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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73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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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1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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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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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21쪽

반격(3)

DUMMY

" 핸더슨! 이새꺄! 응답해! "

크롸앗! 크아악! 탕! 탕!

마이클이 양손에 들고 있는 소총으로 달려드는 좀비들의 대가리를 날리며 연신 통신기를 통해 무전을 날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같이 순찰을 나왔던 동료들의 시체만이 길바닥에 누워있었고 그들의 대가리에는 총구멍이 뚫려 있었다. 미리 좀비가 되기전에 구멍을 내놓은 흔적이었다

좀비 백신이 각 나라에 유통이 되고 있지만 말단병사에게까지 내려온 물량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것도 대부분 지휘관들의 통제하에 필수인원들만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마이클은 크게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남은 좀비들을 처리한 후 사방을 둘러보며 숨을 곳을 찾았다.

이곳은 타겟들이 모여있는 선양으로 가기전의 길목인 번시라는 지역으로 그다지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좀비들의 우글거리는 지역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병력들이 선양에 가까워짐으로 인해 넓게 산개한 상태로 접근을 시도했기에 예전처럼 편하게 이동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마이클의 소속된 수색대가 정찰을 위해 번시로 들어선 상태에서 좀비들과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일곱명이었던 수색대원들 중 모두가 죽어버린 지금, 마이클의 마지막 희망은 후속부대의 지원에 달려 있었다.

그렇기에 무전기를 꺼내들고 다시 송신버튼을 누른것은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 여긴 알파, 수색대다. 알파 전멸 지원바란다! 이 개새끼들아! 대답좀 해! "

분명히 밧데리도 충분했고 송신도 나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깜깜무소식이었기에 마이클은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번시의 내부로 들어선 상태에서 다시 돌아가기는 요원했다.

방금도 퇴각을 위해 걸음을 옮기다 마주친 좀비들에게 마지막 남은 동료를 잃은 상황이었다.

생존을 위한 물자는 넉넉했지만 그 마음은 결코 그렇지 못했다. 이렇게 적진에 홀로 남겨진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었고 시야도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 씨발.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여기서 죽을것 같아? 흐흐흐··· "

조그만 가게로 숨어든 마이클은 안쪽의 기척을 천천히 살피며 중얼거렸다. 다행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동료들의 시체에서 탄약과 물품들을 옮겨담아 온 마이클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사방이 막혀 있는 구조, 오직 문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구조였기에 잠시 마음을 놓았다.

곰곰히 정신을 가다듬은 마이클은 처음부터 이 정찰 임무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본래 번시는 그냥 지나치는 곳일뿐, 굳이 정찰을 할 필요가 없는 그냥 길목일뿐이었다. 이전에 잠시지만 작전 브리핑을 들은 그로써는 분명히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 설마, 핸더슨 그 개새끼가 나를..? "

마이클은 점점 결론을 향해 다가섰다. 수색대로 차출된 인원들은 평소 그와 가까운 자들이거나 불만과 의심을 제기한 인물들이라는 사실은 그런 의심에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 씨발새끼. 여기서 살아남기만 하면, 반드시 내 대가리에 총알 꽂아주지. "

후아앙! 쉐에엑!

멀리서 전투기의 굉음이 들려왔다. 아마도 일차타격을 위해 출진한 러시아 전폭기나 전투기일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너무 큰 피해를 봤기에 파견이 힘들어 저렇게 화력지원만 하기로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 지금 나가야해. 소란스런 전투기 소리를 타고 복귀하면··· "

그런 마음을 먹은 마이클이 벌떡 일어서 급히 군장과 소총을 매며 건물밖으로 나섰다. 아직 초저녁이라 그리 어둡지 않아 사물이 분별가능했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어둠이 사방을 잠식할 시간대였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사방을 둘러본 마이클은 소총을 전방을 향해 내밀고는 경계를 하며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다행히 주변에 별다른 소리는 없었다.

보통 좀비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소리와 냄새가 중요했는데 지금은 냄새로 판별하기 어려웠다. 워낙 사방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을때 문득 바닥이 조금씩 떨려오는 것을 느끼는 마이클이었다.

" 무,뭐지? 지진인가? "

하지만 지진이라고 하기에는 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 마이클이 밟고 있던 흙바닥이 터져나가며 무언가 솟구쳐올라 그대로 마이클을 집어삼켰다. 오미터에 달하는 두더지모양의 괴수, 스캐빈저였다.

콰드득, 콰앙! 콰르릉!

마이클을 집어삼킨 스캐빈저의 입에서 뼈가 갈리는 소리와 들리는가 싶더니 폭음과 함께 연기가 입밖으로 세어나왔다.

마이클이 장비하고 있던 세열수류탄이 터지면서 내부가 익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렇게 덩치가 큰 스캐빈저는 절명을 한채 바닥에 쓰러졌고 그 뒤로 수많은 스캐빈저들이 바닥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 죽어버린 스캐빈저를 응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땅속으로 파고든 스캐빈저들은 다시 어디론가 이동을 시작했다. 그것들이 이동하는 방향은 선양이었다.

그 뒤편 하늘에는 새떼처럼 보이는 크로우들이 어둠을 헤치면서 뒤따르고 있었다.


한편 계획대로 선양의 지척까지 다가선 바위모임 산하 특임대의 대원들은 근처 높은 산의 정상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후속부대들 역시 선양을 감싸듯이 포위를 한 상태로 섬멸전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러시아에서 블라디보스크에서 출발한 전폭기들의 폭격이 개시될 것이고 그에 뒤따라 모든 부대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을 적들의 목을 베어나갈 것이 이 작전의 핵심이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특임대의 대장인 송일섭은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 적들의 대응이 너무 미미해. 심지어 괴수들 꽁무니도 보지 못했다는게 너무 이상해. "

" 뭐? 그게 무슨 말이지.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만 해도 엄청난 저항이었어. "

자신의 말에 삐딱하게 받아치는 동료, 유상철의 못생긴 얼굴을 잠시 바라본 송일섭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 우리가 들은 정보로는 그 정도가 너무 미약해. 마치··· 전력을 숨기는 듯한 기색처럼. "

" 그래서? 지금까지 진행된 작전을 뒤짚기라도 하겠다는 말이야? "

" 아니, 그럴수도 그럴 능력도 없어. 하지만 대비는 할 수 있지. "

" 무슨..? "

그들의 대화에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특임대들이 고개를 돌리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송일섭은 그런 그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이야기를 했다.

" 지금부터 유상철이 특임대를 이끌고 적들을 공격한다. 나는 상황을 보고 뒤따르겠어. "

그의 말에 삽시간에 주변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찼다. 군인은 전과에 목숨을 건다.

그만큼 전공이 중요하고 이후에 벌어질 논공행상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었다. 그런 기회를 양보하겠다는 말에 주변이 시끄러워진 것이다.

" 그거.. 진실이야? 나에게 대장자리를 넘기겠다고? "

순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재차묻는 유상철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 그래. 아무래도 조짐이 이상해. 나는 후방을 지키다 이상이 없다는 확신이 생기며 참전을 하도록 할께. 이건 나밖에 할 수 없는 역할이야.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만약 변고가 생길때 안전하게 빠져나올 능력, 아니 반려를 가진 이는 송일섭외에는 없었다. 그의 반려 레드가 얼마나 대단하지 이 몇일사이에 뼈저리게 깨달은 대원들이었다.

" 좋아, 후회하지마. "

그런 유상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반려인 레드의 까칠한 표피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면에는 레드의 직감도 큰 역할을 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갸웃거리는 모습과 자꾸 후미로 빠지려고 하는 모습에서 이상을 느낀 것이다.

만약 그런 판단이 틀렸다고 해도 미련은 없었다. 기회는 오늘만 있는것이 아니니까.

후아앙! 콰아아아!

그런 복잡함 생각에 빠진 송일섭의 머리위로 전투기 편대가 선양을 향해 날아갔다.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순식간에 그들 머리위를 스쳐지나간 전투기들은 어둠에 물든 선양의 도시위로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꽈르릉! 콰쾅! 쾅!

어둠에 잠겼던 도시가 순식간에 환해졌다. 곳곳이 터져나가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그것이 번지기 시작하자 마치 예전의 도시모습을 잠깐 찾은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런 불꽃들 사이로 수많은 좀비들과 괴수들이 괴로워하며 몸을 비트는 모습이 보였고 그런 모습을 확인한 대원들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유상철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 이제 우리 차례다. 적들을 섬멸하라! "

어느새 나타났는지 티렉스를 밟아 어깨에 올라선 유상철은 돌격하라는 말을 내뱉으며 직접 선봉에 서서 도시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그 모습이 마치 과거의 장군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여튼 그런 그를 뒤따라 대원들이 각자의 반려를 이끌고 도시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따라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숲속에서 수많은 괴수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뒤따르고 있었다.

" 휴, 저렇게 무식하게 돌진하면 뒤따르는 우리측 괴수들이 문제인데.. 뭐 상관없겠지. "

그런 이유로 아군측 괴수들의 머리에 두건을 씌웠다. 괜히 엄한 아군을 공격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런 그들에게 눈을 뗀 송일섭은 고개를 돌려 도시의 반대편, 뒤쪽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환한 불빛이 밝혀지고 있는 정면과 달리 뒷편은 고요한 어둠이 내려앉아 사물 분별이 안될 정도로 어두웠다.

그곳에 눈길을 둔 송일섭은 심유한 눈빛으로 응시하며 기다렸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는 가정하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뒷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선을 고정한 송일섭의 귓가로 계속되는 전쟁의 굉음이 들려왔다. 아마도 지금쯤 사방을 포위하고 있는 타국의 전투부대들도 참전을 시작했으리라.

그럼에도 송일섭의 시선은 뒤로 돌아가지 않았다. 자신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마치 이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듯 굳건한 눈빛으로 그들이 지나쳐온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레드가 그의 옆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 그리 심심하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문득 레드가 벌떡 몸을 일으켜 어둠속을 노려보기 시작하자 송일섭도 덩달아 긴장한 기색으로 그곳을 쳐다봤다.

" 뭐야? 뭐가 보여? 레드? "

아무리 둘러봐도 어둠뿐. 긴장을 유지한 송일섭은 크르르 거리며 낮은 울음을 발하고 있는 레드에게 조용히 물었다.

하지만 대답없이 어딘가를 보며 울대를 울리던 레드가 급히 몸을 움직여 송일섭을 쳐냈다.

" 무,뭐야! 크윽! "

동시에 그의 발밑이 터져나가며 괴생물이 솟구쳐 올라왔다. 말로만 듣던 스캐빈저의 모습이었다.

" 스캐빈저! 그렇다는 말은··· "

그렇게 솟구친 스캐빈저는 레드의 입에 물려 중상을 입고 나뒹굴었고 그와 동시에 그 주변이 터져나가며 수많은 스캐빈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송일섭의 불안감이 맞아들어갔다. 그와 별개로 지금 상황은 그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

비록 레드와 그를 따르는 랩터 이십마리가 있다고 해도 막 모습을 드러낸 스캐빈저만 백여개체. 그뒤를 따라 얼마나 많은 무리들이 따라올지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그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하늘에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실루엣은 크로우였다. 그것도 수천마리는 넘을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숫자.

그리고 저 멀리서 짖쳐드는 파도는 분명히 오르크들일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오르크들 사이에 우뚝 솟아오른 실루엣, 그건 분명히 육식공룡의 그림자였다.

" 이건··· 이길 수가 없어. 미친짓이야. "

이곳에 기습적으로 파견된 병력의 숫자는 삼만. 그에 반해 사이퍼들의 숫자는 턱없이 모자랐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그런 절망감이 송일섭의 전신을 휘감아왔다.

절로 떨리는 눈빛으로 다가서고 있는 스캐빈저를 힘없이 바라보고 있는 그의 어깨를 누군가 두드려왔다.

" 뭐하냐? 멍하니 서서. "

그는 자신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수진, 나이프였다.

막 자신들에게 달려드는 스캐빈저를 오른팔을 변형시킨 거대한 태도로 두동강이 내버린 수진은 고개를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래도 넌 생각이 조금 있구나. 여기에 아무도 없었으면 우리 팀장님이 꽤나 실망했을껀데 말야. 크크큭, 조금만 기다려봐. 재미있는 광경을 보여줄께. "

뭔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수진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몰아쳐오는 적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서는 어둠을 뚫고 몰려오는 적들에게 어떠한 위협도 느끼지 못하는듯 평온해 보였다.

그런 공기에 전염이 되었는지 송일섭의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스무마리의 랩터들이 스캐빈저들을 학살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고 머리위쪽으로는 크로우들이 자리를 벌써 잡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크로우들의 공격이 없었지만 그건 시간문제였다.

사방에 체액이 날리고 살점이 뜯겨나가는 풍경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괴성과 비명이 난무하니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쿵, 쿵, 쿵.

땅이 울렸다. 멀리서 보이던 거대한 실루엣들이 내는 발소리가 지척까지 가까워졌다는 말이다.

마른 침을 삼키던 송일섭은 동시에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낯선 비명소리와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크와악! 캬악! 이.. 런. 씨.. 것들이! 뒈져..

그리고 하늘에서도 처음 들어보는 소음이 울려퍼졌다.

콰가가각! 파앙! 후두둑!

비가 내리나? 송일섭은 뺨을 적시는 물줄기를 느끼며 그것을 훔쳐내자 흥건하게 묻어나오는 혈흔이 보였다.

" 뭐지··· "

깜깜한 하늘위로 어스름하게 비치는 달빛에 의존해서 사물을 인식하던 송일섭은 일순 세상이 완전히 어둠에 물드는 착각을 느꼈다.

그리고 쏟아져 내리는 크로우의 살점과 핏줄기, 시체들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 도대체, 뭐..? "

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거대한 공룡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천지가 무너질듯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동시에 땅이 흔들리는 충격까지 도저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 뭐가 보여야.. "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무심코 중얼거린 송일섭의 눈에 어딘가에 가려졌던 달빛이 몸을 드러내며 세상을 흐릿하게 밝혀주었다.

달빛 아래에 드러난 세상의 풍경은 지옥도. 아니 지옥 그 자체였다.

자신이 서 있는 야산을 기점으로 사방에 널려져 있는 것은 육편뿐이었다. 여전히 멀리서 괴성과 굉음이 아련하게 들려오고 있지만 거기까지 신경쓰기에는 눈앞의 광경이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

" 어때? 우리 대장의 신위를 목격한 기분이? "

" 대장요? 설마 바위님이 직접 오신겁니까? "

" 당연하지. 그분이 아니면 이런 광경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아니 애초에 적들의 기습을 대비 할 수 있었을까? 넌 눈치챈것 같지만, 일반적으로는 힘들지. 크크크.. "

눈치는 누구라도 생각이 있으면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상대를 역으로 쓸어버릴려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걸까? 자신의 상상으로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 수진님 말은 우리 모임의 정예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있다는 말씀입니까? 어떻게 미리 알고.. 또 왜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신 겁니까? "

송일섭은 조금 씁쓸했다. 비록 자신들이 결정권을 가진 간부가 아니더라도 목숨을 걸고 지원을 한 상태였다.

그만큼 모임에 모든것을 바쳤음에도 이런 사실을 미리 알지도 못했다는 소외감에 그런 감정을 든 것이다.

" 뭐, 이해해. 나도 얼마전에 알았으니까. 너도 알잖아, 워낙 우리 팀장들이랑 바위님이 어떤 성격인지. 아, 넌 모르나? 이제 익숙해져. 설령 저 도시에 혼자 뛰어들라고 해도 의심하지 않고 뛰어들 인간들이 우리들이니까. 너도 우리안에 포함되고 싶다면 명심하는게 좋아. "

수진의 말에 그제야 이해가 어느정도 갔다. 애초에 상식적인 생각을 간직하고 있는 자신이 잘못된 것이다.

이미 상식적인 시대는 지나가고 없다. 아직도 자신은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그것과 비교를 하면서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송일섭의 눈빛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수진이 흠칫 놀라 어딘가를 쳐다봤다.

그곳의 하늘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고요하게 떠 있었다. 이미 그 하늘을 점령하고 있던 크로우들은 한마리도 남기지 않고 갈려진채 땅바닥에 처박혀 있었고 그것을 연출한 것이 저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만큼 압도적인 포스를 뿜어내며 허공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괴물의 아랫편에 거대한 덩치의 보스, 바위가 온몸에 체액을 묻힌채 모습을 드러냈다.

" 끝났나? 흠, 아직 다희와 사스쪽은 진행중이군. 얼마 걸리진 않겠어. 너도 이제 내려와. "

수진과 송일섭에게로 다가온 바위는 아직도 허공에 떠 있는 괴물, 아툼2호를 힐끗 보며 지시를 내렸다.

쿵. 단거리 순간이동을 한 아툼2호는 거대한 동체를 바닥에 내려앉으며 바위의 뒷편에서 꼿꼿이 서서 자세를 잡으며 따라왔다.

바위의 키도 컸지만 뒷편의 아툼은 그보다 머리 두개는 더 컸다. 그리고 그 모습은 오직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생명체처럼 온몸이 무기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갖춰져 있었다.

" 대장님. 오랜만이오. 이럴 시기에 모습을 보이다니 너무한거 아뇨. "

송일섭은 수진의 말투에 기겁을 했다. 팀원에 불과한 그가 너무 편하게 말을 하는 모습에 놀란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송일섭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잔재일뿐. 아무렇지 않게 바위가 대꾸를 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 어, 수진. 오랜만이네. 요즘 일본에서 바뻐. 내가 보낸 공룡이랑 괴수부대 못봤냐? 호오, 그건 그렇고 너도 한계레벨까지 다와가는구나? 축하해. "

" 큭, 대장이 없는 동안 우리가 어떤 수련을··· 말을 마쇼. 팀장님이 우리를 아주 믹서기에 갈아넣었으니까. 대장이 없으니 그 히스테··· "

거기까지 말한 수진이 흠칫하며 급히 주변을 살폈다. 누군가를 찾는 듯한 동작, 그 모습에 어떤 미지의 공포가 느껴지는 송일섭이었다.

" 왜, 왜 그러십니까? 적들이 아직..? "

" 아, 아냐. 뭔가 큰 실수를 한것만 같아서. 크음. 여튼 돌아오셔서 감사해요. "

그렇게 두런두런 대화를 나눌 무렵 선양으로 돌격해 들어갔던 전투부대와 특임대, 괴수부대는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주력이 빠져나가 뒷치기를 갔다고는 하지만 그외 괴수들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남아있었기에 처절한 전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 조금만 더! 밀어붙여! 적들이 움츠러들고 있다! 돌격! "

그 와중에 전공을 얻을 생각에 신이 난 유상철은 티렉스의 어깨에 올라탄채 화염능력을 발하면서 사방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와 발맞춰 특임대의 공룡들과 괴수부대들은 자신들을 불살라가며 밀어붙히고 있었다.

승리가 눈앞이었다. 이 순간 어느 누구라도 흥분에 잠식되지 않는 인간은 없으리라.

모두가 아드레날린을 한껏 분비하며 오직 앞으로만 돌진해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꽈르릉! 콰쾅!

도시전체가 무너질 것만 같은 폭발음이 온 도시전역을 휩쓸었다. 단순히 사이퍼의 능력으로 낼 수 없는 그 폭발력. 문명이 만들어낸 그것, 화약, 고폭탄이 분명했다.

" 이런 씨발! 모두 진영을 잡고 진정해! 또 온다! "

외곽부터 터져나가는 모습은 분명 안쪽으로 그 여파가 오기전에 이타, 삼타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마치 독안에 든 쥐새끼처럼 순차적으로 가둬놓고 터트리겠다는 뜻이었다.

꽈르르릉! 콰콰쾅!

이차 폭발과 삼차 폭발이 이어졌다. 그 이후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미 그 안에서 살아남은 인간은 말그대로 티끌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광경을 뒷산에서 지켜보던 수진은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들이 한방을 먹였지만 그보다 더 큰 한방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이건 완벽히 계산된 전략이었다.

" 당했네요. 어이가 없도록··· 큭. "

그렇게 화려한 불꽃들에 잠겨드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바위의 두눈은 침착했다. 아니 정확히 그는 그곳에 시선을 두었지만 그 너머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미끼역할을 했던 세계단일정부의 부대들은 그 역할을 마감했다. 바로 여기 선양의 차가운 대지에 안겨서.

이곳은 아직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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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혼란(1) 18.10.29 539 18 21쪽
126 증강(增强)(5) 18.10.26 581 16 19쪽
125 증강(增强)(4) 18.10.25 555 13 19쪽
124 증강(增强)(3) +1 18.10.24 566 16 19쪽
123 증강(增强)(2) +1 18.10.23 568 17 19쪽
122 증강(增强)(1) 18.10.22 570 13 19쪽
121 손님(5) 18.10.19 592 15 20쪽
120 손님(4) +2 18.10.18 589 16 22쪽
119 손님(3) 18.10.17 575 19 19쪽
118 손님(2) +1 18.10.16 580 14 18쪽
117 손님(1) 18.10.15 622 14 19쪽
116 진실의 끝(5) 18.10.13 623 16 17쪽
115 진실의 끝(4) 18.10.12 640 18 18쪽
114 진실의 끝(3) 18.10.11 632 2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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