞으며 한참을 서 있던 다크는 몸을 돌려 1층으로 내려갔다. 배가 고팠다.

서울에서 구미까지 내려오는 시간동안 그녀는 차안에 버려진 간식들, 혹은 휴게소에 들러 상하지 않은 음식들을 먹으며 왔다. 오랜시간에 걸쳐서 그렇게.

그 동안 다크는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검정색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땅을 딛지 않고 자연스럽게 떠다니고 있었다. 밤에 봤다면 귀신이라고 외쳤을 모습이지만 햇빛이 들어오는 낮엔 그런 그녀를 신비롭게 해주었다.

1층 바닥에는 온갖 잡동사니부터 깨친 유리조각, 나무조각등이 굴러다니고 있어 신발이 없는 그녀가 위험할 수 있었지만 애초 사이퍼의 내구성과 그녀의 능력을 생각하면 기우에 불과했다.

1층에 내려선 다크는 이전과 달라진 모습에 멍하니 돌아보다 문득 예전 부모님방문을 열었다.

그 방안에는 말라비틀어진 시체가 바닥에 엎어져 있었고 방안은 온통 핏칠갑되어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스멀스멀. 다크의 드레스가 길어지며 시체를 들어올렸다. 애초 좀비상태였던지 젊은 남자의 일그러진 얼굴과 벌어져 있는 입, 반쯤 함몰된 두개골이 주요사인처럼 보인다.

" 아니구나. "

파스스스.. 어둠이 그 시체를 감싸 한줌의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주방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아, 그때 기억이 한가지 떠올려졌다.

" 찬장 구석, 비밀공간에 항상 우리가 사탕을 숨겨놓았었지. 헤헤.. "

어둠이 천장이 머리에 닿을정도로 그녀를 받쳐 올려주자 찬장의 위쪽 사각지대가 보였다. 그곳에 빼꼼보이는 사탕봉지를 꺼내들자 다크는 기쁜 얼굴이 되었다.

그렇게 사탕하나를 까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하자 금세 기분이 좋아졌는지 다크의 우울했던 표정이 풀렸다.

그때, 대문쪽에서 웅성대는 인기척이 들리며 끼이익 소리와 함께 누군가 집으로 들어섰다. 손바닥만한 마당에 들어선 인원들은 숨을 죽이는 와중에 대표격인 인물이 나서며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 계십니까! 우린 구미를 지키고 있는 방위본부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

다크는 고개를 꺄웃하며 오랜만에 들린 인간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천천히 정문으로 향했다.

마당에는 여섯명의 사내들이 늘어서 있었다. 덩치가 있는 사내들로 인해 마당은 꽉 차보였고 각기 나름의 무장을 한 모습은 살벌하게 느껴지는 모습들이었다. 어딜가나 저 정도의 장비는 필수가 된 세상이었다.

끼익. 정문이 천천히 열리며 다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사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창백한 피부, 바람이 없음에도 휘날리는 새카만 드레스와 긴 머리카락. 어둠의 요정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그녀는 계단위에서 말없이 내려다보자, 대표로 나선 사내가 더듬거리며 자신들의 목적을 말하기 시작했다.

" 어.. 그게.. 괜찮으시다면 저희쪽에서 초대를.. 그러니까, 잠시 이야기를 하고자.. "

그들의 의도는 명확했고 다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어짜피 구미를 한번 돌아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혹시라도 그곳에 동생이나 부모님이 계실지도 모르니까.

그것이 승낙의 의미라는 것을 깨달은 사내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나섰다.

" 그럼, 따라오시면 됩니다. "

애초 이 사내들은 그녀가 사이퍼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최대한 무례를 범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행동했고 그것이 그들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다크가 사탕을 우물거리며 맨발로 사내의 뒤를 따라나서자 그 주변을 감싸며 경호인지 감시인지 모를 형태로 그녀를 따라 움직이는 사내들이었다.

" 야, 존나 이쁘네.. 초능력자가 이렇게 이쁘면 반칙아니냐. "

" 쉿, 조용히 해, 새꺄. 들리겠다. "

" 크흐흐, 뭐 어때. 어짜피 우리들 품안에 들어온거나 마찬가진데. "

뒤쪽에서 따라붙는 사내둘이 귓속말로 소근거리며 대화를 나누었다.

" 우리까지 기회가 올까? 무리겠지? 저렇게 이쁜 초능력자면 대주가 독차지하겠지? "

" 뭐, 그렇겠지. 씨바, 왜 나한테 초능력을 안주는 거야. 망할 세상! "

" 크, 미친놈. 너한테 초능력이 주어졌으면 지금쯤 세상은 망했겠다. 새꺄. "

자신들의 대화에도 다크가 별반응이 없자 이젠 아예 대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시청이 보이는 곳까지 오자 길을 막아선 바리케이트가 존재했다. 그 옆으로는 높은 컨테이너를 쌓아 인도와 도로를 완전히 막아놓은 상태였다. 딱봐도 좀비들의 습격을 위한것임이 분명했다.

" 어어! 너희 아까전에 나가지 않았냐? 왜 이렇게 빨리.. "

바리케이트 뒤쪽에서 소총을 든 남자 두명이 모습을 보이며 아는채를 했다. 본부소속 경비대였고 자신들과 소속이 다른 이들이지만 평소에 제법 친하게 지내는 듯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 같이.. 있는 여자는 첨보는데..? "

" 어, 이번에 구미로 오신 사이퍼님이시다. 우리가 설득해서 데려왔어. 빨랑 문이나 열어줘. "

그 경비병들은 입맛을 다시며 바리케이트를 치울 수 밖에 없었다. 이 곳의 규칙상 가장 먼저 컨택한 이들에게 협상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열린 바리케이트를 통과해 경비대원들을 스쳐지나가는 다크의 신비로운 모습에 얼빠진듯 쳐다본 그들은 그녀가 한 건물안으로 사라질때까지 쳐다보았다.

" 뭐가 저리··· "

" 우와, 사람 맞나? "

" 휴우, 근데 불쌍하게 됐네. 젤 질이 안좋은 타격대에 걸렸으니 말야. 쯧. "

" 그래도 사이펀데, 막 다루기야 하겠어? "

그렇게 자기들만의 대화를 나눈 그들은 다시 바리케이트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며 지루한 경비업무에 복귀를 했고 작은 해프닝은 그렇게 끝이 났다.


" 아, 이분이신가? "

" 네, 대주님. "

시청 근처의 빌딩. 이 십층 높이의 건물은 예전 어느 기업의 본사였는지 접대실로 사용되는 방은 제법 잘 꾸며져 있었다. 이후에 꾸준히 관리를 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이는 이 접대실에 다크가 안내되어 왔다.

잠시후 들어선 사내, 노태욱은 다크의 모습에 흠칫했지만 노련하게 표정을 수습하며 말을 건내오고 있었다.

" 어서오십시오. 하하하.. 반갑습니다. 전 노태욱이라 합니다. "

노태욱은 다크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압박감과 이마에 박힌 파란색 바코드를 훔쳐보며 인사를 건냈다. 그런 노태욱을 힐끗 본 다크는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크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고심을 하고 있는 노태욱은 내심 부하들에게 욕을 하고 있었다.

' 이 망할 새끼들.. 눈깔들이 어떻게 됐나. 딱봐도 엄청난 강자의 포스잖아. '

사이퍼인 자신이기에 느낄 수 있는 그녀의 기세에 예전처럼 허세를 부릴 여유가 없는 노태욱은 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는 비서에게 시선을 돌리며 아차하는 표정이었다.

평소 손님이 오면 저렇게 거의 헐벗다시피 해서 차를 준비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이었다. 그렇게 함으로 상대의 시선과 평점심을 분산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대화를 이끌어나가려는 편법이었지만 지금같이 여자손님의 경우는 그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비키니가 더 많이 가려줄 정도로 헐벗은 여인은 접대실에 앉아 있는 다크를 보며 흠칫했지만 예정대로 차를 놓고는 노태욱의 눈짓에 빠르게 방을 나섰다.

다크는 그런 일련의 상황을 보고도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아니 관심이 없다는 게 정확했다.

우물우물.. 자신의 앞 탁자에 놓인 차를 쳐다보지도 않은채 사탕만 빨고 있는 다크를 신중히 바라보던 노태욱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 혹시 머물곳이 없다면.. 우리와 같이.. "

" 임이나. 찾고 있어. 저거 네꺼야? "

갑작스런 대꾸와 노태욱의 뒤에서 둥실 떠있는 레이쓰를 보며 묻는 다크였다.

" 아, 내 능력인데.. 누굴 찾는다고? "

노태욱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않고 있었다. 확실히 강자의 포스가 느껴졌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더 이상 존대를 해주지 않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강해봤자 사이퍼가 다섯이나 있는 자신의 타격대의 무력을 믿고 있었기에 조금 더 강하게 나갈 작정인듯 보였다.

" 귀엽네. 내가 찾는 사람, 이름은 임이나. 내동생이야. "

다크는 레이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다시 대답을 해주었다.

자신의 능력과 비슷한 검은색 유령의 레이스가 그녀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이젠 적응이 됐는지 한숨을 쉬며 노태욱이 강하게 말했다.

" 하아, 일단 당신 소개부터 하고,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당신을 도울꺼 아냐. 그렇게 일방적으로.. "

" 다크, 내 이름은 다크야. 그리고 질문은 내가 해. 넌 약해, 내 대답을 들을 자격이 없어. "

빠득, 그런 직설적인 말에 이를 간 노태욱은 노려보듯이 다크를 쳐다봤다.

" 네가 강하다는 건 알지만.. 우리의 힘을 무시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말야. "

노태욱이 의자 옆에 놓인 버튼을 누르자 사내들이 우루루 몰려 들어왔다. 노태욱의 타격대 소속 사이퍼들이었다. 노태욱까지 합쳐 여섯이나 되는 남자들에게 포위당한 다크는 여전히 표정변화가 없는 상태였다.

그때, 복도쪽에서 소란스런 소음이 들리며 한 남자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 노태욱! 또 다시 그런일을 벌이는 것이야? "

소란스럽게 복도를 울리는 누군가를 말리는 몸싸움과 고함소리가 접대실까지 들려왔다.

" 이런 젠장, 송일섭. 이 새끼 방해를.. "

같은 건물에 공존하고 있는 두 타격대는 서로 불가침이 정석이었지만 때때로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렇게 사람을 상대하는 방식이 다를때는 그런 경향이 뚜렷했다.

노태욱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부숴버려야 하는 성격이었고 송일섭은 그 반대였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 소란에 노태욱은 다크를 힐끔 쳐다봤다. 여전히 자리에 앉아 사탕만 빨고 있는 그녀보다 저 정신나간 송일섭부터 치워버려야 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했다. 부대주에게 눈짓을 하자 수하들 세명과 함께 복도로 모습을 감추었다.

" 하하하, 다크양. 오해가 있나 봅니다. 저들도 우리 타격대 소속 사이퍼이기에 소개를 해주려 했죠. "

되도 않는 말을 씨부리는 노태욱은 곁눈질로 다크를 확인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어 안도를 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 다시 말씀드리죠. 우리 타격대에 들어오시면 모든 편의와 각종 혜택을 누리게 해드리죠. 아, 당신의 동생이라는 그녀 역시 찾아드리죠. 내 이름을 걸고 약속드립니다. 하하하.. "

노태욱은 그녀의 동생 이름도 까먹은듯 습관적으로 주둥이를 나불대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선은 복도쪽을 향하고 있는 꼴이 자기 타격대의 사이퍼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였다.

" 됐어. 내가 찾아볼께. "

사탕을 다 빨아먹은듯 콰득 깨물어 사탕을 씹어먹은 다크는 몸을 둥실 일으켰다. 마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 모습이 레이쓰와 유사했다.

하지만 급한 노태욱은 그런 그녀를 말리며 말했다.

" 이 구미에서 우리보다 더 넓고 정보망과 많은 사람들이 없어. 조금만.. "

복도에서 송일섭을 쫒아낸듯 다시 복귀하는 자신의 사이퍼들을 보며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 .. 기다렸으면 했는데 말야. 꼭 손을 써야 말을 듣는게 인간이더란 말이지. 크크큭. "

여기서 나가면 다른 타격대에서 붙어 그녀를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채갈 것이 분명했다. 이럴때 노태욱이 쓰는 방법이 있었다. 구속과 마약을 통해 완전히 자신의 편으로 돌아서게 하는 방법이었다.

특히 다크와 같은 미인이라면 더욱더 좋았다. 아니 자신이 직접 교육할 작정이었다.

혓바닥으로 입술을 햝은 노태욱은 그녀의 위아래를 쓸어보며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 이년은 강자다. 모두 전력을 다해야 할꺼야. "

안그래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이 질꺼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무려 육대일. 그것도 오랫동안 합을 맞춰온 자신들과 사이퍼를 상대해 보지도 못했을 것만 같은 여자 사이퍼 하나. 그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했다.

" 자신의 힘을 과신하면.. 언젠가는 그게 너의 목을 조르게 될거다. 그게 바로 지금일수도. 하하하. "

여섯이 자신의 에너지를 풀어내자 고요했던 접대실안이 바람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인데 각자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가볍운 기물들이 날아가며 주변이 엉망진창으로 변해갔다.

가장 먼저 손을 쓴 인물은 노태욱의 소환수, 레이스였다. 유령처럼 다가가 다크를 구속하기 위해 몸을 변형시켜 그녀를 감싸기 시작했고 그녀의 모습은 레이스의 보자기에 휩싸여 모습을 감추었다.

" 뭐야? 별거 아니잖아. 괜히.. "

" 집중해! 크윽! "

무기력하게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머지 사이퍼들이 김빠진다는 듯이 입을 열었지만 고통스런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노태욱을 보며 다시금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펑! 검은색 보자기모양의 레이스가 갑작스레 터져나가며 그 사이로 어둠이 몰아쳤다. 어둠은 살아움직이는 생물처럼 접객실을 순식간에 가득채웠다.

크아아악! 어둠속에 갇힌 이들은 온몸을 쪼여오는 압력에 으스러지는 근육과 뼈를 간신히 붙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소리는 밖으로 세어나가지 못한채 주변만 맴돌고 있었다.

제법 넓은 접객실은 칠흑같은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 다크만이 오롯이 존재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크가 손짓을 하자 어둠을 뚫고 여섯명의 얼굴이 솟아올랐다.

허공에 둥둥 뜬 얼굴들은 공포물의 한장면과 비슷했다. 대부분 입을 벌린채 기절해 있었지만 다크가 다시 손짓을 하자 우두둑 소리와 함께 노태욱의 눈이 번쩍뜨였다.

" 크악! 그,그만.. 제발.. 사,살려주십시오. "

그는 짐작도 하지 못했다. 세상에 이런 사이퍼가 존재할 것이라고는.. 그리고 절망했다.

꿈쩍할 수 없이 얼굴만 내놓은 그는 눈깔을 굴려 비슷한 상태로 떠 있는 이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눈물, 콧물을 흘리며 사정을 했다.

" 제, 제발.. 한번만 용서를··· "

" 약해. 바위의 발톱만큼도 안돼. 쓰레기들.. "

다크가 중얼거리며 손을 떨치자 다시 어둠속으로 파묻히기 시작하는 그들의 얼굴과 노태욱의 절망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다크는 창백한 안색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리고 막 손을 움켜쥐려는 순간. 접객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한남자가 뛰쳐들어왔다.

" 노태욱! 멈춰라···? "

송일섭은 접객실에 벌이질 일을 예상하며 뛰어들었지만 빛 한점없는 순수한 어둠만이 자리한 접객실을 둘러보며 입을 다물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 도대체.. 무슨.. "

송일섭이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어둠은 이미 그를 잠식하고 있었고 어둠속에 갇힌 송일섭은 사방에서 짓누르는 압력에 온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불가항력이었다.

드드득, 온몸의 뼈가 비틀리고 근육이 쪼그라들 정도의 압력을 받으며 소리쳤지만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했다. 엄청난 공포와 절망을 느끼며 정신이 날아가려는 것을 느낀 송일섭은 순간 남겨질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 이나야.. 크윽.. 미안해. "

그 순간 자신을 쪼여오던 압력이 순식간에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어둠이 걷히며 한 여성이 보였다. 그녀는 마치 어둠의 정령과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보며 물었다.

" 이나? 임이나? 알어? "

순간 송일섭은 그 대답이 자신을 살릴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네!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

그 순간 어둠이 걷혓다. 마치 어두운 새벽에 헤드라이트를 비춘듯 한순간에 빛이 찾아들었다.

송일섭은 순식간에 풀린 압력때문에 비틀거리며 주저앉으며 주변을 돌아봤다. 실내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노태욱과 그 타격대 사이퍼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간신히 숨이 붙은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 미쳤구나. 이런 여자를 그런 방법으로 묶어두려 하다니.. '

송일섭은 저들이 어떤 모습이건 상관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다크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여전히 창백한 안색으로 검은 드레스, 검은 머리를 휘날리며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 어딨어? 가자. "

과연 이 약간 정신이 나간듯 보이는 여자를 자신의 식구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야 할지 고민을 한 송일섭은 고개를 흔들며 단호한 표정으로 물었다.

" 왜.. 왜 그녀를 찾으시려고 하는 겁니까? "

그런 모습에 고개를 갸웃한 다크가 어둠으로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 내 동생이야. "

콰득, 어깨뼈가 순식간에 바스라졌다. 경고였다.

" 큭, 아,알겠습니다. 이..이쪽으로.. "

내심 이나와 자신과의 관계를 말할것인지 고민을 했지만 참았다. 괜히 더 큰 자극을 줬다간 목숨이 남아나질 않겠다는 사실을 느낀 것이다.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시키기 위해 고분고분히 그녀의 지시를 따랐다.

밖으로 나온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경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에서 아무런 소음이 들려오지 않았지만 곧 큰 싸움이 있을 것이란 언질을 들은 모습들이었다.

송일섭은 그런 그들에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 별일없다. 모두 해산해. 난 이분을 모시고 우리 쉘터로 이동을 한다. 그리고 치료사를 불러서 접객실 안으로 들여보내. "

일반적으로 대주급이 되면 사이퍼를 제외한 아랫사람들은 소속불문하고 지시를 듣는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멀쩡히 걸어나오는 다크와 만신창이가 된 송일섭의 모습을 보고도 그말을 거역할 인물은 없었다.

송일섭 타격대의 쉘터는 그리 멀지 않았다. 애초에 시청을 본부로 거대한 안전구역으로 만든 이 일대에 각자 자리를 잡아 식구들을 안착시킨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시청 맞은편에 위치한 효성아파트 단지 입구였다. 관리실에서 경계를 하던 타격대원이 송일섭을 보며 인사를 건내왔다.

" 대주님, 어쩐일로 지금 시각에··· "

가까이 다가선 대주의 상태를 보며 화들짝 놀란 대원들이 무기를 들어 뒤따라오는 다크를 향해 겨누었다. 그런 모습에 송일섭이 손사례를 치며 소리쳤다.

" 그만! 손님이시다. 안으로 가서 이나.. 임이나를 데려와. 어서! "

" 네?! 알겠습니다. "

부리나케 달려 안쪽으로 사라진 대원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돌려 다크에게 말을 했다.

" 조금만 기다리시면 나올겁니다. 일단 자리에 앉아서.. "

비틀거리며 대원들이 앉아 있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송일섭은 망가진 몸을 돌아봤다. 그 순간에도 다크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추억에 잠긴 눈빛을 지었다.

그런 모습에 송일섭은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며 완전히 미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멀리서 한 여인이 뛰듯이 걸어오고 있었다. 임이나의 모습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뛰어오는 그녀를 보며 송일섭이 외쳤다.

"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 위험해. "

가장 조심해야 할 임신 3개월차. 외부적으로 그렇게 표시나지는 않았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것은 상식이었다.

그렇게 다가온 임이나는 만신창이가 된 송일섭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 당신, 왜 이렇게 됐어요? 그 노태욱 일파 때문에..? "

" 아냐, 난 괜찮으니까 진정해. 저기 혹시 누군지 알아보겠어? "

" 누구..? "

그렇게 고개를 돌려 그림처럼 서 있는 동화에나 나올법한 드레스를 입은 다크에게로 시선이 꽂혔다. 그리고 한참을 바라본 끝에 두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 어,언니! 미나언니! 맞아?! "

그렇게 외치는 이나의 얼굴을 보며 배시시 미소짓는 다크였다. 그녀가 드디어 진짜 고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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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구조작전(5) +1 18.09.17 664 17 20쪽
92 구조작전(4) 18.09.15 676 17 19쪽
91 구조작전(3) +1 18.09.14 698 17 20쪽
90 구조작전(2) 18.09.13 714 18 20쪽
89 구조작전(1) +1 18.09.12 778 19 20쪽
88 The Gear(6) +1 18.09.11 725 17 20쪽
87 The Gear(5) +2 18.09.10 736 19 19쪽
86 The Gear(4) 18.09.08 752 15 21쪽
85 The Gear(3) +2 18.09.07 769 18 20쪽
84 The Gear(2) +4 18.09.06 755 17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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