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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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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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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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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검은 하늘(3)

DUMMY

잠시 후, 정원석이 다시 내게 왔다.

나유영은 다른 사람들과도 대화를 나누느라 나를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였다.

“범상치 않은 던전 클리어에 그 성장기대치를 알아보고 파트너를 맺었다.”

정원석이 손에 든 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과연 어떤 식으로 클리어 했기에 유영이의 관심을 끌었나요? 개인적으로 궁금하네요.”

“아뇨. 보잘 것 없는 D급 헌터라 머릴 굴려서 땀나도록 구른 것뿐입니다.”

“요즘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D급 중에선 찾아보기 힘든 인재가 맞군요.”

그가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들 정해진 길로만 안전하게 가려 해서 문제입니다. 물론 D급에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닙니다만··· 역시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되네요.”

S급 헌터에겐 그 나름대로의 안목과 식견이 있는 모양이다.

“거액의 상납금을 모아 고급 던전에서 쩔을 받고 순식간에 성장을 마치는 게 D급 헌터들 사이에선 암암리에 성행하는 치트키라고 하죠.”

“···그, 그렇군요.”

“A급 헌터들끼리의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그런 식의 뒷거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던전은 클리어하기 쉬운 쪽으로 선호가 되어 자연스럽게 방치되는 것들이 생기고 있는 실정이죠.”

내가 어쩌다가 나유영과 파트너가 됐는지가 이야기의 시작이었는데 헌터에 관한 세상사로 번지더니 흔히들 생기는 ‘술자리의 넋두리 분위기’ 비슷하게 흘러갔다.

“아주 죽겠습니다. S급 헌터라고 떵떵거리며 편하게 사는 게 아니에요. 그 지위와 명성에 걸맞는 책임 또한 요구되죠.”

“···네에.”

“오빠.”

“왜, 유영아.”

“오빠는 이제 다른 사람들 좀 챙기세요. 언제까지 이재호 씨 붙잡고 있으려 그래요?”

“아, 미안미안.”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른 사람들 사이로 흘러들어갔다.

“하아, 힘들었죠?”

“지루하긴 했지만 힘들진 않았어.”

화려한 드레스 차림의 나유영은 그 길쭉한 치맛자락이 불편한 듯 주춤주춤 내 옆으로 걸어왔다.

“제가 헌터로 각성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오빠에요. 저 오빠도 그땐 헌터가 아니었죠.”

정원석도 한 중견기업가의 아들이었다. 그런 그가 S급으로 각성했으니 기업 역시 유칼리마냥 거대해진 건 인지상정이었다.

“사이 좋아 보이네.”

“당연히 좋죠. 으음, 설마 질투?”

“질투라기보단, 나는 아저씨인데 저쪽은 오빠니까 거슬려서.”

“그게 질투에요.”

나는 피식 헛웃음을 흘렸다.

“아저씨는 영원히 아저씨에요. 알겠어요?”

“예이.”

저지른 게 있어서 잠자코 인정했다.

“S급 헌터 중에선 그나마 원석 오빠가 신사에요.”

“대충 듣긴 했어.”

다른 S급들은 자신의 힘에 도취한 나머지 법 위에 군림하는 안하무인들이었다.

이게 참 재밌는 관계가 형성되었는데 정부와 S급 각성자들은 옛날 중국의 주나라 황실처럼 지내고 있었다.

갑은 당연히 각성자들이지만 치안과 질서를 유지하는 정부에 명분이 있어 누군가가 일탈한다면 다른 S급들이 그 녀석을 가만두지 않는 구조였다.

“뭐, 원석 오빠도 제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덥석 아저씨를 데리고 와서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긴 해요.”

“나라도 그럴 거야. 당연해.”

어디서 굴러먹던 개뼉다귀인가 싶겠지. 그것도 하찮은 D급이었으니.

“앞으로 이런 자리에 자주 가게 될 거예요. 비단 원석 오빠의 파티만이 아니라 다른 S급 헌터들이 여는 파티에.”

“왜?”

“두루 돌아다니면서 친목을 다져야죠. S급 헌터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추종자들을 모으고 싶어 해요. 저는 아직 아무데도 지지의사를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아, 그러냐.”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손을 짚었다.

“네 말대로 정원석 씨가 신사라서 다행이지만, 그런 사람도 내가 D급이라니까 박장대소를 했다고? 너도 봤잖아.”

나의 지적에 나유영이 뺨을 붉혔다.

“그, 그건··· 감수해야 할 사안이에요. 그러니 어서 성장해야 한다고요. 적어도 B급까지는 쩔을 받으셔야 해요.”

“그러면?”

“여건이 갖춰지면 아저씨가 충분히 활약할 무대가 생기는 셈 아닌가요? 여기저기 눈치 보면서 슬라임 고블린만 잡고 다니실 건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네.”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와인을 마저 입안에 들이부었다. 맛이 정말 괜찮아서 음료수마냥 마시게 되니 자제가 필요할 것 같다.

나 역시 큰 무대에서 놀면서 거들먹거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쿠르르릉.

그때 어디선가 먹구름이 몰려들며 대기가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날씨가 왜 저런데. 일기예보에선 비 온다는 소식 없었는데.”

“대한민국 기상청이 뭐 그렇지.”

워낙 요란하게 소리가 났기에 다들 한 마디씩 주고받았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긴 했다.

“잠깐.”

그런데 하나둘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거···”

“설마?”

나유영이 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아저씨. 느껴져요?”

“···어. 근처라서 그런지 D급인 나도 아주 잘 느껴지네.”

당연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헌터는 던전에서 발생하는 고유의 파장을 느낄 수 있다.

파장은 생성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지만 던전 게이트가 갓 뚫렸을 때 가장 충만하며 고급 던전일수록 강렬했다.

헌터의 수준에 따라서 느끼는 정도가 달라지지만 지금 느껴지는 파장은 엄청나서 나까지 어렵지 않게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이건··· 최소 A급이야.”

정원석이 중얼거렸다.

“어떻게 하죠?”

누군가가 물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이 호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하늘에서 게이트가 뚫리고 있었으니까.

물론 일반인들은 천둥번개라도 치나보다, 하고 넘어갈 것이다.

던전이 헌터에게만 효력을 발휘하는, 자신들과는 동떨어진 존재라는 게 정설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늦건 빠르건 다들 눈치 채고 달려올 겁니다. 하지만 멋대로 진입해선 안 됩니다. 여러분은 그런 뜨내기들이 아니잖습니까?”

“그럼요.”

파티를 즐기던 이들이 물벼락 맞은 개미마냥 흩어졌다.

“유영아. 넌 어쩔 거야?”

“먼저 가세요, 오빠. 저흰 나중에 천천히 갈게요.”

“흠, 그렇구나. 알겠어.”

정원석은 아쉽다는 얼굴로 돌아서려다 멈칫했다.

“아, 혹시라도 말해두는데 멋대로 행동하시면 안 됩니다. 저건 최소 A급 던전이고 그 이상일수도 있어요. 준비도 없이 들어갔다간 개죽음입니다.”

“···알아요, 알아. 나도 그 정도는.”

“하하, 죄송합니다.”

그가 가고 나유영이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아저씨. 걱정되어서 해준 말이잖아요!”

“아이고,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나는 우는 소릴 내고 창가로 눈을 돌렸다.

-쿠르르르르르

산이 통째로 쩌적쩌적 갈라지는 것 같은 우렁찬 소리가 들리고 500m쯤 떨어진 지점의 하늘이 새카만 어둠 속에 잠긴 와중에 번쩍번쩍 빛나면서 틈이 생기고 있었다.

마치 태풍의 눈을 보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천천히 간다며? 언제 갈 건데?”

“가보고 싶어요?”

나유영은 걱정이 담긴 눈빛으로 물어왔다.

뭐지? 날 걱정해 주는 건가? 풉, 설마.

“당연히 직접 들어가선 안 되겠지만, 근처에 구경 가는 것 정도는.”

“저기에 모여들 S급 헌터들이 알아서 할 거예요. 우리가 관여할 바는 아니에요. 뭐, 구경 정도야 갈 수는 있겠죠.”

“그치?”

“그래도 좀 더 기다려야 해요. 우린 어느 쪽 편에 섰다, 라는 인상을 줘선 안 돼요.”

“피곤하구만.”

나는 접시에 남아있던 카스테라를 집어먹었다.

최소 A급이라··· 그럼 S급일 수도 있다는 건가? S급 던전은 어떤 던전일까?

A급에 관해선 어느 정도 정보가 돌아다녔지만 S급은 정말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워낙 숫자가 적기도 했지만 S급 헌터들이 자신들의 전유물로 독점했기 때문이다.

한 번 검색이라도 해볼까.

S급 던전에 관한 맹렬한 궁금증이 고개를 들었다.


[신의 공략집을 실행시키겠습니까?]


카스테라를 우물거리던 나는 YES를 입력했다.


작가의말

첫 번째 보스몹이 나올 때가 됐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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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3 14 11쪽
26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6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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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20 한 번 죽었던 자 +2 18.04.26 1,192 10 10쪽
19 불사의 괴물(5) 18.04.25 1,150 13 9쪽
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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