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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님의 서재입니다.

신의 공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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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킹
작품등록일 :
2018.04.10 12:45
최근연재일 :
2018.05.1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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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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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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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플레임 브레이크(1)

DUMMY

목적지에 도착하자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찬일이 달려 나왔다.

“아가씨가 사라지셨습니다.”

“설마··· 납치인 겁니까?”

어딜 멋대로 혼자서 나갔다 하더라도 박찬일이 그 정도로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유영이가··· 납치당할 사람은 아니잖아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농담하는 말투로 물었다. 하지만 박찬일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가씨가 지내고 있던 방에서 이런 게 발견이 되었습니다.”

그가 내민 쪽지를 받아들었다.

[당신의 소중한 연인은 제가 데리고 있겠습니다. 되찾고 싶다면 일전에 의뢰했던 던전의 입구로 와주십시오. -김철수 올림-]

정중한 어조로 적힌 글귀가 놀리듯 춤추며 다가왔다.

온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린가 이해가 되지를 않아서 연거푸 읽고, 읽고 또 읽었다.

“바, 박찬일 씨? 이게 뭔가요?”

“···범인이 남긴 메시지입니다. 밑에 이름이 적혀 있듯 김철수가 저지른 짓입니다.”

쓰고 있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한숨을 내쉬는 박찬일. 그의 눈동자엔 걱정과 불안이 담겨 흐릿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구보다 나유영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땅 위에 두 발을 내딛기도 버거워진 상태였다.

“가야죠.”

“······.”

나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진 몰라도 저는 갈 수밖에 없습니다.”

무언가가 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짐작이 가능했다. 나유영이 일전에 경고했던 김철수란 작자가 이렇게 타이밍 좋게 납치를 저지르고 유인 메시지를 보내는 데엔 뭔가 목적이 있으리라.

설령 그 장소가 함정이라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좀 더 상황을 파악하고···”

“그럴 순 없어요! 게다가···”

‘신의 공략집’도 있으니 괜찮다는 말을 하려다 얼른 삼켰다. 박찬일은 그런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어쨌든 가야해요.”

“알겠습니다.”

박찬일은 굳이 반대를 하거나 구구절절 이유를 달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내가 하는 것에 따랐다.

나유영의 충직한 심복인 그가 나와 그녀의 관계를 모를 리가 없다.

한 번 관계를 맺은 이후로 틈만 나면 우리는 붙어먹었다. 어쩌다 시작된 불꽃이 순식간에 거대하게 타오르는 것처럼.

거기에 진실하고 뜨거운 사랑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확실하게 끄덕일 순 없다.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서로를 갈구했고 지치고 다친 짐승들이 상처를 핥아주듯이 탐욕스럽게 애정과 쾌락을 나눠가졌다.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녀가 서로에게 끌린 끝에 사랑을 나눈 것이니까.

중요한 점은 나는 이제 그녀가 없으면 안 되었다.

‘드레인 도어’니 S급 던전이니 뭐니 그런 피곤한 것에 목매이며 내 생명을 마모시키고 싶지 않았다.

성장하며 아이템을 얻고, 스텟을 늘려가며 조금씩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해 나가는 것··· 좋지, 강해져서 남들 눈치 안 보고 남들 위에 서는 행위가 싫을 리 없다.

하지만 거기엔 뭔가 중요한 게 결여되어 있었다.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 했고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지만 그 날밤, 나유영과 입술을 맞추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그 살결과 마주대했을 때의 감정은 나를 알 수 없는 그 무언가에 조금이나마 가깝게 인도해주었다.

이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여전히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가슴속에 요동치는 걱정과 불안, 갑작스럽게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김철수에 대한 분노와 역겨움이 치솟았다.

“일단 다른 S급 헌터들에게도 연락을 취해놓겠습니다.”

“네. 김철수 놈이 정신이 나가서 사람을 납치했다. 가서 응징해야 하니 힘을 빌려달라고 전해주세요.”

물론 개인적으로도 문자를 보냈다. 전화까지 할 여유는 없었고.

“그런데 먼저 가실 겁니까? 준비가 되는 대로 다 함께 가는 게···”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아요?”

나는 이를 악물었다.

“분명 뭔가 꾸미는 게 있어요. 유영이가 조심하라고 한 새끼이기도 하고··· 무슨 타이밍이 이리 개떡 같은데요? 일전에 의뢰를 했던 장소로 납치를 하다니.”

단순히 거절해서 그에 대한 앙갚음이다, 라고 하기엔 지나치다 못해 한참은 넘겼다.

“알겠습니다.”

장소까지 친절하게 적어놓고 이리 오십시오, 하다니. 개자식이 따로 없다.

이건 분명 도발이라고.

“먼저 가볼게요.”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순식간에 뛰쳐나갔다.

주변 풍경이 훅훅 지나갔다. 엄청난 관성과 바람이 온 몸을 압박했지만 어차피 신체도 움직임에 걸맞게 강인해진 상태였다. 스텟이 높은 헌터들은 차에 치이거나 해도 쉽게 죽지 않는 엄청난 존재였다.

“어서 오십시오.”

“너 이 새끼?”

서울의 서초구에서 버려진 폐촌. 쪽지에 적혀 있던 장소. 그곳에는 싱글거리는 면상의 김철수가 나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야 이 새끼야!”

나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놈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고 멱살을 잡혀주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99

놈의 머리 위에 떠있는 숫자를 보며 윽박질렀다.

“하하, 너무 서두르시는군요. 아, ‘그녀’가 걱정이 되기 때문인가요? 이해합니다. 제가 데리고 온 여자는 안에 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안? 안이라니···”

나는 흠칫 놀라며 폐촌 쪽을 바라보았다. 아마 저 안쪽에 던전 포탈이 있을 것이다.

“왜? 왜 이러는 거야? 너, 나랑 아는 사이냐? 씨발!”

“흐음, 그 짧은 새에 이렇게 사이가 진전된 겁니까.”

“뭐?”

김철수는 내 손을 탁 쳐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당신이 찾는 사람은 던전 안에 있으니까요.”

“아니··· 왜 이러는 거냐고 묻잖아!”

“······.”

우뚝, 그가 걸음을 멈췄다. 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머리가 굳어있었음을 깨달았다. 서둘러 능력을 발동시켜 ‘공략’을 시도해보았다.


[공략이 불가능한 대상입니다.]


이게 뭔 개소리야!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시험 삼아 여러 대상에게 해봤었다. 나유영은 물론이고 다른 S급 헌터들, 심지어 박찬일도 주루룩 공략내용이 떴었는데?

덕분에 나유영이 말해준 적이 없는 박찬일의 고유능력이 뭔지도 알고 있었다.

“후후, 능력이 안 통해서 놀라셨습니까?”

“어?”

이쯤 되니 너무 놀라서 입이 안 다물어졌다.

“너··· 정체가 뭐냐?”

저건 필시 내 능력을 알고 지껄이는 소리였다. 분명했다.

“안 통할만한 상대니까 안 통하는 겁니다. 뭘 구구절절 이유를 붙이려는 겁니까.”

저벅.

그가 발걸음을 내딛었다.

“억지로 데려가기 전에 어서 따라오시죠. 당신의 연인을 구하러 갈 생각이 없는 겁니까?”

“크읏···”

“어서 오세요.”

부드럽게 속삭이는 김철수의 목소리는 어딘가···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려워졌다.

저 새끼는 도대체 뭐 하는 새끼인데 이런 원초적인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가.

“이곳에 있는 던전은 최근에야 생긴 겁니다.”

나는 영혼이 빨려나간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앞서나가는 김철수의 뒤를 따라갔다.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두렵지만 가야했고, 물러서고 싶었으나 물러설 수 없었으니까.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새끼도 나보다는 유쾌한 걸음일 것이다.

“제가 직접 게이트를 유도해서 만든 던전이거든요.”

“뭐라고?”

“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살짝 뒤를 돌아보며 미소 짓는데 소름이 끼쳤다.

“당신을 위한 무대입니다.”

어느 덧, 나와 김철수는 폐촌의 안쪽까지 이동했고 눈앞에는 파랗게 일렁이는 포탈이 있었다.

나는 그것과 김철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절실하게 찾는 ‘그녀’는 이 안에 있습니다.”

“······.”

“들어가실 거죠?”

내가 들어갈 거라고 확신하는 어조였다.

“그래, 씨발아.”

“후후후, 자, 들어가시죠.”

“너는 안 들어 가냐?”

“아뇨, 저는 여기에서 대기할 겁니다.”

김철수는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당신을 돕기 위한 지원군이 오면 난입하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던전으로 들어가려던 나는 멈칫했다.

“S급 헌터가 최소 다섯은 올 텐데?”

신해준은 내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들었지만 이런 사태에 다른 S급들이 움직이면 그 역시 가세할 거라고 생각했다. 기존의 S급들을 제외하면 마지막 하나는 박찬일이었고.

“문제없습니다.”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저거 진심인가.

“그것보다는 어서 안으로 들어가세요. 안에 들어가시면 재미있는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아요.”

“이 새끼가···”

차마 두고보자는 말은 하지 못하고 던전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놈 말대로 일단은 안에 들어가 봐야한다.

“안에 있는 건 확실한 거냐?”

“제 모든 것을 걸고 보증해드립니다. 안에 있습니다.”

너의 모든 것을 건다고 내게 믿을 가치가 있냐고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차피 믿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S급 던전 : ‘블러드 웜의 서식지‘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익숙한 입장 전의 재확인 메시지를 나는 빠르게 스킵 했다.

당연히 들어간다.


작가의말

오늘도 오후 6시 무렵게 연참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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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인형극의 거장(2) 18.05.03 963 14 11쪽
26 인형극의 거장(1) 18.05.02 1,046 12 11쪽
25 네 개의 술잔 18.05.01 1,001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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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파상공세의 생물병기(3) 18.04.29 1,077 14 8쪽
22 파상공세의 생물병기(2) 18.04.28 1,050 12 9쪽
21 파상공세의 생물병기(1) 18.04.27 1,148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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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불사의 괴물(5) 18.04.25 1,150 13 9쪽
18 불사의 괴물(4) 18.04.24 1,180 13 10쪽
17 불사의 괴물(3) 18.04.22 1,205 14 8쪽
16 불사의 괴물(2) 18.04.21 1,222 14 10쪽
15 불사의 괴물(1) 18.04.20 1,288 13 11쪽
14 검은 하늘(3) 18.04.20 1,380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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