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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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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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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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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어둠의 잔상(2)

DUMMY

어느 화창한 날의 오후.

“무슨 일이야?”

“꼭 무슨 일이 있어야 부르나요?”

놀랍게도 청계천 광장에서 나와 나유영은 약속을 잡고 만나게 되었다.

목적은 던전 클리어도 아니고 헌터 관련 물품 구매도 아닌 단순 외출.

그녀는 확실히 ‘외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지극히 객관적으로 이 상황은 어느 정도 안면을 튼 남녀가 바깥에서 만나는 이벤트, 즉 데이트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데이트’니 뭐니 푼수처럼 굴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최대한 준비를 하고 좋은 옷을 입은 뒤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나갔을 뿐이다.

뭐, 그렇잖아. 아무리 사무적인 관계라 할지라도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된다면 알게 모르게 긴장도 되고 텐션도 오르는 법이니까.

쓸데없는 기대야 당연히 하지 말아야겠지. 나는 어린애가 아니니까.

“아니··· 그건 맞는 말이지만···”

나는 힐끗 나유영을 쳐다보았다.

+55

그녀의 머리 위에 떠있는 숫자가 어느 때보다 커져 있었다.

뭐지?

언제 저렇게 껑충 뛴 걸까?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여자 마음을 잘 알았다면 진작 카사노바로 전직했겠지.

뭐, 저게 꼭 ‘좋아함’이라는 감정과 연결시키는 것도 무리가 있다. 김기만 녀석의 호감도 수치를 생각해보면 우정이나 신뢰 같은 감정을 포함하는 모양인데 자세하게 풀어서 나오지 않으므로 짐작만 할 뿐이다.

“오랜만에 외출이나 할까 해서요. 그런데 혼자 다니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건 맞는 말인데···”

“아는 사람이야 많지만 편하게 제안할 사람이 아저씨뿐인 것 같아서요.”

“그, 그래.”

나는 떨떠름한 기분으로 끄덕였다.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네. 기뻐해야 좋을지 슬퍼해야 좋을지 애매하다.

“일단 밥부터 먹을까요? 제가 근사한 가게를 알고 있어요.”

“비싼 가게야?”

“네. 하지만 돈은 걱정 마세요.”

“가자 그럼.”

짜피 상대는 거대기업 딸이다. 괜히 사양하거나 할 필요가 없다.

나 역시 요즘 수입이 괜찮아져서 돈은 많았지만 나유영은 딱히 무언가에 의존적인 성격이 아니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 간 우리는 VIP 대접을 받으며 최고로 좋은 자리에서 최고로 좋은 식사를 대접받았다.

최근 고급 호텔에서 먹고 자고 했던 터라 높아진 내 입맛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비싼 만큼 그 값을 하는 맛과 서비스였다.

“이번에 원석 오빠가··· 으흠! 정원석 씨가 의뢰를 해왔어요.”

“그런 패턴인 거냐.”

나는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가면 세계일주하겠다?”

“어차피 S급 던전은 보수가 좋으니까 좋잖아요?”

“맞는 말이지만 좀 쉬엄쉬엄 하고 싶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이러냐.”

인구대비 S급 헌터가 유독 많은 한국답게 S급 던전 역시 거의 지역별로 있는 모양이다. 빛과 그림자 같군.

“어쩔 수 없어요. 드레인 도어를 막기 위해선 S급 던전을 모조리 없애야 해요.”

김기만과의 대화에서 나유영은 없었지만 박찬일이 전해준 사안이기도 하고, 나는 어쩐지 그녀가 진작부터 알고 있지 않아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이나 남았다며?”

“어디까지나 추정치에요. 예견된 재앙에는 아무리 대비해도 모자라요.”

“흐음.”

겉이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스테이크를 잘라 입안에 넣었다. 사르르 녹는 게 아주 맛이 좋다.

“저기 있잖아.”

나는 식사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되었을 무렵 입을 열었다.

“네.”

나유영은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추었다. 이전부터 느꼈지만 나이에 비해 앳된 느낌이 나는 동안의 보유자였다. 저대로 교복을 입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나에 대해서 어디까지 아냐?”

“······.”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한 질문이었다.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여러모로 어색하고 이상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거진 다 넘겼어. 어쨌든 나는 너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제 대답을 들을 타이밍이라고 보는데··· 맞지?”

예정된 세계의 멸망··· ‘드레인 도어’를 막을 필요성을 최근 인식하게 되었다. 거기에 맞춰 생각을 해보니 나유영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으음,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나유영은 할 말을 고르려는 듯 눈동자를 또르륵 굴렸다.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네요.”

“간결하게 해도 좋아.”

말할 생각은 있나보군. 다행이다.

“아저씨가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는 몰라요. 단지, 아저씨에겐 신비한 힘이 있고 그것이 세계의 멸망을 막는데 유용할 거라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알았지?”

무슨 능력인지가 아니라 그 존재의 유무에 대해서다.

“저도 아저씨에게 몇 가지 말할 게 있어요. 상호간의 신뢰를 위해서도 중요하겠죠.”

오늘의 ‘외출’은 혹시 이런 대화를 하기 위한 게 주요한 목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맞다면 상당히 주도면밀한 여자라고 봐야겠군.

“저는 예지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엉? 진짜로?”

“으음, 아저씨가 지금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그런 편리하고 절대적인 건 아니고요··· 여러 조건이 따르는데··· 아무튼 무언가를 미리 알고 거기에 맞춰 움직일 수 있다는 거예요. 다만 얼마든지 유동적인 상황에 바뀌는 불완전한 힘이죠.”

“뭐야 그게.”

“하하··· 그 덕인지는 몰라도 스텟은 엄청 버프를 받아요. 그래서 제가 동레벨과 비교하면 더 강하죠. 문제는 페널티로 다른 스킬이 개방되지 않아요.”

나는 그동안 보여준 나유영의 모습을 상기하며 끄덕였다.

“그렇군.”

“아무튼 이러한 힘 덕분에 아저씨를 영입할 수 있었던 거죠. S급 던전들을 클리어하면서··· 세상에 닥친 위험도 물리치고 좋잖아요?”

“많이 허술한데.”

사실이 그랬다. 나유영이 해준 설명으로는 완전히 납득하는 게 불가능했다.

“당장은 그리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뭔가를 더 숨기고는 있지만 사정상 당장은 어렵다, 라는 클리셰냐. 뭐, 좋다. 나 역시 여전히 숨기는 것들 천지니까. 서로 주고받는 셈이다.

당장 이번 ‘화이트 하우스’ 공략을 통해 얻은 아이템들로 인해 수많은 정보들을 손에 쥐게 되었다.

특히 ‘성숙의 책’을 통해 업그레이드 된 ‘신의 공략집’은 이제 플레이어까지 공략 대상으로 검색이 가능해졌다. 눈앞에 샐러드를 집어먹고 있는 나유영을 상대로 공략방법을 알아낼 수도 있다는 거였다.

또한 ‘미지의 파편’은 아직 20%밖에 개방되지 않았건만 모든 능력치를 5씩 올려주는 사기적인 성능을 보여주었고 ‘자격의 증명’은 아이템 설명이 생성되었다.

‘가장 강하고 용맹한’

이라는 아주 짧은 설명이었지만 여기서 더 이어지리라.

‘봉인된 반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앞으로 S급 던전들을 깨다보면 천천히 알게 되겠지.

아참, 그리고 S급 생명석에 여유가 생겨서 좀 먹어봤는데 확실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맛이었다.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맛! 이러면 믿기려나?

식사를 마친 우리는 쇼핑을 하러 갔다. 식사를 대접받은 보답으로 옷은 내가 사주기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59

미묘하게 올랐다는 게 신경 쓰였지만 나는 눈앞의 일에 집중했다.

“아저씨. 이거 예뻐요?”

원피스를 집어서 자기 몸 앞에 대며 보여주는데 본판이 좋아서 뭘 입어도 어울렸다.

“뭐든 좋아.”

돈이 많으면 좋긴 좋구나. 아무런 부담이 없어. 이게 바로 마음의 여유인가.

“아, 좀 더 제대로 말하세요. 여자한테 그렇게 말하면 점수 별로 못 딴다고요?”

“그냥··· 네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으니까··· 흠!”

+61

칭찬도 좀 자제해야하려나. 요즘 오르는 속도가 너무 빨라진 것 같아 감당이 안 된다.

쇼핑을 끝내고 영화관으로 갔다.

“제가 예약해 놓은 게 있어요.”

“계획적이네.”

순수하게 감탄이 나왔다. 남자로서 약간의 경쟁심과 미안함이 느껴졌다.

예정되어 있던 만남도 아니고 아침에 불쑥 말을 꺼냈으면서 이렇게 예약이 되어있던 걸 보면 본인은 진작부터 계획했다는 뜻이니까.

“내가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랬어?”

“저는 미래를 본다고 했잖아요. 낙찰이던데요?”

“이건 또··· 설득력이 있네.”

김기만이 술 한 잔 하자고 전화를 하거나, 언제 한 번 만나서 밥이나 먹자고 문자를 보내는 이연경이 있었지만 한동안 쉴 새 없이 달렸던 터라 좀 쉬려고 했었다.

나랑 함께 한 나유영이었기에 그런 심리를 꿰어 오늘의 시간을 마련한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액션이었다.

유명한 메이커 회사에서 만든 히어로물로 최근 핫한 것으로 확실히 재미있었다.

“하하하, 재미있었어요. 아저씨는요?”

“재미있었어. 영상미도 있었고.”

최종 크레딧이 오르고 상영관을 나오며 후기 감상평을 주고받았다.

솔직히 즐거웠다.

어디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여자와 이렇게 달달한 시간을 보내는데 남자로서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나도··· 나유영이 싫지는 않았다. 어느 샌가 그녀에게 의존하면서도 앞으로 치고 나아가 남자답게 리드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다.

신경이 쓰인다, 라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이려나.

만약 나유영도 나와 같은 ‘심안’을 갖고 있다면 내 호감도는 몇으로 보이려나? 적어도 +30은 넘지 않을까.

영화를 본 뒤에는 분위기 있는 카페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정원석 씨가 보내온 의뢰는 언제쯤 처리할까요?”

굳이 친한 사람을 ‘씨’로 바꿔서 부르는 걸 보면 나를 배려하기 위해서인가. 하긴 나는 그가 좀 아니꼽긴 하다. 첫인상도 D급이라고 비웃음당한 데다가 나유영과 친한 척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으니까.

이런 점들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나유영이 마음에 든다. 여러모로 나 같은 것보다는 훌륭한 여자인 것이다.

내 성격도 참 어쩌다 이래 되었는지.

짐꾼으로 구르면서 여기저기 치이고 다니면서 유순하고 순종적이 된 느낌이다. 좀 더 진취적이고 맹렬해도 좋았을 텐데.

그 ‘갑질’이니 뭐니 해보고 싶긴 한데 원체 자연스럽게 해낼만한 성격이 아닌 셈이다.

“다음 주 화요일에 이야기하자고 전해줘.”

“알겠어요.”

의뢰할 거면 나한테 직접 할 것이지, 나유영한테 말하다니. 이런 점도 마음에 안 든다.

그리고 화요일이 되었다.


작가의말

이야기의 속도를 좀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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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잔상(2) 18.05.09 839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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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인형극의 거장(3) 18.05.04 925 10 11쪽
27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3 14 11쪽
26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6 12 11쪽
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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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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