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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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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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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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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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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인형극의 거장(4)

DUMMY

다음 방으로 이동했다.

“이리 오세요, 오빠.”

“뭐야?”

자그마한 크기의 방 안엔 침대가 하나 있었고 그 위에 누워있는 나체의 여성이 내게 손짓을 하는 중이었다.

약간 나유영을 닮은 게 뭘 노리는지 너무 뻔히 보였다.

“뭐? 어쩌라고? 얘랑 한 판 뛰라고?”

나는 허공에 대고 투덜댄 다음 여자에게로 다가갔다.

“이런 거에 내가 혹할 거라고 생각했어?”

“어머나, 혹시 거기에 문제라도 있나요?”

“뭐?”

“아니라면 증명을 해보이세요. 남자답게.”

이게 지금 약을 파네.

“주는 것도 못 먹으면 남자가 아니죠. 저는 그냥··· 선물이에요. 제법 선전하고 있는 당신에게 드리는 선물.”

여자는 내 손목을 잡아 자기 가슴으로 이끌었다.

“자, 만져보세요. 아무리 그래도 진짜와 다를 바 없답니다.”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그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은 확실히 야릇하며 유혹의 정수였다.

“그거 알아요? 여성형 몬스터랑 하는 남자들도 있어요.”

“뭐?”

여자는 후후 웃으면서 자연스레 내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그 반대도 있고 말이죠. 아무리 듣기 좋은 소리로 포장해도, 결국 인간도 동물이고 본능과 번식에 자유로울 수 없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단순한 쾌락을 위해서라도 이 행위는 달콤한 유혹이에요.”

“어쩌라는 거야.”

“저랑 하기 싫어요?”

“······.”

여자는 약간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냥 즐기고 가셔도 되요. 아무런 문제없어요. 그저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니까요.”

이건··· 공략집에 없는 상황인데.

솔직히 이 유혹은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웠지만 위력은 확실했다.

여자와 함께 뒹굴어본지도 상당히 오래 됐고 오른손의 도움을 안 받은 지도 시간이 많이 지났다. 솔직히 쌓였냐고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할 것이다.

“물어보자. 우리 말고 얼마나 많은 헌터들이 여기서 목숨을 잃었지?”

“그렇게 많지도 않아요. S급이라고 소문이 나고··· 오지도 않더라고요.”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너는 여기서 먹은 헌터들의 기억 같은 것을 공유하나보군?”

몬스터치고는 말투가 너무 인간다웠다.

“맞아요.”

“그럼 나도 먹으려고 이러는 거겠네?”

“순수하게 선물이라고 했는데.”

눈물을 글썽이며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미려한 외모의 여성.

여기까지 오면서 해치운 반투명한 몬스터 수준이면 이렇게 고민하지도 않았다. 정말 눈앞의 여자는 진짜 인간과 다른 점이 하나도 없었다. 적어도 겉보기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사람이 될 필요성을 느껴다. 이게 그 동족에 대한 동질감 비슷한 무언가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사람 모습이 되었을 뿐인데 이렇게 흔들리다니.

“미안하게 됐군.”

나는 롱소드를 들어올렸다.

“내 취향이 아니야.”

물론 거짓말이다.

“어머나, 결국 피를 보시겠다는 건가요? 이 앞으론 더한 시련이 있을 텐데요.”

“내가 무슨 헤라클레스도 아니고. 그저 널 해치울 뿐이야.”

마음 강하게 먹고 롱소드를 휘둘렀다.

-사악.

검에 베인 여자는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뭐, 살이 찢어지며 피가 튀겨도 곤란했는데 나쁘지 않군.

“하, 돌아가면 한 발 빼야겠군.”

남자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건.

“뭔 수작을 부리려 해도 소용없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와 나유영은 서로를 신뢰하고 있으니까.”

박찬일과 알몸으로 붙어먹고 있는 사진 따위도 무의미하다는 거다. 설사 그 사진이 정말이라 해도 뭐 어쩌라고? 나랑 무슨 상관인데.

뭐, 진짜 아주 쪼오금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응?”

벽에 리얼 타임으로 치덕치덕 글자가 써지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피식 웃었다.

“뭘 보여주려고 그러는데?”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탁자 위에 작은 TV가 하나 놓여있었다.

-치직.

잠깐 지직거리던 TV 화면에 한 여자가 비쳐졌다.

나유영이었다.

나처럼 방을 돌아다니며 시련을 해쳐나가던 그녀가 알몸의 남자가 있는 방에 다다랐다. 아마 나처럼 유혹을 가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유영은 남자와 뭔가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옷을 벗고 그대로 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이게 뭐? 당연히 네가 지어낸 영상 아니겠어? 맞지?”

나는 너무 적나라하게 해대는 둘을 비추는 화면에서 시선을 피했다.

젠장, 진짜 짜증나네.

상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화가 난 나는 롱소드를 들어 TV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왜 자꾸 이런 개짓거리를···”

욕을 내뱉으려다가 아차 싶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려들고 있었다.

“과연 S급 보스인가. 그래, 그래.”

휴우,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언제까지 이러나 보자.”

다음 방으로 이동했다.

“나를 뭐로 보고? 남자라면 다 똑같이 여자 보면 침 질질 흘리면서 헐떡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야?”

나는 쳇, 혀를 찼다.

이 ‘화이트 하우스’는 내 능력에 대해서 알고 있다.

어떻게 그런 건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그로인해 공략집에 나오지 않은 방식이 연거푸 나오고 있다.

“이런 경우도 있다는 건가.”

나도 소설에서 나오는 주인공처럼 진짜 다 패고 다니는 능력을 얻었으면 좋았을 텐데.

철컥,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침대에 서로 엉켜 헐떡이는 남녀가 보였다. 여자의 얼굴은 내가 잘 아는 나유영이었다.

“야!”

나도 모르게 소릴 지르며 튀어나갔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연기처럼 사라졌다.

“허어?”

-흐흐흐흣.

나를 비웃는 것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 어이가 없네.”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저건 놈이 보여주는 환상이라고. 나를 이렇게 동요시키기 위해 벌이는 수작질이란 말이야.

어느 새 나는 붉은 화살표를 있는 힘을 다해 찾으며 다음 방으로 이동 중이었다.

“다음은 뭐냐.”

불륜 현장을 덮치는 경찰관 같은 기분으로 문을 열어젖혔다.

“아저씨?”

그 방에는 나유영이 있었다. 이곳에 들어와 갈라지기 전의 모습 그대로.

“···네가 왜 여기 있어?”

“네? 그냥 하나씩 돌파하다 보니 여기에 왔을 뿐이에요.”

나유영은 퉁명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마지막에 보스가 나타난다고. 아저씨랑 만난 거 보니 여기가 마지막 스테이지 같은데요?”

나는 천천히 다가가 나유영의 어깨와 팔을 더듬었다.

“뭐, 뭐하는 거예요?”

“아니, 혹시 가짜가 아닌가 싶어서.”

물론 만진다고 분간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왠지 모르게.

“가짜요? 아저씨도 만났어요? 저도 가짜랑 만났거든요.”

“나?”

“네. 아저씨랑 똑같이 생겼는데 막 이상한 소릴 하더라고요.”

나유영은 마치 정말 내가 그런 것 마냥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다.

“자긴 사실 마왕이라나 뭐라나··· 너를 그렇게 만든 건 자기라고 하면서 ‘흑막’인 척 하는 거 있죠? 어이가 없어서.”

얘도 나름대로 고생한 모양이군.

“하아, 됐으니까 빨리 해치우고 돌아가자.”

“네. 저도 지치네요.”

자세한 얘기는 여기서 나가고 해도 될 것이다.

방 안에는 작은 제단이 있었다. 푸른 불빛으로 불길하게 일렁이는 그것의 모습은 마치 악마를 소환하기 위한 장치 같아 보였다.

“뭐지? 뭘 하면 되는 거야?”

사방이 막혀 있었다. 들어왔던 문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아저씨가 잘 알지 않아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라고 뭐든 다 아는 게 아니야.”

“실망이네요, 아저씨~”

“······.”

벽을 짚어보면서 비밀 장치라도 있나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재단을 살펴봤지만 뭔가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어쩌죠?”

“한 가지 짐작 가는 게 있긴 해.”

“뭔데요?”

뒤돌아 서있던 나는 들고 있던 롱소드를 휘둘러 그녀를 내려쳤다.

“꺄악!”

휙 날아가 벽에 쳐박힌 그녀는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던 탓에 한 방에 죽지 않았다.

“크윽, 가, 갑자기 왜, 왜 그러세요?”

애초에 검이란 게 칼처럼 베고 자르는 무기가 아니었으니까.

“아, 아저씨?”

피를 토하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나유영의 모습이 너무 가증스러워 보였다.

“언제까지 연기할 거냐? 개자식아.”

“네? 뭐, 뭐가요?”

흥, 끝가지 잡아떼는 건가.

나는 롱소드를 다시 한 번 내려쳤다. 이번엔 머리를 제대로 노렸다.

-퍼억!

끔찍한 소리가 들리며 피가 튀었다. 질척한 핏물이 터져 나와 내 뺨에 묻었다.

“···적당히 해.”

나는 눈을 까뒤집고 반쯤 머리가 쪼개져서 죽어있는 ‘나유영’이었던 것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하고 나와!”

언제까지 이런 개짓거리로 나를 가지고 놀 생각인 거냐!

[어떻게 알았지?]

“알아서 뭐하게? 이거나 까잡숴!”

제단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펴주었다.

[······.]

아무런 반응이 없다.

“차라리 피터지게 싸우는 게 낫지. 진짜 피곤하네.”

롱소드를 들어 제단을 파괴하였다.

콰직.

시련의 마지막엔 제단이 있고 그것을 파괴하면 놈의 실체에 다다를 수 있다고 ‘신의 공략집’에 나와 있었다.

사방이 깜깜해지더니 넓은 정원이 나왔다. 원형 광장이 한복판에 있었고 길쭉하게 솟은 기둥들이 감싼 형태였다.

집 안이었다가 바깥이 되니 좀 혼란스러웠다.

“아저씨?”

뒤에서 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유영이?”

“네, 저에요. 아저씨도 잘 통과하셨군요?”

“어··· 그렇지.”

나는 근처에 있던 바위에 털썩 걸터앉았다.

+16

나유영의 머리 위에 떠있는 호감도 수치. 마지막 방에서 가짜 나유영을 분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저거였다.

어느 새 또 살짝 오르긴 했다만··· 하아, 이 안도감.

“야, 너 안아 봐도 되냐?”

“네?”

“아냐, 농담이야.”

“······.”

이번 던전 공략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제길.


<경고! 던전 보스 ‘화이트 하우스’가 등장합니다!>


나타났는가. 나는 앓는 소릴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앙의 돌로 만들어진 광장에서 웅웅거리는 소음이 났고 새하얀 바람이 몰아치더니 공중에 둥둥 떠있는 여자 모습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냥 간단하게 말해 처녀귀신 같았다.

“이 지독한 연놈들. 내가 직접 너희들을 먹어주마!”

무엇에 그리 화가 났는지 씩씩 거리며 달려든 ‘화이트 하우스’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공격을 해왔다.

우리는 곧장 무기를 쥐어들고 전투에 임했다.


작가의말

제 글에 취향에 맞아 여기까지 시간을 내며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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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3 14 11쪽
26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7 12 11쪽
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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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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