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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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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연재 주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97,686
추천수 :
2,529
글자수 :
1,307,812

작성
18.1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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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20쪽

투쟁의 끝자락(1)

DUMMY

새카맣게 타버린 도시. 무너진 건물과 검은 재들만이 남아 이 잠들어 버린 도시를 지키고 있는 모습.

그곳의 거리를 한무리의 인간들과 괴수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 생존자는.. 없는것 같은데요? "

송일섭이 가장 앞서고 있는 바위의 등뒤에서 조그맣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가던길을 계속 걷고 있었다.

무안해진 송일섭은 고개를 돌려 자신과 그나마 친분이 있는 수진을 찾았지만 아까부터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 송일섭은 다시 말문을 닫고 뒤따라 걸음을 옮겼다.

일행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생각보다 많은 폭탄이 터졌고 그 여파가 길게 이어졌다. 이 안에서 살아남는 이들이 있다면 천운일게 뻔했다.

송일섭은 동료들이 걱정되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시커멓게 타들어간 시체들이 조금씩 눈에 띄었다.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이들의 복장을 봐서는 아군이 분명했다. 온전한 시체를 찾는건 어려울 정도로 훼손이 심했다.

" 도대체, 왜 이들은 여기에서 저런 모습으로 누워있어야 하는거지? "

송일섭은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생각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누군가 그의 말을 듣고는 대답을 했다.

" 그들이 원해서, 무슨 큰 대의나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냐. "

송일섭은 그런 대답에 화들짝 놀라며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자신의 키보다 큰 대도를 비껴 매고 있는 웬만한 남자보다 덩치가 큰 여자, 춘자였다.

" 그게 무슨..? "

" 이곳에서 죽은 자들, 적이든 아군이든 그들이 원해서 이곳에 묻힌게 아니란 말이지. 단지 가장 높은 위치의 인간들이 명령서에 싸인을 하고 그 밑의 인간들이 기계처럼 움직여 이들을 사지에 밀어넣은거란 말야. "

" 무작정 시키는 대로 했다는 말입니까? 군인이라서? "

그런 말을 내뱉는 송일섭을 지긋이 쳐다본 춘자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 넌 만약 저기 대장이 니 애완동물을 데리고 저기 어둠속으로 돌진하라고 명령하면 위험하다고 싫다고 거절할거냐? "

" 그건··· "

" 원래 인간은 그래. 위험? 그건 상대적인 개념이지. 이야기를 바꿔서 네 가족 혹은 자녀가 있어. 좀비에 감염된것 같아서 죽이라고 명령이 떨어졌어. 넌 어쩔 셈이지? 아직은 인간이니까, 살려둬야 하나? 아님 미래를 위해서 죽여야 하나? "

당연히 죽여야 한다고 말을 하고 싶지만 입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 악의 평범성이라고 하지. 누구나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악을 저지르진 않아. 그냥 시키니까, 그게 내 일이니까. 대부분의 군인은 그게 다야. 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자마. 그게 현실이니까. "

" 그,그런.. 하지만 바위님은 그런것을 시킬··· "

" 에휴, 자식아. 완전한 인간은 없어. 성인(聖人)도 없고. 바위도 언제 미쳐서··· "

거기까지 말한 춘자가 급히 입을 닫았다. 지금 여기가 어딘지 금세 파악한 모양이었다.

다행히 앞서가고 있는 개똥이, 늑대괴수등에 타고 있는 다희와 바위의 옆에서 팔짱을 낀채 걷고 있는 사스는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한듯 앞만보고 걷고 있었다.

그 순간, 선두를 가고 있던 바위가 발걸음을 멈췄다. 찔리는 것이 있는 춘자와 송일섭은 그와 동시에 얼굴이 굳어지며 서로를 쳐다봤다.

' 아니겠지? 아니어야해. '

그런 걱정과 무관하게 바위의 무심한 목소리가 일행들에게 전해졌다.

" 전투 준비. 적이다. "

" 응? 어디? 어디? "

순식간에 전투태세에 들어간 일행들은 사방을 둘러보며 적을 찾았다.

하지만 적은 커녕 개미새끼 한마리도 보이지 않자 모두의 시선이 바위에게로 향했다.

" 아래··· "

쾅! 콰쾅! 바위가 경고하기도 전에 그들이 밟고 서 있던 아스팔트가 터져나가면 무언가 치솟아 울랐다.

다행히 일행 대부분은 일반적인 사이퍼가 아닌 사전수전 다 겪은 이들이라 별다른 어려움 없이 몸을 피하며 모습을 드러낸 것에 시선을 보냈다.

꾸물거리는 그것은 지렁이를 수만매 뻥튀기 해놓은 듯한 외형에 외피는 회색의 단단한 가죽으로 덮혀 있고 주둥이만 드러나 있는 머리부분은 온통 이빨로 뒤덮혀 있는 입만 존재하고 있었다.

거대 지렁이가 튀어나온 부분은 본래 하수구로 사용된듯 뻥하니 뚫린 터널이 그곳에 존재했다.

" 뭐야? 고작 지렁이 한마리? "

일행중 누군가 시시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바위는 그말에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 아니다. 긴장해라. "

일행들 중 호전적인 몇몇이 거대 지렁이의 몸에 칼질을 하고 있는 와중에 뚫린 그 하수구 통로를 통해 여러개의 인간 형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빨간 바코드가 이마에 박힌 신세계 사이퍼로 짐작되는 인간들이었다.

" 아직도 살아남은 적들이 있었나? 우리 귀염둥이에게 뭐하는 짓이냐! "

오른쪽 입가부터 귀까지 흉터가 새겨진 사내가 통로를 통해 나오며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뒹굴고 있는 거대 지렁이의 상태를 보고는 고함을 치며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상처를 입은채 체액을 줄줄 흘리고 있던 지렁이가 활력을 찾으며 순식간에 치료가 되었다.

그렇게 중국어로 소리치며 모습을 드러낸 인물들의 숫자는 십여명. 딱봐도 신세계와 관련된 사이퍼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 흐흐, 남은 잔당을 처리하려고 왔더니 꽤 많은 재물들이 여기에 모여 있었구나. "

그렇게 나타난 인물들 중 머리가 유난히 큰 인물이 한발 나서며 바위일행을 둘러보며 음산하게 말했다.

" 뭐라는 거야? 야, 통역! "

다행히도 바위 일행중에 통역을 맡은 사이퍼가 존재했다. 나름 인원 구성에 신경을 쓴 태가 났다.

" 네, 사스님. 그, 그게.. 무슨 재물이 있다고··· 잔당을 처리한다는 말 같습니다. "

문제는 통역인 사이퍼가 그다지 중국어가 신통치 않다는 사실이었지만 사스를 포함해 누구도 그런 사실에 신경쓰지 않았다.

" 그렇군. 결국 적이라는 거네. 다 죽여, 저기 대가리 큰 놈만 살려 대려와. "

사스의 지시에 몇몇만 나서서 거대 지렁이와 투닥거리고 있던 장내에 핏빛기운이 몰아쳤다.

순식간에 달라진 일행들의 기세를 느꼈는지 신세계 일당들도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며 각자 무기를 빼어들고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경계에도 불구하고 사스의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튀어나간 일명 레밍부대의 대원들에 의해 뭔가를 하기도 전에 처참하게 분시되어 버렸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큰 머리를 가진 사내는 그 믿기 힘든 광경에 벌벌 떨며 무기를 내던지며 대가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빠르게 깨달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상황이 마무리되자 사스가 쥐새끼와 닮은 인상의 사내, 레밍부대 호야에게 눈짓을 했다.

호야는 그녀의 눈빛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항복을 한 대가리가 큰 신세계 사이퍼와 통역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의 전문은 진실만을 말하게 만드는 고문관이자 정보수집 담당이었다.

거대 지렁이가 땅을 뚫고 나타나고 그 뒤로 신세계 일당들이 모습을 드러낸 후 얼마지나지 않아 모조리 처리되기까지의 시간은 정말로 눈깜짝할새였다.

이런 광경을 처음보는 송일섭은 그저 어버버 하다가 끝이 나버렸다. 도저히 그 수준차이로 고개를 들 수조차 없었다.

" 왜 그래? 아, 넌 우리랑 같이 훈련이나 사냥하는게 처음이구나. 저런건 아무것도 아냐. "

그런 송일섭을 느낀 춘자가 말을 걸었다. 그를 이해한다는 어조로 속삭였다.

" 너도 대장이랑 시간을 꽤 보내지 않았나? "

" 아뇨.. 전.. "

그때 허공에서 처음 봤던 그 전투형 괴물, 아툼2호가 떨어져 내렸다. 그는 바위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전했고 바위는 그 전언을 듣고는 잠시간 생각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 모두 흩어진다. 각자 생존자를 찾아 거점으로 복귀하도록. "

그의 결정이 떨어지기 무섭게 몇개의 파티로 나뉜 일행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디에도 끼일 수 없었던 송일섭은 춘자를 따라 다희팀에 꼽싸리를 끼며 따라갔다. 아무도 그런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기에 머쓱해진 표정으로 나서는 송일섭이었다.

잠시후 호야가 손과 옷가지에 붉은 피를 뭍히고 모습을 드러냈고 그는 제법 많은 이야기를 바위에게 건냈다. 이후 바위는 몸을 돌려 도시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얼마후 도시의 남쪽에 차려진 거점에서 한대의 저소음헬기가 상공을 날아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 커헉. 크흑. "

" 젠장할, 설마 마지막에 자폭을 할줄이야. 미친새끼.. 큭. "

베이징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 민가가 조금 모여있는 이곳은 예전 집성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곳의 집안 곳곳에 자리한 채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거나 신음을 흘리는 이들은 그림자부대로 신세계 말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이퍼들이었다.

외곽이나 길거리에서 멀쩡히 돌아다니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건 소수일뿐, 대다수는 흩어져 있는 민가를 차지한채 끼리끼리 모여있었다.

" EU놈들이랑 미국 개새끼들이 방금 돌아왔다고 하는데? 죽일넘들. "

" 무슨 염치에? 위험할땐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끝나고나서야 온다고? 내가 그 새끼들을..! "

" 참아. 로버트. 지금은 아니야. 전력손실이 너무 심해. "

꽤 넓은 가정집에 모여 있는 이들은 대부분 영국식 억양의 영어를 말하는 서양인들이었다.

그들 사이에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친이들이 많아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부상자들이었다.

" 휴우, 그나저나 이번 작전은 너무 위험해. 적들의 일부가 이 정도로 강할줄이야. 만약에 우리들만 들어갔다면 필시 전멸했을꺼야. "

" 그래. 차라리 지금이 다행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예전이 아니니까. "

" 이젠 어쩔 생각이지? 아직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이 없는 건··· 계속 진행하라는 말이겠지? "

" 글쎄··· 윗대가리야. 문서 한장으로 모든것을 판단하는 인간들이니까. "

그렇게 말하는 이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자신들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로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드르럭. 그때 문을 열고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미터에 달하는 덩치의 흑인사내였다.

" 분위기가 왜 이래? 아무리 부상상황이라도 정신차려야지. 크하하하.. 여기 먹을것 가지고 왔다. 모두 일어나! "

유쾌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살리는 그 흑인사내는 옹기종기 모여서 심각한 얼굴의 사내들을 힐끗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어이 로버트, 왜그래. 그 상황에서 우린 이정도 피해라는 건 신의 가호라고. 한국측 피해를 보면··· "

" 에단, 그만! 한국에 진 빚은 우리도 알고 있어. 빨랑 음식이나 건내줘. "

그렇게 말을 건낸 로버트는 그 당시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그의 눈에는 포위를 뚫어버리고 나타난 천둥이라는 사내는 마치 한줄기 구원의 빛과 같았다.

이후 난입한 만월회의 대원들과 신성기사단도 대단했지만 그 한 사내의 임팩트를 감추기에는 미흡한게 사실이었다.

전격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천둥을 처음에는 놀라움, 나중에는 질투가 생길정도로 그 위엄이 엄청났다.

그리고 이어진 적들의 보스와 접전. 말그대로 경천동지(驚天動地)의 전투였다.

그와 동시에 자신들도 사방에서 덮쳐오는 적들과 생사혈투를 벌이느라 그 전투를 관전하지 못했지만 사방으로 흐르는 전류와 부딪치는 굉음이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결국 그들의 전투는 천둥의 승리로 돌아간듯 했지만 결과는 이상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흐름일지도 몰랐다.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받아들인 적들의 보스가 무슨 소리를 치며 자폭을 했다. 단순한 자폭이 아닌 천지가 울리는 굉음과 함께 주변에 있던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즉사시킬 정도로 위력적인 자폭이었다.

문제는 그가 자폭을 한 이후 그 부하들 역시 자폭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 결과 어렵지 않게 탈출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아군은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는 적보스의 근처에 있던 천둥과 만월회, 한군측 사이퍼들이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몰라도 그 엄청난 신위를 보여주던 천둥 역시 큰 상처를 입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다행히도 그 소란을 듣고 다시 찾아온 펜타곤 사이퍼들과 EU측 사이퍼들이 부상자를 수습해 이곳으로 거점을 이동한 것이 지금 현재였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후에 도착한 이들이 부끄러움을 느낀 듯 주변 호위와 경계등을 자처하고 물자를 공수해 나눠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피해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을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현재 만월회측을 제외하고는 그리 분위기가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애매한 상태였다.

그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대다수의 공통된 이유중 하나는 만월회의 전력약화일 것이 분명했다.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듯, 지금 물자도 간당간당해. 오랜시간 작전을 펼칠 수 없다는 말이지. "

에단이 비스킷을 씹으며 현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 여론은 어때? "

" 뭐 딴 놈들이야. 중구난방이지. 빨리 헤치우고 돌아가자는 놈도 있고... 병신들, 아직 정신을 못차렸거나 그들을 한번도 상대해보지 않은 놈들이지. "

에단이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 집안에 있던 이들 역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 흐음, 만월회측은? "

" 그네들이야.. 뭐, 아직 자기들 대장이 깨어나지 못해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 "

" 한국측 사이퍼들도 비슷하겠군. "

" 뭐, 그렇지. 근데 우리도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

에단의 질문에 로버트는 입을 다물고 좌중을 둘러봤다. 대부분 부상자로 신체일부를 잃었거나 큰 상처를 입어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 지금 당장 움직이기는 힘들어. 휴우, 일단은 조금 더.. "

쾅! 조용한 집안에 문 열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그렇게 집안을 들어선 이는 멀쩡한 대원들 중 한명인 금발의 루인이었다.

그의 주 임무는 외부정찰과 적들의 동태파악으로 주능력이 그림자 달리기라는 이름이었다. 그림자가 있는 곳은 순간이동처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루인은 잔뜩 굳은 얼굴로 로버트와 다른 동료들을 보면서 소리쳤다.

" 크,큰일났어! 적들이 몰려들고 있어! "

" 무슨 말이야? 루인! 정신차리고 천천히 설명해봐. "

헐떡거리며 주절주절 늘어놓는 루인을 달랬지만 흥분한 그는 도저히 진정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 씨발! 그게 문제가 아니야. 적들, 신세계 놈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말이야! "

" 그게··· 근데 왜 아무런 징조가.. "

콰쾅! 꽈르릉!

묻기가 무섭게 마을의 외곽에서 굉음이 울리고 고요했던 마을 전체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야? 서쪽? 동쪽? 사방에서 몰려오고 있어!

밖에서 외치는 소리만으로도 어떤 상황인지 그려지고 있었기에 로버트와 에단은 급히 몸을 일으켜 나서려 했다. 그러자 루인이 막아서며 부상자들을 가리켰다.

" 부상자들은? 그냥 놔두고 갈꺼야? "

" 아니. 우린 나가서 적들을 막는다. 그리고 모두 함께 돌아가자. "

" ··· 그래. "

몸의 운신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동료들과 눈을 마주친 그들은 서둘러 적을 막아서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외부 마을은 난장판이었다.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괴물들과 사이사이에 보이는 신세계 사이퍼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힘겹게 막아서고 있는 각 국가의 정예들까지 혼란의 중심이었다.

" 도대체 저 많은 괴물들이 여기까지 다가올 동안에 정찰병은 뭘했다는 말이야? "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에단이 중얼거렸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저 정도의 숫자가 움직인다면 시야부터 소리까지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되지 않았다.

" 그만한 능력자가 있다면 가능하겠지. 씨발··· "

최악의 가능성은 엄청난 능력자들이 저 많은 괴수들을 숨겨서 데려온 경우였다.

그리고 그 최악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 누,누구..? 크학! "

가장 처음 그들과 마주친 이들은 EU소속 사이퍼들이었다. 북쪽 도시방향을 사수하고 있는 그들의 앞에 나타난 인물들.

검은색 가죽바지에 가죽자켓을 입을 사내 한명이 앞서고 뒤따라 여섯의 인물들이 수족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중국 신세계의 수장이자 원악원죄(原惡元罪)라 불리는 천카이거와 그의 직속수하인 칠악(七惡)이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최초의 좀비라고 명명된 천카이거는 자신을 가로막은 사이퍼를 손도 대지 않고 죽여 좀비와 같은 괴생명체를 만들어 냈다.

사이퍼는 좀비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상식을 눈앞에 깨버린 것이다.

" 모두 조심해라. 저자가 내뿜는 검은연기에 당하면 감염된다. "

그나마 정예라고 불린 이들은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대로 된 지시를 내렸지만 그들의 앞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 실력과 수준이 너무 극명하게 차이났다.

천카이거와 그의 수하들은 천천히 걸어서 마을의 중심까지 도착을 했고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 모두 항복하고 무릎을 꿇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용서와 힘을 내려주겠다. "

놀랍게도 그의 입에서 중국어가 아닌 영어가 흘러나왔고 모두가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 어느새 외곽을 공격 중이던 괴수들은 조금 물러나 전투가 소강상태에 빠졌다.

" 웃기는 소리군. 쥐새끼들, 기다렸다. 네 소굴에서 기어나오길. "

그때 마을 회관의 문이 열리며 천둥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런 천둥을 잠시 바라본 천카이거는 잠시 굳어던 얼굴을 펴며 피식거렸다.

" 크큭, 그 몸상태로 말인가? 굳이 네가 다치지 않았어도 너희들을 징치하기 위해 움직였을 것이야. 착각하지마라. "

천둥의 상태를 꿰뚫어본 천카이거의 말뜻은 명확했다. 지금 천둥의 상태가 보기와 달리 그리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이었다.

" 너 정도는 이정도가 딱 맞어. 쥐새끼. 꽁꽁 숨어있다가 이제서야 꽁무리를 드러내는 모습이 꼭 닮았군. "

" ··· 넌 죽이지 않겠다. 그 모습 그대로 박제를 시켜 오랫동안 간직하도록 하지. 그 상태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너의 가족, 친구, 친지들까지 모두 그렇게 만들어주마. 기대해라. "

" 병신새끼. 지랄을 해라. 말로는 뒈진 네 엄마도 살려내겠지. "

사이퍼들의 대부분은 엄마라는 존재가 없었다. 그건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보다 더한 욕은 없었다.

천카이거는 대답 대신에 바닥을 물들이며 뻗어나가는 검은연기로 답을 했다.

쿠르릉! 팡! 파앙!

그와 동시에 천둥의 전신에서 굵은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검은 연기와 마주쳐갔다.

그들의 대결이 펼쳐지자 나머지 인물들은 거리를 벌려 충분한 전장을 만들어줬다. 자기들도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그들의 대결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 절박한 현실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천둥측에 선 인물들은 알고 있었고 신세계측은 천카이거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일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었다.

초반의 기세싸움은 비등했지만 움직임과 동시에 접근전과 능력싸움이 펼쳐지자 천둥의 열세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의 상처가 완벽히 치료되지 않은 까닭이었다.

" 이거, 왠지 불안한데? "

" 그러게. 솔직히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천둥이 밀리는것 같아. 저기봐, 전격이 검은연기에 조금씩 가려지고 있잖아. "

누군가의 말대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충돌을 연속하고 있는 그들의 그림자와 사방을 휘몰아치는 전격다발과 검은 연기들의 세력싸움에서 천둥의 전격이 조금씩 그 세력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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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손님(2) +1 18.10.16 394 12 18쪽
117 손님(1) 18.10.15 423 13 19쪽
116 진실의 끝(5) 18.10.13 440 15 17쪽
115 진실의 끝(4) 18.10.12 433 17 18쪽
114 진실의 끝(3) 18.10.11 446 1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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