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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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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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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94
추천수 :
619
글자수 :
174,136

작성
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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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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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약속된 운명

DUMMY

“·········.”

나는 잠자코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김철수가 갸웃거렸다.

“아직도 고민이 남은 겁니까? 흐음, 그럴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이제 이 세계에는 미련이 없지 않습니까.”

“솔직히 혹하긴 해.”

“그렇다면···”

“하지만 누굴 쓰레기로 만들려고 그러냐.”

“네?”

나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고 가까이 다가온 김철수에게 달려들었다.

온 힘을 다하여 놈의 목덜미에 꽂아 넣었다.

푸욱, 하고 제대로 적중시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

단검은 그대로 놈의 목에 쏙 들어가 있었다. 허공에 내지르는 것 같았지만 무언가에 붙잡혀 있다는 불쾌한 이질감이 손 전체에 머물렀다.

“으윽?”

“후후, 대답은 No라는 거군요.”

김철수는 웃으면서 고개를 한 번 까딱였고,

“끄악!”

나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쳐박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군요. 왜 거부한 겁니까?”

정말로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빠득 이를 갈았다.

“설계를 잘못 했어 개자식아. 유영이를 죽인 건 네가 아니라 다른 놈이었어야 했어.”

“아, 그렇군요.”

내 말을 바로 이해한 김철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신해준에게 그 역할을 맡겼습니다만 당신이 생각보다 너무 잘 싸워줘서 말이죠. 압도적인 무력으로 제압한 다음 지시한대로만 하면 됐는데 힘에 취해서는··· 정말 어리석은 자입니다. 뭐, 그런 성정을 진작 알아봤기에 그저 장기말로서 활용했습니다만.”

“흥, 신이라는 놈이 허술하기 짝이 없군.”

“신이라고 해서 무엇이라도 만능인 게 아닙니다. 사실 이런 짓은 저도 익숙하지가 않거든요. 그저 시행착오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지금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세계에 발을 디디는 기대감과 흥미로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모험을 하겠다고 마을 뒷산으로 나가는 어린아이 같다고 해야겠군요.”

“씨발··· 어서 죽여라. 짜증나게 굴지 말고. 네놈의 그 재잘대는 것도 더 이상은 역겨워서 못 들어주겠군.”

김철수는 무슨 소릴 하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가 왜 그래야 하나요? 이 정도면 그래도 충분히 완성된 그림입니다.”

“제기랄··· 살려내! 살려내라고!!”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김철수에게 다시금 달려들었다. 김철수는 그런 나를 떨쳐내지 않고 그대로 당해주었다.

“이 개새끼야!!”

멱살을 붙잡고 거칠게 흔들어댔다.

눈물이 쉴 새 없이 나왔다. 그동안 나와 함께 했던 나유영의 모습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깨진 유리조각처럼, 쉴 새 없이 자그마한 파편들이 그녀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애정을 담아 확산되었다.

아아, 정말 이건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눈앞이 캄캄해진다, 같은 말로도 부족하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려서는··· 미치겠다. 정말로 미칠 것 같다.

“하하하, 바로 그겁니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이대로는 그대로 쓰러질 것 같아서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온 몸에 힘이 없어서 후들후들 떨렸다.

이대로 그냥 울다 지쳐 잠들어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자,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저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물론 단죄의 대상은 저도 포함입니다. 어떻습니까?”

놈은 미친 게 틀림없다. 틀림없어.

“살려낼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 있지?”

“신의 이름을 걸고 약속해드리죠. 나, 로키의 이름으로 말입니다.”

“그래, 알겠어.”

“네?”

“갈게. 나를 보내줘. 가서··· 너까지 포함해서 다 죽여 버릴 정도로 강해지면 되는 거잖아.”

“아, 그렇군요. 결정하신 겁니까. 좋습니다.”

마치 웃음을 참는 것처럼 억제된 미소를 지은 김철수는 손을 들어 죽은 나유영 쪽을 가리켰고 놀랍게도 그 몸이 빛에 휩싸이더니 허공으로 사라졌다.

“제가 잘 보존해놓고 있겠습니다. 안심하세요.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그가 중얼중얼 알 수 없는 언어로 주문을 읊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주변에 마법진으로 추정되는 기묘한 문양이 생겨났고 조금씩 빛이 들어왔다.

“놀라실 거 없습니다. 제가 적당한 지점으로 전송해드릴 테니까요.”

빛은 점점 강해졌고 시야가 차단될 정도였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놈의 목소리도 점점 옅어졌다.

“저를 죽이러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빛에 완전히 잠식되었다.

“윽···”

눈을 감고 있어도 빛이 세어들어와서 신음성을 내뱉을 정도였다.

“으···”

조금씩 시야가 돌아온다.

“······.”

회복이 끝나서 눈을 떠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다들 나를 이상한 듯 흘끔거렸지만 그뿐이었고 자기 갈 길 가느라 바빴다.

나는 약간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주변을 살폈다.

내가 있는 곳은 물이 흐르는 분수대였고 넓은 공간에 늘어선 건물들, 다수의 인파가 있는 걸 보니 마을 광장 같았다.

건물 양식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복식을 보니 중세 유럽 같았다.

“그래··· ‘우리 쪽’에서 보자면 여긴 이세계, 즉 판타지 세계라는 건가. 그것도 아주 전형적이군.”

간간히 갑주를 걸친 자들이 보이는 걸 보니, 여기가 어떤 세계관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가 있었다.


[인벤토리에 2개의 아이템이 전송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 아, 그러고 보니 이런 게 있었지. 그런데 여기에 와서도 유지가 되는 건가.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을 확인했다.

이곳의 화폐로 보이는 금화가 든 주머니와 김철수가 보낸 걸로 추정되는 쪽지였다.

“흥.”

갈기갈기 찢어 버릴까, 하다가 겨우 그 충동을 참고 다시 집어넣었다. 지금은 보고 싶지 않았다.

“일단 술이나 마시러 가자.”

때마침 돈도 생겼겠다, 잘 됐다. 정신을 잃을 때까지 퍼마셔야겠다.

신기하게도 이곳의 사람들에게 한국어가 통했다. 원래 한국어를 쓰는 곳인지, 아니면 시스템 같이 자연스럽게 통하도록 설정된 것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냥,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사람들에게 물어 술집을 찾았고 그곳에서 금화 몇 개를 던져주고 몇날 며칠을 술에 쩔어 지냈다.

거진 한 달을 그렇게 지냈다.

이제 그 일대에서는 ‘가니안 술집의 주정뱅이’라고 하면 나라고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형씨. 나야 훨씬 웃도는 돈을 받고 있으니 상관이 없지만 인간적으로 걱정되는구만. 용병인 것 같은데 언제까지 그렇게 지낼 거요?”

주인장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잔소리를 해도 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죽지만 마쇼. 죽을 것 같으면 꼭 말하고. 약속이오?”

그 말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주인장은 투덜거리면서 물러났다.

“······.”

뭐라고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슬픔과 증오, 분노, 허탈함, 두려움, 걱정 등등 온갖 감정들이 버무려져 내 마음속엔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나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지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하하.”

오늘도 나는 영혼 없는 웃음을 흘리며 술만 홀짝였다.

여기 술은 막걸리와 소주를 섞은 것 같은 맛이었다. 처음엔 뭔가 싶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더불어 술을 물처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하, 짜증나.”

“어, 언니···”

여느 때와 같이 구석에 짜져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술집에서 술만 퍼마셨기 때문에 아는 게 없었지만 이곳에서 관찰한 결과 술집엔 보통 용병이나 모험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왔고 그 중엔 여자들도 있었다.

새삼 놀랄 일도 아니었지만 나는 방금 들어온 두 여자 중 한 명의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개 같은 놈들. 어디서 등쳐먹으려 들어.”

어디선가 손해를 보고 온 것 같은 모양새로 씩씩거리는 저 여자···

“유영이?”

얼굴이 판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있는 게 다를 뿐.

“유영아?”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이름을 부르며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작가의말

공모전 연재분량은 여기까지입니다! 미리 약속드린 대로 1권 분량을 연재하였고 지켰기에 만족스럽군요.

물론 이야기적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들이 많았습니다만... 이건 제 부족함 때문이니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그래도 제 글을 선작하시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s급 던전 클리어 하고 다니면서 점점 먼치킨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을 그려내려 했는데..
본편 연재는 여기까지 하고 번외편을 간헐적으로 쓸 생각입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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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플레임 브레이크(1) 18.05.13 728 9 9쪽
36 어둠의 잔상(5) 18.05.12 756 8 11쪽
35 어둠의 잔상(4) 18.05.11 777 11 8쪽
34 어둠의 잔상(3) +1 18.05.10 837 14 11쪽
33 어둠의 잔상(2) 18.05.09 839 12 10쪽
32 어둠의 잔상(1) 18.05.08 871 12 9쪽
31 뒤바뀐 운명 18.05.06 913 9 11쪽
30 인형극의 거장(5) 18.05.06 924 15 8쪽
29 인형극의 거장(4) 18.05.05 889 13 10쪽
28 인형극의 거장(3) 18.05.04 926 10 11쪽
27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4 14 11쪽
26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7 12 11쪽
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20 한 번 죽었던 자 +2 18.04.26 1,192 10 10쪽
19 불사의 괴물(5) 18.04.25 1,151 13 9쪽
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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