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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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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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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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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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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인형극의 거장(3)

DUMMY

눈을 떠보니 미리 숙지한 대로 저 앞에 작은 언덕 위에 지어진 커다란 저택이 보였다.

하늘은 회색빛이었고 주변은 을씬한 숲이 배경이라 가히 공포영화의 프롤로그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들어가게 되면 우린 갈라지게 될 거야.”

“네.”

이 던전의 특징은 함께할 수가 없다는 거였다.

저택에 들어가는 즉시 각자 하나씩 찢어져서 혼자서 안을 돌아다녀야 하는 구조였다.

화이트 하우스, 저 커다란 저택 자체가 보스몹이기 때문이다.

이연경도 아마 거기까진 예상했을 것이다. 건물이 통째로 보스몹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안으로 들어갔더니 여러 몬스터들이 나오는데다가 무슨 방탈출 게임처럼 이런저런 미션들이 나온다.

헷갈리기에 충분하다.

뭐, 나는 공략집을 통해 그 모든 과정이 보스 몬스터 ‘화이트 하우스’가 자신의 아가리에 기어들어온 희생양에게 행하는 일종의 ‘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인간의 정신을 한계까지 몰아치는 시련을 가하고 마침내 무너지면 맛있게 냠냠, 하는 게 바로 저 ‘화이트 하우스’야.”

이것은 보고서에도 적혀 있던 내용이다.

이연경이 부하들을 데리고 직접 들어갔다가 모두 잃고 자신만 허겁지겁 빠져나왔다고 했다. 자칫 잘못하면 본인 역시 ‘화이트 하우스’에게 홀려 목숨을 잃을 뻔했지만 어떻게 꾐을 떨쳐냈다고 적어 놨다.

“그 시련이란··· 무척 개인적인 분야라고 하더군. 본인이 가진 트라우마나 욕망과 관련된 거라고 했지.”

나는 보고서에 적힌 내용 그 이상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최대한 나유영에게 알려줘야 했다.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따로 떨어져서 움직여야 하니 말이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아저씨가 우려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저는 이겨낼 자신이 있어요.”

“오, 정말?”

“그럼요.”

중요한 것은 정신력 스텟이다. 그게 이번 던전 클리어의 핵심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말이지. 딱 봐도 정신계열 공격이잖아? 게다가 일반적인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어. 이럴 때 연상되는 게 바로 정신력이란 말이지?”

“정신력은 ‘마나’의 역할도 하지만 ‘비물질계 간섭’에도 영향을 끼친다.”

나유영이 내 말을 받아주었다. 나는 재차 말을 받았다.

“정신력 스텟이 높으면 ‘꾐’이라는 것에도 저항할 수 있으며 ‘화이트 하우스’ 내부에 있는 적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맞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는 눈썹을 꿈틀했다.

“즉, 네 정신력은 충분하다는 거야?”

“궁금해요?”

“말해줘. 그렇게 말하면 물어보는 게 예의지.”

“126이에요.”

“헉··· 진짜?”

“네.”

깜짝 놀랐다. 나보다 높잖아?

공략집에 따르면 ‘화이트 하우스’ 공략에 필요한 정신력 스텟이 100이 최소라고 했다. 그걸 충분히 넘기는 수치였다.

“아저씨는요?”

“나? 나··· 110.”

“됐네요, 그럼.”

“어어.”

사실 내 정신력은 60이었다. 다만 쿼드라를 해치우고 획득한 ‘봉인된 반지’가 주는 옵션 덕분에 100을 넘긴 거였다.


[봉인된 반지 : 대부분의 능력이 봉인되어 있다.]

[추가 스텟 : 정신력 +50]

[조건이 성립되면 봉인된 능력이 개방된다.]


이러한 내용의 반지였는데 마치 이번 던전 공략을 위해 나온 템 같을 정도였다.

“아저씨는 특별해요. 분명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요. 그러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클리어할 자신이 있으니까 이렇게 온 거 아니에요?”

“···맞아.”

나유영은 회색빛 안개 속에 흐릿하게 서있는 저택을 가리켰다.

“대충 짐작하셨겠지만 저도 평범한 A급 헌터는 아니에요. 저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시원스레 웃는 나유영은 상당히 믿음직스러웠다.

하긴, 이제까지 위기를 잘 넘겨왔지.

직접적으로 밝히며 서로에 대한 대화를 나눈 건 아니었지만 나와 나유영은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신뢰하고 교감할 정도로 사이가 진전되어 있었다.

“알겠어. 가자.”

우리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고 저택 앞까지 걸어갔다.

-우우우.

괴기스러운 소음이 어렴풋이 건물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하하, 재미있구만. 담력체험도 아니고.”

굳게 닫혀있는 저택의 문 앞으로 가서 툭툭 두드려봤다.

“계십니까?”

“아저씨. 바보에요?”

“장난이야, 장난.”

-끼이이익.

공략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분위기가 워낙 으스스해서 긴장감 좀 덜어보려고 농담하는데 문이 저절로 열렸다.

“이래야 유령의 집답지.”

이제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보스. 굳이 따져보면 ‘카르사스의 미궁’ 던전이 이것과 유사하다고 생각된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아마 갈라지게 될 거다. 이연경도 그랬으니까.”

“네.”

“이런저런 함정에, 정신공격을 버티고 나면··· 마지막엔 보스가 나타날 거야.”

나는 더 이상 은근슬쩍 숨기거나 비유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의 공략집’이라는 치트키가 직접 내 입으로 언급될 날도 언젠가는 올 것이다.

“거기선 나랑 네가 함께 싸우게 될 거야.”

지금은 그저 알려줄 뿐.

“알겠어요.”

나유영도 그저 내 말을 귀담아 듣는다.

“간다.”

어두컴컴한 내부로 발을 디딘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윽?”

던전 포탈을 탈 때랑 비슷한 느낌이 났지만 이건 좀 더 불쾌하고 울렁거렸다.

“으음?”

발이 바닥에 닿는 감각이 생기면서 시야가 돌아왔다.

“일단은 평범한 저택 현관이로군.”

-끼익, 끼이익.

바닥이 낡았는지 밟을 때마다 위태로운 판자 소리가 났다. 나는 이 돋보이는 연출력에 코웃음을 치면서 천천히 걸어 나갔다.

“Here?”

복도를 따라 걸으니 정면에 핏물로 그린 알파벳이 가리키는 문 하나가 나타났다.

“저기로 들어오라 이건가.”

나는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저택 내부는 넓었고 몇 갈래로 뻗은 복도엔 여러 개의 문들이 있었다.

“일단 산책부터 해볼까.”

공략집으로 맵을 확인해 보았지만 표시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평범하진 않군.”

나는 뚜벅뚜벅 다가가 아무 문이나 잡고 천천히 열었다.

-기이이익.

안은 평범한 방이었다. 몇 가지의 가구가 놓여있는.

“아무것도 없나.”

슬슬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할 때쯤이었다.

“와아아악!”

갑자기 천장에서 새까만 동공을 가진 대머리 괴한이 튀어나와 소릴 질렀다.

“으앗, 씨발, 깜짝이야!”

그 괴한은 소릴 지르고 키득키득 웃으며 천장 속으로 사라졌다.

“하, 씨바. 엿 같네.”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다, 알겠어. 가라는 대로 갈게.”

계속 서성였다간 이런 식의 장난에 시달릴 게 뻔했다. 나는 중앙의 문으로 향했다.

-철컥.

가까이 다가가자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끼익.

방의 안쪽은 너무 어두워서 뭐가 있는지 분간이 안 됐다.

“구어어어.”

“구아악.”

“아씨!”

나는 무언가 흐릿하게 움직이는 걸 보고 급하게 검을 소환했다. 나유영에게서 받은 A급 롱소드로 능력치가 준수한 녀석이었다.

확, 정면을 긁으니 다가오던 무언가가 베이면서 분쇄되는 게 느껴졌다.

“손전등이라도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걸 들고 가봤자 꺼져 버린다고 공략집에 적혀 있어서 안 챙겼을 뿐이다.

“정신력이 낮다면 여기서부터 막혔으려나.”

안으로 더 걸어 들어가니 조명이 들어왔다. ‘화이트 하우스’가 제멋대로 켜주는 모양이었다.

“음?”

앞에 있는 탁자에 작은 상자가 있었고 그곳을 향해 벽면에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물론 그 화살표도 핏물로 그려진 거였다.

“어디.”

상자를 꺼내서 열어보니 사진 하나가 나왔다.

“응?”

사진에는 침대에 알몸으로 누워있는 남녀가 찍혀 있었다.

“그녀는 너의 능력을 알고 있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사진 속에 찍힌 남녀는 나유영과 박찬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뭘 의미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이곳은 ‘화이트 하우스’라는 괴물의 뱃속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사진 쪼가리도 녀석의 조작이 틀림없다.

“흥.”

사진을 바닥에 버렸다.

화살표는 끝나지 않았다. 그것을 따라서 다음 방으로 넘어갔다.

다음 방은 길쭉한 구조로 맨 끝에 탁자가 보였다. 이번에도 그 탁자 위에는 상자가 놓여 있었다.

뚜벅, 뚜벅 탁자를 향해 반쯤 걸어갔을 무렵, 창문이 깨지면서 좀비라고 표현해야 적당할 인간형 몬스터가 나타났다.

“흥, 그럴 줄 알았다.”

이건 대충 예상 가능했다.

들고 있던 롱소드를 휘둘려 어렵지 않게 처리했다.

반투명한 회색빛갈의 그놈들은 공격해서 마무리 일격을 날리면 유리처럼 깨지면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뭔가 베는 감각도 애매한 이상한 존재였다.

탁자로 다가가 상자를 열었다.

“너의 능력은 ‘신의 공략집’이다. 그녀는 그것을 알고 이용하려 한다.”

종이쪽지에 적혀 있는 글귀였다.

나는 코웃음을 흘렸다. 이런 시답잖은 걸로 이간질을 시도하려는 건가.

“야, ‘화이트 하우스’ 인마. 듣고 있겠지? 내 능력을 안다면 이런 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텐데? 헛고생 하지 마라.”

공략집에 의하면 ‘화이트 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세이렌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현혹하여 홀린 다음 종국에는 서로가 싸우게 만드는 신파극을 만든다고.

정신적인 약점을 자극하여 미치게 하는 방식으로 본다.

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몬스터들이 나타나는지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창문에서 뛰쳐나온다던지, 천장에서 갑자기 내려온다든지, 벽에서 아지랑이처럼 발생한다든지··· 알면서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연출력은 인정하는 바이지만.

즉, 나는 ‘화이트 하우스’가 어떤 패턴으로 공격을 가하는지 숙지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어딘가에 있을 나유영에게도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으니 너의 개수작은 별 소용이 없을 거다. 그러니 어서 모습을 드러내.”

자꾸 자신의 수작질이 먹히지 않을 경우 결국 본체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했다.

-흐흐, 흐흐흐흐흐.

“씨발. 하여간 연출력은.”

어딘가에서 묵직하게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소름이 끼치긴 했다.

나는 깨진 창가를 흘낏 바라보았다.

밖의 풍경은 아름다운 산간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뭐하러 저렇게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건가, 싶었는데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 하니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히고 나서 깨달았다.

“뭔가 사람을 미치게 할 만한 요소들로 가득하군.”


작가의말

갈 길이 멀군요. 에필로그까지 가려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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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24 파상공세의 생물병기(4) 18.04.29 1,050 12 10쪽
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9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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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1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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