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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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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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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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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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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The Gear(5)

DUMMY

38선. 이곳을 지키는 병사들은 하루하루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좀비떼들. 매일같이 이뤄지는 삽질등 작업.

다행히 먹을거리가 풍족하고 치밀하게 설계된 근무교대는 그런 그들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것도 한계가 명확했다.

병사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좀비. 오늘도 한차례 몰아친 좀비들을 소탕한 전방의 한 초소에서 나지막히 한숨이 터져나왔다.

" 김상병님.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

" 뭐가? "

" 아니 생각해보십시오. 좀비 영화나 소설같은데 보면 좀비가 한쪽에서 쳐들어오면 좀비가 못올라갈 시설, 컨테이너나 버스같은 높은 자동차를 쌓아서 그 위에서 인간들이 안전하게 공격하지 않습니까? "

" 근데? 왜 여긴 그렇게 안하냐고? "

" 글치 말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좀 안전하고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막아내면 좋지 않습니까? "

김상병은 얼마전까지 후방에 있다가 전방으로 전입을 신고한 후임병사의 시꺼먼 얼굴을 보면서 한숨과 함께 대답을 했다.

" 휴우, 조일병. 너는 영화나 소설만 봤지, 현실감각이 전혀 없네? "

" 김상병님, 제말이 틀렸습니까? "

" 아니, 맞아. 그건 좀비전 전술교범에도 나와있는 사실이고. 근데 말야. 넌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냐? "

" ··· 38선 아닙니까? "

무슨 소리냐는 듯이 멍청하게 되물어오는 조일병이었다.

" 그니까, 니가 말하는 것은 좁은 지역을 사수하기 위한 전술이고. 여긴 우리나라를 횡단하고 있는 38선 철책이란 말이지. 근데 니가 말한 컨테이너나 버스등을 어디서 구해서 이 높은 산까지 가지고 올라올 수 있을까? 아니 가져올 수 있다고 치자, 갑자기 터진 이 사태를 예측해서 가져왔다고 치고 이 수백키로에 달하는 이 전선을 컨테이너로 연결해서 막고 싸우자고? "

" ··· 큼.. 그.. 그.. 하지만 일선 부대만이라도 그렇게 해놓고 싸우면 사상자가 줄어들거 아닙니까? "

" 그치, 이 미친 좀비떼들이 전술을 써서 부대가 지키지 않는 곳을 파고들어 안쪽으로 진입하지 않으니까. 그것도 틀린 말이 아니지. "

김상병이 자신의 말을 지지해주자 다시 기가 살아났는지 다시 일선 지휘관들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조일병의 말을 끊으며 다시 김상병이 말했다.

" 그래서, 그걸 하고 있잖아. "

" 네? 뭘 말입니까? "

" 너 오늘도 삽질했지? "

" 네. 김상병님. 매일같이 그 짓을 얼마나 해대는지.. 그나마 중장비가 도착을 해서 일손이 많이 줄었지 말입니다. "

지긋지긋한 삽질이 강도가 줄어들자 그나마 낫다는 조일병의 이야기에 피식 웃은 김상병이 말문을 열었다.

" 그래도 지금은 낫다. 예전에는 진짜 하루 반나절씩 삽질을 했으니까. 그래야 산다는 강박관념이 온 부대를 휘감고 있었지. "

좀비 러시 초반을 떠올리는 김상병의 얼굴이 애잔해졌다. 그 당시 죽어나간 전우들이 생각이 나서 일까? 하지만 얼굴을 굳힌 김상병이 추가 설명을 했다.

" 니가 말하는 지형적인 이점을 살리기 위해 참호를 몇미터씩 파내려갔어. 멍청한 좀비들은 달려오다 그곳에 빠져서 올라오지 못했고. 니 말대로 수많은 컨테이너나 버스가 있다면 제일 좋았겠지. 그럼 내 동기들, 전우들이 그 당시에 죽지 않았을테니 말야. " " 아, 그래서 중장비를 이용하고 쉬는 병사들을 활용해서 그렇게··· 크윽, 이제야 알겠습니다. "

" 그래, 새꺄. 농땡이 피지 말고 내일부터라도 열심히 삽질해라. 다 니 생명을 살리는 일이니까. "

" 네! 근데 김상병님. 언제까지 알몸점호를 하는 겁니까? 이젠 좀 안할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

" 지랄. 너 같은 안이한 생각에 전방 부대 몇개가 좀비들에게 넘어갔는지 알아? 고맙게 생각해. 니 알몸을 봐주는 부사관들에게 말야. 난 생각만 해도 우엑! 시커먼 니들 알몸 볼 생각만 하면. 크으.. "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초소에서 비춰진 헤드라이트로 인해 어둠을 뚫고 저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되어 있었고 그 사이에는 오늘 치룬 격전의 흔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이 익숙한 그들은 별다른 감정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런 일들은 주변 십여미터 간격으로 서 있는 초소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바위와 그 일행들은 전방에 늘어선 컨테이너들을 보면서 잠시 걸음을 멈춰 있었다.

" 대장님. 여기 근처에 쉘터나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춘봉이 컨테이너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체액들과 누렇게 변질된 핏자국을 보면서 말했다. 바위도 그런 말에 동의하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돌아봤다.

" 이상하군. 이런 뻥 뚤린 도로 한중간에 갑작스런 컨테이너 장벽이라.. 단순히 좀비를 막기 위해 설치한 건가? "

" 그게..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

" 하긴. 근데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군. 우리가 이정도까지 접근을 했다면 저쪽에도 벌써 눈치를 챘어야 하는거 아냐? "

" 맞아.. 주변에 아무도··· 없어.. 그리고 좀비사체도.. "

다희는 주변의 흔적보다 널려있어야 할 좀비들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확실히 이상했다.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퍼들이 저항을 했다면 사방에 좀비시체로 가득했어야 정상이다. 물론 자신들의 쉘터처럼 죽인 좀비들을 모아 태우지 않는 이상에는.

" 우리처럼 사체를 정리한건가? 그러기에 흔적이 너무 깨끗한데.. "

만약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사체들을 처리했다면 그 태운 흔적이라도 남아있어야 했다. 설마 그 시체를 다른 곳까지 옮겨서 처리한다는 것은 경험상 어려웠고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깨달은 춘봉은 덩달아 심각한 얼굴로 변했다. 하지만 바위는 그런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는 얼굴로 다시 이동을 말했다.

"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흔적은 흐려지고 실종자들은 더욱 위험해지니.. 일단 출발하자. "

그렇게 일행은 다시 목표지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콘테이너를 넘고 다시 몇개이 장벽을 만났지만 그것 역시 빠르게 넘어 드디어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있는 곳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 대장님. 여기 아무래도.. "

" 그래. 전멸이군. 심지어.. 얼마되지 않았어. "

바위가 떨어진 살점들과 피웅덩이를 보며 몸을 굽혀 그것들을 만져보더니 결론을 내렸다. 이곳은 예전 화전민을 연상시키는 조그만 마을이자 쉘터였다. 산의 중턱에 위치한 이곳은 사방을 콘테이너로 막아놓고 한쪽만 출입구를 위해 열어놓은 구조로 안쪽에는 어설프게 만든 집들이 늘어서 있었고 여러가지 취사도구와 빨랫줄들이 걸려 있는 모습이었다.

사방에 굴러다니는 총기들, 격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곳곳의 흔적들. 화재가 난듯 타다남은 흔적들도 보였다. 하지만 역시 시체는 한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번 쓱 둘러본 바위는 고개를 돌려 일행들을 바라봤다.

" 어쩔까?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여기 쉘터가 있었다면 하루밤 신세를 졌겠지만 이런 상태라 힘들겠네. "

" 난.. 아무곳이나.. 상관없어. "

" 흠, 그래도 대장님. 사방이 막혀 있는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

춘봉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나마 이곳은 사방을 막아주는 컨테이너들이 쌓여있어 불안함을 덜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춘봉의 의견도 타당했기에 동의를 한 바위는 이곳에서 하루를 쉬기로 결정을 했다.

춘봉은 그런 결정에 환한 미소를 보이며 이 마을에서 가장 멀쩡하게 남아있는 집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바위는 이 곳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런 춘봉을 놔두며 다희에게 말을 전했다.

" 나 잠시 이 근처 정찰 좀 다녀올테니. 여기서 쉬고 있어. "

" 나도.. 같이.. "

" 금방 올꺼야. 무리하지마. "

바위가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어깨를 두드려주자 더 이상 거부하지 못한 다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뒤로 하고 단번에 삼미터 이상이 되는 콘테이너를 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렇게 바위가 사라지고 얼마되지 않아 사스가 이곳에 도착을 했다.

" 야, 바위 어디갔어? 선물 가져왔는데. "

" 정찰.. 여기서.. 기다려. "

" 정찰? 이근처에 뭐 볼께.. 아. 있을 수도 있겠네. "

사스는 자신이 본 그 번데기인지 고치모양의 그것을 떠올리며 수긍을 했다. 이곳은 확실히 한국과 많이 달랐다. 과연 바위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궁금하기도 했다.

사스는 한손에 들린 시체나 다름없는 몰골의 흰색, 지금은 회색에 가까운 가운을 입은 남자를 한쪽에 던져놨다. 어짜피 그가 정신을 차려도 이곳까지 온 이상 무슨짓을 하건 자신의 손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자신감이 세어나오는 행동이었다.

그런 것은 다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널부러진 사내를 신경도 쓰지 않고 주변에 널려있는 땔감으로 쓸 나무가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한편, 그 임시 쉘터에서 나온 바위는 어디론가 빠르게 날아가듯 달려가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묘한 기척이 자신들을 지켜보는 것을 느낀 바위는 그 기척을 쫒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척도 자신을 느낀듯 어디론가 급하게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사방이 돌산으로 이뤄진 이곳은 숨기에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그곳에 도착한 바위도 그런 사실을 깨닫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한 바위산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곳에는 바위가 쫒아온 기척을 낸 존재가 고양이처럼 네발로 엎드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의 외형은 특이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커다란 머리통과 가느다란 팔다리는 마치 예전의 영화에서 보던 골룸과 비슷했고 붉게 물든 눈동자, 커다란 입과 날카로운 이빨들이 보인다. 손톱과 발톱 역시 고양이과 동물처럼 갈고리모양으로 휘어져 날카롭게 보였다.

이미 바위가 그것을 쫒으며 느낀것은 웬만한 고양이과 동물보다 빠르다는 사실이었다.

키키킥. 그것의 입에서 웃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나왔다. 마치 바위를 이곳까지 유인을 한 모양인 듯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바위는 그런 정체불명의 생명체를 천천히 살펴보며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것의 체내에 분명하게 흐르는 것은 에너지였다. 자신들과 유사하지만 거친과 불안정한 느낌의 에너지 흐름이 느껴졌다.

마치 8기통 엔진을 단 소형차라고 할까, 그런 불안정함이 그 생명체의 전신으로 흘렀다.

" 넌, 뭐지? 아니 말은 할 수 있는건가? "

바위의 말에 반응을 하듯 커다란 머리통을 갸웃거린 그 생명체는 그 돌산을 박차고 지그재그로 바위를 덮쳐왔다. 직선적인 움직임이 아니고 좌우를 흔들며 시선을 분산시킨 그것은 엄청난 속도로 바위의 지척에 다다랐다. 분명히 지성을 가진 생명체의 공격수법이었다.

키힛! 다리부터 머리까지 150센티가 될까 말까한 그 생명체는 자신보다 훨씬 큰 바위를 공격하기 위해 바닥을 박차고 몸을 띄워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일반인이라면 느낄사이도 없이 얼굴에 기다란 고랑이 패였겠지만 바위는 일반인이 아니었다.

고개를 슬쩍 뒤로 빼는 것만으로 그 공격을 피한 바위를 향해 이어지는 발톱공격이 있었다. 마치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온몸을 비틀어 이어지는 연격이었다.

그 공격마저 쉽게 피하자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그 생명체는 바로 바닥을 박차고 바위의 다리부분을 물어듣기 위해 달려들었다. 내려서고 다시 달려드는 과정은 정말 눈깜짝할새에 이뤄진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 모든 과정을 눈으로 파악을 한 바위는 발을 들어올려 태클하듯이 들어오는 그것의 커다란 머리통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쾅! 하지만 네발로 지면을 디딘 그것은 손쉽게 방향을 전환해 바위의 공격을 흘렸고 바위가 제정비할 사이도 없이 뛰어올라 바위의 목덜미를 노리며 입을 크게 벌린다.

크악! 자신의 생각보다 바위의 저항이 강했는지 온몸에 힘을 주듯이 괴성을 지른 그것은 얼굴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입을 벌려 톱날처럼 세워져 있는 이빨을 들이밀었다.

" 거기까지. "

어느새 들린 바위의 손아귀에 그 생명체의 목이 잡혔다. 마치 초등학생의 목처럼 얇은 그것의 목은 바위가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부러질듯 보였다. 하지만 그 생명체는 포기하지 않고 몸을 비틀며 손톱과 발톱으로 바위의 팔을 긁으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가가각. 그 손톱, 발톱이 바위의 팔뚝을 긁으며 칼날로 강철을 긁을때 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놀랍게도 총알도 막아내는 바위의 피부에 붉은 줄이 쫙쫙 그어졌다. 마치 야생고양이를 잡은 기분이었다.

그것을 본 바위는 자신의 손아귀에서 미친듯이 발버둥치는 그것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정말 오랫만에 느끼는 피부의 고통이었다. 지금은 조금 조용히 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낀 바위는 다른 손을 들어 그대로 머리통을 때렸다.

퍼억! 바위가 목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그대로 목뼈가 부서졌을 정도로 커다란 머리통이 뒤로 젖혀졌다. 그런 후 축 늘어진 생명체의 목줄을 풀지않은채 바위는 몸을 돌렸다. 임시쉘터로 돌아가 천천히 그것에 대해 살펴볼 생각인 것이다.

그렇게 임시쉘터로 돌아온 바위의 눈에 하얀가운의 사내가 발버둥치는 광경이 들어왔다.

" 뭐지? 누구야? "

사스가 막 도착한 바위에게 달려가려다 그 한손에 들린 괴 생명체를 보고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이내 자랑스럽게 자신이 본 광경과 저기서 꿈틀대고 있는 흰가운의 사내에 대해 말을 늘어놓았다.

" 아무래도 여긴 우리나라와 다르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것 같네. "

곰곰이 생각을 하던 바위는 자신의 손아귀에서 다시 꿈틀거리며 깨어나는 생명체를 느끼며 상념에서 깨어났다.

킥. 키킥. 확실히 그것은 이성이 존재하는지 처음처럼 반항하지 않은채 붉은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려서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었다. 어느새 그 큰머리에 오함마로 맞은 듯한 자국의 상처도 어느새 원상태로 복구되어 있었다.

" 그래, 저 사람과 대화는 해봤어? "

" 어, 지금 막 깨어났어. 반항이 심해서 진정시키고 있는 중이야. "

그 진정이 어떻게 시켰는지 팔다리가 기형적으로 돌아가 있었고 얼굴은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아무래도 자가치유되고 깨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듯 보였다.

" 근데, 손에 들고 있는 그건 뭐야? "

바위도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일들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사스와 다희가 호기심을 가지고 바위가 들고 있던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들에게 이리저리 만지고 눌리는 와중에 성질이 돌아왔는지 발버둥을 치자 바위가 눈빛을 굳혔다. 그러자 다시 기가 죽은 그것은 옅은 괴성을 내며 아예 눈을 감아 버린다.

" 이거, 귀여운데? 나 주면 안돼? "

평소 이상하고 괴이한 것을 좋아하는 사스답게 누가봐도 골룸처럼 생긴 괴물로 보이는 그 생명체에 관심을 가진 듯 보였다. 심지어 마치 고양이새끼를 보는 것처럼 두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한 바위는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그것의 목줄을 사스에게 넘겼다. 바위가 느끼기에 충분히 사스가 컨트롤할 정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다희가 시무룩한 얼굴로 변하며 바닥을 찬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바위가 달랬다.

" 담에 하나 더 나오면 너에게 줄께. "

강화계인 사스가 저 생명체를 컨트롤하기 더 쉽다는 것과 위험이 덜하다는 것때문에 사스에게 먼저 건낸 이유였다. 같이 지내다 보면 그것의 습성을 파악해 소환계인 다희도 쉽게 다룰 수 있을 것이란 사실때문에 그리 말한 것이었다.

그렇게 애완동물 2호가 생긴 사스는 그것을 들고 그 자리에서 이름을 지어주었다.

" 넌 오늘부터 콜레라야. 콜레라, 따라해봐. "

기어이 전염병으로 이름을 붙인 사스가 말을 건내자 번쩍 눈을 뜬 그 생명체가 손톱과 발톱을 휘둘러 사스의 팔을 긁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것을 채 휘두르기도 전에 사스는 그대로 땅바닥에 그 큰머리를 쳐박아 깊숙이 심어버렸다. 다행히 흙바닥이라 머리가 깨져서 뇌수가 튀는 일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 머리가 웬만한 강철보다 단단했기 때문이었다.

" 역시 길들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 "

그대로 다시 머리를 들어올린 사스는 똑바로 콜레라의 눈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콜레라의 눈에 비친 그녀는 악마였다.

쾅! 퍽! 키익! 콰드득! 키이익! 땅이 울리고 구슬픈 괴성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 소란에 정신을 차린 하얀가운의 사내가 겨우 두눈을 뜨고 장내를 봤다. 그런 기척을 느낀 바위가 그 하얀가운의 사내에게 다가가 상세를 살폈다. 역시 붉은 바코드를 가진 사이퍼였기에 느리지만 확실히 자가회복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바위가 손짓으로 춘봉을 불러 통역을 시켰다. 춘봉은 장내에 벌어지는 애완동물 학대현장에 겁을 먹은 채 바위에게 냉큼 달려와 고개를 쪼아렸다.

" 통역해봐. 이름부터. "

바위의 의도를 정확히 캐치한 춘봉은 하얀가운의 사내에게 다가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고작 이름을 알아내는 것에 비해 꽤 대화가 길어지자 바위가 개입을 했다.

" 뭐지, 이름은? "

" .. 그게.. 이 남자는 협조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계속 딴 소리만.. "

바위가 조용히 있자 춘봉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었다.

"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자신 조직이 조금 있으면 쫒아 올것이라는..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

그 와중에도 그 하얀가운의 남자는 계속 뭐라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자신의 협박이 먹혀들어가는 것으로 착각을 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떠드는 남자의 눈에 한쪽에서 구타를 당하고 있는 괴 생명체에 꽂혔다.

그 남자는 당황한 듯 더듬거리는 음성으로 뭔가를 말하자 춘봉이 통역을 바로 전했다.

" 이 남자 저 괴물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프로토타입? 고블린? 정확히 다시 물어보겠습니다. "

" 잠깐, 이말부터 전해. 지금부터 딴 소리를 한번 할때마다 니 손발을 하나씩 부숴버리겠다고. "

" 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바위가 허리에 차고 있던 거대한 망치를 뽑아 바닥에 내리치자 주변이 지진이 난듯 흔들거렸다. 하얀가운의 남자도 괴물에게서 눈을 떼고 두려운 눈빛으로 바위를 쳐다봤다. 그런 가운데 다시 춘봉의 통역이 시작되었다.

바위의 협박이 제대로 통했는지 아니면 그 괴물때문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대화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콜레라의 구슬픈 비명이 들리지 않을때쯤, 춘봉이 고개를 돌려 바위를 봤다.

천천히 춘봉의 입이 열리며 그 남자의 정체와 자초지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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